정현식 KIPCO Asset Management Company 이사
쿠웨이트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근무하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약간은 다른 시각에서 쿠웨이트 비즈니스 환경을 설명해 보려고 한다. 주변 분들을 통해 듣는 여러 이야기 중에서, 현실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아무래도 쿠웨이트 현지인들에 대한 편견이 아닐까 한다. 조금만 다른 각도로 보게 되면 쿠웨이트가 또 하나의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본다.
'현지인들은 일하지 않는다'라는 시각이 있는데,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을 틀린 말이다. 지금까지 쿠웨이트인들은 근로소득의 중요성을 못 느끼고 사는 환경에서 생활해 왔다. 고유가 시대를 거치면서 쿠웨이트 국적을 지닌 사람이라면 육체노동을 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들이 존재했다. 또한 양질의 저임금 노동력이 이집트, 인도, 필리핀 등지에서 끊임없이 공급되다 보니 현지인들은 선택적인 노동을 하는 것이 가능했다. 약 400만 명의 인구 중에 70%가량이 외국인들로 구성돼 있다 보니, 대부분 근로현장은 저임금의 외국인들이 감당해 왔던 것이다. 또한 정부의 자국민 중심의 정책으로 인해 쿠웨이트인이라는 것만으로도 외국인에 비해 우월한 협상력과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이러다 보니 쿠웨이트인들은 기본적으로 관리, 감독을 하는 매니저라는 생각이 가슴 깊이 박혀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쿠웨이트인은 일하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게 된 것 같다.
그러나 장기적인 저유가로 현상으로 인해 석유 수출에 의존한 경제구조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각종 정부보조금정책이 줄어들면서쿠웨이트인 간에도 빈부격차가 가시화되고, 지역 간의 소득 격차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쿠웨이트에서는 수동적인 정부복지정책의 수혜자의 입장에서 자발적인 시장참여자로 변화하는 추세이다. 또한 정부보조금을 통해 누리는 혜택이 점차 줄어듦에 따라, 민간분야에서 근로를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의 가치가 더 올라가고 있다. 많은 젊은이가 단순히 정부기관에 취업하는 것보다 민간기업에 취업 또는 창업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앞으로 무얼 할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쿠웨이트는 30세 미만의 청년층이 전체인구의 6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출산률 자체가 증가하는 추세여서 젊은 층의 인구는 향후에도 계속 증가될 전망이다. 과거에는 민간부문에서 흡수하지 못한 쿠웨이트 자국민 노동인구를 정부기관에서 흡수했으나, 계속증가하는 청년인구에 대한 해답을 찾기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쿠웨이트 정부는 석유산업 의존도를 낮추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각종 산업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의지가 있는 쿠웨이트인이라면 정부의 각종 지원정책을 활용할 수 있도록 신규 비즈니스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쿠웨이트 국적인 경우에는 사업초기에 필요한 자금은 굳이 개인이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사업 타당성이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출 수 있다면 정부기관의 각종 지원정책으로 사업초기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중동 전체에 불고 있는 탈석유화와 산업화 정책에 따라, 쿠웨이트에서도 청년창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는 주변 아랍국가로 확장성이 있는 IT 관련 또는 현지 소비 수요가 높은 F&B 부문이 활발하다.
쿠웨이트 일부 지역에 안정적인 소비계층이 밀집돼 있다 . 쿠웨이트는 전체 인구 400만 명 중 쿠웨이트인이 130만 명을 차지한다. 왕정국가의 사회보장제도 등의 혜택으로 거의 모든 현지인들은 1인당 GDP가 3만 달러 이상의 범주에 들어가고, 이러한 1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해안가를 따라 발달된 도시에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교통체증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도시국가 형태로 발달된 쿠웨이트의 어느 지역도 자동차로 1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다. 역발상을 해보면, 인구 100만 명 이상이 3만 달러 이상의 소득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자동차로 1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밀집돼 있는 도시국가라는 것이다. 이러한 도시는 전 세계에도 많지 않다.
다만, 쿠웨이트는 인구 규모나 시장의 크기를 보았을 때는 확장성에 제약이 있다. 많은 사람이 성급하게 생각하는 오류 중에, 걸프연안6개국이 서로 긴밀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해당 6개국은 지역적·정치적으로 밀접한 협력관계이지, 미국이나 중국처럼 주 또는 자치성 개념의 경제공동체가 아니다. 상대적으로 국가 간의 교류가 수월하다는 것일 뿐, 보통의 국가 간 경제활동으로 봐야 한다. 이러다 보니 쿠웨이트 시장만을 바라보고 진출하는 Major Player들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한 번 역발상을 해보면, 쿠웨이트는 한국 중소기업들이 한 번 도전해 볼 틈새시장이 존재한다. 장기 경기침체로 생존의 위협을 겪고 있으며, 기술력 있는 한국 중소기업들에 쿠웨이트는 신시장이 될 수 있다. 또한 쿠웨이트 현지의 창업을 준비하는 개인 및 신규사업을 모색하는 현지기업들에는 또 하나의 사업모델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자금력과 판로확보에 적극적인 쿠웨이트인들과 기술력이 있는 한국중소기업 간의 매칭이 매우 중요하다. 양측의 비즈니스 참여자 간에 적극성과 상호협력이 없이는문화와 경제환경이 다른 두 국가 간에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다. 왜냐하면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종 정부 지원사업과 맞물려서 사업을 추진한다면, 각종 자금조달 및 판로 확보에도 큰 혜택을 받으며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사업의 초기단계부터 상호협력과 장기적인 비전을 공유하면서 파트너십을 형성해 간다면, 우리가 소홀하게 바라보는 쿠웨이트 시장도 또 하나의 성장동력이 되는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보입니다 .
쿠웨이트를 비롯한 중동 전체가 급변하고 있다. 과거에 수동적인 입장에서 외국기업의 현지 대리인으로 활동했던 개인과 기업들도,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맞추어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경제활동 참여자가 되려는 모멘텀의 변화가 있다. 건설과 무역에 집중된 대쿠웨이트 경제교류에서, 쿠웨이트 정부의 산업화 정책과 발맞추어 기술협력 등을 통해 쿠웨이트 현지화의 가능성을 모색해 보는 것도 검토할 시점이 된 것 같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