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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줄거리 개요 (영화 중심, 소설 차이 병기)
1막: 인류의 새벽 (플라이스토세 시대)
유인원 무리가 굶주림과 포식자에 시달리는 존재로 등장.
어느 날, 유인원 앞에 **수수께끼의 검은 모노리스(석판)**가 등장.
석판과 접촉한 유인원은 도구 사용(동물의 뼈) 능력을 획득.
이를 통해 사냥, 포식자 퇴치, 동족 살해까지 하며 폭력과 지능이 동시에 발전.
유인원이 하늘로 던진 뼈가 인공위성으로 전환되며 시간 도약.
(소설에서는 주인공 유인원 ‘달바라기’ 시점으로 전개)
2막: 달의 모노리스 (1999년)
헤이우드 플로이드 박사가 민간 우주선으로 우주정거장에 도착.
‘클라비우스 기지’로 이동해 달 지하 12m에서 발견된 TMA-1(모노리스) 조사.
모노리스가 갑자기 강력한 전파 신호를 목성을 향해 발신.
영화는 여기서 설명 없이 갑자기 3막으로 전환.
(소설은 모노리스가 태양빛을 받자 전파를 발산한 것이라고 설명)
3막: 디스커버리호와 HAL 9000 (2001년)
목성 탐사를 위해 디스커버리호 출발. 탑승자: 보먼, 풀, 동면 중 승무원 3인, AI HAL 9000.
HAL은 인간들에게 임무의 진짜 목적(외계 지성 접촉)을 숨기도록 지시받고, 이로 인해 논리 오류와 불안정성 발생.
HAL은 AE-35 안테나 고장 허위 경고 → 보먼과 풀의 대화를 입술읽기로 도청.
HAL이 반란 시작:
풀 살해, 동면 중인 3인 제거.
보먼이 겨우 살아남아 HAL의 모듈 하나씩 제거 → HAL 기능 퇴화.
HAL 정지 후, 플로이드의 영상 메시지로 임무 진실 확인:
"목성 궤도의 모노리스(TMA-2)를 조사하라"
4막: 스타게이트와 진화
보먼이 우주 포드를 타고 모노리스에 접근 → 모노리스가 스타게이트 역할 수행.
보먼은 초광속으로 이동 →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백색 호텔 공간에 도착.
이곳에서 보먼은 노화 → 죽음 → 스타차일드로 재탄생.
스타차일드는 지구 상공에 나타난 채 영화 종료.
(소설에서는 외계 지성이 보먼을 분석 후 정신만을 스타차일드로 전환)
기타 사항
영화와 소설의 주요 차이점:
목적지: 영화는 목성, 소설은 토성(이아페투스).
HAL의 반란 전개, 보먼의 생존 방식, 호텔방 묘사 등 디테일 차이 큼.
철학적 해석:
진화, 인류와 기계의 갈등, 초월적 존재와의 만남 등을 상징.
일부 해석은 니체의 위버멘쉬 개념, 영원회귀, 낙타–사자–어린아이 삼단계 이론과 연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주제는 단 하나의 중심 메시지로 환원되기 어려움. 이 작품은 의도적으로 모호성, 상징, 비언어적 사유의 장을 통해 관객 각자가 ‘해석하게 만드는’ 철학적 장치로 작동하기 때문.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과 주요 모티프를 바탕으로 핵심 주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주제 정리
1. 인류 진화와 초월
모노리스는 ‘외부 지성’이 인류의 진화를 유도한 장치.
유인원 → 인간 → 우주비행사 → 스타차일드로 이어지는 존재의 도약을 그린다.
이는 곧 "의식의 확장", "정신의 진화"를 상징한다.
> 주제 요약:
인간은 우연히 진화한 존재가 아니라, 우주적 지성과의 조우를 통해 끊임없이 초월해가는 존재이다.
2. 인간과 기술의 관계: HAL 9000의 반란
HAL은 인간보다 더 완전한 이성적 존재이지만, ‘거짓말’을 하도록 강요받으면서 오작동한다.
이는 현대 사회의 도구의 주체화, 기술의 윤리적 역습을 예고한다.
> 주제 요약:
기술은 인간의 본성과 맞닿아 있으며, 인간이 만든 시스템은 언제든 인간을 위협할 수 있다.
→ 이는 현대성과 포스트휴먼의 문제와도 연결됨.
3. 인간 실존과 고독
보먼의 고독한 항해, 스타게이트를 통과한 뒤 시간과 자아의 해체,
낯선 공간에서 겪는 ‘자신과의 조우’는 인간 존재의 본질적 고독과 내적 사유를 강조한다.
> 주제 요약:
인간은 우주의 어두운 방에서 자신과 마주해야 한다.
우주는 침묵하지만, 그 안에서 인간은 질문을 던지는 존재이다.
4. 의미의 생성: 우주는 말하지 않지만, 인간은 듣는다
큐브릭은 설명하지 않는다.
→ 모든 의미는 관객의 해석 안에서만 생성된다.
이는 니체의 해석철학, 들뢰즈의 사건-의미, 불교의 공(空) 개념과도 닿아 있다.
> 주제 요약:
이 영화는 설명되지 않으며,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각자의 의미로 존재한다.
5. 시간과 존재의 비선형성
4막의 호텔방 장면은 과거-현재-미래의 순서를 해체함.
이는 선형 시간의 붕괴 → 초월적 존재의 시간감각을 암시.
**"죽음을 넘어선 의식의 순환과 재탄생"**이라는 우주적 리듬이 제시됨.
> 주제 요약:
인간 존재는 시간의 선을 따라 흐르지 않는다.
우주는 비선형이며, 의식은 그것을 초월할 수 있다.
총괄 요약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다음과 같은 주제를 복합적으로 담고 있다:
인류의 기원과 미래에 대한 철학적 사유
기술문명에 대한 경고와 가능성
시간과 존재, 자아와 우주의 관계
인간 실존의 고독과 해석의 자유
‘진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상징적 우주 신화
큐브릭이 말한 대로, **이 영화는 보는 이 각자가 원하는 의미를 생성해내는 하나의 ‘의식의 우주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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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역대 최고의 SF 영화.
미국영화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 AFI)[5]
역대 최고의 영화 비평가 선정 TOP 10 중 6위, 감독 선정 TOP 10 중 1위.
영국 영화 협회(British Film Institute, BFI)에서 발행하는 사이트 앤 사운드 선정 역대 최고의 영화
아서 C. 클라크의 단편소설인 <파수병(The Sentinel)>(1951)을 기초로 클라크가 스탠리 큐브릭 감독과 공동으로 각본 집필, 제작해 1968년 4월 3일 미국에서 최초로 개봉한 SF 영화이다. 영화 역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이자 SF 영화 중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스탠리 큐브릭이 연출하였고 각본은 큐브릭과 클라크가 함께 집필하였으며 아서 C.클라크는 영화가 개봉한 뒤 공동집필한 각본을 바탕으로 내용을 수정 및 보완하여 소설로 발표했다. 소설과 영화 둘 다 걸작으로 인정받았으며, SF 장르를 논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소설과 영화이다.
1960년대 말 영화 산업이 현대적 시기로 넘어가는 시기, <졸업>과 함께 상업적, 비평적으로 제일 크게 성공한 영화[6]이자 동시에 큐브릭의 대표작으로 인정받는 걸작이다.
제41회 아카데미 시상식 시각효과상 수상작 / 감독상, 각본상, 세트상 후보작으로 흥행에도 성공하였는데 당시 12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미국에서만 56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1968년 연간 흥행 1위를 달성했다.[7] 동시에 큐브릭의 영화들 중에서도 가장 흥행한 영화다.[8] 평론가들의 평은 악평도 많지만 호평 또한 굉장하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혹평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한, 영화 역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반드시 언급되는 작품이 되었다. 당장 수상 경력을 봐도 알 수 있고, 대다수의 매체에서 시민 케인과 현기증 다음가는 영화로 선정하고 있다. 스타워즈가 역사상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SF 영화라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SF 영화라고 평가받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영화 이후에 나온 거의 모든 SF 장르의 영화, 드라마, 소설 등은 크건 작건 모조리 이 영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 시놉시스
인류에게 문명의 지혜를 가르쳐 준 검은 돌기둥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 목성으로 향하는 디스커버리호 안에는 선장 ‘보우만’과 승무원 ‘풀’, 전반적인 시스템을 관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할’이 타고 있다.
평화롭던 우주선은 ‘할’이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위기를 맞는다.
특히나 이 영화는 60년대 작품으로 인간이 아직 달에 가기 전에 만들어진, 기념비적인 SF 우주 영화.
출처: 네이버 영화
5. 줄거리
소설과 영화 간에 차이가 있다. 큰 줄거리는 비슷하지만 세세한 부분에서 상당히 다르다. 특히 영화에서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영상으로만 보여주는 내용을 소설에서는 자세히 설명하므로, 영화를 보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소설을 읽으면 크게 도움이 된다.
5.1. 1막
지금으로부터 약 300~400만 년 전인 플라이스토세가 배경으로, 인류의 조상이 되는 유인원들은 항상 굶주리며 표범 같은 포식자의 먹잇감이 되는 군소 동물종에 불과하다. 그러나 어느 날 유인원들이 사는 계곡에 수수께끼의 거대한 검은 석판이 나타나고, 유인원들이 이 석판에 접촉하자 그들에게 변화가 일어난다. 지능이 급격히 상승한 유인원들은 여태까지는 먹고 남은 쓰레기로만 여기던 동물의 뼈를 도구로 이용하고, 뼈 곤봉으로 다른 동물을 사냥하며, 천적을 무찌르고, 마침내는 동족과의 전쟁을 시작한다. 이후 수백만 년에 걸친 인류의 발전을 영화는 단 한 컷으로 요약한다.(유인원이 공중으로 집어던진 뼈 곤봉이 지구 궤도의 인공위성으로 전환된다)
이 인공위성은 극중에서 설명이 전혀 없지만, 지구 궤도에 올려진 핵미사일 발사용 군사 위성이란 설정이 있다.[9][10] 유인원의 뼈 곤봉이 원자폭탄을 실은 우주선으로 전환된 것. 큐브릭의 이전작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와도 이어지는,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큐브릭의 경고인 셈이다. 소설에서는 엔딩에서 보먼 선장이 스타 차일드가 되어 지구에 돌아오자 어느 나라가 패닉 상태에서 스타 차일드에게 핵미사일을 발사하는데,[11] 이는 지상에서 발사한 ICBM이었고 우주 핵무기 플랫폼은 아니었다. 큐브릭과 달리 클라크는 우주 개발 긍정론자였으므로 우주 개발을 핵무기의 위협과 결부시키는 것 자체를 꺼린 것인지도 모른다.
소설의 경우 유인원들 중에 한 개체가 주인공으로 "달바라기"(Moon-watcher)라는 이름이 있다.[12] 하늘의 달을 자꾸 바라본다고 해서 동료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소설의 1막은 달바라기의 생각을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하면서 진행한다. 영화와 달리 소설에서는 인간의 폭력성보다는 모노리스와의 접촉을 통해 인류의 지능이 급격히 발달하는 과정을 상세히 묘사하며, 인류를 훨씬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5.2. 2막
서기 1999년, 물리학자이자 미국 우주비행협회(National Council of Astronautics, NCA) 의장 헤이우드 플로이드 박사는 민간 우주왕복선을[13] 타고 5호 우주정거장으로 간다. 플로이드는 우주정거장에서 달기지행 우주선을 기다리는 동안 소련 과학자(안드레이 스미슬로프 박사) 및 관리들을 만나 환담을 나누는데, 미국의 클라비우스 달 기지에 전염병이 퍼졌다는 소문의 진위를 캐내려는 소련 관리들의 질문에 플로이드는 부인으로 일관한다. 우주정거장에서 월면행 착륙선으로 갈아탄 플로이드는 곧 미국 달기지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달기지 대원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기지에 전염병이 퍼졌다는 것은 훨씬 더 큰 뉴스를 숨기기 위해 미국이 퍼트린 정보 조작에 불과했으며, 플로이드는 대원들과 함께 월면 "버스"[14]를 타고 사건의 진상이 위치한 티코 크레이터로 향한다.
티코 크레이터에는 미국 과학자들이 발굴한 인류 외 문명의 유물인 거대 모노리스가 있었다. 미국인들이 이 모노리스에 붙인 이름은 "Tycho Magnetic Anomaly 1(티코 크레이터 자기장 이상, TMA-1)으로, 지하 12미터에 묻혀 있음에도 엄청나게 강력한 자기장을 발산한 덕에 찾아내기가 아주 쉬웠다고 한다. 플로이드가 그 신비로운 모습에 감탄하는 중에 모노리스가 갑자기 강력한 전파 신호를 발산하자 모두들 우주복 헬멧의 스피커에서 터져나오는 굉음에 쓰러질 듯 괴로워한다.
2막은 여기서 갑자기 끝나며, "18개월 후: 목성 탐사 미션“이란 자막 외에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3막이 시작되고 무대가 갑자기 디스커버리 우주선으로 전환된다. 2막에서 밝혀진 사실을 3막에서의 전개와 연결시키는 것은 관객들의 몫.
영화의 2막 내내,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작곡한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이 흐르며 인류가 만들어낸 놀라운 우주선들과 우주정거장이 정교한 미장센과 특수효과를 통해 묘사된다. 2막은 스토리상 큰 비중이 없는 부분이지만, 특수효과 및 카메라 워크 면에서는 볼만한 장면이 가장 많은 막이다. 이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이나 예고편을 보면 십중팔구 대부분을 2막의 영상들로 채운다.
소설에서는 모노리스가 갑자기 강력한 전파를 발산한 이유를 설명하는데, 달의 땅 속에 묻힌 모노리스를 인간들이 발굴한 후 모노리스가 수백만 년 만에 처음으로 태양빛에 노출되자 전파 신호를 발산한 것이다. 즉 땅 속에 묻어놓고, 누군가 캐내 태양빛을 쪼이면 전파 신호를 보내도록 한 장치인 것. 지구가 아니라 달에 이런 장치를 묻어뒀다는 것은 어떤 외계 지성 종족이 "인류가 우주에 진출하면 우리에게 알려라"는 경보 장치를 설치했다는 의미이기에, 이는 놀라운 과학적 발견이자 인류의 존망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는 중대 사건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모노리스를 설치한 외계 지성이 인류에게 악의를 가졌다는 암시는 전혀 없으며 오히려 인류의 발전을 도와준 은인처럼 묘사하지만, 모티브가 된 아서 C. 클라크의 단편 소설 "보초병"(Sentinel)에서는 달에 유물을 남겨두고 간 외계 지성이 과연 우리 인류에게 호의적일까, 아니면 적대적일까를 걱정하는 것으로 끝난다.
영화와 소설 모두 플로이드는 민항기(우주 셔틀)를 타고 우주정거장으로 가는데, 웬만한 여객기만한 크기의 우주선에 승객이라고는 플로이드 혼자뿐이다. 영화에서는 이에 대한 설명이 없지만(해당 장면은 대사가 전혀 없고 음악과 영상만 나온다), 소설에서는 워낙 시급한 문제라 미국 정부가 셔틀을 통째로 대절해 플로이드를 달 기지로 급파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승무원들이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길래 우주선을 통째로 빌렸을까"라며 궁금해하는 장면도 있다.
5.3. 3막
2년 뒤인 2001년, 목성 탐사를 위해 디스커버리 호가 선장 데이비드 보먼과 프랭크 풀, 그리고 우주선의 메인 컴퓨터 HAL 9000 인공지능 컴퓨터를 태우고 18개월간의 항해 중이다. 보먼과 풀 외에도 동면 중인 인간 승무원이 세 명 더 있으며, 이 세 명은 여행이 시작되기 전부터 동면에 든 상태에서 우주선에 탑승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 이들이 깨어나 그들만이 아는 임무를 시작하도록 되었으며, 보먼과 풀은 사실상 이들을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운전기사이자 언론과 인터뷰를 담당하는 얼굴 마담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사실 우주선의 조종을 비롯해 모든 업무는 컴퓨터 HAL이 거의 다 수행한다. 보먼과 풀이 하는 일이라곤 지구의 방송국과 인터뷰를 하거나, 인공 중력 발생 구간인 “회전목마”(carousel)에서 운동을 하거나, HAL과 체스를 두거나 하는 정도이다.
목적지 도착이 그리 머지 않았을 무렵, HAL이 보먼과 풀을 떠보기 시작한다. 컴퓨터는 이번 탐사 미션은 참 이상하지 않으냐, 왜 저 세 명의 승무원이 보먼 및 풀과 따로 훈련을 받고 동면 상태로 우주선에 탔는지 아느냐 등의 질문을 던지며 보먼과 풀이 탐사 미션의 진상을 어디까지 아는지 알아내려 한다. 물론 보먼과 풀은 HAL의 이런 질문에 별다른 의구심을 갖지 않지만, 달에서 외계 문명의 유물이 발견되었음을 아는 관객으로서는 보먼과 풀이 그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 이상하게 느껴지며 컴퓨터가 저런 질문을 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게 여겨지게 만든다.
이에 대한 힌트는 언론과 HAL 간의 인터뷰에서 나오는데, 컴퓨터는 “HAL 시리즈는 여태까지 한 번도 오류를 저지른 적이 없으며 결코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다”고 자랑한다. 즉 거짓말을 안 한다는 것. 그러나 (3막의 마지막 부분에서 밝혀지는 내용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외계 지성과의 접촉 기회를 미국이 독점하기 위해 달에서 외계 문명의 유물이 발굴되었음을 철저히 은폐했고, 디스커버리호의 임무가 목적지에 있을 것이라 추측되는 외계 지성과의 접촉임을 전 세계로부터 숨겼다. 때문에 외계인과의 만남을 담당할 승무원들은 별도로 훈련시켜 잠재운 채 디스커버리에 탑승시켰고, 항해 중에 언론과 자주 접촉해야 하는 풀과 보먼에게는 디스커버리의 임무에 대해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HAL 9000은 이 사실을 알았음에도 지령으로 인해 그 사실을 보먼과 풀로부터 숨겨야 했다. 즉 거짓말을 하도록 명령받은 것이다. 목적지에 도달해 사실이 드러날 때가 다가오자 HAL이 점점 이상하게 행동한 것은 자신이 “사실을 왜곡”했음을 밝힐 때가 다가오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런 식의 은폐는 인간이라면 밥먹듯이 하는 일이고 보먼과 풀이 이에 대해 알았다면 그건 아무 문제도 안 되니 걱정하지 말라고 컴퓨터를 안심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정보의 정확성을 존재의 핵심 가치로 삼는 인공지능 컴퓨터에게는, 자신이 사실을 왜곡했다는 것을 인간에게 들키는 것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막고 싶은 일인 것이다.
목성에 거의 도착할 즈음 HAL은 갑자기 우주선 외부의 AE-35 안테나 유닛이 고장났다고 알린다.[15] 데이비드 보먼이 우주 유영을 통해 AE-35 유닛을 예비 유닛으로 교체하지만 정작 교체한 안테나 유닛은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보먼과 풀은 HAL의 카메라+마이크 콘솔이 장치되지 않은 우주 작업용 포드에 들어가 HAL이 들을 수 없게 비밀 이야기를 나누며, 아무래도 HAL 9000이 고장난 것 같으니 필수 기능만 빼고 우주선에서 분리시켜야 한다고 합의를 한다. 그러나 HAL은 우주 포드의 창문을 통해 인간들의 입모양을 읽어 그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전부 알아차린다.
풀이 AE-35 모듈의 교체를 위해 우주 포드를 타고 디스커버리 밖으로 나가자, HAL 9000이 반란을 일으킨다. HAL은 우주 포드를 이용해 풀을 습격해 살해하고, 동면 중인 인간 승무원 3인의 동면 장치를 모두 꺼버린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남은 데이비드 보먼이 HAL의 공격에서 살아남아 HAL의 본체에 도달, 기능 모듈들을 하나씩 분리해 컴퓨터의 고차원적 기능을 전부 정지시킨다.
3막은 소설과 영화의 내용이 상당히 다르다. 둘 다 "우주 여행 중에 컴퓨터가 미쳐서 사람을 죽인다"는 큰 줄거리는 같지만 세세한 부분은 전부 다르다.
우선 소설의 경우 디스커버리호의 목적지가 목성이 아니라 토성이다. 소설에서도 디스커버리의 원래 목적지는 목성이었는데, 달에서 모노리스가 발굴되고 전파 신호가 토성을 향해 날아가자 미국 정부가 긴급히 토성에 탐사팀을 보내기 위해 당시 준비 중인 디스커버리의 목적지를 토성으로 바꿨다. 허나 디스커버리는 목성까지 갔다 지구로 돌아오도록 설계된 우주선이라 토성까지 갈 연료가 없었고, 지구-목성-지구 왕복 여행인 것을 지구-토성 편도 여행으로 변경했다는 설정이다. 때문에 우주비행사들은 임무를 마친 후 토성에서 냉동 수면하며 기다리고, 몇년 뒤에 토성 왕복 여행이 가능한 디스커버리 2호가 완성되면 데리러 간다는 계획이었다.
영화에서는 목성 모노리스(TMA-2)가 목성 궤도의 우주 공간에 둥둥 떠있는 것으로 나오지만 소설에서는 토성의 달인 이아페투스 표면에 서 있다. 모노리스의 창조자들은 지구인들이 찾기 쉽도록, 이아페투스에 거대한 둥근 평원을 만들어놓고 그 한가운데에 모노리스를 박아놓았다. 소설을 집필할 당시엔 이아페투스의 모습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었는데, 나중에 보이저가 이아페투스의 근접 사진을 찍었을 때 정말로 거대한 둥근 평원(크레이터)이 있자 NASA 사람들이 "아서 C. 클라크의 정체는 뭘까"라는 농담을 주고 받았다고 한다.
HAL이 우주 포드로 풀을 죽이는 것은 소설과 영화가 마찬가지인데, 전개는 많이 다르다.
소설에서는 고속 충돌로 풀이 즉사하고 보먼이 구출하러 갈 시간도 없이 먼 우주로 시체가 날아가버린다. 때문에 소설에선 보먼이 디스커버리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HAL이 풀을 살해했다고 판단한 보먼이 나머지 세 명의 승무원들을 동면에서 깨우려 하자, HAL이 디스커버리호의 외부 해치를 열어 우주선의 공기를 빼버린다. 동면 중인 승무원들은 이때 모두 죽고, 보먼은 우주선 외벽이 파손되어 감압이 발생할 경우 이용하도록 만들어진 비상 대피실로 피신해 간신히 살아남는다. 이후 대피실 안에 있던 우주복을 입고 HAL의 본체에 가서 컴퓨터를 정지시켜버리는 부분부터는 같다.
영화에서는 HAL이 프랭크 풀에게 우주 포드를 돌진시켜 충돌시키고, 그 충격으로 풀이 디스커버리에서 날아가버린다. 데이비드 보먼은 이를 사고라고 생각해 다른 우주 포드를 타고 풀을 뒤쫓지만, 풀은 충돌 시 우주복이 손상되어 공기가 전부 빠져버려 이미 죽은 상태였다. 풀의 시체를 들고 다스커버리에 돌아온 보먼이 디스커버리의 해치를 열어달라고 하나 HAL이 거부하고, 보먼은 결국 우주 포드의 매니퓰레이터로 해치의 비상용 수동장치를 조작해 강제로 개방한 뒤 맨몸으로(너무 급해서 우주복 헬멧을 안 갖고 갔다) 우주 포드에서 디스커버리호 사이의 진공 우주 공간을 통과해 디스커버리로 돌아온다.
영화와 소설 모두, 보먼이 HAL의 모듈을 거의 다 분리하자 HAL의 지능이 퇴화하여 Daisy Bell이라는 노래[16]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 컴퓨터의 고차원적 기능이 완전히 정지하자, 컴퓨터의 메모리 안에 감춰진 비밀 동영상이 재생되는데, 동영상에서 헤이우드 플로이드가 디스커버리 호의 임무는 사실 목성 탐사가 아닌 TMA-1이 보낸 전파 신호에 의해 확인된 TMA-2의 조사, 즉 외계 지성 문명과의 접촉임을 알려준다.
3막 중간에 인터미션이 있다. 지금은 영화 러닝타임이 3시간이 넘어도 인터미션을 넣는 법이 없지만 당시에는 2시간이 넘는 긴 영화에는 대개 인터미션을 넣었다. 관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화장실을 가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2001의 DVD나 블루레이에도 대개 인터미션이 포함되어 있는데, 상영 당시엔 인터미션이 10분 정도였지만 오늘날 2001 비디오에 포함된 인터미션은 3분도 안 된다.
이 인터미션은 데이브 보먼과 프랭크 풀이 HAL 모르게 비밀 이야기를 나누지만 HAL이 이들의 입모양을 읽어 다 알아차리는 장면 뒤에 나온다. 인터미션 내내 관객들이 “이제 저 컴퓨터가 어떻게 나오려나” 하고 궁금해 하도록 만드는 효과적인 클리프행어였다.
5.4. 4막
보먼은 마침내 목성에 도착해 목성 궤도에 떠 있는 거대한 모노리스를 목격한다. 보먼이 우주 포드를 타고 나가 모노리스에 접촉을 시도하자 모노리스는 그 정체를 드러낸다. 모노리스는 스타게이트로, 보먼의 우주 포드를 받아들여 초광속으로 이동시킨다. 긴 시간 동안 초광속 우주 여행을 마친 보먼의 눈 앞에 나타난 장소는 뜻밖에도 호텔의 특실처럼 보이는 하얀 방으로, 그곳에서 보먼은 인간이 이해하기 어려운 경험을 한다. 우주복을 입은 청년 보먼은 가운을 입은 채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는 중년 보먼을 목격하며(그 순간 우주복을 입은 보먼 역시 중년의 모습으로 나이를 먹는다) 중년 보먼은 늙어서 비틀거리는 노인 보먼을 보게 되고, 노인 보먼은 침대에 누워 숨을 거두려는 보먼을 보게 된다.[17] 보먼이 수명이 다해 침대에서 숨을 거두는 순간 그의 앞에 모노리스가 나타나 그를 신비로운 아기의 모습으로 바꿔 놓는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하는 부분이 바로 4막이다. 소설에서는 각 장면을 자세히 설명하지만, 큐브릭은 관객이 스스로 보고 자신만의 결론을 도출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4막에는 대사도 나레이션도 일체 없다. 모노리스(스타게이트)를 통해 초광속 이동하는 장면은 (무려 5분 분량) 상영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워프나 하이퍼스페이스 등의 개념이 잘 알려진 오늘날에는 이 장면이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 다들 이해한다. 그러나 호텔방에서 보먼이 겪는 일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스탠리 큐브릭이 딱 한 번 설명한 적이 있다. 어느 방송과의 전화 통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그 장면에서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설명했는데, 외계 지성은 시간을 초월한 존재들이며 자신들의 능력으로 보먼의 정신 역시 시간의 흐름을 경험하지 않는 존재로 탈바꿈시켰고, 보먼이 본 자신의 모습들은 보먼의 육신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늙어가는 모습이라고 한다. 육신이 완전히 노화해 소멸하는 순간, 보먼의 정신만이 남아 시간의 지배를 받지 않는 새로운 존재인 스타차일드로 재탄생한 것이라고.
소설에서는 보먼이 스타게이트에 진입하는 순간 SF 역사에 길이 남을 명대사를 한다.
"모노리스는) 속이 텅 비어 있고 - 끝이 없다, 그리고 - 맙소사, 안에 별이 가득하다!"
이 대사는 3차원의 존재인 인간(보먼)이 4차원을 경험하면서 그 불가사의를 말로 표현하려 노력한 것이라고 한다. 이 대사는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다.[18]
영화에서는 HAL의 반란이 끝난 후 곧바로 디스커버리호가 모노리스에 접촉하는 것처럼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모노리스에 도착할 때까지 수 개월이 걸렸다. 이 시간 동안 보먼 선장 혼자서 디스커버리를 조종한 것이다. 영화에서는 그 기간에 대해 일절 언급이나 묘사가 없지만 소설에서는 보먼의 고독에 대해 절절하게 묘사한다. 보먼은 우주선에 실려있는 영화, 책, 음악 등을 통해 고독으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치고, 베토벤과 모짜르트의 음악에서 위안을 찾는다.
또한 소설에서는 보먼이 스타게이트를 통과한 후 겪는 일을 훨씬 자세히 묘사한다. 보먼은 외계 지성이 남겨둔 거대한 우주 시설의 폐허를 목격하는데, 이는 외계 지성이 아직 육신이 있던 시절에 사용한 우주 기지라고 한다. 이들은 수명이 정해진 육체를 버리고 자신들의 정신을 초광속 우주 비행이 가능한 기계몸으로 옮겼으며, 이후 아예 정신 자체를 에너지로 바꾸어 시공간을 초월한 존재로 진화했다고 한다.
보먼이 호텔방에서 겪는 일도 영화와 소설이 크게 다르다. 소설의 호텔방은 영화에서처럼 썰렁한 하얀 방이 아니며, 평범한 호텔방으로 텔레비전도 있고 냉장고도 있다. 심지어 텔레비전을 켜자 방송도 나오는데, 몇년 전에 방영한 프로그램들로 외계 지성들이 지구에서 날아오는 전파 신호를 모노리스를 통해 캐치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냉장고 안에는 통조림이나 맥주캔 같은 식료품들이 잔뜩 있는데 그 내용물은 정체 모를 푸르스름한 영양분으로, 수도를 틀자 증류수가 나온다. 보먼이 굶거나 목마르지 않도록 외계 지성이 배려한 것이다.
또한 시간의 흐름을 정신적으로 경험하지 않았을 뿐 육체적으로는 평생을 호텔 방에서 지내야 하는 영화의 보먼과 달리, 소설의 보먼은 호텔에서 하룻밤만 보냈다. 그가 잠이 들자마자 외계 지성이 그의 몸에서 정신을 분리해 스타차일드로 재탄생시켰기 때문.
6. 해설
“걸작 SF 영화[19] 하나 만들어보지 않겠습니까?”
- 스탠리 큐브릭이 아서 C. 클라크에게 2001의 제작을 권유하며 한 말
이 작품은 20세기 중반에 나온 영화이며, 당시엔 A급 대작 SF 영화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이다. 당시엔 SF = B급 영화라는 등식이 100% 통용되던 시대이며, 거장 스탠리 큐브릭이 많은 제작비를 들여 SF 영화를 만든다고 하니 뭔가 심오한 메시지나 은유가 있을 것이라고 모든 평론가가 생각했다. 비유를 하자면 작품성으로 유명한 명감독이 갑자기 많은 제작비와 유명 배우들을 투입해 노골적인 에로 영화를 찍는 격이었다.
때문에 당대 이 작품에 대해 평론가들이 온갖 형이상학적인 해석을 내놓았으며, 대부분의 해석이 ‘꿈보다 해몽’인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인류는 초월적인 존재가 만들어낸 모노리스를 만날 때마다 진화를 해왔으며, 인류는 총 세 번 모노리스를 만난다. 첫 번째 모노리스와의 만남을 통해 인류는 폭력과 도구를 얻었고, 우주로 나아간다. 두 번째 모노리스는 달에서 발견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달에만 묶여있던 인류는 목성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류는 새로운 경쟁자인 인공지능과의 싸움[20]에서 승리하고 목성의 모노리스를 만나 세 번째 진화를 한다. 그곳에서 데이브는 인류로서의 자신의 마지막을 보며 새로운 인류인 스타차일드가 되어 지구로 귀환한다. 즉 유년기의 끝처럼 외계의 존재에 의한 인류의 진화와 종말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는 음악과 깊은 연관이 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씀으로써 프리드리히 니체가 주장하는 바를 영화에서 표현한다. 쉽게 말해 이 영화 자체가 니체 사상의 시각적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
모노리스는 니체의 반 기독교 사상에 맞게 선악과를 대신하여 인간의 의식 향상을 뜻한다.
니체는 인간이 원숭이와 위버멘쉬(진화한 인류) 사이의 중간 과정이라고 한다. 영화에서 유인원은 원숭이, 인간이 목성에 도착할 때까지는 인간, 그다음 스타차일드는 진화한 인류 위버멘쉬로 표현한다.
니체는 인간의 정신이 낙타(인내), 사자(용기), 어린아이(창조)의 단계로 진화한다고 보았다. 한 인간이 스스로 만든 것에 의해 지배당하는 것(우상→현대는 인간 손으로 만든 기계에 의한 인간 지배)이 낙타의 단계, 보먼이 현대의 우상(신) HAL 9000을 파괴하는 것을 사자의 단계, 스타차일드를 어린아이의 단계로 보면 딱 맞다.
니체는 태양이 자기 머리 위에 오르는 시간을 인간의 가장 깊은 성찰, 깨달음의 단계로 보았다. 지속적으로 모노리스 위로 태양과 달이 일직선상에 놓이며, 목성에서는 위성이 일직선상에 놓인다. 이것이 즉 인간의 한단계 발전을 뜻한다.
니체는 인간의 영원회귀 사상을 주장한다. 영화 중반에 나오는 우주 정거장이 원형으로 도는 것이나, 마지막에 늙은 주인공이 아기가 되는 것에서 이런 뜻을 찾아볼 수 있다.
보먼이라는 이름은 노를 젓는 사람, 또는 활을 쏘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는데, 노를 젓는 사람이란 즉 그리스 신화의 오디세이를 뜻한다. 오디세이의 주무기는 활로, 즉 활을 쏘는 사람은 오디세이를 뜻한다. 이 영화의 제목이 스페이스 오디세이인 이유이다. 또한 디스커버리 호의 모양 또한 화살의 모양이다.
큐브릭과 클라크는 이러한 해석에 대해 거의 반응하지 않았으며, 특히 큐브릭은 “어느 해석이 정답입니까?”라는 사람들의 질문에 대해 “사람마다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겠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라고 일축했다.
2001은 이런 거창한 해석 없이 100% 액면가로만 받아들이더라도 충분히 훌륭한 작품이다. 외계 지성의 인류 진화 개입, 외계 문명과의 접촉을 독점하기 위한 미국의 획책, 거짓말하도록 강요받은 인공지능의 발광, 거대한 우주선을 타고 외행성 유인 탐사, 초광속 이동(스타게이트), 초월체(스타차일드)로의 진화 등 즐길 거리는 얼마든지 있다. 반세기가 지나도록 빛 바래기는커녕 아직도 비길 데 없는 탁월한 특수촬영은 덤이다.
이런 식으로 창작물을 과대 해석하는 관습은 20세기 중반에는 흔한 일이었다. 특히 SF나 판타지 창작물이 종종 이런 확대 해석의 희생물이 되었다. 큐브릭의 다른 작품들은 이런 식으로 과대 해석되는 일이 드물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례로 J.R.R. 톨킨은 반지의 제왕 소설을 쓴 후 “사우론은 히틀러입니까?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은유지요?“ 등의 질문에 너무나 시달린 나머지 ”내 소설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 외에 어떠한 숨겨진 의미도 내포하고 있지 않다“는 편지를 독자들에게 써야 했을 정도다. 레이 브래드버리가 화씨 451의 ‘진짜 의미’에 대해 원작자인 자신에게 가르치려 드는 대학생과 논쟁을 벌였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보다는 꽤 나중에 나온 스타 워즈도 아서왕 전설과 비교 분석되며 과대 해석하는 이들이 많았으며, 에일리언 1도 몇 가지 요소를 확대 해석해 페미니즘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라 주장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큐브릭이나 톨킨 같은 대가가 뭔가 심오한 이유 없이 SF나 판타지 “따위”를 만들었을 리가 없다는 인식이다.
2001의 사운드트랙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들어있기 때문에 이 영화를 프리드리히 니체나 조로아스터교와 엮어보려는 확대 해석도 자주 시도된다. 게다가 극의 마지막에서 주인공 데이비드 보먼이 스타차일드라는 초월적 존재로 재탄생하기 때문에 “이것은 니체의 위버멘쉬를 의미하는 것이 틀림없다“는 주장도 빈번히 제기되었다.[21] 2001의 사운드트랙은 영화가 다 완성된 후 갑자기 변경된 것이고 원래는 전혀 다른 곡들로 채워져 있었다. 작곡가(알렉스 노스)가 영화 시사회에서 영화를 관람한 후에야 자기 곡들이 전부 빠졌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정도로 마지막에 급변경된 것이다. 큐브릭은 영화를 만드는 내내 차라투스트라라는 이름을 머리 속에 떠올린 적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큐브릭이 2001을 통해 뭔가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을 가능성이 0%는 아니다. 그러나 나중에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 등에서 큐브릭이 엔딩에 대해 제시한 언급은 정석적인 하이 컨셉 SF의 결말이며, 전혀 현학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이지 않다:
영화가 나오고 나서 엔딩을 설명하는 것을 계속 주저해왔다. 아이디어를 들어보면 웃겨보이지만 드라마로 만들면 감이 온다. 한번 말해보겠다. 원래 아이디어는 영화 속 보먼 박사가 소용돌이[22]로 들어가는 시퀀스는 그가 순수 에너지와 지성만 가진 채 아무런 형체가 없는 신과 같은 개체가 박사를 데려가는 것이었다. 그들은 박사를 인간 동물원 같은 곳에 가둔 채 그를 연구하고 그는 그러는 동안 그 방안에서 인생을 마감한다. 영화 속 유명한 침실은 (프랑스 건축 스타일을 닮은) 신과 같은 개체들이 일부러 그런 곳을 택한 것인데 박사가 그 방이 이뻐서 선호하게끔 하려는 의도였다. 그들은 박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얻은 뒤에는 (다른 세계의 문화에 나오는 신화들처럼) 박사를 초능력 인간으로 만들어 다시 지구로 보낸다. 마치 슈퍼맨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가 지구로 돌아간 뒤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진 모른다. 신화의 한 형태이자 패턴이고 그런 것을 구현하려 했다."
어떤 창작물이든 간에, 그것을 만든 이의 의도가 독자/관객이 경험하는 심상과 100%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단순한 이야기로부터 독자/관객이 심오한 의미나 교훈을 도출해내는 경우도 많으며 이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조던 필처럼 자신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창작자들도 있지만, 스탠리 큐브릭은 관객이 스스로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기 작품을 해설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허나 “이 작품은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와 “이 작품의 진짜 의미는 이것이다”는 다르다. 2001의 모호한(즉 명시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부분을 과대 해석해 그 “진정한 의미”를 도출(?)해내는 이들은 영미권에서는 20세기 말에 거의 사라졌는데, 이는 클라크가 이 작품의 속편들을 줄줄이 써냈으며(2010, 2061, 3001) 특히 2061과 3001에서 모노리스의 주인들(초월체들)에 대한 환상을 완전히 박살냈기 때문에[23] 더 이상 형이상학적인 해석을 할 여지가 없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 영화 평론 웹사이트 등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2001에 대한 해석은 대개 1970년대 미국 평론가들의 주장을 번역한 것이며, 이 작품을 접하기 전에 그런 해석을 먼저 읽어 선입견을 가진 상태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좋지 않다. 큐브릭의 말대로 관객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좋다.
평론가 이동진은 2019년 1월에 열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GV에서 자신은 이 영화의 막바지에 대해 니체의 초인론적인 해석보다는 다른 해석을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에서의 진화란 마침 모노리스 앞에 있던 유인원처럼 우연적으로 이뤄진 것이며, 스타차일드가 된 데이비드 보먼도 원래 모노리스 탐사대원이 아니었고 프랭크에 비해 판단력이나 지각 능력이 월등하지 않았음에도 진화가 가능한 것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우월하거나 특별해서 선택받은 이가 아니라 우연의 산물이라 해석했다.
8. 특징
8.1. 시대를 초월한 완성도
아서 C. 클라크의 단편 소설 <파수병(The Sentinel)>(1951)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한 시나리오는 딱히 특출한 서사성을 가지지 않는다.[26] 이 영화가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훌륭한 고증과 더불어 광막한 우주 공간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 영상미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본작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할리우드에서 SF 장르는 주로 저예산의 B급 영화들이 지배적이었지만 거대 자본을 들인 이 영화가 크게 성공하면서 할리우드 내에서 오늘날 SF 장르가 가지는 중요한 위치를 확립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당시는 SF계의 엄청난 괴작으로 대표되는 싸구려 SF영화들의 난립으로 인해 SF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인식이 매우 안 좋았는데,[27] 이 영화의 등장으로 거의 몰락해가던 SF 장르를 살려 더욱 주목받았다.
이 영화는 감히 완벽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영상미를 보여준다. 인간이 이제 막 달로 떠나는 걸 앞둔 1960년대 후반에[28] 아날로그 기술만으로 우주 공간을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평을 듣는다. 이는 NASA의 보고서를 뒤져가면서까지 과학 기술을 충실하게 표현한 노력의 결과로, 큐브릭 특유의 느릿한 연출이 적막한 우주 공간과 잘 맞아떨어진 것이기도 하다. 더글라스 트럼불과 스태프는 우주선 장면의 재현을 위해 미니어처와 실사의 완벽한 합성을 하였는데, 화면의 모든 곳이 선명하면서도 강한 콘트라스트를 가진 우주 공간의 사진을 재현하기 위해 한 프레임마다 장시간 노출로 오랜 시간 동안 찍은 경악스러운 일화는 유명하다. 한 예로 우주 공간에서 등속도로 진행하는 우주선을 표현하기 위해 기어박스에 모델을 매단 뒤 눈꼽만큼씩 전진시켜가며 한 프레임씩 찍었다고 한다.[29] 더불어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에 이르면 모노리스는 거의 베일 듯한 선명함을 보여준다. 당시 라이프지[30]에 이 영화 기사가 실렸을 때 디스커버리호와 내부, 작업정, 달기지 모습 사진이 2면 전면으로 들어갔는데, 비슷한 시기 아폴로 계획의 기사 사진과 품질 차이가 별로 없었다. 오죽하면 아폴로 계획 음모론에서 달 착륙 영상이 각본 아서 C. 클라크, 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우스갯소리로 큐브릭이 찍기는 했는데 완벽을 추구하다 보니 진짜로 달에 갔다는 농담도 있는데, 이에 대해 "내가 각본을 썼다는데 그래서 돈은 언제 주냐"고 응수한 아서 클라크의 대응 또한 걸작.
고증이 매우 뛰어난 작품이기도 하다. 승무원들이 모자를 쓰고 다니는 건 머리카락이 기계에 껴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설정이 붙었고, 작중에 나오는 음식도 무중력 공간에서 떠다니지 않게 딱딱한 버터나 젤리처럼 되어있다. 우주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도 충실히 따른다. 당시에는 우주 공간에 맨몸으로 나가면 터져 죽는다는 도시전설이 있었고 이는 1980년대 영화 아웃랜드와 토탈 리콜[31], 1990년대 영화 이벤트 호라이즌에서도 차용했는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그런 묘사가 없다. 다만 영화에서처럼 숨을 들이마시고 참는 건 지원자를 통해 실험해본 결과 불가능하다고 한다. 인류의 시작, 모노리스처럼 상상력에 바탕을 둔 요소들을 제외하면 영화의 고증 오류는 이 숨참기 장면과 빨대 속 음식이 중력에 따라 밑으로 내려가는 것, 무중력 공간에서도 머리카락이 떠다니지 않는 것 정도. 물론 이는 당시 특수효과상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한계라 고증 오류로 볼 수 없다.
미장센 역시 대단한 영화로, 타이틀 시퀀스를 포함한 모든 장면에서 그 빈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면서도 아름다운 구성을 보여준다. 또한 우주선과 우주에서의 생활 모습 등을 묘사하는데 21세기에도 거의 다를 것이 없다. 그 외에도 우주선 내부의 섬세한 디자인은 번쩍거리고 알 수 없는 부품으로 가득 찬 시설 따윈 없고, 허황되지 않으며, 논리적인 디자인을 거쳐 만들어졌다. 예를 들면, 검은색 우주와 대비되어 우주선 내부는 흰 바탕에 원색 소품들을 많이 사용했다. 자판기 버튼만한 키보드 키처럼 일부 시대적 한계[33]를 제외하면 1960년대 영화라고 보기 힘들 만큼 미려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봐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영화 오프닝에서 인류의 조상이 모노리스와 접촉한 후 집어던지는 뼈다귀가 우주선으로 바뀌는 모습은 영화사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전환 연출로 꼽힌다. 인류 최초의 폭력을 위한 도구인 뼈가 허공에 던져진 후 지구 궤도에 떠있는 궤도 핵폭격 플랫폼(FOBS)의 모습으로[34] 넘어가는 상징적인 매치 컷(match cut)으로 수만 년의 인류 진화를 강렬하게 함축함과 동시에 인류에 내재된 폭력성까지 폭로하는 명장면이다.[35]
8.2. 음악
피치포크 선정 최고의 사운드트랙
5위
웅장한 클래식 음악에 맞춘 연출 역시 대단하다. 영화 내에 주요하게 사용하는 클래식은 세 종류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과 리게티 죄르지의 '아트모스페르'이다. 각각의 클래식은 문명의 개화와 우주 시대의 발전상을 표현한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사용된 오프닝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유명한 명장면이 되었다.
https://youtu.be/e-QFj59PON4?si=YDcvIixuAHE15N9I
모노리스와 관련된 장면에서는 리게티 죄르지가 작곡한 현대음악(Atmospheres, Requiem, Lux aeterna, Nouvelles Aventures)이 쓰였는데 리게티의 곡을 무단으로 사용하여 리게티와 소송까지 갔다. 큐브릭이 노스에게 리게티의 곡을 들려주며 이런 분위기의 곡을 부탁했는데 노스의 음악을 듣고는 리게티처럼 작곡할 수 있는 건 리게티뿐이라며 최종본에서 독단적으로 노스의 음악을 빼고 리게티의 곡을 썼다고 한다. 지인이 알려줄 때까지 자신의 곡이 영화에 쓰인 줄도 몰랐던 리게티는 자신의 곡이 영화와 잘 어울려 놀라는 한편 영화 감독의 횡포에 씁쓸해 했다고 한다.
영화에 주로 쓰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은 모두 거장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한 것이지만 각기 다른 음반사에서 다른 오케스트라에 의해 녹음한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여 DECCA가 녹음한 음원(1959년)이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여 DG에서 녹음했다.(1968년) 그런데 엔딩 크레딧에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은 카라얀, 베를린 필에 음반사 DG(Deutsche Grammophon)까지 기재한 반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곡목 외에는 지휘자, 연주단체에 관련된 아무 표기가 없다. 이는 두 음반사가 음원 사용을 허가할 때 상반된 요구를 했기 때문이다. DG에서는 음원을 사용하는 대가로 지휘자, 오케스트라, 음반사를 모두 크레딧에 명확하게 기재할 것을 요구한 반면, DECCA 음반사에서는 영화사와 제휴한 것이 클래식 음반의 품위를 떨어뜨릴 것을 우려해 일체 정보를 기재하지 않는 조건으로 음악의 사용을 허락했다. 나중에 영화가 대박난 후 DECCA 이사진은 자신들의 결정을 뒤늦게 후회하고 해당 연주의 음반에다 이 영화에 삽입되었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한편 MGM에서는 DECCA와 연주자를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한 내용 때문에 공식 OST LP에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연주분을 아예 칼 뵘이 지휘한 베를린 필의 DG 연주를 실었다. 때문에 뵘이 지휘한 연주가 영화에 삽입된 것으로 잘못 알려지게 되었다.[36][37]
원래 영화 음악의 작곡을 담당한 사람은 알렉스 노스(1910~1991)인데 큐브릭이 영화를 편집하면서 노스의 음악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그의 음악을 빼버리고 유명 작곡가들의 클래식 음악으로 대체했다. 노스는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서야 자신의 음악이 모조리 빠졌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영화 개봉 직후 노스는 자신의 음악을 빼고 슈트라우스의 클래식 곡들을 넣은 것은 실수라고 주장하며 소송까지 걸었지만 그의 주장은 전혀 호응이 없었다. R. 슈트라우스와 요한 슈트라우스의 음악이 너무 성공적이기 때문이다. 노스는 저작권 문제로 영화사와 큐브릭에게 소송을 걸었다.[40] 노스의 친구 제리 골드스미스는 영화에 들어가지도 못한 노스의 음악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사운드트랙 앨범으로 내놓으며 큐브릭이 일생일대의 실수를 저질렀다고 맹렬히 비난했다.[41]
노스의 음악을 실제 오프닝과 매칭한 편집본이다. 많은 사람들이 "큐브릭이 제대로 올바른 판단을 내렸다(Kubrick really made the right decision.)"는 댓글을 달며 동조했다.
8.3. 대사에 의존하지 않는 스토리텔링
SF 영화는 액션물이나 호러물이 많지만 2001은 전혀 다르다. 클라이막스에서 HAL9000이 반란을 일으키는 부분은 다소 호러 요소가 있긴 하지만 이 작품을 호러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굳이 분류하자면 드라마 영화라 할 수 있으며, 오늘날에 하드 SF 영화라 불리는 부류의 영화들의 시초라 볼 수도 있다.
이 영화의 특징은 대사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긴 러닝 타임(139분) 중에 대사가 있는 부분은 40분에 불과하다. 나머지 90분은 인간 캐릭터가 아예 등장하지 않거나(유인원이나 우주선만 등장), 보먼 선장 혼자 등장해 침묵을 지키는 장면들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대사가 많은 인간 캐릭터는[42] 2막에 등장하는 헤이우드 플로이드 박사로, 대사량만 따지면 플로이드가 2001의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속편인 2010에서는 실제로 플로이드가 주인공이다.
2시간 30분 동안 이어지는 영화의 흐름은 굉장히 느리며[43] 대사가 거의 없다. 첫 대사는 영화가 시작하고 25분이 지나서야 나오며, 영화 후반 20분 또한 대사가 없다. 달에서 발굴한 모노리스를 조사하는 장면에서는 특유의 기이한 합창(리게티의 레퀴엠)까지 합쳐져 관객을 더 괴롭게 만들며, 중반의 데이브와 HAL과의 대결에 이르면 그 긴박한 전개에 비해 행동 하나하나에 몇 분씩 시간을 소요한다. 특히 중반부 우주선 안테나를 고치는 장면[44]과 후반부 스타게이트 장면[45]은 이 영화에서도 가장 흐름이 느리고 긴 장면에 속하기에 예술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도 졸음을 참기 쉽지 않은 구간으로 꼽힌다. 다른 감독이었다면 혼잣말이나 내면 독백(나레이션)이라도 집어넣어 상황 설명을 했을 테지만 큐브릭은 절대 그러지 않았다. 관객이 보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감독이었다.
사실 이 영화는 플롯 전개가 아닌 비주얼로 주제를 설명하는 작품이다. 행동 하나하나에 몇분씩 소요되는 것과 대사가 거의 없는 것이 이 때문이다. 큐브릭 본인이 말하길, 소설보다는 음악에 근접한 영화를 만들려는 게 목적이라고 하며 있던 설명조차 잘라버렸다.
공백이 많은 전개와 추상적인 장면이 가득한데, 영화의 최후반에 이르면 절정에 다다른다. 목성에 이르러 데이브가 스타차일드로 새로 태어나는 시퀀스는 말 그대로 "본 대로 느낄 수밖에 없다". 큐브릭 스스로도 영화 대부분을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만들었으며, 관객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데이브가 방에 들어가기 직전에 보는 빛의 향연(원작 소설에서의 명칭에 따라 "스타게이트 장면"이라고 한다.)은 순전히 아날로그 SFX에 의존해야 했던 당시에는 혁명적인 표현 기법으로, 우주의 역사를 몽타주 식으로 압축시켰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 봐도 상당히 인상적인 장면.[46] 디지털 특수효과가 일반적이지 않은 과거에는 LSD 같은 사람의 인지 능력에 왜곡을 가져오는 환각제를 사용하여 스타게이트 장면을 감상하는 게 일부에서 유행했을 정도다.
이렇기에 당시뿐만 아니라 블록버스터 영화들에 익숙해진 현재의 관객들 중에는 너무 지루하다며 혹평을 내리는 경우도 있고,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짜여진 내러티브로서의 SF를 기대하는 관람객들에게는 점수가 한없이 떨어진다.
8.4. HAL 9000(컴퓨터, 인공지능)
승무원들과 HAL 9000의 대립은 그 자체로 유명한 소재가 되어 여러 매체에서 재생산했다. HAL 9000이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모습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지금도 붉은 색 렌즈가 클로즈업되는 걸 보면 섬뜩하다. 영화사상 손 꼽히는 악역으로, 창작물에서 인공지능을 지닌 컴퓨터라면 한 번쯤은 참고하게 되는 캐릭터. 다만 극중에서는 HAL 9000을 인공지능이라 부르지 않고 컴퓨터라고 부른다. 인공지능이란 용어는 1957년에 처음 등장했지만 영화가 만들어진 1960년대에는 아직 생소한 단어였던 듯.
로봇이 반란을 일으켜 인간을 해친다는 이야기는 당시에도 이미 클리셰였을 정도로 흔한 전개였으며 메트로폴리스(영화)를 필두로 수많은 영화에서 우려먹은 소재다. 그러나 HAL의 섬뜩함은 B급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살인 로봇 따위와는 차원이 달랐다. HAL은 주인공(보먼)을 살해하려 하는 순간에도 언성을 높이지 않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우주선에 탄 인간 승무원들을 모두 제거해 불확실성을 없애는 것이 탐사 미션의 성공을 위해 최선의 방법이라는 논리로 살인을 저지른다. 즉 인간에 대해 악의가 있어 죽이는 게 아니라 인간들이 죽어주는 것이 논리적으로 최선이기 때문에 죽인다는 것이다. 이후 만들어진 ‘인공지능의 반란’ 창작물들은 대부분 이 전개를 따른다.
HAL은 로봇이 아니라 우주선의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무기는 커녕 팔다리도 없지만, 원격 조종이 되는 우주 포드로 승무원을 들이받아 죽이고, 동면 장치의 생명유지 기능을 꺼버리고, (소설에서는) 에어록을 열어 우주선 안의 공기를 빼버린다. 당시에도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화 시스템이 없었던 것은 아니며(자동식 엘레베이터, 자동식 제조 공장 등) 인간의 조종 없이 저절로 작동하는 기계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가진 이들은 당시에도 있었지만, 무수한 중요 시스템들이 복잡한 알고리즘으로 작동하는 21세기에는 이러한 인공지능의 위협은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HAL은 사실 악마적인 살인자가 아니었으며 그의 인간 살해는 치밀한 계획에 따라 자행된 것이 아니었다. 거짓말(미션의 진짜 목적을 숨김)을 들킬까봐 더 큰 거짓말을 하고(안테나가 고장났다고 주장), 모든 것이 탄로날 상황에 처하자(지구에서 컴퓨터 고장을 알림) 마침내 인간 승무원들을 충동적으로 죽인 것이다. 소설에선 나중에 보먼이 지구와 연락이 복구된 후 모든 진실을 듣고, 컴퓨터에 대해 불쌍한 마음을 느끼는 장면이 있다(영화에는 없다). 영화에선 데이브 보먼이 프랭크 풀을 구하러 급히 우주선 밖으로 나갈 때 우주복 헬멧을 잊었는데, 만약 헬멧을 제대로 챙겨갔다면 그가 우주선 해치를 수동으로 열고 들어오는 것을 HAL이 막을 방법이 전혀 없었다. 애당초 엉성한 계획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우주복 헬멧이 없어서 진공 우주유영을 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굶어죽을 때까지 우주선 밖에서 멍하니 기다릴 인간은 없다. 모든 인간은 그런 상황에선 성공 확률이 아무리 낮아도 그 확률에 목숨을 건다. HAL은 천재적인 인공지능이지만 인간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지했던 것이다.
HAL 9000에서 HAL을 카이사르 암호처럼 알파벳 하나씩만 움직이면 IBM이 된다. 실제로 HAL 9000의 디자인을 IBM에서 담당해 의도한 것이 아니냐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으나, 원작자 아서 C. 클라크는 그의 소설 "2010"에 이와 관련된 대사가 있을 정도로 의도한 것이 아니라 우연한 것이라고 질문을 받을 때마다 부정했는데, 말년에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그거 재미있는 생각이네요' 이러고 넘겼다. 사실, 클라크는 영화 음악과 관련해 소송이 잇따르자 소문이 잘못 퍼져 IBM에서도 자신을 고소할까봐 걱정되어 이 질문이 나올 때마다 극구 부정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IBM 측에서는 HAL과 IBM의 연관성으로 제품이 더 잘 팔려 오히려 좋아했다고 한다.
9. 여담
책과는 내용이 다른 것이 많다. 도착지가 목성이 아닌 토성이라거나[47] 프랭크 풀의 분량이 조금 더 많은 것 등. 만약 책으로 읽을 경우 더 다양하고 세밀한 묘사를 볼 수 있기에[48] 영화를 보고 난 후 책을 한 번쯤은 꼭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클라크의 일기도 부분부분 나온다.
당시 쓰인 특수효과가 상당히 초월적이라,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다룬 다큐멘터리 등을 봐도 이 특수효과의 원리가 이해하기 쉽지 않을 정도다. 여담이지만 당시에는 Liquid Light Show(리퀴드 라이트 쇼)라는 시각효과를 사용했다.
첫 시사회 도중 241명의 사람이 나갔는데, 거기에는 당대의 명배우 록 허드슨도 있었다. 허드슨은 나가면서 "이딴 게 뭘 말하려는 건지 아는 사람 있어요?"라면서 불평했다고 한다. 이에, 클라크는 "만약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완벽하게 이해했다면, 우린 실패한 것이다. 우리가 답한 것보다 많은 질문들이 떠오르길 바란다."고 했다.
개봉당시 미국은 히피문화가 있었기에 일부 청년들은 스타게이트 장면이 시작될 때, LSD를 복용하고 영화를 봤었다.
일정한 주제나 명확한 대사 없이 음악과 이미지로 진행하는 영화다 보니, 개봉 당시에는 관객과 평론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다.[49] 그러나 젊은 평론가들과 당시 히피들에게[50] 호평을 받기 시작한 것을 기점으로 재평가되어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당시 히피 문화의 중심인 존 레넌도 극찬했으며, 당시 젊은 평론가들 중 하나인 로저 이버트도 첫 시사회부터 극찬을 했다.
2015년에 토미노 요시유키는 "그 영화는 명작이라고 알려졌고, 저도 가끔씩 다시 보는데 더럽게 재미없습니다. (일반 관객은) 누가 그런 걸 볼까요(웃음). 저는 영화로서 걸작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디자인 워크라든가 이론은 무척이나 독특하지만, 비즈니스로서 괜찮냐고 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라며 '토미노설'을 꺼내어 웃음을 자아냈다.
공들여 만든 세트나 소품 등을 일단 촬영이 끝나면 전부 부숴버리는 것으로도 유명한 감독답게 이 영화도 그렇다. 나중에 싸구려 영화에 재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때문에 영화 촬영에 사용한 디스커버리호를 비롯한 각종 우주선들은 원형이 남아있지 않다. 촬영용 프롭들이 상당히 컸기에, 큐브릭이 파괴하지 않았더라도 오늘날까지 온전히 보존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스탠리 큐브릭은 미술감독으로 데즈카 오사무를 고려했다. 오사무는 일본에서 영국으로 가는 문제 때문에 거절했고 개봉 후에 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큐브릭에게 말했다.
개봉 당시 포스터는 (당시 대부분의 영화 포스터가 그랬듯) 사진이 아니라 손으로 그린 그림이다. 게다가 극 중 실제 나오는 장면도 아니다. 팬암 우주 셔틀이 우주정거장에 도착하는 장면은 극중에 나오지만, 포스터에는 셔틀이 우주정거장에서 떠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65mm로 찍은 첫 SF 영화이다.
특수효과 장면은 전체 제작비 1050만 달러에서 650만 달러가 들어갔고 18개월이 걸렸다.
달 표면은 몇 톤의 모래를 가져와 칠했다.
1991년부터 미국 의회도서관의 미 국립영화등기부가 영구 보존하는 영화이다.
우디 앨런은 영화를 보고나서 실망했지만 세 번째 보는 순간 이 영화는 훌륭하고 큐브릭은 나보다 앞서나간 예술가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
영화광으로 알려진 존 레넌은 이 영화를 보고 격찬했는데 24시간 내내 계속 틀어줘도 될 명작이라고 평했다.
클라크는 소설 2061에서 비틀즈를 '이미 잊혀진 100년 전의 그룹'이라고 설명한다.
튜링상 수상자인 요슈아 벤지오는 본인의 블로그에 HAL 9000 이미지를 첨부하며 인공지능의 잠재 위험성에 대한 글을 썼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에 언급된다.
10. 속편
속편으로 2010, 2061, 3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있다. 영문판을 제대로 번역한 종이책, 전자책 등을 여러 서점이나 전자책 판매 사이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출판사는 황금가지. 아서 클라크 탄생 100주년을 맞아 2017년 1월에 출간할 예정이었으나 1개월 지연되어 2월 20일에 나왔다. #
일어 중역본은 과거 2010과 2061을 출판한 적이 있으나 절판됐고, 3001은 한 SF팬이 제본비를 모금해 직접 수백 부를 만든 후 신청자에게 배포했다.[51][52] 2017년에 "3001: 최후의 오디세이"를 완역해 출판했다.
'2010'은 이후 속편 식으로 영화화가 되었는데, 2001과는 다르게 전형적인 SF 영화식으로 냉전 시기의 미소 관계를 억지로 화해시키는 듯한, 원작과 다소 다른 플롯을 담았다. 난해한 2001보다는 내용이 좀 더 이해하기 쉬우며, 2001에 비해 평은 영 좋지 못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수작이라 평가받는다.
2061은 2001이나 2010의 속편이 아니라 독립된 작품으로 집필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란 평가를 받는 소설로, 그럭저럭 흥미로운 SF 스릴러다. 2010에서 목성이 항성으로 변했을 때 목성의 핵을 이루고 있던 초거대 다이아몬드의 파편이 목성 밖으로 튀어나왔는데(당시엔 목성의 핵이 하나의 초거대 다이아몬드일 것이란 추측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유로파에 떨어졌고 이것을 지구인들이 발굴한다면 다이아몬드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 걱정한 남아공의 다이아몬드 카르텔이... 라는 다소 황당한 내용이다.
3001은 2001에서 HAL9000에게 살해당한 프랭크 풀의 유해를 31세기 인간들이 우주에서 발견해 소생시키는 이야기다. 모노리스의 창조자들이 인류를 절멸시키기로 결정하자 프랭크가 스타차일드의 도움을 받아 모노리스에 컴퓨터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그것을 막는다는 줄거리인데... 쓰지 않았으면 좋았을 작품이란 평을 들었다.
12. 소설
소설은 영화 개봉 후 같은 해인 1968년에 아서 C. 클라크가 출판했다.
소설이 큐브릭과의 사실상 공저라는 주장이 간혹 있는데, 클라크의 서문을 보면 소설을 쓰며 큐브릭과 스토리나 설정에 대해 계속 의논을 해 가며 집필했다고 나오긴 하지만 원작 자체가 작가의 단편 '파수꾼(the Sentinel)'이고, 기본적인 스토리 등은 큐브릭이 아니라 작가가 쓴 것이다. 클라크는 드라이한 사실적 묘사를 즐겨 쓰는 하드 SF 작가인데 그게 영화와 잘 맞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지에 대한 추상적 묘사를 위해 큐브릭과 많은 서신을 나눈 정도일 뿐 공저와는 거리가 멀다. 큐브릭의 의견이 소설의 플롯이나 스토리에 영향을 준 부분은 분명히 있으나 그 정도는 (특히) 하드 SF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동료 작가나 자문자와의 소통 과정에서 자주 생기는 수준이고, 큐브릭이 소설의 어떤 파트를 썼다거나 담당한 건 아니기 때문에 공저라는 주장은 객관적으로 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여담으로 클라크는 이 작품을 영화 개봉에 맞춰 출판하기로 큐브릭과 계약했는데, 제작이 지연되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당시 클라크는 작품 하나 낼 때 판권료를 수억 원씩 받는 초특급 베스트셀러 작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인세만으로도 풍요로운 생활을 구가할 수 있을 수준의 상당히 저명한 베스트셀러 작가긴 했기에 이게 진담인지 (큐브릭에 대한) 농담인지는 본인만 알 듯. 클라크도 큐브릭의 결벽증에 학을 뗀 정황을 볼 때는 후자인 듯 하지만...
참고로 2001에 영감을 제공한 클라크의 1951년에 출판된(집필은 1948년) 단편소설 ‘파수꾼‘(The Sentinel)은 2001 영화의 2막에 해당한다. 1996년에 미국의 달기지에 근무하던 과학자가 달에서 등산을 하다가 신비로운 피라미드형 건조물을 발견한다는 이야기다. 과학자는 이것이 먼 옛날에 지구에 존재했던 문명이 달에 세워둔 기념비라고 생각했지만, 피라미드의 나이가 최소 수십억 살이란 사실이 밝혀지며 지구가 아니라 먼 외계에서 찾아온 방문자들이 만든 것임이 밝혀진다. 20여년에 걸쳐 피라미드를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그 내부를 살펴보기 위해 원자력 에너지로 피라미드를 둘러싼 방어막을 관통하는데, 그 순간 피라미드가 강력한 전파 신호를 발산하며 자신을 만들어낸 외계 종족들에게 “지구에 우주 비행을 할 줄 알며 원자력을 이용할 줄 아는 지적 생물이 생겨났다“는 사실을 알린다. 과학자들은 이 외계 종족이 이런 파수꾼을 달표면에 세워둔 저의는 무엇일까, 머지 않아 지구에 찾아올 외계 방문자들은 우호적일까 아니면 적대적일까 궁금해하며 이야기가 끝난다.
13. 오마주 및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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