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하마스 유입 우려”… 팔레스타인 난민 유일 탈출구 차단
[중동전쟁]
‘이-팔 분쟁’ 이집트 확산될까 경계
피란 허용땐 영구이주 가능성 부담
이집트 反팔레스타인 정서도 영향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지상 공격을 예고하며 대피를 촉구한 가운데 가자지구에서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라파 검문소를 이집트가 막고 있다고 1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전했다.
이스라엘 및 가자지구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집트는 그동안 양측 간 중재자 역할을 해 오면서도 팔레스타인 문제가 국경을 넘어와선 안 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가자지구 난민들이 이집트로 들어올 경우 하마스 전투원들이 민간인들 틈에 끼어 들어오거나 무기가 유입돼 이집트 내로 분쟁이 확산될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무력 분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가자지역 주민들의 이집트 내 피란을 허용할 경우 영구 이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이집트에는 부담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개 국가’를 수립한다는 아랍권 전체의 구상에 차질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타흐리르 중동정책 연구소의 티머시 캘더스 부소장은 “정치적으로 어떤 아랍국가도 팔레스타인인들의 이주를 돕는 것처럼 보이길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전했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12일 “2개 국가 창설은 모든 아랍인의 대의이며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들의 땅에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함마드 오라비 전 이집트 외교장관도 “(가자지구 근처에 있는) 이집트 시나이 반도를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안 정착지로 만드는 논의가 시작된다면 팔레스타인 문제는 크게 뒤엉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집트 내 반(反)팔레스타인 정서도 만만치 않다. 2008년 하마스가 라파 국경에 구멍을 뚫어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쏟아져 들어온 후 팔레스타인 이주민에 대한 이집트인들의 경계심이 크게 높아졌다. 미 외교협회 스티븐 쿡은 “시시 대통령 집권 1년 차였던 2014년 가자지구 분쟁 당시 이집트인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하마스를 파괴하라고 요구했을 정도”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게다가 시시 대통령은 이집트 경제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다만 시시 대통령은 12일 “의료적이든 인도주의적이든 팔레스타인에 원조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