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늘리면 N수생 폭증 우려… 블랙홀 심화될 것”
증원 발표 앞두고 교육현장 술렁
“인재 뽑기도 지키기도 어려워져”
각 대학 이공계 학과들 초비상
“한 해 의대 정원이 1000명 늘면 그에 도전하는 수험생은 3000∼4000명 증가한다. 상위권 대학 이공계열이나 ‘치한약수(치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 안에서도 연쇄 이동이 커질 수 있다.”(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의대 정원 확대 발표가 19일로 예정되면서 교육 현장도 술렁이고 있다. 2025학년도 대학 입시를 치르는 현재 고등학교 2학년뿐 아니라 ‘N수’를 해서라도 의대에 가려는 대학생들도 확대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상위권 학생들이 대거 의대로 쏠리면 이공계 우수 인재를 빨아들이는 ‘의대 블랙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5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24학년도 전국 39개 의대의 신입생 모집 인원은 총 3016명이다. 수시 1872명, 정시 1144명이다. 의대 정원 1000명이 늘어나면 현재 정원보다 모집 인원이 약 33% 늘어나는 셈이다.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킬러(초고난도) 문항 출제 배제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부담도 줄었는데, 의대까지 증원되면 재수생이 더 몰릴 것”,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자연계열 학생들은 상당수가 반수에 도전할 것”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올 수능 N수생 비율은 1996학년도 이후 최고치인 35.3%를 기록했는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각 대학 이공계 학과는 비상이 걸렸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2022학년도 자연계열 중도탈락자(자퇴생)는 1388명이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등 4대 과학기술원에서도 지난해 268명이 학교를 관뒀다. 서울의 한 주요 대학 공대 교수는 “정부가 올해 입시부터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등 첨단 분야 정원을 817명 늘렸는데, 예상되는 의대 증원 규모가 그보다 크다. 우수 인재를 정원만큼 선발하기도, 지키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선 2028학년도 대학 입시 개편안과 맞물려 의대 열풍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 수능 선택과목이 사라지면서 기존 문과 상위권 학생들에게도 의대 진학 통로가 열렸기 때문이다. 15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학부모 1085명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녀의 희망 전공으로 85.8%가 ‘자연계열’을 꼽았고, 그중 53.5%는 ‘의학계열’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