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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권한강화 및 포용, 글로벌 사우스에서의 리더십 확보를 위한 인도의 AI 전략
인공지능(AI)은 경제, 산업, 의료, 교육,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과 성장을 이끄는 4차 산업 혁명 핵심 분야로,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고 있다. AI는 특히 팬데믹을 거치며 가속화되고 있는 디지털 대전환을 견인할 새로운 원동력이자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많은 국가들과 기업들이 AI분야 기술 개발과 이용을 촉진 중에 있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이 기술 패권에 초점을 두고 AI 전략을 수립·이행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는 자신들이 가진 기술적·환경적 한계점을 인정하고 AI를 사회적 권한역량 강화(social empowerment) 및 포용(inclusion)의 도구로 간주하며, 제3세계 또는 개발도상국을 지칭하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를 위한 AI 도구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즉, AI의 확장성(scalability)를 기반으로 하여, 인도가 보유한 여러 고질적 사회 문제와 도전과제들을 해결하는 것에 중점을 두며, 동시에 개도국을 대표하여 AI의 가능성을 선도적으로 실현시켜 이로 이룬 혁신과 경험을 개도국에 전파하는 차고(garage) 기능을 하겠다는 비전을 설정하였다.
이렇듯, 인도 정부는 국가 AI 전략 수립에 있어 내적 성장에 초점을 둔 차별화된 접근 방식을 취하였다. 2018년 6월, 인도 정부 싱크 탱크인 니티아요그(NITI Aayog)에서 인도의 국가 AI 전략 개발을 개념화 및 구체화 하였으며,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라는 슬로건 아래, △양질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기술을 갖춘 국민들을 강화시키고 권한을 부여 △경제성장과 사회적 영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연구 및 부문으로의 투자 △인도에서 만든 AI 솔루션을 개도국으로 확장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또한 AI를 통해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5개 부문, 즉 1) 의료 2) 농업 3) 교육 4) 스마트시티 및 인프라 5) 스마트 모빌리티 및 운송수단을 선정하고 이에 AI 활용을 집중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아울러 △ AI 연구 및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광범위한 전문성의 부족 △ AI 발전을 위한 지원환경을 조성하는 데이터 생태계의 부재 △ AI 채택에 대한 높은 자원 비용 및 낮은 인식 △ 개인 정보 보호 및 보안 이슈 △ AI 채택 및 적용에 대한 협력적 접근 방식의 부재를 극복해야 할 주요 도전과제로 지적하였으며, 특히 부족한 AI 연구 환경 개선을 위해, 이원화된 구조로서 기초연구를 담당하는 AI 우수센터(CORE, Centre of Research Excellence)와 응용연구를 담당하는 전환적 AI 국제센터(ICTAI, International Centers of Transformational AI) 설립을 제안하였다.
이어 2020년에는 인도 전자정보기술부(MeitY, Ministry of Electronics and Information Technology), 국가 전자 정부 사업부(e-Governance), 소프트웨어개발자협회(NASSCOM, The National Association of Software and Service Companies)가 함께 개발한 원스톱 AI 디지털 플랫폼인 인도 인공지능 포털 ‘인디아에이아이(INDIAai)’를 출범하였다. 동 포털은 AI 생태계에서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연합과 협력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며, △ 정부 정책 및 주정부의 AI 관련 이니셔티브 △ AI 관련 국내·외 최신 정보 △ 논문 및 연구 보고서 △ AI 투자정보 △ AI 트레이닝 정보 △ 스타트업 포함 AI 대표 기업 등의 AI 관련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18년 AI 전략 수립 이래, 지난 5년 동안 새로운 AI 전략의 수립 없이 기존전략에서 제시한 권고사항과 주요 정책과제를 꾸준히 이행해 오고 있으며, 중앙정부 및 주정부에서 추진해 온 대표적인 사업들은 아래와 같다.
<표 1> 인도 중앙정부 및 주정부에서 추진한 대표 AI 사업
자료: The OECD AI Policy Observatory, INDIA AI portal 기반으로 저자 재정리
빠르게 성장 중인 인도 AI 시장과 글로벌 리더십 확보 노력
글로벌 시장분석기관인 아이마크그룹(IMARC Group)이 발표한 『인도 인공지능 시장: 시장 동향, 점유율, 규모, 성장, 기회 및 2023-2028 예측』에 따르면, 인도 인공지능 시장의 규모는 2022년 6억 8,010만 달러(한화 약 8,888억 원)에 달했으며, 2028년엔 39억 3,550만 달러(한화 약 5조 1,433억 원)까지 성장해 향후 5년간(2023~2028) 연평균 33.28%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대표적인 글로벌 AI 관련 지수에서도 인도 AI 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영국 기술 정책연구소인 옥스퍼드 인사이트(Oxford Insights)가 발표한 2022년 ‘AI 준비 지수(AI Readiness Index 2022)’에서 인도는 조사대상국 181개국 중 32위를 기록, 전년 대비 19계단 상승하였다. 아시아 지역 국가들 중에서는 여덟 번째로 높으며(싱가포르 2위, 한국 6위, 일본 9위, 중국 17위), 세 가지 세부 지표(△ 거버넌스 △ 기술 △ 데이터 및 인프라) 중 국가 차원의 AI 전략적 비전을 평가하는 거버넌스가 75.5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한 영국의 데이터 분석 업체인 토터스인텔리전스(Tortoise Intelligence)가 2022년 4월 발표한 '글로벌 AI 지수’에서 인도는 62개국 중 종합 순위 17위이며, 특히 AI분야 내 숙련 기술 인력 가용 수준을 뜻하는 세부지표 ‘인재(talent)’의 경우 미국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또한 2017년부터 매년 발표되고 있는 스탠포드 대학 ‘2023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AI 기술 보급률(AI skill penetration rate) 3.2점으로 1위를 차지 했으며, 이는 2위 미국(2.2), 3위 독일(1.7) 보다도 앞선 수치이다. AI 투자 측면에서도 AI 기반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받은 투자액에서 5위를 기록했다.
아울러 호주 퀸즐랜드대학교와 글로벌 회계업체인 KPMG가 2022년 조사한 17개 AI 산업 핵심 국가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AI 신뢰도 설문 조사에서 인도는 75%의 신뢰도를 보이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인도는 AI 다자협력협의체에서도 글로벌 리더십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인도는 ‘2020년 6월 출범한 ‘글로벌 인공지능 파트너십(GPAI, Global Partnership on Artificial Intelligence)’1)의 창단 멤버(15개국) 중 하나이다. 특히 2023년에는 GPAI 의장직을 맡게 되어 29개 회원국 중 글로벌 사우스를 대변하는 국가로서 목소리를 높이며 AI 글로벌 리더십 확보에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인도는 올해 3월, UN 산하 ICT 전문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의 현지 사무소(area office) 및 혁신센터(innovation center)를 뉴델리에 개소하였는데, 이는 특히 남아시아지역 내 ICT 및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인도의 입지 강화에 대한 포부 및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AI 규제보다는 육성 및 촉진에 초점을 두며 본격적인 AI 생태계 조성
AI 발전 촉진과 동시에 책임감 있고 윤리적인 인공지능 사용이 강조되며 OECD 및 UNESCO를 중심으로 관련한 국제 규범이 논의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2023년 3월 AI 사용법 및 규제 가이드라인이 담긴 AI 백서를 발표하고 2024년에는 이를 기반으로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며, 유럽의회에서도 6월 14일 세계 첫 AI 규제 초안을 통과시켜 집행위 최종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렇듯 주요 선진국들은 AI가 가져오는 장점과 혜택은 인정하나 동시에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윤리적 사용을 강조하며 관련 규제를 실행으로 옮기고 있다. 특히 챗GPT 4.0(Chat GPT-4)을 개발한 오픈AI의 창립 멤버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Elon Musk)를 비롯한 주요 IT 산업계 천여 명의 인사들은 AI의 잠재적 위험성을 강조하며 적절한 규제와 안전망이 마련될 때까지 첨단 AI의 개발을 향후 6개월간 멈추자는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으며, 6월 12일 UN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UN 산하에 AI를 감시하는 전문기구 설립을 구상 중이라 밝혔다.
이러한 동향 속에 인도의 경우, AI를 규제보다는 촉진 및 육성하여 인도 국가 발전의 주요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굳혔는데, 이는 지난 4월 인도 전자정보기술부의 성명을 통해 알 수 있다. 인도 당국은 AI 개발이 편견, 차별, 개인정보 침해 등의 윤리적 우려와 위험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NITI Aayog에서도 ‘모두를 위한 책임감 있는 AI’를 주제로 일련의 문건들을 발표한 점을 인지하고 있으나, 이를 별도의 규제 법으로 제정하지는 않을 것이며 AI는 디지털 경제와 혁신을 추동하는 원동력이기에 이의 성장 및 발전에 도움이 되는 환경 조성에 힘쓸 것임을 재확인했다.
인도 정부 2023/24 회계연도 연방 예산안 비중에서도 인도의 AI에 대한 우선순위와 본격적인 전략 이행을 엿볼 수 있다. 인도 재무 장관은 ‘인도 안에서의 AI를 만들고, 인도를 위해 AI가 작업해야 한다(Make AI in India and ‘Make AI work for India)’는 비전을 내세우며, 강력한 AI 연구 생태계 조성 및 혁신적인 AI 솔루션 개발을 위해 세 곳의 인공지능 우수연구소(CoE)를 인도 내 최고 교육기관에 설립할 계획이라 밝혔다. 더불어 농업, 보건, 지속가능 도시에서의 확장 가능한 솔루션 개발을 위한 R&D에서의 산업계 파트너십과, AI 발전에 필수적인 데이터 생태계 구축을 위해 익명화된 데이터세트에 광범위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 데이터 거버넌스 정책(National Data Governance Policy)’의 도입 계획도 발표하였다.
인도는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 취임 아래 2015년부터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라는 전 국가 차원의 디지털 변혁을 통한 경제성장을 추진했으나, 특히 팬데믹을 거치며 드러난 부족한 디지털 인프라 및 접근성, 활용 격차 등을 인지하게 되었으며, 이는 인도 정부가 ICT 분야 및 인공지능과 같은 혁신적인 첨단 신규 기술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더욱 늘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교육, 보건 등 팬데믹 기간 중 취약한 체계와 인프라 현실을 여실 없이 보여준 분야와 더불어, 농업 부문의 지속적인 성장 유지, 도시화, 산업화로 인한 환경오염 및 교통체증 문제 등 인도가 오랫동안 겪고 있던 고질적인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AI 솔루션 개발에 초점을 두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인도의 AI 투자액은 세계 5위이지만 이는 1위인 미국의 7%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점, AI 발전에 필수적인 데이터 생태계가 부족한 점 등을 고려하였을 때, AI를 통해 경제 발전 및 국가 사회문제 해결과 이를 개도국의 본보기로 추진하려는 인도의 큰 AI 비전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양적·질적 측면에서의 더욱 적극적인 이니셔티브들이 기대되고 있다. 선진국들과 차별화된 접근법으로 AI 전략을 수립, 이행해 오고 있는 인도가 G2 구도(미국, 중국)인 AI 패권 구도 속에, 자국 내 사회적 통합 및 개도국을 위한 혁신을 추구하는 또 다른 측면의 글로벌 AI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그 행보가 기대된다.
* 각주
1) 2020년 6월, 국제 사회의 책임성 있는 인공지능의 발전과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창립된 세계 최초의 글로벌 인공지능 파트너십으로, 현재 29개의 회원국이 가입. AI가 인권, 포용성, 다양성, 혁신, 경제성장, 사회적 이익에 기반하며, UN의 지속가능한 개발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논의의 장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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