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 소설 <탁류>의 도입 부분에 등장하는 군산 '째보 선창'은 지정학적으로 강 물줄기가 옆으로 째져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는 설과, 선창을 주릅잡던 선장이 째보(언청이를 얕잡은 말)여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아무튼 군산 '째보 선창'은 예전에는 해망정 기슭까지 작은 배가 즐비하게 머무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조선말까지는 삼남의 농산물 등이 상인들에 의해 서울지방으로 보내지는 중요한 선창이었습니다.
그러나 서쪽으로 현대식 선착장이 마련되자 작은 어선이 출입하고, 흙탕이 너절한 갯가가 되고 아낙들이 술이나 떡을 팔고 사는 작은 시장이었으나 이제는 매립이 되어 그 자리에 동부어판장 건물이 들어서 옛 모습은 간데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벌곃게 녹이 슨 닻을 힘들게 매달고 있는 어선 몇 척과 어구 판매점, 어선 수선점포들이 덩그렇게 남아서 옛 명성을 돌아보게 할 뿐입니다. 비릿한 갯내음이 바다 바람에 실려오는 선창에서 카메라를 들고 어슬렁거리는데, 문득 낄낄거리며 헤벌레 웃고 있는 고은 시인의 째보선창 갑술이를 만날 것 같습니다.
고은 시인의 <만인보>에 '째보선창 갑술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여기에 옮깁니다.
그렇지
째보선창 갑술이 모르면
그 갯냄새 몰고 다니는 갑술이 모르면
군산 사람 아니지
군산 손님 아니지
언제나
째보선창에서
제 5 부두
제 3 부두
제 1 부두 지나
도선장까지 해망동까지
갯바람 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서 절뚝거리는 갑술이
금강 하류
물새 아바인가
물새더러 야 자 불러대고
사람이 길 물으면
어김없이 딴 길 일러주고
혼자 낄낄거리는 갑술이
누구한테 한대 철부덕 얻어맞고도
낄낄 웃어대는 갑술이
선창가 가게주인
간밤 술타령으로 깜박 조는데
그런 때 놓칠세라
슬쩍 궂은 손짓 하다가 들켜버려
빗자루 막대기로 실컷 얻어맞고 나서도
낄낄 웃어대는 갑술이
빡빡머리에 큰 도장밥 나서
나이 쉰살 처먹고도
그냥 열대여섯살 그대로인가
이어온 조상 없고
이어나갈 자손 없는 갑술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갑술이
경인년 홍수 나서
불 지나간 데는 자취 있어도
물 지나간 데는 자취 없는데
그런 큰물 진 뒤의 해망동 거리
단 한 사람 낄낄거리는 사람 갑술이
가재도두 다 떠내려보낸 사람들
집 무너진 사람들
가슴 쥐어뜯으며 울부짖는데
단 한 사람 낄낄 웃어대는 갑술이
오 그대 해동 공자인가
공자의 사촌
천치 백치인가
낄낄거리는 갑술이 째보선창 갑술이
첫댓글 이
글과 사진은
2010년 5월에 쓰고/담은 것입니다.
거기서
지역 이름도 모른 채
사진을 마니 담았는데
째보선창 유래가
흥미롭네요~~ㅎ
글도 사진도 흥미롭습니다
선생님의
글속에 사람냄새가...
그래서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