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소나기’
‘소나기’라는 단편 소설이 있습니다.
농촌을 배경으로 마름의 딸과 소작인 아들의 풋풋한 애정을
해학적으로 그려 낸 작품으로, 토속어와 향토적인 소재의
서정적인 김유정(金裕貞, 1908~1937)의 소설 ‘동백꽃‘과
더불어
한창 사춘기에 접어든 많은 중학생들을 문학 소년소녀로
만들어 버린 작품으로,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이 단편
소설 ’소나기‘는 황순원(黃順元, 1915~2000)이 1953년
5월‘ 신문학(新文學)’지에 발표하였고, 1956년 중앙문화사
(中央文化社)에서 간행한 단편집 ‘학(鶴)’에 재수록
되었습니다.
1960년부터 현재까지 초등학교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고 있는 한국 단편 소설의 전설 중의 전설이라 칭할
만한 수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순수한 사랑 그 자체로
대중들의 머리속에 각인되어 있으며, 수 많은 사람들과
매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편 1959년 영국의 ‘인카운터 Encounter’ 지의 단편
콩쿠르에 유의상 번역으로 입상되어 게재 되었습니다.
소설의 특성과 줄거리를 요약해 보면
사춘기 소년과 소녀의 첫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이성에
눈떠가는 사춘기 소년․소녀의 아름답고 슬픈 첫사랑의
경험을 서정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배경의 시간은 어느 시골의 가을이고
등장 인물은
농촌에서 자란 순박하면서 소극적이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시골 소년과,
윤 초시네 증손녀이며 서울에서 살다 시골로
오게된 아름답고 귀여우며 맑고 순수하지만,
적극적인 성격의 소녀입니다.
순박한 시골 소년은 개울 징검다리에 앉아 물장난을 하는
소녀를 처음 만나게 됩니다. 소년은 개울가에서 물장난을
치며 놀고 있는 소녀가 윤 초시네 증손녀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며칠이나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물장난을 치던 소녀가
하루는 징검다리 한가운데에 앉아 있게 되는데
소극적인 소년은 비켜달라는 말도 못 하고 개울둑에 앉아
소녀가 징검다리에서 일어나기만을 마냥 기다립니다.
마침 개울을 건너는 사람이 있어 소년은 지나갈 수도
있었지만, 다음날도 소년은 소녀가 비키기를 기다리고
소녀는 모르는채 계속 물장구를 칩니다.
그러다가 다음날 소녀는 물속에서 건져낸 하얀 조약돌을
건너편에 앉아 구경하던 소년을 향하여 “이 바보!” 하며
던집니다.
그리곤 소녀는 갈밭 사잇길로 달아나고 한참 뒤에는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갈꽃 저쪽으로 사라졌습니다. 소녀는 소년
에게 조약돌을 던지며 관심을 나타낸 것입니다.
소년은 물기가 걷힌 조약돌을 집어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다음날 개울가로 나와 보았으나 소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날부터 소년은 소녀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소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소년은 주머니 속의 조약돌을
주무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며칠째 보이지 않던 소녀가 어느 토요일, 소년을 개울가
에서 만났을 때 소녀가 비단 조개를 소년에게 보여 주면서
무엇이냐고 말을 건네면서, 또 산을 가리키며 가보지 않겠
느냐고 제안을 합니다.
그래서 소년과 소녀는 같이 황금빛으로 물든 가을 들판을
달려 산밑까지 가면서 허수아비를 흔들기도 하고, 원두막도
지나치고, 비탈의 칡꽃을 따다 다친 소녀의 무릎에 소년은
송진을 발라주기도 합니다.
소년은 밭에 가서 무를 뽑아 소녀에게 건네지만 맵고
지려 한 입도 못 먹고 버립니다. 산에 다다라 소년은
소녀를 위해 꽃을 한 움큼 꺾어 싱싱한 꽃만 골라 소녀
에게 건네줍니다.
소년은 코뚜레를 꿰지 않은 송아지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
소녀를 태워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놀던 소년과 소녀는 갑자기 바람이 불더니 주위가
보랏빛으로 변하고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소나기를 만나게 되고 둘은 다 기울어져 가는 원두막으로
비를 피하지만 소녀는 입술이 파랗게 질리고 어깨를 떨며
추워합니다.
소년은 소녀를 위해 자신의 겹저고리를 벗어주고 수숫단을
날라다 덧세워 줍니다.
소년과 소녀는 같이 수숫단 속에 앉아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다 비가 비를 긋고 난 뒤, 도랑으로 와 보니 물이
불어나 있어 소년은 소녀를 업어서 개울물을 건네줍니다.
그 뒤로 소년은 얼마 동안 소녀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소년은 주머니 속의 조약돌만 만지작거리며 개울가에서
소녀를 기다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는 핼쑥한 얼굴로 개울가에 나왔습니다.
소녀를 다시 만났을 때, 그동안 그날 소나기를 맞은 탓으로
앓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앓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소녀의 분홍 스웨터 앞자락에는 소년의 등에 업혔을 때
묻은 검붉은 물이 들어 있었습니다. 갈림길에서 소녀는
소년에게 아침에 땄다는 대추를 한 줌 건네주면서 곧
이사를 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소년은 그날 밤 덕쇠 할아버지의 호두밭에서 호두를 몰래
따고 소녀에게 어찌 전해줄지 생각만 하게 됩니다.
소녀네가 내일 이사한다는 전날 밤, 소년은 자리에 누워
소녀에게 전해 주지 못한 호두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마을에 갔다 돌아온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소녀가 죽은
사실을 전하는 말을 듣게 됩니다.
“윤 초시댁두 말이 아니어 그 많던 전답을 다 팔아버리구
대대로 살아오던 집마저 남의 손에 넘기더니, 또 악상까지
당하는 걸 보면 …,
글쎄 말이지 이번엔 꽤 여러날 앓는 걸 약도 변변히 못써
봤다더군, 지금 같아선 윤 초시댁두 대가 끊긴 셈이지…,
그런데 참, 이번 기집애는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어.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어? 자기가
죽거든 자기가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구….”
이 소설의 주제는 순수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이 소설은 성숙한 세계로 입문하는 통과의례의 과정으로
소녀와의 만남, 소녀의 죽음, 조약돌과 분홍 스웨터로 은유
되는 소년과 소녀의 감정의 교류 등이 서술됩니다.
소녀가 소년에게 던졌던 조약돌, 소년이 소녀에게 만들어
준 꽃묶음, 서로가 주고받은 순수한 마음은 소녀가 입은
채로 묻어 달라던 분홍 스웨터와 함께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될 겁니다.
소녀의 분홍 스웨터에 물든 소년의 흔적처럼, 짧지만 순수
했던 첫사랑의 모습은 안타까운 여운을 남기면서 영원히
소년의 기억에 남겠지요.
작품의 절정이자 전환점인 소나기를 만나는 장면으로
두 사람의 교유는 고조되지만, 소녀는 병세가 더쳐 죽게
되며 유년에서 성적 성숙의 징검다리를 건너갈 때면
누구나 겪게 되는 정서적 경험이 서정 시적 여운을 남기며
보편적인 정감의 경지로 독자를 연결합니다.
가슴에 오래도록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소나기’ 같은
첫사랑일지도 모르니까요.
한편 이 소설을 모티프로 ‘예민’의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는 예쁜 가사와 아이들의 코러스로 발표 3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불리고 있습니다.
또 ‘황순원 문학촌’이 있는데 소설 ‘소나기’를 중심으로
양평군에 ‘소나기 마을’로 만들어졌습니다. 이곳에서는
소설 속 주요 장면으로 꾸며 놓은 정원을 거닐며 작품의
의미를 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 ‘소나기 광장’에는 인공적으로 매일 소나기가 내려,
소년과 소녀처럼 원두막이나 수숫단으로 비를 피하는
체험을 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2021.07.16.(金) 김복현 카톡 房-
[인용하며 쓴 글, 210711 ’雪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