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연 안내를 문자로 받았을 때
내 눈을 의심했었다
이 피아니스트 둘이 함께 연주를 한다고?
그리고 천안까지 와서 연주를 해준다고?
음악회 가기 전부터 감동이 밀려왔다
티켓이 열리는 날과 시간까지 알람을 설정하고
두근거리는 맘으로 티켓창을 열었다
그리고 빛의 속도로 성공했다
피아노 연주회 감상의 최적자리는 중앙의 왼쪽이다
피아니스트의 현란한 손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보너스 같은 자리다
맘에 드는 자리를 선점하고 흡족한 댄스 한 마당!
반클라이번 콩쿠르는 임윤찬이 널리 알리고
(이런 콩쿠르가 있는 걸 나도 그때 알았다)
반클라이번 유튜브 채널은 임윤찬 콩쿠르 영상으로 회원수가 급증해 실버버튼을 받았다고 한다
나도 일조했을 것이다
임윤찬 뒤를 이어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두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감상할 기회가 오다니 그저 감동이다
두 사람을 어떻게 함께 섭외했을까
두 피아니스트는 연주 결이 완전히 다르다
드미트로 초니는 드뷔시의 '눈 위의 발자국' 연주로 시작했다
드미트로 본인과 잘 어울리는 곡 선택이란 느낌이 들었다
섬세하고 정적인 연주가 봄처럼 따스했다
마지막 건반을 누른 후 멈추인 손이 허공에서. 혹은 건반 바로 위에서 꽤 오랜 시간 여운을 만들어 청중의 감동을 배가시키는 감각이 있다
연주 후의 미소년 같은 수줍은 인사가 또 다른 선율이다
안나 게뉴시네는 등장부터 강렬한 아우라를 휘감고 피아노 앞에 앉는다
그리고
슈베르트의 악보를 거칠게 쏟아낸다
손가락뿐 아니라 몸 전체가 튕겨 오르는 힘으로 연주한다
쇼팽의 왈츠곡을 연주할 땐
손이 아닌 온몸으로 건반을 터치하는 느낌이다
연주가 아닌 춤이다
쏟아지는 박수에 앙코르곡을 2곡이나 연주했는데 에릭사티의 짐노페디만 아는 곡이다(이마저도 어쩜 내 기억의 오류일지 모른다)
또 한 곡은
뭔가 몽글몽글하게 피어나는 구름 같은 곡을 연주했는데 제목을 알고 싶다
절대음감이었다면 나중에 흥얼거리기만 해도 알 수 있는 세상인데....
곡명쯤 모르면 어떠리
꿈꾸듯 아름다운 선율이 둥둥 떠다니는 공간에서 행복했으면 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