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백양사에서 운문암까지
36도를 오르내리던 막바지 여름 날, 운문암을 오르기 위해 이곳에 왔다.
푸른 숲 위로 우뚝 솟은 백학봉
숲이 내어준 산길에 들어서자 커다란 소나무들이 양쪽에서 길을 감싼다.
마치 오랜 세월 오가는 사람들을 묵묵히 지켜본 나무 같다.
숲길을 걷다 보면 초록 일색인 숲속에서 노란꽃들이 불쑥 나타난다.
노랑상사화다.
지금 주로 보이는 꽃은 주황색 상사화인데, 이곳에서 처음 발견되어 백양꽃이라고 부른다.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는 특징 때문에 '상사화'라는 이름에는 늘 애틋한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산객들에게 꽃은 잠깐의 쉼표다.
그냥 지나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보면 그 짧은 순간이 산행의 한 장면으로 남는다.
오르는 길은 꾀 가파른 포장길에 바람이 없어 땀좀 흘렸지만 고도가 높아질수록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작년가을 단풍이 아름다웠던 약사암은 단풍들 때 다시 찾기로...
이 나무처럼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사자봉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하고 오른쪽에 위치한 운문암으로 올라간다.
한동안 숲길을 따라가니 산중의 고즈넉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구름의 문'이라는 뜻의 운문암이다.
산중 깊숙한 곳에 자리한 암자의 이름이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린다.
세속의 소음에서 한 발짝 떨어져 숲과 바위, 나무와 하늘이 어우러진 곳
운문암에서 남쪽 방향으로 산그리메를 내려다 보다 하산하기로 했다.
산행은 욕심을 부리면 즐거움이 피로로 바뀌기도 하니
'오늘은 여기까지.'
이제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간다.
올라올 때 보지 못했던 풍경이 내려갈 때는 또 다르게 보인다.
산행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정상보다 과정이 더 소중해진다.
얼마나 높은 곳에 올라갔는가보다 누구와 함께 걸었는지, 어떤 풍경을 만났는지, 길에서 무엇을 보았는지가 오래 남는다.
이번 산행에서 만난 것은 숲의 고요함과 운문암의 적막함, 그리고 초록 속에 피어난 꽃들의 아름다움이다.
이어서 잘 가꾸어진 정원이 있는 식당에서 자연밥상을 받고 돌아오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