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부진 베이징현대
현대자동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의 하락세가 심화하고 있다. 지난 4월 베이징현대가 야심차게 출시한 소형 SUV 엔시노(한국명 코나)의 부진이 특히 심각하다. 11월 엔시노는 겨우 94대가 팔렸다. 2억원에 달하는 벤츠 S클래스가 중국에서 월 평균 1500대 정도 팔리는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다. 11월 중순 출시한 올 뉴 싼타페(올 뉴 셩다) 역시 28대라는 믿기 어려운 기록을 남겼다. 4억원이 넘는 페라리가 11월에만 36대 팔린 것보다 적은 수치다.최고급 스포츠카보다 싼타페 판매가 저조한 셈이다. 역시 3억원이 넘는 롤스로이스도 중국에서 월 평균 60대를 판매한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가 밝힌 11월 신차 등록 결과에 따르면 전체 판매량은 254만7800대로 전년동기 대비 13.9% 감소했다. 11월 중국 신차 시장 전체가 위축됐지만 일본, 독일 브랜드 판매는 오히려 늘었다. 일본 브랜드 차량은 11월 총 43만9500대로 7% 신장했다. 독일 브랜드 차량은 46만3600대로 5% 증가했다.
기대를 모았던 베이징현대 실적은 예상 외로 참담했다. 11월 베이징현대의 판매량은 7만1185대로 전년 동월 대비 25.1%나 줄었다. 전체 자동차 브랜드 순위에서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아울러 1~11월까지 누적판매량은 67만여 대에 그친다. 연초 야심차게 발표했던 90만대 판매 목표에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다. 이미 베이징현대의 공장 가동률은 자동차 업계의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50%' 이하로 떨어졌다. 베이징현대의 연간 생산규모는 170만대에 달한다. 다양한 판촉행사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베이징현대의 하락세는 회복될 기미가 안보인다.
특히 4월 출시된 엔씨노가 최악이다. 코나는 미국에서 현대차의 판매를 이끌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각종 품질 문제가 터지고 가성비에서 현격히 밀리면서 단종 가능성마저 나오고 있다. 엔시노 판매량은 11월 94대, 11월 중순 출시된 올 뉴 싼타페 판매량은 28대를 기록했다. 베이징현대가 야심차게 내세운 신차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현대차는 중국 소형 SUV 시장이 급성장한데다 개성을 중시하는 중국 젊은 소비자의 트렌드를 맞추기 위해 상품성을 갖춘 엔씨노를 출시하며 젊은 층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엔씨노는 출시 첫 달인 4월 4385대가 팔렸다. 5월 604대로 급감했으며, 6월 145대, 7월에는 단 65대를 파는데 그쳤다. 출시 후 최소 수개월은 이어지는 신차효과 마저도 무색하게 된 것이다.
이와 반대로 현대 코나는 한국과 미국에서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외관은 비슷하지만 인기 차이는 사양에서 비롯된다. 엔시노는 4륜 구동 시스템 및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 스티어링휠 열선, 스포츠 패키지 같은 선택 사양이 모두 사라졌다. 코나는 동급 최초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를 적용해 젊은 취향을 반영하면서 운전자의 몰입감을 높였는데 이러한 사양 또한 엔시노에선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다.
중국 소비자들은 이를 두고 해외 차종과 비교해 '사양 제거'라고 칭하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과거 중국에서 폴크스바겐 제타 및 푸조의 사양 제거에 대해 중국 소비자들은 혐오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베이징현대의 이런 편의장치 제거는 '중국 소비자를 무시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엔시노의 또 다른 문제는 가격 책정이다. 무모하게 비싼 가격도 초라한 실적에 한 몫을 했다. 현재 가격은 12만9900위안(2130만원)에서 15만5900위안(2557만원)이다. 반면 엔시노와 같은 플랫폼으로 개발된 차종인 기아차 이파오(奕跑,)의 가격은 6만9800위안(1144만원)에서 7만9800위안(1309만원)이다. 기아 이파오의 파워트레인이 현대 엔시노보다 뒤지지만 판매가는 절반 가까이 저렴하다. 엔씨노를 사려는 중국 소비자들은 당연히 비싸다고 느낀다. 게다가 '엔진 오일 생성 문제'로 대대적으로 리콜된 투싼 1.6T 터보 가솔린 엔진과 동일한 엔진을 달았다. 지난달 16일 출시된 올 뉴 셩다(싼타페) 역시 베이징현대의 이런 품질 불량 이미지 및 엔진 문제로 신차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국 신차 시장에서 현대차는 위쪽으로는 독일·일본 브랜드, 아래쪽에서는 중국 토종 브랜드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해버렸다. 중국의 대형 증권사인 평안증권은 내년 자동차 시장에 대해 "일본은 성장, 독일·미국은 유지,한국은 점유율 하락"이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중국 신차 시장 전문가는 "현대차가 11월 중국 사장을 바꾸는 인사를 단행했지만 이미 중국 소비자들은 '현대차가 비싸고 고객의 불만을 외면하는 품질 불량이 많은 한국 업체'라는 부정적 시각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작선인 베이징차 역시 자사 전기차나 또다른 합작 회사인 벤츠와의 관계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며 "가성비를 맞추기위해 부품 단가를 낮추려고 해도 현대차와 동반 진출한 한국 업체의 반발로 가격 인하도 어려운 상태라 중국 현지 부품을 쓰는 토종 브랜드에 가성비가 뒤질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올해부터 중국 자동차 시장은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미국 판매 및 마케팅 전문가로 수장을 바꾼 베이징현대는 연말뿐 아니라 내년에도 시름의 골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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