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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6월 1일.
모스크바에 세계의 주요 공산주의 지도자들이 모였다. 아메리카 공산합중국의 수장 얼 브라우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령 김일성, 일본 사회주의 민주공화국의 도쿠다 규이치, 그 외 중남미의 여러 공산주의 수장들이 모두 모였다. 그리고 그들을 맞이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올해 74살, 하지만 정신연령은 아직 장년인 어느 백수인 스탈린이었다. 그는 수많은 인민들을 동원하여 열렬하게 해외의 코민테른 지도자들을 맞아들였다.
"하하하! 모두들 세계의 공산주의 혁명의 완성을 축하해주러 이렇게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이게 다 스탈린 동지가 우리를 이끌어주셔서가 아니겠습니까?"
얼 브라우더가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스탈린도 호탕하게 웃으면서 답해주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 멕시코, 베네수엘라, 호주, 멕시코, 쿠바, 포르투갈 등 세계의 공산주의 지도자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거기서 백수탈린이 무언가 묘한 미소를 짓는 것이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저들은 약간의 눈인사만 나누었을 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부터 하루종일 엄청난 환영 행사가 이어졌다. 제 2차 적백내전, 그리고 코민테른이 추축국, 연합국, 국공합작 등을 때려잡는 동영상과 공산주의 선전 영화, 퍼레이드 등이 줄을 이었다.
그중에 압권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선전부장 심영 동무의 '님' 연극 공연이었다. 클라이막스에서 심영이 "님은 바로 사회주의 낙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이라는 말에 전 인민들이 심영을 외치면서 열광하였다.
이후 각국 정상들이 줄줄이 연설을 하였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흘러 저녁이 되었다. 축제의 마지막 방점으로 스탈린의 연설이 있었다.
"친애하는 전 세계의 동무들 여러분! 우리 공산주의는 이제 외부에서의 세계 혁명을 완수하였습니다! 이제 우리의 사상이 세계를 지배하는 사상인 것은 의심할 바가 없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한동안 백수탈린은 그간 있었던 일들을 담담하게, 하지만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였다. 지금까지 죽은 사람들의 희생을 결코 헛되이 해서는 안된다는 말까지 하고. 그리고...
"그런데, 이렇게 완수된 혁명을 무너뜨리려는 종자들이 있소이다!"
"!!!!!!!!"
그 순간, 전황을 확 바뀌었다. 그와 동시에 NKVD 사단들이 PPS-43 기관단총을 들고 각 국의 정상들을 뺑 둘러 포위하였다. 스탈린은 얼 브라우더를 포함한 외국의 코민테른 지도자들을 가리키면서 우렁차게 외쳤다.
"이들은 아직도! 저 비열하고 간악한 트로츠키와 짜고 성공한 공산혁명을 뒤엎으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이들은 마땅히 세계 평화를 위협해야 할 반역자들이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일어날 전쟁을 감수하고! 이들 모두를 처단하고 나머지 나라들을 병합하기 위한 위대한 혁명전쟁을 다시 일으켜야만 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
"개소리 집어쳐! 뭐가 혁명전쟁이란 말이야!"
하지만, 스탈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누군가가 앞으로 나왔고 그 옆에 장성들이 단단하게 그를 호위해주었다. 그는 놀랍게도...
"트, 트로츠키! 네, 네놈이 어떻게 감히 이 자리에까지 왔단 말인가!"
바로 트로츠키였다. 스탈린과 백수탈린이 그렇게 죽이려고 애썼던, 그 트로츠키였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투하체프스키, 로코소프스키, 바실레프스키, 주코프, 코네프, 카사토노프, 고롤로프 등 육, 해, 공군 사령관들이 어느새 줄지어서 트로츠키를 줄세웠다. 그리고 예조프와 베리야, 흐루시초프, 칼리닌, 보즈네센스키 등 스탈린 휘하의 내각진 대부분과 김일성, 얼 브라우더, 도쿠다 규이치, 성스차이, 그리고 실종되었던 저우언라이 등이 어느새 줄줄이 백수탈린을 뺑 둘러 포위하였다. 인민들은 어느새 반전된 이런 분위기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이게 어, 어떻게 된 일인가? 친위대! NKVD! 나, 나를 지켜라!"
하지만 백수탈린을 지키려던 몇몇 NKVD 단원들은 다른 사람들의 총성에 허망하게 쓰러졌다. 그는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네, 네놈들이... 어째서 그 추악한 트로츠키와 결탁한 것이란 말인가? 언제부터? 어떻게? 그리고 왜!!!!!"
"모든 것은 연합국과의 싸움에서 이긴 뒤의 일이었습니다."
그때, 예조프가 그의 물음에 천천히 대답해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원수님이 추축국, 자본주의 반동놈들을 무자비하게 때려잡았기에 태양과도 같은 지도자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스페인 공화국은 왜 그렇게 처단하셨습니까? 그렇게도 코민테른에 들려고 애썼던 그 호세 디아즈 동지를 야멸차게 배신한 이유가 무엇이었습니까?"
투하체프스키가 냉소적인 어조로 말했다.
"답은 간단하지 않습니까? 일국사회주의라는 허울 좋은 명분 하에, 같은 공산당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잔혹하게 짓밟겠다는 것이지요! 대원수 동지. 제가 그 명령을 수행하는 내내 얼마나 괴로웠는지 아십니까? 호세 디아즈 동지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코네프가 격앙된 목소리로 백수탈린에게 손가락질하였다.
"거기에다가 최근, 베리야 동무가 우리에게 비밀리에 기밀을 알려주었지요. 국공합작 세력을 물리친 뒤에는 일국 공산주의의 성립을 위해, 조선은 물론 일본, 호주, 몽골, 신장, 포르투갈, 그리고 우리 아메리카의 국가들 전부를 이 자리에서 사살하고 전쟁을 선포하겠다고!"
"그리고 일이 끝나면 저에게 책임을 물어 숙청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대원수."
얼 브라우더와 베리야가 날카롭게 백수탈린을 쳐다보았다. 그랬다. 강철의 백수씨는 자신이 죽기 전에 자신을 제외한 독자적인 세력의 존재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각 국 정상들을 모두 모아 트로츠키와 내통했다는 죄를 덮어씌워 모두를 죽이고 남은 세력들과의 전쟁을 선포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계에서 제일 강한 군사력을 자랑하는 소련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야말로 혐성의 극치이자 막장 of 막장 계략이었다. 그리고 일이 꼬이거나 뒷처리가 힘들면 NKVD의 수장인 베리야와 예조프에게 죄를 덮어씌워 고기방패로 삼겠다는 생각은 덤이었고.
이 사실을 베리야와 예조프가 알자 기절초풍하였다. 하지만 대놓고 반대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였기에 그들도 자구책을 강구하였고, 도움의 손길을 찾았다.
마침 몇 년에 걸쳐 보급품의 부족으로 고통받고도 제 때 휴가도 받지 못했으며, 오히려 토사구팽의 소문이 분분해서 불안해하는 군부의 수뇌부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일단 한 번 대숙청에서 죽다 살아난 투하체프스키와 로코소프스키를 설득했고, 가장 많은 전공을 세웠지만 되려 그 때문에 백수탈린의 눈 밖에 난 주코프, 스페인 전선 건으로 대원수에 대한 앙심을 품은 코네프, 그리고 기타 바실레프스키나 말레츠코프, 티모셴코같은 여타 육군 장군들 또한 두 사람의 말에 설복되어 정변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거기에 예조프가 아메리카 공산합중국의 얼 브라우더한테도 조심하라는 소식을 알려주자 그가 아직 아메리카 대륙을 떠돌고 있던 노인 트로츠키와 접선, 그를 새로운 공산주의 서기장으로 삼기로 합의를 보고 대담하게 트로츠키를 몰래 숨긴 상황에서 합의장에 참석한 것이었다. 다른 각 국 정상들 또한 극비에 트로츠키와 같이 오는데 성공하였다.(그는 비행기 짐짝 한 칸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강철의 대원수! 그대는 더 이상 영광스러운 지도자가 아니다! 10년이 넘게 전시 경제 하에서 고통받는 인민들을 어디까지 괴롭히려는 것이냐!"
"공산주의 혁명의 완수는 네놈 덕분에 완성된 게 아니다! 네놈이 있었음에도 완수하였던 것이다!"
"이 공산주의의 탈을 쓴 파시스트 반동놈아! 넌 히틀러보다 더한 놈이다!"
"이 나폴레옹(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에 나오는 돼지)같은 늙은 돼지 자식! 그저 죽어야 한다!"
곧 여기저기에서 스탈린 비난, 격하의 목소리가 펼쳐졌다. 백수탈린은 어떻게든 다른 군인들과 인민들을 선동하려고 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이, 이 반동 놈들이... 감히- 컥!"
육체의 나이 74세, 거기에 오랜 기간에 걸쳐 세운 음모가 무너졌다는데 대한 공포감과 허탈감, 자신을 배신한 자들에 대한 분노와 증오 등이 뒤섞여 백수탈린은 지나치게 흥분했다. 그로 인해 원 역사처럼 뇌출혈이 오고야 말았다. 강철의 백수씨는 픽 쓰러졌다.
털썩-
"끄, 끄으으으으..."
갑작스레 일어난 이변에 군중들은 비명을 지르며 난리를 부렸다. 트로츠키를 비롯한 정변을 일으킨 고위층들도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들은 단 한가지 조처를 취했다. 그를 비밀스런 장소에 데려가되, 절대 의사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로부터 무려 사흘동안 백수탈린은 혼수상태에 신음하였다. 안타깝게도 그는 의식을 회복하기는 커녕 혼수상태에서 꿈조차 꾸지 못하고 암흑속에서 헤매다가, 사흘 뒤 사망하였다. 공식적인 사망 원인은 뇌출혈이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뇌출혈로 인한 사망이었다. 하지만 음모를 꾸미다가 역관광 당한데다 혼수상황에 있을 때 그 누구도 그를 치료하지 않았으니 사실상 모살당했다고 봐야 한다. 그렇긴 해도 그가 생전에 벌인 온갖 유혈사태에 비하면 너무나도 자비로운 죽음이었다.
이후 소비에트 연방은 트로츠키가 스탈린을 대신하여 소련의 서기장이 되었다. 그는 중국과 유럽 각지에 코민테른를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독립국을 세우는 것을 허가하였다. 곧 유럽 전역과 중국에 새로운 국가들이 세워졌다. 아프리카, 아라비아 또한 국가가 해방되었고, 백수탈린이 벌였던 온갖 음모가 파헤쳐져 그에 대한 격하 운동이 펼쳐졌다. 그래도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가 새로이 표방되며 군수 공업을 줄이고 민수공업과 농업이 대대적으로 활성화되어 스탈린 사후 소련을 비롯한 세계는 이전 시대에 비해 훨씬 더 충족된 삶을 사는 인민들의 세상이 되었다. 그 사회는 지상낙원은 결코 아니었다. 지상낙원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자유로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
그리고 백수탈린은... 백수 당시였던 2019년으로 돌아가서 한바탕 꿈이었다고 한숨쉬고 있을까? 아니면 지옥에서 온갖 고통을 받고 있을까? 아무도 알지 못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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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는 이렇게 끝내겠습니다. 백수탈린이 솔직히 게임상이니까 별 반응이 없지, 현실에서 이랬다하면 얄짤없는 전쟁광, 학살자지요. 추축국과 연합국 줘팸질한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스페인의 호세 디아즈를 친 것은 현실에서라면 욕 얻어먹어도 싼 일입니다. 당장 아메리카 공산합중국이 가만 안 있었을걸요? 그리고 중국 공산당 방관 문제, 국공합작 침공 과정에서 병사들을 보급 부족 상태에서 억지로 진공시킨 문제, 극초반 대숙청 패널티 떼기 위한 탄누 투바 침공 등 외적인 문제만으로도 한가득 문제가 있는데 내적인 문제까지 합친다면...
그리고 트로츠키도 현실에서는 저렇게까지 국체 전환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여기서는 최악의 도살마 스탈린을 보고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지 성찰했고 얼 브라우더, 미하일 투하체프스키 등이 있었기 때문에 반전을 맞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것으로 제 첫 HOI4 연대기의 끝을 고하겠습니다. 시원섭섭하네요. 잘하면 내일 새로운 연대기로 돌아올 수 있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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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과거로 가는게 가능하다면 현재로 돌아가는것도 가능할테니 2019년으로 돌아갔겠죠
백수에게는 그것만이 살 길입니다.
오옷!결국 우리 트로츠키의 파벌은 승리하였군요!오랜세월 탄압을 받았지만 마침내 승리했습니다 동지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다음 연대기도 기대하고 있을게요!
백수탈린의 과도한 욕망과 어설픈 일처리, 거기에 트로츠키 생존루트가 겹쳐진 결과입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연대기에서 또 보지요.
@박팽년과박원종 다음 연대기의 주제는?
@영알못임 그건 비밀입니다.
음 트로츠키만세?
세계 공산주의 만세!
결국 이리 되는군요.화무십일홍...권력도 어쩌면 한바탕 꿈이거늘...그것의 달콤함이 얼마나 크길래.
결국 이렇게 순수했던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것인가...
권력은 그 크기에 반비례해서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나봅니다.
@박팽년과박원종 그러게 말입니다.뭐 원래부터 싹이 노래서였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도 있겠습니다만...
주인공 내면의 본성이 권력을 잡으면서 드러난걸수도 있겠군요...
이젠 본인마저 숙청 ㄷㄷ
역관광 크리 ㄷㄷㄷ
스탈린 덍복 비비고~
그리고 2019년으로 돌아가는데~
https://youtu.be/22QIaA2RlSo
1953년 6월 1일, 스탈린은 오랜 라이벌이었던 트로츠키에 의해 쓰러졌다.
향년 74세, 세계 공산주의 혁명전쟁을 완수한지 한 달 후의 일이었다.
많은 인파가 몰린 그의 장례식에는 한 무리의 어린아이들도 뒤를 잇고 있었다. NKVD에 의해 가족이 없는 아이들을 요원으로 훈련시킨 이후였다.
스탈린! 그는 제정 말 시절부터 혁명 이후 트로츠키와의 대립에 이어서 나치 정권, 영미 연합국에 이르기까지 그의 전생에 온 몸을 다 던져 반동과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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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월 : 난 오랫동안 자네를 지켜봐온 사람일세. 자네는 자네답게 살았어. 소련의 서기장답게 말이야. 늘 싸이코였지만 용감하고 멋있게 살았어. 나름대로 자네의 역사를 가지고 자네의 시대를 치열하고 열심히 살았다는 의미야. 뭐랄까? 빅 브라더라고나 할까?
빅 브라더! 그렇다. 그것은 바로 그가 몸바쳐 살아왔던 20세기 격동기의 또다른 역사의 한 장이었다.
지금까지 어느 민간인의 원조 빅 브라더 연대기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Robert Edward O. Speedwagon 타노스같은 스탈린 ㅎㄷㄷ합니다. 아주 깔끔한 에필로그네요.
오우야, 깔끔한 마무리..
그렇게 평가해주니 감사합니다. ^^
@박팽년과박원종 다시 정주행해도 전혀 질리지 않는 깔끔함이었습니다! 다음 작도 기대할게용!
@로잔디사 네. 다음 작도 재미있게 한 번 써보겠습니다.
와아아! 트로츠키 트로츠키
트로츠키 서기장 만세!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만들어라!!!
카라에서는 얼 브라우더가 최악의 인물인데 스탈린 덕분에 개혁적인 대통령이 된 듯
그렇게 되었네요.
너무재밌게봤어요 스샷편집도쉽지않고스토리구성도힘드섯을텐데 감사합니다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연대기도 열심히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