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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선거 사회분야 토론회 토론장 전경.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Youtube 동영상 캡처
올해 임인년은 많은 일로 가득했다. 대통령 선거, 장애인 이동권과 탈시설 이슈에 대한 ‘국민의 힘’ 이준석 전 대표의 갈라치기, 우영우 신드롬으로 인한 빛과 그림자, 신림동 호우피해로 인한 발달장애인 가족 사망사건, 그리고 장애인권리협약 2·3차 병합국가보고서 관련 대한민국 정부심의와 권고,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 관련 법령 개악안, 선택의정서 비준 등....
먼저 대선 얘기부터 하겠다. 작년 말부터 대통령 후보 경선이 본격화됐고, 각 후보 측에선 5년 동안의 자신의 정부에 대한 공약을 내놓았다. 2, 3월엔 대선후보 TV 토론회도 이어지며, 후보들 생각도 들어볼 수 있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경우, ▲발달·정신장애인 국가책임제, ▲전 국민 주치의 제도도입 ▲장애인연금 단일3급까지 확대 추진 등의 공약을 내놓았다.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 경우엔, ▲여성가족부 폐지, ▲개인예산제 추진, ▲발달장애인 AI 행동치료 등이 공약이었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장애인연금 단일3급까지 확대 추진이나 생계급여 소득인정액에 기초연금 공제추진이란 공약은, 장애인 생계보장에 어느 정도 작은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겠단 측면에서, 윤석열 후보 경우엔, 장애인의 서비스 선택권을 중시하는 개인예산제 취지를 공약에 내놓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하지만, 장애인 당사자 의견이 배제된 발달·정신장애인 국가책임제, 그리고 장애에 대한 이해 없는 의료진 현실을 언급하지 않은 전 국민 주치의 제도 도입을 보며 이재명표 공약에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또한, 예산 확대 및 장애인의 욕구 등을 중시하는 제도로의 변환에 대한 구체적 계획 없는 개인예산제나 자폐성 장애의 경우 뇌의 작동방식의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인권 침해적 AI행동치료 등의 윤석열표 공약엔 우려가 많았다.
안철수, 심상정 후보도 장애인 공약을 나름대로 내놓는 등 각 후보가 대선 경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지만, 대선을 치르기 며칠 전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단일화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안철수 표의 상당수가 윤석열 측으로 흡수되었다. 3월 9일 대선 결과, 48.6%의 국민들은 윤석열 후보를 찍었고,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대통령이 된 후, 그는 여성가족부 폐지 수순을 밟고 있고, 이의 일환으로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해 관련 기능을 이관한다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발표했다. 성평등 관련 독립부처 필요성을 권고한 유엔의 국제적 상황에도 맞지 않는 것이고, 주로 저출산 문제 극복 차원의 일환이라, 성인지 정책이 부실한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장애인 포함한 여성은 애 낳는 기계로 전락 당하는 등의 우려를 낳고 있다.
임신·출산·양육 및 기초교육 지원에 한정된 여성장애인 예산마저 삭감돼, 여성장애계에선 예산증대 및 여성장애인기본법 제정에 대한 요구가 가열 찼다. 이외에도 법인세, 부동산세 인하로 인한 복지재정 세수 감소나, 국민연금 가입 기간 12년 이상으로 1년씩 길어질 경우 기초연금 감액문제 해결에 대한 언급이 없는 등 장애인 생존권은 전보다 더 위협받을까 우려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기하는 당시 ‘국민의 힘’ 이준석 대표의 페이스북 내용. ⓒ화면캡처
윤석열 정권 전·후에도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하철 역사와 승강장 사이의 단차 문제, 여전히 지역마다 운영방식 다른 특별교통수단, 저상버스 도입 대상에 고속버스 제외 등의 문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등의 장애인 단체는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지원은 물론 탈시설 지원 등도 요구했지만, 정부로부터 검토하겠단 원론적 답변만 들었고, 시민들에게도 호소했으나, 이들로부턴 ‘집구석에 처박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런데, 올해 3월 25일 당시 ‘국민의 힘’ 이준석 대표는 전장연 시위로 인해 시민들이 지하철 탑승권을 과도하게 침해당한다며, 이들이 특정단체 인질이 되지 않게 조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겉으론 그럴듯하나, 서울교통공사와 정부 등에게 요구해도 이동권 문제 미해결한 것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오로지 시민들 불편만 부각해 시민들과 장애인을 갈라치기한 셈이었다.
그의 갈라치기에 장애인 비례대표들과 관련 국회의원들, 관계자들은 사과하고, 일부 시민들은 불편해도 괜찮다는 반응을 남긴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장연은 언론을 통한 100분 토론을 제안했고, 이준석 대표는 토론은 언제든지 하겠다며 수락했다.
4월 7일, 5월 12일에 JTBC 방송에서 서로 토론했지만, 이준석 대표는 이동권, 탈시설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단 자신 입장이 옳다는 논리를 폈다. 탈시설의 경우 예산에도 우선순위가 있고, 시설에 남길 원하는 장애인이 있다며 여러 가지 복지서비스 강화 이전 탈시설은 장애인에겐 인권유린이라는 말도 아울러 했다.
하지만, 장애인들 요구는 탈시설 후 지역사회에 살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시설입소 시 '나를 시설에 살게 하시오'라고 시설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장애인은 거의 없었고 입소는 사실상 강제적이었다. 장애의 인권적 모델에 기반한 서비스 확충도 정부는 관심 없고, 한정된 예산으로 장애인의 삶을 통제해왔다. 그런 배경에서 시설 선택권 주장은 시설을 유지하려는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 9월 9일 유엔에서 탈시설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 여기에선 시설수용은 복지서비스 아닌 감금이고, 시설은 선택이 아니며, 지역사회 지원과 서비스 부족, 빈곤, 낙인을 시설 유지나 폐쇄 지연 정당화에 이용해선 안 되고 모든 형태의 시설수용 종식을 목적으로, 이젠 탈시설 논란을 그만하고 탈시설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UN이 올해 9월 9일 발표한 탈시설 가이드라인 원문 중 일부. ⓒUN CRPD Committee
하지만 아직도 탈시설에 대해 시설세력은 강제적 탈시설이라고 하며, 시설 유지를 사실상 강력히 원했고, 얼마 전엔 관련 토론회도 개최했다. 양육 부담으로 인해 시설세력의 말에 찬동하는 부모들과 시설세력들이 유엔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이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알 때 시설수용은 선택이 아닌 감금이라고 강력하게 얘기해 진정한 탈시설에 한 걸음 더 다가가지 않겠는가?
얼마 전, ‘국힘’ 이준석 전 대표는 전장연 시위에 무릎을 꿇고, 언론플레이한 사람이 책임지면 된다고 발언했지만, 전장연 박경석 대표는 그의 발언에 개의치 않겠다고 했다. 또한, 법원은 열차 지연 시 5분당 500만 원을 전장연이 서울교통공사에 내라는 판결을 냈다. 이런 걸 보면, 여전히 장애인을 시혜·동정·혐오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사회에 팽배한 게 씁쓸하기만 하다.
여름으로 접어들면서는 6월 말부터 한 드라마가 방영됐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란 드라마인데, 우영우는 자폐성 장애가 있는 변호사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자폐성 장애가 있는 변호사는 거의 없기에 판타지지만, 고인지 자폐인이 존재하는 건 현실이다. 그런데 처음 우영우에 대해 자폐증이 있다는 소개를 봤을 때 장애를 고칠 수 있는 병으로 인식했기에 차별적이라, 자폐성 장애인 자조모임에서 성명서를 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여파 때문인지, 드라마에선 우영우(박은빈 분)가 자신을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소개했다. 또한, 장애인에게도 배울 게 있으면 배우는 거라는 우영우 상사인 정명석(강기영 분) 변호사의 말에서부터 장애인은 사회에 기여할 수 있고 강점이 있는 동등한 인간이라는 메시지가 느껴져 필자에겐 고무적이었다.
그런데 우영우가 김밥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오는 장면을 보고, 얼마 전 인천 연수구 주간보호시설 직원이 먹기 싫은 김밥을 한 자폐인에게 억지로 먹이려다 학대해 자폐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소식이 보도된 게 떠올랐다. 자폐인 각자 선호하는 게 다 다른데, 장애인식이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 자폐성 장애인 모두 다 김밥을 좋아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고, 이는 자폐인 차별로 연결될 수 있기에, 이 장면은 필자에겐 좀 불편했다.
‘인천 음식학대 장애인 사망사건’ 피고인의 엄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피해자의 어머니 모습. ⓒ에이블뉴스DB
또한, 자폐인은 발음이 새기에, 배우로서 적절치 않다는 것이나, 기러기, 스위스, 별똥별 등 우영우가 자신을 소개할 때 나오는 자폐성 장애의 특성을 일부 유투버가 패러디하며 장애를 희화한 것 등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장애를 다양성으로 보지 않고, 자폐인들을 차별하는 게 상당하다는 것을 새삼스레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물론 희화화에 관련해선 여러 논란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자폐인 가운데 천재나 돌봄 요구가 심각한 장애인만을 소개하는 서사는 우영우에서도 여전히 반복됐다. 한편, 우영우라는 드라마를 통해 여러 군데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 처음엔 반갑긴 했지만, 자폐인을 돌보는 것이 힘들다는 부모들의 하소연이 주를 이루고 정작 중요한 당사자 의견은 잘 다뤄지지 않은 내용이 지상파를 탔기에 마음에 분노가 일었다.
우영우 전·후로 자폐인들의 삶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자폐인은 여전히 낮은 고용률, 월급 최대치가 최저임금인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분리 교육으로 대표되는 특수학교의 자폐아동 비율 증가는 물론, 해당 형기를 다 살았음에도 치료라는 명목으로 치료감호소에서 최장 15년을 감금당하는 자폐인 사례들도 언론을 통해 어렵지 않게 접한다.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자폐인의 삶엔 관심 없고, 있어도 반짝 관심으로 그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여전하고 천박하기까지 하다.
8월엔 우리나라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신림동 반지하에 살던 기초생활 수급자였던 40대 발달장애 여성과 그 여동생 A씨, A씨의 딸이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하지만 수마가 할퀴고 간 현장에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는 국힘 의원의 발언은 지적·자폐성 장애인과 그 가족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번 참변은 주거비를 감당할 수 있는 소득보장체계 미비, 가난과 장애를 가족에게 전가하는 것 등에서 발생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것도 맞지만, 필자가 보기에 장애인들이 이런 재난에 취약한 데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탄소중립위원회에 위원으로 활동하는 장애인 당사자가 없다는 것도 한 요인을 차지하고 있다고 본다.
이렇게 장애인이 정책·사회 참여 배제를 겪고 있는 이슈에 대해선 올해 늦여름에 열린 장애인권리위원회의 2·3차 장애인권리협약 병합보고서 대한민국 정부심의에서도 다뤄졌다. 필자의 경우 자폐인과 신경다양인이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수립 시에도 초대되지 않는 등, 정책과 사회 참여에서 배제되고 이들의 의견이 존중되지 않는다는 점을 장애인권리위원에게 알렸다.
필자를 포함해 정부심의 대응연대에선 정부심의 전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의 자유롭고 고지된 동의 없는 위치추적장치 발부, 해당 형기를 다 살고도 치료 명목으로 치료감호소에 강제수용되고 있는 지적·자폐성 장애인 현실, 성년후견제 등 대체의사결정제도의 만연과 지원의사결정제도 도입 진전이 거의 없는 상황, 최저임금 적용제외가 여전히 유지되는 현실 등을 알렸다.
정부의 성과 발표 후 장애인권리위원회 대한민국 보고서 심의보고관인 몽골 출신의 게렐 위원이 1~10조 사항을 정부에 질의하는 모습. ⓒ이원무
정부심의는 8월 24, 25일 양일간 개최됐는데, 위원들은 여러 질의를 했고, 정부는 8년간의 성과로 장애인 예산증가, 탈시설 로드맵 수립, 무인정보단말기 관련 장차법 개정,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맞춤형 종합대책 수립 등이라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장애계가 요구해서 이룬 성과였고, 서비스가 장애의 인권적 모델에 기반하지 않기에 맞춤형이라 보기 어려우며, 탈시설 로드맵도 시설 쪼개기에 불과하다. 결국, 정부는 거짓말하며, 장애인 권리에 대해 무지함을 드러냈다.
게다가 시민사회, 장애인계와 장애인 당사자와 미리 병합보고서를 공유하고 상의하는 일 없이 정부는 심의 2일 전에 2·3차 장애인권리협약 최종병합보고서를 UN CRPD 사무국에 기습적으로 제출했다. 투명하지 않은 과정에 평소에 장애인을 인간 이하로 무시했기에 나올 수 있는 상식 밖의 무례한 행위였다. 국가보고서 등의 사안은 미리 장애인단체, 장애인 당사자와 공유하고 협의하는 정도의 상식은 보일 수 없는 걸까?
정부심의 후 9월 9일 제2·3차 병합보고서에 대한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최종권고가 나왔다. ▲장애의 인권적 모델과 장애인권리협약에 부합되게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의 동의에 따른 위치추적장치 발부, ▲장애아동이 권리 주체이기 위한 보장조치 수립. ▲코로나와 같은 재난 상황에 긴급탈시설과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기 위한 적절한 지원대책 채택 등등...
그런데 이전 권고 미이행으로 인해, 재차 권고가 난 것도 있었다. ▲수용규모, 바닥면적, 건축시기에 관계없이 건물 접근성 보장, ▲지원의사결정제도 도입. ▲장애의 의료적 모델이 여전히 만연함에 우려를 표하며, 장애 인권적 모델에 기반해 장애인에 대한 법적·환경적 장벽 파악 및 자립생활 및 완전한 통합 증진을 위해 필요한 지원 제공을 목적으로 한 장애판정제도 재설정 등
재차 권고가 난 것들을 통해, 아직도 장애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고, 장애인이 차별받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음에 조금은 답답하면서도 무력감이 생겼다. 체계적이고 독립적인 모니터링 체계의 부재가 이런 결과를 낳게 된 요인이라 본다. 정부의 협약 이행과 관련된 체계적이고 독립적 모니터링 체계 수립과 활발한 모니터링이 향후 과제임을 인식하며 이전보다 좀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2년 7월 11일 오전 11시 30분경, 서울 중구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열린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의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 모습, 한 시각장애인이 키오스크를 클릭해 주문하려했지만 실패하고 있다. ⓒ에이블뉴스DB
비대면 일상화로 키오스크로 음식 등을 주문하는 게 이제는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휠체어 이용인은 화면 높이가 맞지 않고, 시각장애인에겐 점자, 음성안내 미제공으로 스스로 주문 시 어려움 겪는 사례가 생겨났다. 이에 키오스크 등은 장애인 접근성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의 장차법 개정안을 최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이 안은 작년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미 민간 등 일상생활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키오스크에 관련해, 단계별로 접근성을 적용하고, 민간은 2026년까지 의무적용 완료라는 장차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다. 입법 예고된 내용엔 바닥면적 50㎡ 미만인 소규모 시설의 경우 모바일 앱과 키오스크 연계 등 보조적 수단, 상시 지원인력이 있을 시 법률상 정당한 편의 제공으로 간주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소규모 시설의 경우 음성안내 등의 합리적 조정 미제공으로 인해 스스로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없다 할지라도 옆에 상시 지원인력이 있으면 정당한 편의 제공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니, 현 상황에서 위치를 찾기 어렵고, 화면 내용 파악도 어려운 시각장애인의 경우엔 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에 차별로 작용할 우려를 낳고 있다.
뿐만아니라, 접근성이 적용된 키오스크는 미적용된 것보다 가격이 비싸기에, 소규모 시설의 경우 비용부담에 허덕일 여지가 크다. 이런 문제는 국가에서 키오스크 구입비용의 일부를 보조금으로 지원하도록 보조금법 시행령을 개정하면 될 일이지만, 이를 언급하지 않은 걸 보면, 국가는 모든 시설에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적용에 관해 장애인 권리로 보기보단 비용이라고 보며,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함께 1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2023년 장애인예산 방향과 전망 정책 토론회’를 개최한 모습. ⓒ한국장총 유튜브 캡처
이외에도, 윤석열 정부의 첫 장애인예산에 대해 장애계는 기존 정책 유지와 자연증가분 수준인 ‘수박 겉햝기’ 수준이란 평가를 했다. 윤석열 정부 이전에도 이런 경향은 계속됐고, 장애인 욕구보단 예산과 장애등급으로 장애인의 삶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느껴진다.
물론 장애인권리협약 비준 후 14년 만에 선택의정서 비준 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실질적인 장애인 인권증진의 실마리가 마련됐다는 점은 고무적이고, 장애인계로선 역사에 남을 일이다. 패소자 부담원칙 개선 등을 통해 선택의정서 개인진정제도 활성화를 도모하고, 진정하는 장애인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하는 등의 과제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지난 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을 축하하며 케이크를 커팅한 모습(좌측), 8일 국회 본회의에서 ‘UN CRPD 선택의정서 가입동의안’이 통과되자, 한국장애인연맹이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현수막을 내걸고 자축하는 모습(우측)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연맹
하지만 개인적으로 임인년을 종합해보면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따라 장애인의 욕구와 필요를 무시하고, 예산과 장애등급에 따라 장애인의 삶이 통제받은 건 여전하다고 본다. 지금부터라도 장애인의 욕구와 필요, 선호, 의지에 기반하고 장애인권리협약에서 중시하는 장애의 인권적 모델에 따라 장애인 관련 법과 제도를 바꾸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척박한 장애인 삶의 현실은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여전히 계속 이어질 거다.
장애인권리협약이 이상적이라 현실과 거리가 먼 것 아니냐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전 세계 장애인의 권리가 침해받는 현실에서 16년 전 협약을 제정했다. 또한, 이번 탈시설 가이드라인도 전 세계에 시설화가 만연한 현실에서 이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한 끝에 만들어졌다. 그러니 우리 장애인들, 장애인계는 물론 정부와 지자체가 협약 공부·적용을 훈련 수준으로까지 해야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필자도 게으름에서 벗어나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그나저나 올해 처음으로 월드컵을 겨울에 개최했다. 개인적으로 제2의 도하의 기적인 알 라얀의 기적을 현장에서 목격해 영광이었고,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를 대표팀이 태극기에 적은 장면을 본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랍문화·음식 경험도 나름대로 의미 있었다.
장애의 의료적 모델이 사회 전반에 팽배해 솔직히 인간다운 삶의 희망이 꺾일 만도 하지만, 인권적 모델을 정착하기 위한 노력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하다 보면 장애인 관련 제도 등을 통해 인간다운 삶을 살게 될 날이 분명히 오겠지. 필자부터 반성하며, 그런 꿈을 꿔야겠다.
이제 임인년의 모든 칼럼을 마치겠다.
척박한 장애인 인권 현실이지만, 그래도 장애의 인권적 모델이 사회에 하루빨리 정착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년 1월에 다시 뵙겠습니다.
포르투갈전 이후 ‘알 라얀의 기적’을 이루며 크게 기뻐하는 선수들과 관중들 모습(좌측), 한 외국팬과 함께(우측). ⓒ이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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