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차림에 운동화면 족하다. 쪽빛 일렁이는 해변, 알록달록 꽃길을 맘 맞는 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걷다보면 어느새 몸 안으로 봄이 스며든다.
그것이 바로 수려한 풍광과 천혜의 자연이 빚어낸 천상의 화원 ‘남해’가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알록달록 꽃길 넘실대는 ‘남해’
쪽빛 바다에 우뚝 선 남해대교를 건넌다.
하늘거리는 분홍 꽃이 눈을 사로잡는다. 아찔하다. 하동군과 남해군을 잇는 현수교는 상춘객을 천상의 벚꽃 터널로 안내한다. 봄에만 볼 수 있는 환상적인 풍광이다. 달력을 애타게 바라보며 봄의 절정을 기다린 보람이 있다.
벚꽃은 남해대교부터 감지된다.
산에 펼쳐진 분홍빛은 무뎌진 아저씨의 마음까지 흔들어놓는다. 다리를 건너면 터널을 이룬 벚꽃이 인사를 건넨다. 국도19호선을 따라 남해읍으로 향하다가 노량삼거리에서 왼쪽으로 틀어야 한다. 남해의 진면목이 펼쳐지는 왕지벚꽃길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만나는 곳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얼이 서린 충렬사다. 이곳부터 약 4km 구간에 왕벚나무 1000여 그루가 있다. 그림 같은 벚꽃 터널에서 아스라이 떨어지는 꽃비를 맞으면 부러울 것이 없다. 벚꽃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푸른 바다는 세상 근심을 모두 녹여준다. 이러니 남해로 꽃놀이하러 올 수밖에.
충렬사에서 바다를 끼고 달리다 보면 왕지마을이라고 쓰인 입석이 나타난다.
여기에서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길과 산에 오르는 길이 갈라진다.
울창한 벚꽃 터널을 만끽하고 싶다면 오른쪽 산길로 올라가고, 남해대교와 벚꽃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해안도로를 따라간다.
벚꽃은 지방도1024호선을 따라가는 산 방향이 더 촘촘하게 피었지만, 바다와 어우러진 벚꽃을 보며 유유자적하고 싶다면 해안을 따라 달리는 것도 좋다.
보물섬 남해를 ‘꽃 섬’으로 만들어주는 또 다른 주인공은 형형색색의 튤립과 샛노란 유채다.
남해읍에 있는 장평소류지는 지역 주민의 인기 산책 장소. 초록으로 우거졌다가 봄이면 알록달록 꽃 세상이 된다. 팝콘 같은 벚꽃이 장평소류지를 환하게 밝힐 즈음이면, 유채가 노란 얼굴을 드러내고 튤립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물오리들이 무리 지어 헤엄치는 모습이 더없이 평화롭다. 벚꽃과 유채, 튤립의 협연이 봄의 화려함을 마음껏 보여준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 그 누구라도 좋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가자. 빛나는 봄은 같이 즐겨야 더 기억에 남는 법이다.
남해의 봄을 눈에 담았다면, 이번에는 혀로 느낄 차례다.
오동통한 남해의 명물, 멸치가 기다린다. 남해는 ‘죽방멸치’로 유명하다.
죽방멸치는 일반 멸치처럼 그물로 잡지 않고 멸치가 죽방렴 안에 들어가게 해서 잡는다. 죽방렴은 좁은 바다 물목에 세워 물고기를 잡는 대나무 그물이다.
죽방멸치는 빠르고 거센 물살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운동량이 많아 육질이 탄탄하고 쫄깃하며, 기름기가 적어 고급 멸치의 대명사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