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21 < 함평 엑스포공원 – 함평 자연생태공원 – 돌머리 해수욕장>
우리지역 왕인문화축제가 시작되었다. 1997년 시작하여 올해로 27회째이다. 축제의 역사와 함께 축제장 인근에 살아왔으니 벚꽃이 피면 마치 집안행사처럼 맞이하고 보내왔건만 단 한 번도 축제 속에 들어가 젖어보거나 둘러보지는 못했다. 조용한 시골동네에 오랜만에 활기가도니 덩달아 신이 날 법도 하지만 집에만 있던 사람들이 죄다 거리로 나와 인산인해로 북적대는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다녀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축제장의 분위기는 어디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특히 축제장마다 빠질 수 없는 것이 품바공연이다. 다양한 품바 공연들은 무심히 지나는 관광객의 시선을 끌어 모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어쩐지 품바축제는 올드 하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선뜻 가까이서 즐기기가 부끄럽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느 지역 축제가 열리는 곳을 우연히 지나치다가 품바공연장을 관람하게 되었다. 그때 나는 품바축제에서 젊은 층은 물론 어른들을 위한 음악축제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런 훌륭한 가수들이 품바 속에 숨어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가하면 세월은 금방이어서 어쩌면 나도 언젠가는 저 관람석에 앉아 젊은 사람들 눈치 보지 않으며 어떠한 신경도 쓰지 않고 흥겹게 춤을 추며 즐기고 있을지도 모를 나를 그려보기도 하였다. 다만 오늘은 제22대 국회의원선거유세가 막바지이다 보니 축제장은 더욱 더 시끄러울 것 같아 조용한 곳을 찾아 떠나기로 한다. 주일, 부활절예배를 참여하고 남은 반나절이라 멀리 떠나기가 민망하여 가까운 함평을 택하였다. 해마다 함평에서 열리는 나비축제가 유명하지만 복잡한 축제기간을 피하여 먼저 엑스포공원부터 들러보기로 하였다. 현직에 있을 때에는 아이들의 체험학습이라 하여 나비축제장인 함평 엑스포공원을 택하여 떠나곤 하였지만 단 한 번 동행해보지 않았을 뿐더러 그 곳에 가면 특별하게 넓고 볼만하다는 소문만 파다하게 들어왔었다. 가까운 거리라 주일예배를 끝내고 차분히 출발하였다. 네비게이션에 의지하여 도착해보니 후문으로 안내하여 편안하게 주차할 수 있었다. 도착한 엑스포공원에서 함평천을 끼고 있는 함평천 생태습지와 숲으로 이루어진 화양근린공원까지 6km의 도보길로 연결된 함평천지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아마도 평소에도 이곳은 밤이 되면 공원 곳곳에 야간경관 조명이 색색이 켜져 낮과는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야경 명소라 할 수도 있을 것도 같았다 .특별히 축제 기간을 피하여 함평투어를 계획한 것은 이렇게 차분한 나만의 이유가 분명하다.사실 함평은 영광이나 고창을 방문하기 위한 경유지로 심심찮게 들러보지만 딱히 가볼만 한 곳은 없었다. 그런데 특별한 관광자원이나 특산품이 없는 척박한 이곳에 나비를 컨셉으로 함평을 대거에 지역홍보수단으로 기획한 이곳이 둘러보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소란스럽지 않게 어디든 주저앉아 쉬어가는 여유와 정성들인 자연과 조형물들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즐기기에 좋았다. 사실 축제기간이 아니라서 어디나 나비를 날리고 이런저런 체험이 아닐지라도 잘 가꾸어 놓은 공원을 조용히 걷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한 힐링이었다. 봄이면 전국에 수많은 축제들이 열린다. 축제 속은 언제나 어디에나 방방 떠 있고 사람이 물결처럼 술렁인다. 정녕 그 지역의 색다른 자연과 문화는 말 그대로 축제분위기에 묻히기 일쑤이다. 그나마 아이들과 동행한 어른들에게는 이모저모 체험할 수 있는 기회라도 주어지니 여행의 성과일 수도 있겠다. 지금 이곳은 곧 다가올 나비축제를 위하여 단계별로 꽃단지를 조성하고 시설이나 건물의 부분 부분도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러한 노력과 정성 다음에는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 것이다. 지자체에서는 보기 드물게 약 30만평이라는 넓은 공원에 훌륭한 아이디어로 거듭나고 있으니 올 축제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함평 자연생태공원으로 향했다. 약 10km쯤 달려갔을까. 자연생태공원 입구에 들어서니 양서파충류생태공원 건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혼자서 화들짝 놀라면서 그곳에서 망설임 없이 자동차를 뉴턴하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뱀류·도마뱀류·악어류·거북류·옛 도마뱀류 등 가장 소름끼치는 파충류 모양의 건물조차 겁이 나고 무서워 허락되지 않아 되돌아오고 말았다. 막상 돌아와 생각해보니 그 곳만 들러보지 않으면 그뿐이었던 것을 어느 날 반나절 쯤 한가로운 기회가 생긴다면 자연생태공원은 다시 찾을 것 같다. 혼자서도 이런저런 생각과 눈요기로 즐기다보면 때로는 지칠 때가 있다. 오늘이 그렇다. 돌아오는 길에 해는 아직 중천인데 귀가하기에는 아직 아쉬워 돌머리 해수욕장을 경유하여 바닷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태어나서 핑크뮬리를 처음 보았던 곳. 갈 때마다 화려해지고 아름다워지는 해수욕장이다. 봄 햇살은 고우나 바닷바람은 역시 소란스럽다. 마치 이웃동네 둘러보듯 돌머리 한 바퀴 휘 둘러보고 돌아왔다. 떠나서는 살 수도 없으며 가장 편안한 곳이 내가 사는 둥지이지만 나와 보면 자유함을 만끽할 수 있는 이것이 무엇일까? 나의 일상을 동여매는 사람도 없으며 내 생각을 붙잡는 이도 없건만 잠시 둥지 떠나오면 이 홀가분함은 무엇일까? 삶이 급한 것은 아마도 인생보다 빠른 세월을 쫓으려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화사하지만 늘어지기 쉬운 봄날 세월 잡으러 함평까지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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