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밥 말리(One Love)
1. 예술은 사회정의와 평화에 얼마큼 기여할 수 있을까? 예술은 정치와 어떤 연관이 있는가? ‘순수예술’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예술의 핵심은 미를 찾는 작업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의도적으로 정치와 사회와의 관련을 차단하려 한다. 그것이 예술을 보호하는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 예술을 통해 정치와 사회에 대해 발언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예술이라는 것도 인간의 삶에 영향을 주는 작업이라면 현실의 고통을 외면하고 예술 자체에만 집착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얼마 전 노벨 문학상에 노래를 통해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메시지를 던진 ‘밥 딜런’이 선정된 것은 특별하면서도 의미있는 결정이었다.
2. 이번에 개봉된 <밥 말리 : 원 러브> 또한 노래를 통해 평화를 추구했던 한 가수의 삶이 담겨져 있다. 36세의 짧은 생을 살았던 레게 음악의 대명사 ‘밥 말리’가 생애 마지막 헌신했던 조국 자메이카의 정치적 평화를 위한 노력이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의 음악적 작업이 특별한 것은 무엇이든 인간의 평화와 생명을 위한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확신한 점이며, 그것을 외면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바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것이다.
3. 1970년대 중반 자메이카는 정치적 혼란과 갈등으로 끊임없이 테러와 살인이 반복되고 있었다. 정치적 대립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을 불안하게 만드는 갱단의 대결 또한 자메이카의 평화와 행복을 파괴하고 있었다. 이러한 현실에 변화를 주고 싶었던 밥은 ‘평화 콘서트’ 개최를 추진하지만 연습 과정에서 테러를 당해 죽음의 위협에 빠진다. 콘서트는 강행되었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와 변화하지 않는 정치 환경에 불안을 느낀 밥은 결국 영국으로 피신하고 그 곳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앨범 <엑소더스>를 발매한다. <엑소더스>는 전 세계에 걸쳐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밥 말리는 유럽 순회 공연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노래를 통해 전파한다. 그것은 인종 간의 차별없는 세상이며, 전쟁과 테러가 없는 평화의 세계였다.
4. 평화와 정의를 향한 밥의 예술적 분투는 결국 자메이카의 정치 세력과 갱단들에게도 영향을 주었고 그에게 조국에서의 공연을 요청하게 만든다. 1978년 자메이카에서는 밥 말리의 콘서트 <One Love>가 열린다. 반복되는 폭력과 갈등을 극복하고 하나의 국가로 새롭게 변신하자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다. 이 공연에서는 대립되는 정치세력의 두 지도자가 무대에서 같이 손을 잡는 퍼포먼스도 열렸으며 자메이카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어쩌면 예술이 정치와 사회 변화에 강력한 영향을 주었던 많지 않은 사례 중 하나였다.
5. 평화를 향한 밥 말리의 믿음은 아프리카 공연으로 이어졌고 밥 말리 또한 밥 딜런 못지않게 노래를 통한 평화의 전도사로 전 세계에 주목을 받게 된다. 하지만 무리한 공연 중에 발생한 암은 결국 1981년 36세의 밥을 요절하게 만든다. 짧지만 강렬했고, 위험했지만 두려워하지 않았던 예술을 통한 사회정의 실현의 여정은 그렇게 끝이 났다. 단지 ‘레게 음악’의 대표자로 알았던 밥 말리의 정치적, 사회적 위대한 실천은 알게 해준 영화였다. 다만 영화적 메시지는 그의 생애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실제 밥의 거칠고 도전적인 모습과는 달리 영화 속 밥은 조금은 연약하고 소심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밥의 뜨거운 현실적 삶이 오히려 영화 속에서는 많이 순화되어 표현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6. 1970년대는 인간을 향한 다양한 정치적 실험이 시도되었던 시기였다. 비록 그러한 실험이 지나친 약물의존과 과도한 자유의 분출로 퇴색하기는 했지만 인간이 인간을 살육하고 압박하는 것에 대한 저항정신은 평화를 위한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였던 것이다. 40년이 지난 시점, 전 세계의 평화는 아직도 요원하며 평화를 향한 노래와 예술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예술은 철저하게 사적인 욕망과 과시적 욕구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때론 그런 행위를 의도적으로 선한 행위로 포장하지만, 결국 표면적인 자선의 만족에 머무는 경우가 많으며 궁극적인 위험을 제거하는 시도로까지 전환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1970년대 후반 밥 말리의 노래를 통한 위대한 사회적 실험이 새삼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이유이다.
첫댓글 - 삶으로서의 예술, 예술로서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