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베이비박스 시설 첫 건립자, 이종락 목사 "베이비박스 없이도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가 되길..."
청년챔프단
2021. 4. 27. 18:18
베이비박스는 미혼모가 낳았다거나,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는 등의 이유로 위험한 상황에 버려진 아기들의 죽음을 방지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유아 보호 시설물이다.
청년챔프단 너나들이팀은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보호하는 서울시 관악구의 한 베이비박스 시설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막다른 골목에서 베이비박스에 찾아오는 미혼모들과 그 아이들을 위해 사회적 관심과 논의를 이끌어내고자 하였다. 이에 따라 너나들이팀은 3월 28일, 베이비박스 시설 최초 건립자 주사랑 공동체 이종락 목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였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을 일부 발췌하여 정리한 내용.
Q. 베이비박스 최초 설치 계기?
본래 주사랑 공동체는 장애인공동체였다. 그때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주사랑 공동체 부근에 버려지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경찰들은 그 아이들을 주사랑 공동체로 보냈다.
2007년 새벽에는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발신자는 “장애 아이가 태어났는데 우리가 도저히 키울 수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 전화를 듣고 급히 대문 밖으로 나가보니 한 생선박스가 있었다. 그 박스에는 고양이들이 박스를 열려는 흔적들이 보였다. 박스에서 아이를 꺼내 상태를 확인하니, 아이는 저체온증에 호흡이 불분명한 상태였다. 나는 아이를 안고 올라가면서 아이가 바깥에서 보호받지 못한 채 장시간 있는 상황이 발생하면,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두려웠다.
아이들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죽을 위기에 처해있지만 법, 제도, 행정을 포함하여 그 누구도 이들을 살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죽어가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보고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주사랑공동체) 집사와 함께 신생아만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베이비박스를 만들었다. 아이를 바로 보호하기 위해서 누군가 베이비박스의 문을 열면 소리가 나도록 했다. 그리고 주변에는 카메라가 있어서 아이가 들어오는 것을 모니터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항상 따뜻하고 공기가 통하는 베이비박스를 만들어 설치했다.
서울시 관악구에 소재한 주사랑 공동체 베이비 박스
Q.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며 겪었던 어려움?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면서 “베이비박스가 유기를 조장한다. 불법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정부에서 철거하라는 요청도 왔고, 또 직접 철거하려고도 했다. 이들은 2014-5년까지 주사랑 공동체가 아동 유기 조장법에 해당한다며 300만원에서 5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공문을 계속 보냈다. 1년 이하의 징역과 같은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베이비박스는 유기를 조장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베이비박스는 거리에서 죽어가는 아이들, 그리고 낙태되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생명 상자이다. 베이비박스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생명에 대해서는 얘기를 안 한다. 버려서 죽어가는 아이들이 있으면 이에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그냥 신문 보도 뉴스로, 안타까운 사건으로 그렇게 종결한다. 그리고는 베이비박스가 아이들의 유기를 조장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권리를 가진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국법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행법은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는 미혼모와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지 않다. 아이들을 살리는 것을 원래 국가가 해야 할 일이지만 지금 주사랑 공동체가 대신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주사랑공동체와 베이비박스 탓을 하고 위협을 가할 때면 정말 어려움을 느꼈다.
Q.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아이와 함께 투신자살을 하려고 했던 아이들. 아이와 함께 한강까지 갔던 아이들. 아이를 파 묻으려고 했는데 아이가 우니까 흙 묻은 아이를 데리고 온 아이들. 이런 아이들이 기억에 남는다. 미혼모에게서 많이 받은 전화가 “같이 죽으려고 약 받아 놨어요.” 이다. 그럼 나는 “얘야. 이리 와라. 너도 살고 애기도 살아야 되잖아."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런 전화를 받을 때면 마음이 아프다.
하혈을 하며 공중화장실에서 출산하거나 친구 자취방에서 출산한 뒤 베이비박스로 아이를 데려온 어린 엄마들도 있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베이비박스 시설에 온 아이들만 해도 18명이다. 이들은 아이가 출생신고가 되어있지 않으면 비행기를 탈 수 없으니 배를 타고 시설에 왔다고 했다. 제주도에서 인천으로, 인천에서 이 베이비박스 시설로 오면 16시간 가량이 걸린다. 그 먼 거리를, 긴 시간을 지친 몸을 이끌고 오기까지 그들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베이비박스에 온 아이들 중 가장 적은 나이가 13살이다. 그들은 자신도 어린 아이이기에 정신이 없어 아이를 아무 데나 버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 베이비박스까지 데리고 왔다는 것은 아이를 지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이들은 엄마로 하여금 지켜진 아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일이 현재 주사랑공동체가 하는 일이다.
Q. 이들을 돕기 위한 제도적 방안이 있는지?
20대 국회에는 비밀 출산법이 발의가 되었었다. 이는 산모들이 출산 사실을 알리기를 원치 않는다면 이를 비밀로 보장해주고, 산모가 출산하고 난 뒤에 몸조리까지 다 할 수 있도록 나라에서 지원을 해 주는 법안이다. 쉽게 말하면 선지원 후 행정이다. 그런데 20대 국회에는 통과가 안됐다. 그래서 이번 21대 국회에서 출산보호법으로 이름을 바꾸어 작년 12월 1일에 발의를 마쳤다.
이 법은 아직 통과되지 않았지만, 만약 통과만 된다면 출산율도 높아질 거라고 확신한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익명출산법을 만들었고, 정부에서도 "무조건 출산해라, 우리가 책임진다" 하면서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또 엄마들이 원할 때 아이를 얼마든지 만날 수 있도록 안전장치가 되어있다. 그 결과 프랑스는 OECD 저출산 국가 1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국가이다. 그리고 2055년 되면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내수도 되지 않고, 학교들은 무너질 것이다. 또한 산업 기업은 인력난을 겪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아무리 경제 대국이라고 하지만 내수가 되지 않는 순간이 오면 성장은 정체될 것이다. 또, 산업 기업의 경우 아무리 자동화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생산을 관리하는 사람이나 물품을 소비하는 사람이 없다면 경제는 당연히 성장할 수 없다. 제일 타격이 큰 것은 아마 학교가 무너지는 상황일테다. 중국은 인구가 많아 계속 발전하겠지만, 대한민국은 이대로 가면 앞으로 3-40년 후에는 굉장히 위기가 올 것이라 전망한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이종락 목사와 너나들이 전혜원 & 유지혜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사람이 죽어가면 누군가는 돕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베이비박스는 태아의 생명과 미혼모의 생명, 그리고 그들의 안전을 보호하는 시설이다. 이는 출산 보호법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미혼모들이 베이비박스에 찾아 오지 않더라도 안전한 나라, 태어난 아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지금은 아이들이 시설에 보내지고 입양되기 위해서는 복잡한 법과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그러나 국가가 이 절차를 조금 간소화한다면, 그리고 정식으로 영아보호소를 만들어 미혼모와 아이들을 지원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아이들이 시설이 아닌 가정의 품에서 더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나라에서 엄마도 아기도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되는 그 날을 희망한다.
이종락 목사는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차가운 길거리로 내몰리는 미혼모와 아이들을 보면서 이러한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2009년 베이비박스를 설치한 이래 현재까지도 시설을 운영중이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사람의 기도와 지지, 후원과 봉사 덕분에 가능할 수 있었다며 사람들에게 감사의 이야기를 전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법이나 행정, 복지 등의 분야를 살펴보면, 어려운 상황에 놓인 미혼모와 아이들을 충분히 보호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노력은 소홀하기만 하다.
국가는 아이를 유기하는 미혼모를 처벌하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혼모들이 마주하는 척박하고 가혹한 현실을 먼저 직시해야한다. 또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환경에 있는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의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인터뷰를 마친 너나들이팀 전혜원 팀장은 “사람들이 미혼모들과 아이들이 처한 안타까운 상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며, “공동체 구성원들간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형편이 어려운 미혼모와 아이들을 위한 법적, 사회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 청년챔프단
원문 : https://blog.naver.com/kumja0222/222325094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