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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우리황실사랑회 원문보기 글쓴이: [전종현]
내용의 진실성 여부야 늘 사극 방영할 때만 되면 논란이 되는 부분이니 그 부분은 새삼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누구 말대로 드라마는 드라마로서 보면 될 것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대한민국에 사극의 열풍이 불어 닥치는 것은 기존 '대장금'을 위시한 한류 드라마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각국을 강타한 후 폭풍일 수도 있지만 최근 다양해진 사극의 소재거리는 그만큼 이제는 역사를 다양한 시각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보고 싶어하는 국민들 시각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고, 사극을 만드는 방송사 입장에서도 기존 궁중 후궁들 암투와 뻔한 내용으로 일관했던 내용만으로는 높아진 국민들 의식을 넘어설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내용을 담은 역사물 발굴이 급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쨋든 역사의 진실대로 방송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야 우리의 한결같은 당연한 바램이긴 하지만 이러한 역사 드라마가 좀 더 다양하게 기획되어 방송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조금이나마 가져봅니다. (역사왜곡만 제발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도 당연한 소원입니다.)
MBC의 '이산'을 보다보니 아주 명대사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당파(노론)와 수구세력의 저항에 맞서 조직의 쇄신을 꾀하는 正祖의 개혁정치와 조직관리에 대해 다루는 드라마입니다. 타이틀 명인 '이산'은 조선 22대 정조임금의 이름입니다.
10월8일 방송된 7회에서는 당태종의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나오는 '임금은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君舟也人水也)'는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정관정요는 당 태종의 정치에 관한 중요한 언행을 그의 사후 약 50 년이 지난 무렵 오극이라는 역사가가 10권 40 편으로 편찬한 책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역대 임금들의 필독서와도 같은 책이었습니다.
정관정요에서는 태종이 위징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원리에 대해 물었는데, 그는 "임금은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뜨게 해주지만 반대로 전복시킬 수도 있다"라는 비유로 대답한 부분이 나옵니다. 그 책에서는 옛 명언을 소개한 것인데 이미 성선설로 유명한 중국 전국시대 유학자 순자(荀子)는 2300년 전에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君舟民水)이란 말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 내용이 이 날 등장했습니다.
영조 임금이 세손에게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지요.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 제아무리 임금이라 할지라도 물이 요동치면 배는 가라앉는다.'라고 말한 대목이죠.
또한 9월24일 방송된 3회에서는 멋진 내용이 등장했습니다.
이제 궁궐로 들어온 훝날 정조임금인 '세손'이 여러 시련을 겪는 중 첫번째 큰 난관에 부딪힌 장면인데 '君主의 道'에 대한 부분입니다.
1762년, 영조 임금이 세손(世孫;정조) 이산이 석강(夕講)을 펴고 있는 동궁에 행차합니다.
(이 자리에는 세손과 스승들이 함께 참석하고 있습니다.)
<원래 세자나 임금이 스승을 모시고 제왕학이나 유학을 공부하는데 있어 아침에 하는 것을 조강(朝講), 점심에 하는 것을 주강(晝講), 저녁에 하는 것을 (夕講)이라 하였고, 밤에 부족한 부분을 별도로 학습하는 것을 야대(夜對)라 하였는데, 조선시대 군주를 통틀어 이 야대까지 충실히 수학했던 군주가 세종과 정조였다고 합니다.>
영조: 논어의 [안연편]을 공부하고 있었구나. 그래, 지금 공부하는 것이 무엇에 관한 것이냐?
세손: 정치가 무엇인가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에 관한 것이옵니다.
영조: 그래, 정치란 무엇이냐?
세손: 뿌리를 바르게 하는 것입니다. 정치의 政은 바를 정이며, 또한 뿌리 정입니다. 정치란 뿌리를 바르게 하여 나무를 잘 자라게 하는 것입니다.
영조: 그럼 뿌리가 바른 정치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세손: 성군이 되어야 합니다.
영조: 성군은 무엇이냐?
세손: 백성의 마음을 살피는 임금이 성군입니다.
영조: 백성의 마음을 살피는 것은 무엇이냐?
세손: .....................................
영조: 임금이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이 뭔지도 모르면서 세손의 자격을 보이겠다고 떠들었더냐? 사흘 안에 그 답을 알아오너라. 찾지 못하면 너의 허언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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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뒤> -> 사흘간 세손은 많은 책을 뒤졌고 심지어 상소문 전체를 모두 다 읽었습니다.
영조: 답을 찾았느냐? 말해 보거라.
세손: 백성을 위해 임금이 첫번째 해야 할 일은 힘 없는 백성이 돈이 없어 양반의 노비가 되는 것을 막는 것이옵니다.
영조: 틀렸다. 한 번의 기회를 더 주마. 네가 지금껏 말한 것들이 마땅히 임금이 해야 할 일이지만 가장 첫번째로 해야 할 일은 아니다. 자 마지막이다. 말해 보거라.
세손: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영조: 그것도 모르면서 내탕금 3천냥을 네 마음대로 탕진했단 말이냐? 약속을 지키니 못했으니 용포를 벗거라. 넌 더 이상 동궁이 아니다. 어서 용포를 벗고 궐을 나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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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조임금은 내탕금 사용내역서를 모두 조사합니다.
세손이 궁궐에서 나가기 위해 가마에 오르는 순간 영조의 호출이 이어집니다.
영조: 그래, 내탕금을 어디에 탕진했느냐?
세손: 도성에는 호객을 하여 겨우 먹고 사는 여리꾼들이 있었는데, 5월에 내려진 조치로 그것이 금지되면서 여리꾼들을 데리고 있는 상인들이 쓸모 없어진 아이들을 청국에 판다는 상소가 있었습니다. 대부분 부모도 없는 가엾은 아이들이었는데 겨우겨우 언문으로 써 낸 글이 무서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해서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늘이 청국으로 갈 배가 들어오는 날이라기에, 다급한 마음에 그만...
영조: 그래서 네 마음대로 내탕금을 다 썼단 말이냐?
세손: 내년에 쓸 내탕금을 쓰지 않고 모으면 충당될 것이라 생각하고,... 소손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영조: 오늘 네가 한 것이 바로 정치다.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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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손의 스승인 '채제공'과 영조임금의 단독대화 부분입니다.
채제공: 헌데 동궁마마께 내린 질문의 답은 듣지 않으셔도 되겠사옵니까?
영조: 너는 그 답을 알고 있는 눈치구나.
채제공: 송구하오나 백성을 다스리는 임금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그것은 저들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갖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영조: 그래, 저들을 아끼는 마음, 그 마음으로 저들에게 좋은 것을 주려고 애쓰는 마음, 그것이 바로 정치다. 세손은 제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는 게지.
군주의 도를 가르치려고 한 영조 임금과 그 속에서 군주의 도를 이미 실천하고 있던 세손의 현명함이 감동을 불러 일으킵니다.
위 내용에는 생략했지만 영조인 할아버지의 질문 즉, 군주의 도를 알기 위해 세손이 언문으로 된 상소문을 모두 찾아 읽다가 백성들의 사연을 알게 되어 내탕금을 사용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백성들을 늘 자기 몸처럼 생각하고 실천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철저히 세자와 세손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조선시대 군주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은 드라마 보시고 어떠셨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