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새 이름에
개똥, 말똥을 붙였을까?
새 이름에 '똥'자가 들어가는 새가 있다.
말똥가리와 개똥지빠귀이다
이렇게 말똥과 개똥이 새 이름에 들어간다
'똥' 자가 이름에 들어가는 곤충도 있다.
개똥벌레,소똥구리가 있고
식물에도 '애기똥풀' ,
나무에도 '쥐똥나무'가 있다.
또 봄나물 "쑥' 에도 '개똥쑥' 이란 이름이 있다.
반딧불을 개똥벌레라 부른다.
불빛을 비추는 반딧불을 손으로 만지면
똥냄새가 난다고
개똥벌레라 부른다는 설도 있고
개똥처럼 흔하다고 개똥벌레라 한다고도 한다.
지금은 흔하지도 않고 반짝반짝 예쁜 빛을 내는
반딧불에 개똥벌레란 이름 어울리지 않는다.
봄여름에 풀밭에 흔하게 자라는 애기똥풀은
줄기와 잎에 상처를 내면
갓난아기의 똥과 비슷한 노란 액체가 나온다고
애기똥풀이란 이름이 생기고
'몰래 주는 사랑' 이란
고은 꽃말을 가지고 있다.
쥐똥같은 열매가 달린다고
쥐똥나무란 이름을 가지고
열매는 한약재로도 쓰이고
어디서나 잘 자라서인지
꽃말은 '강인한 마음이라 한다.
개똥쑥 쑥이면 쑥이지 왜 하필 개똥쑥인가?
전통적으로 약용으로 쓰이고
항암효과도 있다는 쑥 손으로 그 쑥을
뜯어 비벼보면 개똥 냄새가 난다고
개똥쑥이라 부른다고 하니 올봄에
개똥쑥 찾아 손으로 비벼 보아야겠다.
이렇게 개똥벌레는 아름다운 빛을 내고
개똥쑥은 약용으로 효능이 입증되고
애기똥풀, 쥐똥나무 모두 나름 해롭지 않는
자연인데 꼭 '똥' 자를 이름에 넣었어야 했을까?
우리 선조들은 부르기 편한 대로
순박한 마음으로 보이는
작은 모습에서 의미를 찾아
'똥' 자가 들어가는 이름을 붙여 놓은 것 같다.
참, 우리 어릴 때는 많이 볼 수 있었지만
멸종위기에 놓인 곤충 소똥을 동그랗게
빚어 먹이도 하고 새끼도 키우는
‘소(쇠)똥구리’ 도 있다.
소똥구리는 이름에 '똥' 자를 넣어도
똥으로 살아가는 곤충이니 그럴만하다.
곤충, 풀, 나무뿐만 아니라
하늘을 나는 새에게도
개똥이 들어가는 새 이름
겨울철새이자 나그네새인 개똥지빠귀다.
지빠귀과의 분류로 노랑지빠귀, 흰배지빠귀
흉내지빠귀, 호랑지빠귀 등등
이름이 다 부르기도 어감도 나쁘지 않다
하나 개똥지빠귀는 생김새도
다른 지빠귀에 비해 못한 거도 아닌데
개똥을 앞에다 붙여 부른다.
개똥지빠귀가 자신의 이름을 인식한다면
얼마나 기분 나쁠까?
"이만하면 칼라도 생김새도 이쁜데
뭐야 왜 '똥'자를 넣어 그것도 개똥이라고"
스스로 생각해도 기가 막힐 것 같다.
개똥지빠귀도 개똥처럼 흔하다고
개똥지빠귀라 부른다니 지금은
그렇게 흔하지도 않고 더 흔한 새가 많은데
그들에게는 개똥을 안 붙이고 왜 나에게만...
개똥지빠귀의 항변의 소리
시끄럽게 재잘거린다.
"개똥이란 이름이 들어가니 정감 어리고
토속적인 냄새가 나서 느낌이 좋다 " 고
얘기하는 이도 있다. 단순히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럴까?
혹 사람을 칭할 때 남자도 어감상 나쁜데
혹 여자 별칭에 '똥' 자가 들어간다면
상상만 해도 더럽고 추하지 않은가?
그러고 우리 생활에 똥에 관한 속담이나
사용하는 의미나 비유는 좋은 것이 없다
더러운 것, 속이는 것, 훙보는 것, 간사한 것
나쁜 의미로 사용되는 '똥"속담이 즐비하다
가난한 사람은 나물만 먹게 되기 때문에
똥을 눌 때 똥이 되어서 잘 나오지 않아,
똥구멍이 찢어지도록 아플 때가 있기 때문에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
크게 나쁜 짓을 한 자는 드러나지 않고
사소한 일로 혼쭐나는 경우를 말할 때
'똥 싼 놈은 달아나고 방귀 뀐 놈만 잡혔다'
잘못한 게 틀림없는데
철판 깔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뻔뻔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
'똥 싼 주제에 매화타령한다.'
급할 때와 평소 사람의 마음이
자주 변하는 태도를 비유해
'똥 누러 갈 때와 나올 때는 다르다 '
지 꼬락서니는 모르고
남의 허물은 속속들이 들추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작은 것이 쌓여서 큰 것이 된다는
'방귀가 잦으면 똥이 된다"
착한 척, 순진한 척 하지만 알고 보니
아주 숭악하고 간교한 이를 보고
'똥구멍으로 호박씨 깐다.'
흔히 재수 없는 일을 겪었을 때 '똥 밟았다'
상대하기 실은 일이 생기거나 그런 사람 있으면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등등 이처럼 속담이 그리 밝은 구석은 없고
비유가 그리 상쾌한 맛이 없다.
괜히 개똥지빠귀 이야기가 온통 냄새나는
'똥' 얘기로 흘러가니 좀 민망스럽기도 하다.
그냥 매화타령도 하지 말고,
호박씨도 까지 말고
찢어지게 가난하지도, 똥을 밟지도 말고
살자는 생각에 주절거려본다.
아무튼 예쁜 새이지만 이름이 개똥이라고
개똥처럼 지저분하게 보지 말아 달라고
개똥지빠귀 입장을 대변하고 개똥이
하소연이 내 귀에 들리는 것 같다.
단순히 어감 하나로 모두를 판단하는
편견을 버리고 내면을 곰곰이 드려다 보는
깊고 심오한 해안을 가지라고
개똥지빠귀 나를 빤히 쳐다보며 충고를 한다.
"그래 부끄럽구나 그동안 살면서
그냥 보이는 대로 깊이를 보지 못해서
그리고 잘 볼 줄도 몰라서
다 내 맘 같은 줄 알았기에
똥을 밟기도 하고 미끄러지기도 했구나..."
그리고 이런저런 옛말을 새겨보니 그 속에
우리네 살아가는 똥 같은 이야기가
어제도 오늘도 천지베까리로 쏟아지는구나....."
아! 젠장 뭐가 이렇게 더럽노?
뉴스를 펼쳐 놓고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한다.
새 이름에 개똥뿐 아니라 말똥도 있다
맹금류에 속하는 겨울철새 말똥가리
매서운 눈빛, 날카로운 발톱, 갈고리 같은 부리
정지비행으로 들쥐 사냥의 명수로
다른 새들이 잡은 사냥감도 빼앗는
하늘에 하이에나라 부르는
맹금류에 어울리지 않게
이름이 하나도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데
왜 말똥가리라고 부르는 거지?
눈이 말똥말똥해서 말똥가리
날개 안쪽에 말똥 같은 모양의
무늬가 있어서 그렇게 부르나
아니 소똥 말똥 무더기를 드나드는
쥐를 잡아먹는다고 말똥가리
이리저리 해석한 이야기들이 여러 가지다.
어떻든 개똥보다는 말똥이란 이름이 어감상
그래도 좀 더 나은 편이다.
말똥가리를 잘 관찰해보면
하늘 높이 날다가 나무 꼭대기에 내려앉아
한참을 홀로 조용히 사색하는 듯하며
고독을 즐기는 새처럼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말똥가리가 높은 곳에 앉아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면서 눈을 말똥거리며
가소로운 웃음을 짓는 것은 아닐까?
나도 말똥가리를 지켜보며
"말똥아! 너만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니냐"
"나도 속이 터져" 맞장구친다.
참 개똥 말똥 별 쓰잘데 없이
'똥' 이야기를 지껄인다
현실에서 지저분하고
거칠게 사용되는 단어라 해도
꿈속에서 똥꿈을 꾸면 부귀, 재물, 횡재, 행운
등 나쁜 것이 하나도 없고 전부 꿈 해몽이
좋은 일만 생긴다고 한다.
개똥 말똥 이런저런 '똥' 너스레와
개똥지빠귀와 말똥가리 이야기도 보고
읽었으니 잠자리에서 부디 똥꿈 많이 꾸시어
재물이 쌓이고 만복이 가득하시기를...
이제 3월이 가면 말똥가리와
개똥지빠귀도 북쪽으로
번식지 고향을 찾아 떠난다.
그들의 이름을 거기서는
개똥, 말똥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우리가 너희를 개똥 말똥 하는 건
미워서가 아니라 정겹게 부르느라 그런 거야
개똥아 말똥아 잘 가!
고향 가서 월동지 아름다운 땅
대한민국에서 만난 짝꿍과 번식 잘하고
가족들과 함께 가을에 다시 오렴
2021.3.7
배규택
겨울 동안 새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을 만나고 사진을 담을 때
흥미로운 사실도 알고 그들의 매력적인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그리고 생활과 이름에서
살가운 호기심이 생겨 자료를 찾고 공부하며
주관적인 생각을 곁들여 써 보았다.
첫댓글 새를 관찰하며 영상에 담는 고상한 취미를 가지셨네요
똥에 대해 박식도 하십니다 ㅎㅎ
암튼 똥자가 붙은 새, 식물, 속담 까지
정겹게 닥아옵니다.
'똥낀 놈이 성낸다" 도 있는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