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백과
프랜시스 베이컨
[ Francis Bacon ]
요약 영국의 표현주의 화가. 종교화에서 주로 사용하는 삼면화 형식에 고립된 인물 형상을 그로테스크하게 담아 인간의 폭력성과 존재적 불안감을 표현했다. 20세기 유럽회화의 역사에서 가장 강렬하고 불안하며 논란을 일으키는 이미지의 창출자로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 《루치안 프로이트에 대한 세 개의 습작》은 2013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세계 최고가를 경신했다.
출생-사망국적활동분야출생지주요작품
1909. 10. 28 ~ 1992. 4. 28 |
영국 |
회화 |
아일랜드 더블린 |
《십자가 책형을 위한 세 개의 습작 Three Studies for Figures at the Base of a Crucifixion》(1944), 《벨라스케스의 교황 인노켄티우스 10세의 초상화 습작 Study after Velázquez's Portrait of Pope Innocent X》(1953), 《거울에 비친 조지 다이어의 초상 Portrait of George Dyer in a Mirror》(1968) |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1909년 10월 28일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양친 모두 영국인으로 1924년 가족과 함께 런던으로 이주하여 이후 수차례 영국과 아일랜드를 오가며 살았다. 어릴 때 천식으로 큰 고통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정규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다. 그는 1924년부터 1926년까지 챌튼엄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이 기간이 그가 공식 교육을 받은 유일한 경험이었다. 1927년 당시 유럽 데카당스 문화의 중심지였던 베를린에서 2개월간 머물며 퇴폐적인 향락에 심취하였다. 이어 파리로 가 서양미술의 옛 거장인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막스 에른스트(Max Ernst) 등 모더니스트들의 최신 작품들에 이르는 다양한 미술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베이컨은 1929년 런던으로 돌아와 실내 장식과 가구 디자인으로 돈을 버는 한편, 작업실을 얻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가 화가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1933년 작품 《십자가 책형 Crucifixion》을 발표하고 나서다. 검은 배경 속에 십자가에 못 박힌 육체를 단순한 선과 색채로 표현한 이 작품은 ‘십자가 책형’이라는 그의 일관된 주제를 담은 초기작으로 베이컨은 1930년부터 이 주제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해로부터 10여 년의 세월을 이렇다 할 방향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며 보냈다. 그러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천식으로 군복무가 면제되면서 작품제작에만 전념하였다. 이 무렵 그는 이전에 작업한 거의 모든 작품들을 스스로 파기했다.
베이컨은 1945년 런던의 르 페브르 화랑에서 《십자가 책형을 위한 세 개의 습작 Three Studies for Figures at the Base of a Crucifixion》(1944)을 발표했다. 종교화에서 주로 사용하는 삼면화(트립티크)의 형식을 따온 이 회화는 베이컨이 활동하는 내내 사용하게 될 시각적 표현 형식을 효과적으로 확립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루게 되는 많은 모티프들, 즉 그리스도의 수난, 복수의 세 여신, 고립된 인물, 신체의 왜곡 같은 요소들이 모두 등장한다. 이 작품은 그가 화가로 재출발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가 온전히 자기만의 양식으로 작업하는 주목할 만한 미술가임을 입증해 주었다.
베이컨은 과거의 미술작품, 특히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ázquez)와 렘브란트 판 레인(Rembrandt van Rijn)의 회화를 진지하게 연구했고,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Sergei Eizenshtein), 루이스 부뉴엘(Luis Bunuel)의 영화와 인체의 움직임을 찍은 에드워드 머이브리지(Eadweard Muybridge)의 혁신적인 사진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그밖에 엑스레이 사진, 해부학 보고서, 구강과 턱의 병리학과 장애와 관련된 의학서적 등에 나온 기괴한 이미지에도 관심을 가졌다. 그는 이러한 자료들을 통해 인간의 폭력과 신체의 변화에 대해 탐구했다. 그리고 인간을 가두고 속박하고 파괴하는 외부의 힘과 무방비 상태로 놓여 찢기고 일그러진 신체를 처절하게 표현했다. 더군다나 작품 속 주인공들을 단순한 선들이 경계를 이루는 텅 빈 공간이나 취조실과 같은 밀폐된 장소, 서커스의 곡마장을 연상시키는 무대에 등장시킴으로써 불안과 긴장감을 가중시켰다.
베이컨은 1950년대에도 독창적인 자신의 화풍을 계속 구사했다. 17세기 스페인의 화가 벨라스케스가 그린 《교황 인노첸시오 10세 Pope Innocent X》(1650)를 기초로 해서 그린 많은 교황 연작은 이때 만들어졌다. 극도의 공포감을 자아내는 절규하는 모습의 교황 연작은 시각적 충격을 던져줌은 물론이고, 종교계의 최고 권력자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는 평가와 함께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이로 말미암아 그는 20세기 유럽회화의 역사에서 가장 강렬하고 불안하며 논란을 일으키는 이미지를 만들어낸 화가가 되었다.
베이컨은 평생 인물화에 천착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의 인물 형상은 두려움과 속박에 의해 그로테스크하게 일그러져 있다. 그는 기독교 성화에서 삼위일체의 편재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어 온 삼면화 형식을 비틀어 그 속에 인간을 뭉개진 고깃덩어리처럼 그려 넣었다. 이러한 작품에 대하여 베이컨은 ‘짐승에 대한 연민’이라는 표현 대신 ‘고통 받는 인간은 고기다’라고 말했다. 고기는 인간과 동물의 공통 영역이고, 그에게 있어 인간은 죽어가거나 죽은 고기일 뿐이었다.
베이컨은 1992년 마드리드를 방문했다가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채프먼 형제(Jake and Dinos Chapman) 같은 영국 현대 미술가들은 그를 작품에 근본적 영향을 미친 화가로 언급했다. 절망적이고 자극적인 날 것의 이미지와 불길하면서도 감미로운 색채, 작품에 내재된 강한 동성애 기질과 성적 충동 같은 그의 화화의 특징들은 회화에 대한 인기가 사그라지던 무렵 새롭고 진보적인 영국 화가의 출현을 알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한편, 2013년 11월 12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베이컨의 작품 《루치안 프로이트에 대한 세 개의 습작 Three Studies of Lucian Freud》(1969)이 1억4240만 달러(약 1528억 원)에 팔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 되었다. 그림 속 인물인 루치안 프로이트는 베이컨의 친구이자 20세기 표현주의 회화를 대표하는 동료 화가로 1945년부터 베이컨과 교유했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친손자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20세기 동시대를 살아간 두 거장의 창조적이고 감정적인 연대감을 보여주는 보기 드문 걸작이다.
그 밖의 주요 작품에는 《회화 Painting》(1946), 《인체 습작 Study from the Human Body》(1949), 《벨라스케스의 교황 인노켄티우스 10세의 초상화 습작 Study after Velázquez's Portrait of Pope Innocent X》(1953), 《조지 다이어의 두상 습작 Study for the Head of George Dyer》(1966), 《거울에 비친 조지 다이어의 초상 Portrait of George Dyer in a Mirror》(1968), 《1973년 5월~6월 세폭화 Triptych, May–June 1973》(197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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