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도 오고 이번엔 방과후활동반들과 나들이를 나왔다.
까부는 것이야 대한민국에서 2등이라면 섭섭하겠지만, 착하기로도 1등이 확실하지..
폐쇄한 테니스장에 뭘 좀 심어보자 했더니 왼쪽 첫번 째의 병훈이는 더덕뿌리를 한 봉다리,
그 옆 상연이는 파 씨를 거름봉지와 함께 가져왔다.
상연이는 좀 왕따였는데, 요새 신이 났다.
오늘 아침 자습시간에 보니까 우리반 동현이가 팔로 가리며 뭔가를 쓰고 있었다.
뒤에서 몰래 보니 '착한 친구 추천' 이었다.
상연이가 봉사를 잘하여 이 엉아(형아)가 추천한다고 쓰고 있었다.
국어샘의 숙제시란다.
상연이는 네-네- 하며 대답을 잘할뿐더러 곧장 실행에 옮기는 천성적으로 부지런한 아이다.
축구도 열심히 뛰어댕기지만 헛발질을 잘하여 친구들로부터 여간 된소리를 얻어먹기도 하는.
그러나 '공수인사'도 가장 잘 실천하고, 선생님이 옳은 소리를 하면 텔레비젼 토크쇼에서
방청객이 내지르는 응대꾸로 주위의 시선에 또 쪼이기도 한다. 착하기로야 당할 자가 없다.
착한 어른도 계신다.
하준이 할아버지.
가정방문 때 원불교 강의를 얼마나 열심히 하시는지
'하준이 공부' 는 내버리고 내가 다 은혜^^스러웠다.
내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할아버지가 써낸 결석계다.
(난 내가 학교 때 내본 것 말고는 교사가 되어서는 이제껏 단한번 받아본 적이 없는 귀한 물건이다.)
'칡즙'은 내가 겸임으로 대마중에 간 날, 학부모위원인 미란이 엄마가
운영위원회 회의오면서 선생님들에게 나눠준 선물이다.
찐 고구마 = 칡즙! 아닌가...
하여튼 상연이를 필두로 테니스장 가에는
철망을 타고 올라갈 것들을 위해 '방석텃밭'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영화 '마파도' 촬영지의 그림이다.
앞마당이 백사장이라는 우리반 보현이 집을 찾다가 잘못 든 길이었는데
보현이는 어제 "선생님은 정말 언제 저희집 올거예요?" 했다.
......
착한 보현이의 집은 이제 안 가보아도 되었다.
이 풍경이 비록 영화를 위해 지어낸 가짜집이라 하여도 배경만은 그저 '섬그늘' 노래였다.
"~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집은 그런 것이었다.
아늑하고 새콤하고 안전하고 따뜻하고 구수하고 달콤한!
오른쪽에 안경 쓴 아이가 보현이다.
병훈이가 가져온 더덕을 심고 있다.
보현이가 식물채집을 잘하여 1주일 동안 아주 잘 말린 풀을 내보이자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솔찬히 많은 풀꽃 자료들을 모았다.
난 연간지도계획을 수정하여 그것들로 '압화 수업' 을 시도해볼 참이다.
그제 영광원전공원에서 '야생화 전시회'를 한다기에
교장샘, 행정실장과 생태환경연수 '꽃구경'을 갔다.
이 풀은 '넉줄고사리'다.
한방에서는 골쇄보라 하여 부러진 뼈에 좋은 약이지만, 생으로는
다른 고사류처럼 발암성이 있어 곤란하다.
아래 털뿌리가 얽히고 설켜 파충류처럼 (조금)무섭다.
이 즈음 내 텃밭을 소개하겠다.
복숭아꽃 너머, 두 도랑.
약 10평 정도에 당귀와 신선초, 고수, 도라지 등을 심었다.
테니스장엔 작두콩도 심었다.
'찰수의 똥' 이 꽤 인기 있었던 것을 알고 다시 찍었다.
윤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이번엔 깻묵을 안 먹은 거다.
너무 먼 느낌표 똥!
놈이 뜯어먹고 토한 풀은 바로 이 긴병꽃풀.
증거물이다. 또 있다.
나는 이 풀을 뜯어 놈에게 한번 줘보았다.
이렇게 갈퀴덩굴을,
... 이렇게 긴병꽃풀을...
첫댓글 백수에서도 활약하시는군요. 저도 영광에 첫발령 받아 12년 근무했답니다. 원불교 성지도 가봤고요. 그래서 샘이 그 쪽으로 가셨을때 멀리 가신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들었나봐요. 아이들과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 보기 좋아요~!
전 샘 집에 안갔었는데..정원 샘이 넘 좋았다더군요. 언제 찰수도 만나게 해 주실거에요?
실시간 채팅이군요^^ 정보화의 혜택이 제겐 멜과 이 카펩디다. 집? 모르고 따라올 땐 좋아 뵈도 기대하고 오면 밋밋한 법, 못 이긴 척 함께 모실 떄가 오겠지요... 샘께 마음은 시급하지만...
찰수, 발목과 콧잔등의 야성적인 상처, 그리고 그지없이 생각이 많은 듯한 눈... 개로서 태어나 한 생애 살면서 나름 터득한 경지가 있군요... ^^
이제 찰수도 늙어 겨울로 접어들었어. 십 이년이 만난지 꼭 한해 겨울 같아... 그 이별을 생각하면 너도 '보리'에게 너무 마음 뺐기지 말그라.
지난 토요일에 금성산성 올라갈때 사진에서 본 찰수와 거의 똑같이 생긴 몸집 큰 개가 돌아다녀서 샘도 오신줄 알고 깜짝 놀라 두리번~..주인없는 개였나 봐요.. 내려올때도 사람들 곁을 서성이더군요. 남편은 들풀 뜯느라 빨리 안올라온다고 궁시렁~~
금성산성. 망루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맛이 또 일품인! '임자'^^ 와 데이트하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