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맑은 아침이 거의 없지만 요즘은 조금 더 힘들다. 머리가 무겁고 손과 얼굴이 부은 느낌.
더위와 늦은 밤 흡연, 짧은 수면 시간이 원인이 아닐까 자가 진단.
어제 서울 간 하정이 콩을 꼭 심고 가고 싶어해서 아침 콩을 심음. 콩 심을 시기가 한참 지난터라 내심 잊혀지길 기대 했는데 내어논 모종이 눈에 밟혔는지 서른판 중 다섯판을 남기고 모두 심었다.
그래서 결국 스프링 쿨러를 설치하고 물 주는 건 내 몫이 되었고 남은 모종을 저수지 아래밭에 심겠다는 혜성님께 버럭 화를 내고 맘.
어제는 일하다 말고 말 없이 참 먹으러 간 찰스에게 화를 냈고 오늘은 의논도 없이 자재창고 문을 달겠다는 종수오빠에게 화를 냈다.
혜성님한테도 화를 낸 후 내 인격에 대한 상실감에 30분정도 우울.
점심 전에 어제 오후 실어놓은 재활용 플라스틱 한차를 싫고 해남 은성 고물상에 갔다. 요즘은 고물상에 고물 가져다 주기도 까다로워서 플라스틱만 잘 분리해서 가져다 주었는데 20%정도는 빠꾸 맞았다. 고무다라이는 못 받는다 폐타이어도 못 받는다 대형 물통도 못받는다. 그럼 이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니 고물 사장도 모른단다. 고물 수십년 했지만 우리나라 법은 이상하단다.
빠꾸 맞은 플라스틱을 트럭에 실은체 면사무소에 가서 물었다. 폐기물 처리 하란다. 다시 물음. 폐기물 처리 하면 가져 가서 어떻게 하나요. 땅에 묻어요. 폐기물 처리 한차에 15만원. 내 돈 15만원을 내고 플라스틱과 고무들을 땅에 묻는 샘. 또 화가 났다.
면사무소를 나와 농협 방문. 올해 사용한 유박 거름 400포값 300만원을 내라 하는데 나는 돈이 없는고로 외상 거래 계약서를 작성하란다.
다시 면사무소에 가서 주민등록등본, 농지원부, 재산세납부증명서 등등을 발급 받아 가져다 주고 농협 직원이 건네주는 뜨거운 커피를 한잔 마셨다. 속에서 열이 났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논에 들렀더니 구시리 논은 여전히 물이 안찬다. 일주일이 넘게 물을 뿜고 있는데 제일 아랫 다랑이 세개는 논바닥이 갈라져 갈라진 틈새로 물을 대면 지구 핵까지 떨어질 기세.
몇일전 새로 산 1.5마력 모터가 제 힘을 못 발휘하는지 달래도 보고 두드려도 보고 논두렁을 오르락 내리락 해보지만 뾰족한 수는 없고 땀만 삐질대다 그냥 기다리기로 마음먹음.
그 와중에 정엽은 전화를 해서 osb 합판 취부하는데 몇 미리 못을 써야 하냐고 물었는데 구시리 논은 전화가 안 터져서 그 말을 이해하는데 네번이나 서로 전화를 다시 하고. 아 50mm 로 박으면 된다고! 근데 64mm밖에 없느데? 그럼 그걸로 박아!
몇년째 방치된 경운기 로터리를 옮기려고 들었더니 로터리 밑에 집을짓고 살던 벌들이 내 손등을 공격. 어제는 콩심다가 냐옹이 엉덩이에 벌을 쏘이고 엉엉 울고, 며칠전엔 다락방에 올라가던 혜성이 벌을 쏘이고, 난만은 손 씻다 등짝에 쏘이고...
그래서 그동안 미뤄왔던 말벌집 퇴치 작전 돌입함. 난만이 에프킬라 돌격대장을 하는데 처음 두집까지는 살생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는 듯 하다가 세집째부터는 발견되는 즉시 존재의 의미를 상실.
여하튼 내 손등은 퉁퉁 부어 올랐고 쏘인 부위와 가까운 손목 염증 부위에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음. 몇 시간 후 몇년째 날 괴롭히던 손목 염증이 벌 독과 한바탕 전쟁을 치루는 느낌을 받음. 왠지 나의 오랜 고통이 사라질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듬.
밭에 오이는 열리는데 따는 사람은 없어서 노각만 주렁주렁. 그래서 오늘 반찬은 노각 무침. 냐옹이 백종원 레시피로 묻침. 맛있었음.
내일 샤시 다는 정엽네도 내려와 함께 저녁 밥. 퇴근하던 찰스도 함께 저녁 밥.
밥상에 앉아 박노해 시 글씨는 종수 오빠
첫댓글 아 중간에 김병준씨네 쌀 택배 보냈는데 이제 생각나네
요새 다들 쓰길래 오락을 포기하고 나도 써 봄.
이야~ '1일 1글 쓰기 운동본부' 홍보위원은 오늘도 부채춤을 춥니당~ 벌에 쏘인 자리는 다들 괜찮으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