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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사랑] 11
S#1. 부산 연안부두 (낮)
뿌웅 기적을 울리며 떠나는 화물선. 먼바다로 나간다.
S#2. 유비텍 디자인실 (낮)
정환과 태만 들어온다.
원희와 영재, 일하고.
태만 : 자, 드디어 배가 떴습니다아? (서류 원희에게 주고)
원희 : 은행가실 때, 같이 가요.
영재 : 고맙습니다. 덕분에 잘 끝났네요.
정환 : 수고했어. (영재와 악수) 유 과장님도요.
원희 : OL) 서과장은 요새 바빠요. (경주의 기사가 실린 디자인지)
태만 : 야, 정말 떴네? (읽는다) 프리젠테이션에 떨어졌던 그림을 중국 최고급 브랜드에 납품하게 된 행운의 주인공이라...
인제 여기저기서 스카웃 제의가 막 들어오겠구나아?
정환 : (경주의 빈자리를 보며)
S#3. 화장실
긴장된 표정으로 옷차림을 점검하는 경주.
채옥 : (E) 와, 경주씨 너무 이쁘다아?
S#4. 커피숍
채옥의 앞에 서있는 경주.
채옥 : (활짝 웃으며) 정말 잘 어울리네요. 누구 디자인이예요?
경주 : (굳으며) ... 백화점에서 샀어요.
채옥 : (종업원이 카푸치노를 놓고) 내가 먼저 시켰어요. 이 집은 이게 제일 맛있는데.
경주 : 그냥 커피 주세요.
커피 잔을 드는 채옥의 커다란 알 반지가 눈에 띠고.
경주 : (처음으로 질투의 감정이, 그 시선에)
채옥 : 시어머니 하시던 거라 구식이긴 하지만, 멋지죠? (손가락을 보이고)
경주 : (물 마시고) 제가 좀 바쁜데.
채옥 : 응, 나도 바빠요. 우리 계열사 중에 섬유회사 있는 거 알죠? 텍스타일 파트 책임자로 서경주씨 추천했는데, 어때요?
경주 : (보며)
채옥 : 지금 있는 데도 재미있겠지만, 국내 패션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것도 보람있잖아요. (마시고)
근데... 나는 당연히 부장급으로 대우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는 안되나 봐요.
경주 : ..
채옥 : 진작에 해외 경험 좀 쌓아두지. 그러면 시야가 달라질텐데. 하기는 지금 해외 나가봐야... 우리랑 일 할 거죠?
경주 : 아뇨... 실은, 꼬모에 있는 스튜디오랑 얘기가 있어요.
채옥 : 이태리 꼬모? 에이 아무리? 정말?
경주 : 그럼 내가 거짓말, 해요?
S#5. 유비텍 디자인실
영재, 혼자 앉아 있는데.
경주, 거칠게 들어와서 자기 컴퓨터 켜서 파일을 연다. 작품들 클릭하며, 흥분해서 혼자 떠든다.
경주 : 영재씨, 영어 이력서 쓸 줄 알아? 나 좀 도와줘.
영재 : (보면)
경주 : 이태리 꼬모 알지? 프린트디자인의 메카 말야. 나 옛날에 거기서 연수받은 적 있거든?
칠 년이나 됐지만, 메일은 받아주겠지.
영재 : 이태리를 가겠다고?
경주 : 오라구만 하면 갈 거야. 내가 언제까지 이 구석에서 썩어야 돼? (말하는 동안에 강실장 방에서 나오는 허장과 정환)
허장 : 허우 참, 잘릴까봐 전전긍긍할 땐 언제구...
경주, 돌아보다가, 정환과 시선 마주친다.
경주 : ...
정환 : 음, 겨우 일차분 선적 해놓고 긴장이 풀린 모양인데, 내년 S/S 준비 안 합니까? 일은 안하고 어디 갔다 이제 와요?
경주 : 스카웃 제의가 있어서 인터뷰하고 왔어요.
(정환 위로) 대기업 이사님한테요. 언제까지 달팽이처럼 살수는 없잖아요. (나가고)
허장 : 달팽이는 또 뭔 소리야?
정환 : ... (따라가고)
영재 : (보며)
S#6. 동 복도와 계단(동 낮)
경주를 따라오는 정환.
정환 : 달팽이, 집사람이 별 뜻 없이 자주 하는 말이예요. 악의는 없으니까.
경주 : (정환을 보는 위로)
채옥과 키스하는 정환의 모습이 마치 섬광처럼.
경주, 당황해서 외면하고 계단으로.
정환 : 경주씨- (따라오고)
경주 : (화난 사람처럼) 악의가 없다구? 자기가 뭐 코끼리야 뭐야!
나는 그냥 걸어가니까 느이들은 밟혀 죽거나 말거나 상관없다 이거지!
정환 : 왜 소리는 질러요?
경주 : 화가 나니까 지르죠! 일하러 안 가세요?
정환 : 정말... 회사 옮길 거예요?
경주 : 지난달에 저더러 뭐랬어요? 이 일만 끝나면 몸값이 달라지니까 그때 옮기라구 그러지 않았어요?
내가 한 사장님을 더 참아야될 이유 있습니까?
정환 : ... 단지, 일 때문에 참았던 겁니까?
경주 : 그럼, 내가 부산에서 그런 일을 겪구두 댁이 좋게 보이겠어요?
정환 : ...
S#7. 은행 외환계
원희와 태만, 창구 직원과 외환 업무를 끝내고 나오며.
태만 : 디자이너가 어떻게 부기를 다 알아요?
원희 : 저 상고 나왔잖아요. 허 부장님한테 들었죠?
태만 : 아니, 금시초문인데요? (원희가 풀썩 웃으면) 왜 웃어요?
원희 : 박사장님, 거짓말 할 때는 눈썹 끝이 (손가락으로 윗눈썹 가리키며) 바들바들 떨려요. (그럴 리가 없다. 웃으며 나가고)
태만 : (눈썹? 힘주고)
S#8. 커피숍
태만 : 일은 같이 했는데, 서경주씨만 각광받아서 속상하겠어요?
원희 : 다 가질 수는 없잖아요? 나는 여자의 행복이고 걔는 자아성취.
태만 : 아아, 유 과장이 부드럽고, 당당한 이유가 바로 행복한 결혼생활에 있었군요... 부럽습니다.
원희 : 뭘요 호호... 근데요, 박사장님. 서경주가 중국에 그림판 거 정말 우연이예요?
태만 : 네? 무슨...
원희 : 어디 눈썹 좀 봐야지. 대답해보세요.
태만 : (눈썹에 힘주다가) 에이... 관두자. 세상에 우연이 어딨습니까. 내가 그 자식 때문에 속상한 거 생각하면...
원희 : 역시 한 사장님이 팔아준 거구나? 그것 땜에 중국 땅 헤매다가 회사 망할 뻔한 거죠? 웃겨...
태만 : 이거 정말 비밀입니다?
원희 : 알았어요. 출장 가서 여자랑 객고 푸는 것도 비밀이죠?
태만 : 아니, 케이에스 마크, 큐 마크를 뭘로 보고! 내 친구 한정환이는 절대 그런 놈 아니라구요!
S#9. 유비 탕비실
경주, 차를 타고. 원희는 생수를 따르면서 슬쩍 떠보듯이.
원희 : 한정환씨, 가는 데마다 현지처 있데더라. 어우, 끔찍해.
경주 : (담담하다) 상관없어.
원희 : 상관없어?
경주 : ... 어차피 다른 여자랑 살잖아...
원희 : 그러네? 후후... 차라리, 바람둥이가 나을 수도 있구나... 사실은, 그 남자가 너 떼어내려고 꾸민 거랜다.
경주 : (보면)
원희 : 결혼하자마자 칠 년, 아니 애 낳았으니까 6년이구나.
와이프랑 일년에 겨우 두세 번 만나면서도, 굳건하게 정절 지켰덴다.
경주 : ...
원희 : 안됐다. 유부남을 만나도 하필이면 그런 청정지대 인간을 만나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야. 끝내길 잘했어 얘. (가고)
경주 : (차를 마시려다가 휙 쏟아 부으며) ...
S#10. J기획 사장실
태만 : 임마, 너 소문 다 났더라.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게? (정환의 위로) 친구의 명예보다는 행복이 더 중하지 않겠어?
그래서? 한정환이 천하 바람둥이다. 확실히 도장 찍었다. 잘했지? 잘했지!
정환 : ...그래, 잘했다 잘했어. (밀어버리고, 밖으로 나오며) 나 물 좀줘! 장난영! ...다들 어디 간 거야! 사장한테 보고도 안하고!
태만 : 왜 성질은 내구 그래? ... 니 와이프 회사에 사진 모델하러 갔다.
S#11. 채옥 회사의 피팅 룸
난영, 새 브랜드의 옷을 입고 가봉중이다.
채옥, 예리한 시선으로 날렵하게 핀을 꽂고, 초크로 표시하고.
채옥 : 보기보단 몸이 좋으네... 너 갈수록 마음에 든다. 옷 만들 때까지 카메라 감각 익혀 놔, 알았지?
난영 : (어리둥절한 채로) 저 자신 없어요.
채옥 : 카메라테스트 해서 아니면 내가 자를 거야, 걱정 마.
경철과 유지, 문을 살짝 열고 와 이쁘다 하며.
S#12. 민우 스튜디오
난영(평상복)의 굳은 표정 위로 셔터 누르는 소리.
민우 : (E) 진짜 촬영 아니니까, 긴장 풀어요.
난영 : (고개 숙이고) 못하겠어요, 선생님.
경철 : 왜 그래? 촌스럽게. 그래서 모델 하겠어?
민우 : 정연씨, 접자. (카메라 내려놓고)
정연, 조명 끄고. 옆에 있던 경철과 유지도 도와준다.
민우 : 우린 밥 먹고 올테니까, 경철이 너는.
경철 : 네, 알아서 하겠습니다. (민우, 나가면) 음음, 최민우 작가의 왕년의 명조수, 서경철이 맡은 임무는
초보 모델의 긴장을 풀어 주는 거다. 난영아, 음악 틀어줄까? 뭐 해주까?
난영 : 나 여기 싫어, 나갈래.
유지 : 재미있잖아. 내가 해볼까? (난영의 자리에 서며 멋진 폼을)
경철 : 어쭈? 그럼 나두 포토그래퍼 흉내 한번 내봐? (민우의 카메라를 들고) 자 준비하시고오? 하이!
경철이 셔터 누를 때마다, 유지는 프로처럼 표정, 포즈를 취하고.
난영, 웃으며 보다가 뛰어들어 유지와 함께 듀엣 연출.
경철, 난영, 유지 서로 찍어주기도 하면서 흥겹게. (상황에 맞는 애드립 해주세요)
S#13. 식당 (저녁)
민우와 채옥, 만호, 정연, 식사하며 소주도 한잔씩.
채옥 : 민우씨 우리 언제, 부부동반으로 만나요.
민우 : 네, 근데 우리 집사람이 바빠서.
채옥 : 누구는 안 바쁜가? 거기 부부 문제 있구나? (정연에게) 조수가 보기에도 그래?
정연 : 어... 사모님이 얼마나 이쁜데요?
채옥 : 이쁜 거랑 행복이랑 뭔 상관이야?
만호 : (옆구리 찌르며) 이사님, 남의 부부 문젠데.
채옥 : 내 말이 맞잖아? 나는 맨날 남편 자랑에 흉까지 다 보는데, 민우씨는 입 꼭 다물고... 그건 문제 있는 거야.
민우 : ...
채옥 : 두구 봐, 오늘밤에는 꼭 들어야지. 집에 들어갈 생각 말아요? 자, 건배!
S#14. 유비 디자인실 (저녁)
캔 맥주 마시는 경주, 원희, 영재. 구겨진 캔이 몇 개쯤.
원희 : (캔을 구기고 보면, 없다) 어, 영재씨 맥주 떨어졌다.
영재 : 어디 가서 정식으로 할까요?
원희 : 아니 여기가 좋아. 딱 한 캔씩만 더 마시자, 괜찮지?
경주 : 시집살이하는 애가 이래두 돼?
원희 : 친절한 그이가 매일 알리바이 대주잖아. 오늘은 윤채옥씨랑 야근한데... 난 그 여자가 주는 것도 없이 왜 이렇게 밉니?
너는 안 그래?
경주 : ... 착하던데 뭐.
원희 : 한날 한시 한 예식장에서 결혼했는데, 그 여자도 나도 디자이넌데... 누구는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시집살이나 하고,
누구는 유학파에 대기업 이사님... 아들도, 그렇게 이쁘다며?... 경주야, 근데도 샘이 안나?
경주 : ... 이 아줌마, 취했나부다.
원희 : 아줌마? (갑자기 사나와지며) 너희 처녀들은 아줌마가 그렇게 우스워서 아줌마 남편들을 함부로 넘보냐!
경주 : 얘?
영재 : 과장님, 술 사 올게요. (경주를 데리고 나간다)
원희 : 나영재 너두 미워! 서경주만 눈에 보인다 이거지?
큰공간에 덜렁 혼자 남는 느낌으로.
원희 : 나, 혼자 있기 싫단 말야! ... (불안감에 급하게 휴대폰 누르고) ...정연씨, 우리 그이 지금 뭐해? ... 그래서?
야! 그럼 나한테 전화하라고 그랬잖아! (끊고, 이를 악물다가, 또 누르며) ... 이 시간에 단 둘이 있다 이거지?
S#15. 유비텍 근처 골목길 (동 밤)
경주와 영재 편의점에서 숙취 해소용 음료수 등을 사들고, 나온다.
경주 : 그 기집애는 틈만 나면 갈구더라? 으유, 친군지 웬순지... 하긴 뭐, 나영재두 마찬가지야.
영재 : 갑시다, 과장님.
경주 : (보다가) 넌 왜 나한테 대시를 안 해?
영재 : (보면)
경주 : 언제까지 불우이웃 돕기만 할거니? 내가 아직도 그렇게 불쌍해 보여? 나 인제 돈도 잘 벌어?
영재 : (가볍게) 아참, 내가 다시는 여자들하고 술 마시나 봐라.
경주 : (영재의 옷을 잡고) 딴청 부리지 마... 너...(영재 위로) 키스는 잘 하니?
영재 : (으쓱) 그것도 거의 도사 급이지. 너는? (픽 웃고) 제대로 해본 적도 없지?
경주 : ... 야, 내 나이가 몇인데, 까불구 있어.
순간, 경주를 벽으로 밀어부치는 영재.
경주 : (악소리 삼키며 공포로)
영재 : (보며) 키스해도 돼?
경주 : ... (눈감고)
영재의 입술, 바로 앞까지.
경주 : (입 꼭 다물고, 주먹까지 꼭 쥐고 바들바들)
영재 : 불우이웃 돕기 더 해야겠다... 넌, 짝사랑 아직 안 끝났어. (어깨를 툭 쳐주고 간다)
경주 : ...
S#16. 유비 디자인 실(동 밤)
경주, 먼저 들어오면. 원희는 가고 없다.
경주 : 유원희! 원희야! ... 말도 안하고 가냐?
그때 회사 전화가 울리고.
경주 : 유비텍입니다?... 여보세요? (혹시나 하는 기대) ...
정환 : (F) .. 나예요.
경주 : ... 네...
S#17. 주차장 앞과 유비텍 (동 밤)
정환, 차 앞으로 움직이며.
정환 : ... 용건이 있어서요. 유원희씨하고 휴대폰 통화가 안되네요. 조금 이상한 말을 하다 끊어서...
경주 : 최민우 스튜디오 아시죠? 오늘 윤 이사님 촬영이 있다고...
정환 : 알았습니다. (끊고)
경주 : (끊으며, 불안해지는데)
영재 : (손 닦으며 들어오며) 유과장님, 갔어? 취했구나.
경주 : 오늘 별로 마시지도 않았잖아?
영재 : 요새 좀 이상했어... 알콜 중독 아닐까?
경주 : ?
S#18. 민우 스튜디오 (동 밤)
채옥은 캔 맥주 마시고. 민우는 커피 마시고.
채옥 : 아우, 재미없어, 집에나 갑시다... 뭐라구 얘기 좀 해라, 응?
민우 : ... 잡지 인터뷰할 때 그랬죠? 사랑하거나 떠나라... 그럴 수 있어요?
채옥 : 그게 뭐? 사랑도 없이 붙어사는 게 더 끔찍하지.
민우 : 나는 왜 못 떠날까...
채옥 : 당연히 사랑하니까 못 떠나겠지?
원희, 들어오며 그들의 얘기를 듣는다. 눈빛이 번뜩이며.
채옥 : 우리 내년 카탈로그는 아프리카 가서 찍을까요? 어때?
원희 : (듣는 위로)
민우 : 나는 아직도 뭐가 사랑인지 모르겠어요.
원희 : ... 놀구들 있네... 가증스러운 인간들, 느이들이 어떻게 마주 앉아서 사랑이란 말을 입에 담니?
민우, 채옥 너무 놀라서 일어서고. 민우는 당혹감과 환멸로 그저 보며.
원희 : 결혼하자 그럴 때도 사랑이라는 말, 못했던 위인이, 남의 마누라 앞에서는 술술 잘도 나온다 응!
민우 : ...
채옥 : 저기요. 저기요.
원희 : 오늘 사진 촬영하는 날 아니세요? 패션디자이너는 일을 이렇게 하나부지?
채옥 : 무 무슨 말을 그렇게 유 유영희?
원희 : 유원희다 이년아. 남의 남자랑 사귀려면, 그 마누라 이름 정도는 외워주는 게 예의 아니니!
(그대로 채옥에게 달려들어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헤집고)
민우 : 원희야! (원희에게 달려와 잡지만)
원희, 이성을 잃고 원초적으로 채옥에게 달려든다.
S#19. 동 앞 (동 밤)
차에서 내려 뛰어가는 정환.
S#20. 스튜디오
정환, 뛰어들어오면.
채옥은 헝클어진 머리에, 찢긴 옷, 목에 할퀸 상처까지 혼절하기 직전이다.
민우가 겨우 원희를 뒤에서 안아 진정시키고.
정환 : 여보! 재동 엄마! (달려가 안고)
채옥 : (그제서야 울음을 터뜨리며)
민우 : 죄송합니다. 집사람이 오해를 해서, 정말 부인은 아무 잘못
정환 : 내 와이프는 내가 잘 알아요! 유 과장, 어떤 상황인지는 몰라도 오햅니다.
경주, 들어서며.
원희 : 보지도 않고 무조건 감싸줘요? 그렇게 잘 알아요?
정환 : 얘기는 나중에 하죠. (채옥을 안고 돌아서다가 경주를 보고)
경주 : (외면해주고)
정환, 채옥을 안은 채 그대로 나가고
경주, 내가 여길 왜 왔나,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
민우 : ... 너도 그만 가.
원희 : 왜 그냥 가? 넌 술만 마시면 경주 데려오라며?
경주 : 원희야
원희 : 하하 웃겨...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니가 멀쩡한 남의 남편 넘보니까 그 마누라는 또 우리 남편 집적거리고.
하하, 웃기는 도미노 판 아니니?
민우 : 그게 무슨 소리야! 말조심해.
원희 : 당신이 철썩 같이 믿는 서경주 쟤가? 아까 그 남자, 그 유부남을 짝사랑한데! 알어? (민우에게 뺨 맞고)
원희 : ...
민우 : ...
경주 : (돌아선다)
S#21. 스튜디오 앞 (동 밤)
경주, 나오며 차에 타는 정환 부부를 본다.
채옥은 패닉상태로 꺽꺽 느껴울고
정환 : 괜찮아. 아무 일도 아니야. 인제 됐어, 울지 마 뚝!
아내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쓸어주고, 옷매무새를 만져주고, 쓰다듬고 달래며.
경주 : (그런 정환이 더 좋아지고, 그래서 더 밉고) ...
채옥 : 여보, 나 억울해... 당신, 나 믿지 응? (떨며, 흐느끼며)
정환 : 그럼 그럼... 인제 집에 가자 응?
채옥 : 아니, 잠깐만... 시동 좀 꺼봐. (벨트 풀고, 심장을 치며) 숨을 못 쉬겠어. 어지러워.
경주, 가다가 정환이 여보!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고.
정환 : 괜찮아? (채옥을 안아주며, 당황해서) 놀라서 그래, 진정해... 잠깐만 참자...쉬 ... (순간, 경주가 다가오는 것을 본다)
경주 : ... 저... 제가, 청심환이라도 사올까요?
정환 : 아니, 괜찮습니다. 가다가 병원 들리면
경주 : (버럭) 지금 운전을 어떻게 해요! 안정이 더 우선이잖아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금새 올게요, 네? (달려가고)
정환 : 경주씨!
경주는 무작정 약국을 찾아 달려간다.
그런 경주를 보는 정환, 난감하고, 그녀의 어리숙하고 착한 마음이 화나고 아프고 ...
S#22. 근처 거리와 약국 (동 밤)
경주, 급한 마음으로 열심히 달리며, 행인을 잡고 여기 약국 어디 있는지 아세요? 약국이요! 둘러보다가 달리기 시작하고.
헉헉 숨차지만, 정말 바보같이 열심히 달린다.
약국으로 뛰어들어가는 경주.
경주 : 청심환 주세요! 급해요. 제일 비싼 걸로 주세요. 저기요 놀라서 그런데, 답답하고 어지럽고, 심장이 이상하다는데
이거 먹으면 괜찮죠? 그죠?
S#23. 스튜디오 앞 (동 밤)
정환, 식은땀 흘리는 채옥을 안은 채, 초조하게.
저만치에서 경주가 약봉지를 들고 달려온다.
정환 : (보며)
경주, 숨이 턱까지 차서 말도 못하고, 약 주며 빨리빨리 하라는, 자기가 손수 물약 병을 따고.
정환, 채옥에게 알약을 삼키게 하고, 물약 마시게 하고.
정환, 채옥의 등을 쓸어주고. 손을 주물러주다가 문득 돌아보면.
경주가 보이지 않는다.
사방을 둘러보는 정환. 어둠만 보일 뿐.
정환, 골목을 보며 달려가고 싶지만, 채옥에게 잡힌 손을 놓치 못한다.
그 앞 어두운 골목길
경주, 주저앉아서 허억허억 숨을 고르고 있다.
정환의 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 그제야 일어나 나오는 경주.
경주 : (자기 머리를 쾅 쥐어박으며) 으유 등신 등신... 너는 벨두 없냐? 으유...
S#24. 거리, 달리는 정환의 차(동 밤)
정환, 운전하고. 채옥은 잠들어 있다.
정환 : ... 너는 벨두 없니? ... 바보...
S#25. 민우 스튜디오
원희, 책상에 엎어져 있다가 일어난다.
민우, 앉아 있다가 일어나면.
원희 : 아니, 오늘은 나 혼자 들어갈게... 챙피해서 당신 얼굴 못 보겠어... 그냥 갈게... (나가고)
S#26. 민우네 집 전경(아침)
민우모 : (소리) 민우야!
S#27. 민우네 주방
원희, 민우모, 식사 준비 완료. 민우부, 들어오면.
원희 : 그인, 일이 많아서 못 들어왔어요.
민우부 : 서방 간수는 잘하고 있재?
원희 ; 네?
민우모 : 맨 보는 기 모델인가 뭔가, 야시시한 가스나들 아이가. 니 그런 꼴 보믄 속 안뒤집히지나?
원희 : 아유 어머니... 저도 회사에서 남자들하고 같이 일하는데. 그걸 이해 못 하겠어요? (웃지만)
S#28. 정환네 침실
정환, 넥타이를 매는데. 부스스 일어나는 채옥, 밤새 앓아서 힘없고 순하게.
채옥 : 왜 안 깨웠어. (이불 걷고 발 내리고)
정환 : (침대에 앉아 보며) 기분은 어때?
채옥 : 악몽 같애... 미친개한테 물려도 그거 보단 낫겠다... 당신은 그런 여자랑 어떻게 같이 일을 했어?
정환 : 좋은 사람이야... 무슨 사정이
채옥 : 무슨 사정? 나랑 그 남자랑 의심하는 거야?
정환 : 아니라면서?
채옥 : 당신은 또 무슨 근거로 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날 믿어? 우리 사이, 지나치게 쿨 한 거 같지 않아?
정환 : (보며) 믿어줘두 탈이야? 늦겠다 (일어나는데)
채옥 : 질투두 안 하냐구우?
정환 : (돌아보면)
채옥 : 솔직히 말하면... 나, 최민우씨한테 조금 끌렸던 거 같애. 지금 생각하니까 그래...
정환 : (그저 보며)
채옥 : 그 와이프는 본능적으로 그걸 알았을까? 그래서 그 난리를 쳤나?
여보, 당신은 밖에서 만난 여자한테 무작정 끌린 적 없어?
정환 : ... 늦었어. 시계를 어디다 뒀나? (욕실로 들어가는데)
채옥 : (가운 걸치고 나가며) 왜 없겠어? 이쁜 여자 보면, 당연히 끌리겠지.
정환 : ...
S#29. 동 거실
정환모, 소파에서 신문을 읽고.
채옥 : 어머니이-
정환모 : 깨우지 말라고 해서 밥도 안 차렸는데, 괜찮어?
채옥 : 어머니 며느리 밤새 아팠어요. 그것두 모르셨죠? (시어머니에게 엉기듯이 기대고) 오늘 출근하지 말까부다.
정환모 : (그런 며느리가 정겹고 편하다, 머리 쓸어주며) 머리 염색할때 됐네?
채옥 : ... 어머니, 저는 정말 나이 값을 못하나봐요.
정환모 : (웃고) 얘가 아프고 나더니 철이 드나?
채옥 : 저두 그이한테 딴 여자 생기면, 머리끄댕이 잡아당기며 난리칠까요? 나는 죽어도 못 그럴 거 같은데...
어머니도 그런 거 못 하셨죠? 그죠?
정환모 : ... 나는 뭐 여자 아니냐? 속에서 불이 나는데, 어떻게 교양을 따지겠어?
채옥 : 그럼, 닥치면 다 하게 되있는 거죠? 미리 쌈하는 연습 안해도 돼죠?
정환모 : 장난으로 할 말은 아니지, 시어머니 면전에서
정환, 방에서 나오며 다녀오겠습니다 하는 위로.
채옥 : 한정환씨! 딴 여자한테 느끼한 짓만 해봐, 그냥 확!
정환 : (깜짝)
S#30. 경주네 주방 (동 아침)
경주모, 경주, 경철 밥 먹는다.
경철 : 누나 난영이가 사진 모델한다?
경주 : ... (딴 생각으로 밥만)
경주모 : 그 콩알만한 게 모델을 해? 뭐, 땅콩모델?
경철 : 자세히 보면 얼마나 이쁜데?... 근데 걔가 결핵이거든? 피곤하면 안 되는데.
경주모 : 결핵, 폐병 말이냐? 요새도 그 병이 있니? 에구구... 고향 떠나 못 먹구 다녀서 그렇구나...
언제 좀 데려와라. 아니, 내가 한번 행차를 해야겠다.
경철 : 엄마, 가긴 어딜 간다는 거야? 아들 직장에
경주 : (그제서야) 뭐? 엄마! 엄마가 거기가 어디라구 가!
경주모 : 빈손으로 안가니까 걱정 마. 아니 너네 회사 간다는 것도 아닌데 왜 난리야?
경주야, 얘네 사장님, 너무 괜찮더라? 그냥 잠깐 봤는데도 마음이 확 가는게...
경주 : 칫, 얼마나 잘난 척인데? 왕재수야...
S#31. 유비 디자인실
경주, 들어오면. 원희, 청소하고.
경주 : (보면)
원희 : ... 화 많이 났지?
경주 : 니가 무슨 짓 했는지, 기억은 하니? 멀쩡한 남의 가정 깰 뻔 했어 이 기집애야...
부부싸움을 하면 했지, 왜 불똥이 나한테까지 튀냐구!
원희 : 니가 샘나서 그런 가부지 뭐. (나가다가) 한사장이 케잌 좋아하니?
경주 : (보면)
원희 : (한숨 쉬고) ... 다 때려치고 시골집에나 내려갈까부다...
S#32. J기획 사무실
원희, 케잌을 들고 들어온다.
난영 : 안 그래도 전화하려구 그랬는데, 나 어저께 언니네 아저씨 봤어요? 멋지더라. (비로소 보면)
원희 : (어색하게) 으응... 사장님 계셔?
안에서 정환이 나오면, 원희, 학생처럼 고개를 떨구고.
뒤 따라 나오던 태만, 어리둥절. 난영도.
태만 : 원희씨 무슨 일 있어요?
원희 : ...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정환 : 우리 부부는 다 잊기로 했습니다... 약속이 있어서, 이따가 사무실에서 뵙죠. (나가고)
태만 : 하아 저 깍쟁이같은 자식... 이리 들어오세요. 난영씨 우리 차 한잔?
(원희 손을 잡고 사장실로) 뭔 일입니까? 나한테 말만 하세요, 내가 다 해결해줄게.
원희 : ...
S#33. 동 사장실
시간 경과의 느낌으로.
빈 찻잔을 내려놓는 태만.
태만 : 윤채옥이 남편 앞에서도 나랑 포옹하는 여자예요. 신경쓸 거 없어요.
원희 : 어떻게 신경을 안 써요, 남편 밥줄인데.
태만 : 글세 칠렐레 팔렐레 해도 공사 구분은 확실히 한다니까요? 그나저나 원희씨... 왜 그랬어요?
원희 : ... 우아한 척, 행복한 척, 혼자 다하다가 (자조하며, 웃고) 이렇게 정체가 탄로나고 마네요.
태만 : 그 마음 압니다... 나도 사실은, 유부남 아니예요. (원희 위로) 이혼 도장 찍구 말았잖아요, 지난주에...
아 그거 정말 사람 할짓 아니데...
원희 : (눈물로 보면)
태만 : (당황해서) 왜, 왜요? 나 괜찮아요? 이혼 그거 별 거 아니예요?
원희 ; 정말 별 거 아니예요? ...
난영 : (머리만 디밀고) 언니, 뭐가 그렇게 심각해요?
원희 : (밝게) 어, 서류 땜에 문제가 있어서, 같이 밥 먹으러 갈래?
난영 : 우리 바이어가 떡볶이 먹고 싶데요.
S#34. 떡볶이집
유지 : (맛있게 먹으며) 경철은?
난영 : 내가 심부름 보냈어. 너한테 상담 좀 하려구. 나, 모델 해도 돼?
유지 : Why not?
난영 : 몰라서 물어? 유명해진 다음에 인터넷에라도 뜨면
유지 : 겁쟁이.
난영 : (보면)
유지 : 사랑하는 사람을 속이는 게 더 무서운 거 아니야?
난영 : (보면)
유지 : 아프게 해서 미안한데... 세상을 속일 수는 있어도 너 자신을 속일 수는 없어.
난영 : 나더러 경철이한테 내 입으로, 실토하라구?... 너 너무 잔인한 거 알어?
유지 : ...
경철 : (기웃하다가 들어오며) 여기 있을줄 알았어, 의리없이 둘만 오기냐? (표정을 보고) 유지! 난영이 괴롭히지 마. 얘 환자야.
유지 : 미안해. 먼저 갈게. (나가고)
경철 : (먹으며) 넌 이런 거 먹으면 안돼. 그 병은 말이지.
난영 : 내가 병 걸린 게 자랑이니? 아주 광고를 해라 응! ...
경철 : 아하 또 시작이다, 니 변덕 때문에 정말 돌겠다.
난영 : ...
S#35. 디자인 실
경주는 그림 그리고.
강실장과 허장, 이 쑤시며 들어온다.
영재, 컴퓨터 메일을 확인하고 있다.
허장 : 점심 안먹어? 뭐해?
영재 : 서 과장님한테 꼬모에서 답장이 왔네요.
경주 : 무무슨 답장?
영재 : 과장님이 어제 저한테 시켰잖아요. 이력서, 기사 실린 거, 작품이랑 다 보냈어요...
아파트 제공에 연봉도 최고 수준이고... 갈만한데요?
허장 : (강실장에게) 진짜예요? 이게 정말 이태리에서 온 거란 말야?
강 : ... (서운하지만) 잘됐다... 그렇게 가고싶어 하더니... 잘했어...
경주 : (앞치마 벗으며) 나영재씨 나 좀 봐요.
S#36. 동 꽃밭 (동 낮)
경주, 영재.
경주 : 너 너무 기고만장 까부는 거 아니니? 니가 뭔데 남의 이력서를 자기 맘대로... 건방진 자식.
영재 : (차갑게 쏘아보며) 니가 나한테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어? 또 변덕부리는 거였니?
경주 : (보며)... 으 또 성깔 나온다. 못된 자식이라는 거 깜빡 잊고 있었어.
영재 : 나 못된 자식인 거, 잊지마... 니 기분에 따라서 쥐고 흔들지 말라구.
경주 : 내가 간다구 나서도 말려야되는 거 아닌가? 너두 거기 갈 생각 있어?
영재 : 거기 가는 게 텍디들의 꿈이잖아... 난 가고 싶어도 못 가.. 고향에 할머니, 언제 돌아가실지 몰라. 동생들도 어리고..
(피식) 너 보내고 나면,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르겠네...
경주 : ... 솔직히 말해봐, 나 좋아한다 어쩐다 허풍이지?
영재 : ... 니가 한정환씨 옆에 있는 거 보다는 바다 건너 보내는 게 나아. 그게 다야... 밥 먹으러 가자. (가고)
경주 : ...
S#37. 우동집 (C)
경주와 영재, 메밀 먹을까? 아니 김치우동 먹자 하며 오다가.
경주, 멈칫 한다.
안에서는 정환과 경철이 우동, 김밥을 먹으며 웃고 얘기하던 중.
경철 : 누나!
영재 : 들어가죠. (반가운 얼굴로 들어가며) 점심이 늦었네요? 여기 김치 우동 둘 주세요.
정환 : (엉거주춤, 경주에게 뭐라 말할지 몰라서) ...
경주 : (선선하게) 부인은 좀 어떠세요?
정환 : ... 덕분에요, 어제는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영재 : (보는 위로)
경철 : 무슨 일인데?
경주 : 응, 어제 민우네 스튜디오에 갔었어.
경철 : 그랬구나? (정환에게) 김밥두 드세요?
정환 : 아니, 됐어.
경철 : 우리 엄마는요, 김밥 재료들을 몽땅 다 다지는 거 있죠, 다져서 볶은 다음에
정환 : 밥하고 한꺼번에 막 비벼서 김에다 마는 거 말야? 그거 얼마나 맛있는데?
경주 : (어머, 그걸 아냐는 얼굴로 보며)
경철 : 어! 그 김밥 아세요? 신기하다, 그지 누나?
경주 : 참기름을 많이 넣어야 더 맛있는데... 영재씨도 먹어봤어?
영재 : 아뇨. (아무렇지도 않게) 참 사장님, 우리 과장님 이태리 꼬모에서 프로포즈 받았어요.
경철 : 정말? 누나 잘됐다!
정환 : ... 어... 잘 됐네요...
경주 : 그런가요?... 다, 사장님 덕분이예요. (외면하고)
정환 : ... (고개 숙이고)
S#38. 근처 거리 (동 낮)
정환과 나란히 걷는 경철.
경철 : 사실, 저랑 엄마만 아니면, 갔어도 벌써 갔죠... 얼마나 가고싶어 했는데요.
정환 : ...
경철 : 결혼이나 하고 가면 좋겠는데... 영재형하고는 진도를 나가는 거야 마는 거야? 사장님 보기엔 어때요? (보면)
정환 : 어? ... 미안... 먼저 들어가라. (돌아서고)
정환, 걸어가다가 걸음 빨라지면서 뛰어가고.
달려가는 정환.
S#39. 우동집 C 앞(동 낮)
경주와 영재, 안에서 나온다.
회사 방향으로 걸어가던 두 사람.
경주 : (멈추고)
영재 : (보면)
경주 : 먼저 가. (돌아서고)
S#40. 근처 거리와 골목 (동 낮)
경주, 달려서 코너를 돌다가 정환이 막 달려오면, 멈춘다.
정환 : (땀 흘리며, 숨이 차서 헉헉이며)
경주 : (보며) 웬 일이세요?
정환 : (헉헉)
경주 : 저한테 뭐 할 말 있나요? 아님 또 우연인가요?
정환 : (끄덕이고) 할, 할 말 있어요.
경주 : 해보세요... 또 뭐라고 잘난 척 하실까 궁금하네요.
정환 : 잘난 척이요? (손수건으로 땀 닦으며) 좋아 그래! 하라면 못해? 음,
시뇨리나, 게벌 덴뽀? 레에 몰또 벨라... 논 바다 비아. (자막) 아가씨, 날씨가 좋죠? 당신은 아름다워요...가지 마세요.
경주 : 네?
정환 : 무슨 말인지 몰라요? 그럼 음,
프로이라인, 아인 쉬네스 베터호이테? 지 징 쉬엔 ... 블레이벤 지 히어 바이터.
(자막) 아가씨, 날씨가 좋죠? 당신은 아름다워요... 가지 마세요.
알아듣겠어요?
경주 : (기막혀 보면)
정환 : 이태리어도 몰라, 독일어도 몰라, 접때 보니까 영어도 젬병이던데, 대체 뭐 믿고 거길 가겠다는 거요?
경주 : (보는데 또 눈물이 글썽)
정환 : 말 배우는 데만 몇 년이 걸릴텐데, 그 동안은 사람도 못 사귀고, 자리잡고 나면 대체 당신 나이가 몇입니까!
거기 아는 사람 하나라도 있어요? 갑자기 다리라도 삐긋하면, 침 맞을 데나 있냐구
말하는 중에 경주, 주먹을 힘껏 날려서 정환의 얼굴을 강타한다.
정환 : (자기도 모르게 아! 하고)
경주 : 대박파, 성질 건드리지 말란 말야! ... 그렇게 밖에 말못해요?
정환 : (보면)
경주 : 내가 노는 동네에서는요. 이런 경우에, 남의 나라 말까지 동원하면서 어렵게 얘기 안 해요...
그냥, 내가 먹기는 싫고, 남 주려니 아까워서,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 그렇게 말하면 다 알아들어요.
나한테 하려던 말이 그거 아니예요?
정환 : ...
경주 : (돌아서 가는 위로)
정환 : 미안해요... 그런데.
경주 : (돌아보면)
정환 : ... 내가 하려던 말, 절대 그거 아닙니다.
경주 : 그럼 뭐예요?
정환 : ... ... (고개를 떨구고)
경주 : ... 바보... (돌아서고)
그런 경주를 뒤에서 바라보는 정환.
S#41. 거리 (동 낮)
정환, 걷는다.
그 위로 들리는
경주 : (E) 나 한 정환씨한테 원하는 거 없어요.
정환 : ....
10회 바닷가에서의 경주 모습 떠오른다.
경주 : 원하는 거 없어요. 날 따로 만나달라는 것도 아니고, 전화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날... 좋아해 달라는 것도 아니예요...
이렇게 밀어내지만 마세요... 그냥, 내 마음만, 나라는 여자만 인정해주세요...
거래처 여직원 말고, 여자로... 그것두 안돼요?
정환 : (걷다가 멈추며) ...
S#42. J기획 사무실
정환, 들어온다.
태만과 유지는 바둑을 두느라.
난영과 경철은 원단 샘플북 들을 정리하느라 정신없고.
정환, 그대로 사장실로 들어가 문 닫고, 블라인드 치면 방, 어두워지고.
정환, 의자에 묻힌다.
S#43. 민우네 일층 거실
민우, 민우부에게 인사하고.
민우 : 옷 좀 갈아 입으려구요.
민우부 : 느그, 싸웠드나?
민우 : ...
민우부 : 니 각시 요새 수상타 아이가.. 잘 살펴 보거래이?
S#44. 원희 방 (동 낮)
민우, 옷 갈아입고. 가져온 가방에다 옷들을 담는다.
문갑의 문을 열다가 뭔가 걸리고, 억지로 열어보면 빈 소주병들이 우르르 나온다.
민우 : (보며) ...
민우, 바닥에 주저앉으며...
S#45. 까페 앞과 안 (낮)
창가에 앉아 있는 민우.
멀리서부터 원희가 달려오는 것을 본다.
원희, 창 안쪽의 민우와 시선이 마주친다.
원희 : (보며) ...
민우 : ...
원희와 민우 마주 앉아 있다. 앞에 찻잔 놓고.
민우 : ... 마음 고생 시켜서 미안해... 근데...
원희 : (매달리듯) 당신 마음 다 알아... 나두 내가 싫은 걸 뭐...
민우 : 그러지 마... 나 때문에 힘든 거 아는데, 그렇다고 자학하지마... 너 망가지는 거, 싫어.
원희 : ...
민우 : 나 이 선배한테 가 있다가 오면 안될까?
원희 : ... 아프리카, 말야?
민우 : 전부터 가고 싶었어... 보내주라...
원희 : (고개 돌리며 눈물을 참고) ...
S#46. 유비텍 디자인 실
원희, 밝게 들어온다.
원희 : 늦어서 미안합니다. 남편하고 데이트 좀 하느라고요.
허장 : 그래, 서과장 그만두기 전에 실컷 놀아두세요.
원희 : ? 누가 그만 둬요?
실장실에서 나오는 경주를 보는 위로.
허장 : 몰랐어? 아니 친구가 이태리 가는 것도 모른단 말야?
원희 : (쏘아보며)
경주 : 어.. 원희야... 갑자기 정해진 거야.
원희 : (차갑게) 갑자기? 이태리가 옆 동네라도 되나부지? 참 잘도 떠나는 구나. 그래, 잘 가고? 나중에 그림 엽서나 보내 줘.
경주 : ... 알았어... 인제 나 없어져서 시원하겠다, 응? (하는데)
원희 : 그래, 속이 시원 (눈물을 왈칵 쏟는다)
경주 : (놀라 보며) 얘!
원희, 울면서 탕비실로.
경주, 당황해서 쫒아가고.
강실장과 함께 나오던 영재도 본다.
강실장 : 참... 여자들은 정말...
허장 : 나까지 눈물이 나려고 그러네...
강실장 : (버럭) 그러니까 서경주 잡아! 나영재! 너! 뭐하는 거야!
영재 : ...
S#47. 동 탕비실
테이블에 엎어지며 우는 원희.
경주, 착잡하게 보다가.
경주 : .... 나 싫다며. 니 옆에 있는 것도 그냥 싫다며?
원희 : (울음 멈추며) 그래, 너 싫어. 징그럽게 싫어.
경주 : 그럼 됐네...
원희 : 너네 둘이 짰니? 하나는 아프리카, 하나는 이태리, 나 골탕먹이자고 짰어?
경주 : 민우, 간데? ...
원희 : (경주 손을 잡으며) 나 어떡해? 경주야... 나 어떡해 응?
원희, 다시 울음 터뜨리고.
경주 : (그런 원희를 무겁게 보다 한숨 쉬고) ...
S#48. 경주네 집 (동 밤)
경주, 지치고 힘든 마음으로 들어온다.
경주 : 엄마! 밥 먹자.
그런 경주 위로 옷가지들이 던져지고.
경주모 : 밥 없어 이 기집애야, 당장 짐 싸들고 나가! (방으로)
마구 집어던진 경주의 옷들과 책들이 가득 널려있다.
경주 : ... 경철이한테 들었어? 저기, 엄마.
경주모 : (소리) 내가 왜 니 엄마야! 새엄마지.
경주 : ...
S#49. 동 안방
경주모, 돌아앉아 있고.
경주 : 엄마. (옆에 앉고) 거기 무지 좋은 데야. 나 잘되는 거 싫어?
경주모 : (퍽퍽 팬다) 잘되는 게 왜 싫어! 이게 잘되는 거야! ... 그 좋은 나이에 허구헌 날, 엎드려서 그림만 그리더니,
남의 나라까지 가서 그 짓을 또 해? ... 넌 고생이 지겹지도 않니?
경주 : (보면)
경주모 : 결혼해서, 아이 낳기도 급한 나이야, 이것아. 인제 어딜 떠나겠다는 거야, 응? 여기 있으면, 내가 밥이라도 차려주지,
거기 가서 병이라도 나면, 약 한 봉지 사줄 사람도 없잖어어!
경주 : 엄마. (겨우 울음을 참고) 내가 뭐 앤가? 나 잘할 수 있어요.
경주모 : 잘하겠지, 그럼... 열 살도 안된 것이 어린 동생 기르며 살림도 했는데... ... 너 그때 생각 나?
경주 : 어... 엄마가 들어와서 팔자 폈지 뭐...
경주모 : 그거 알어? 난 니 아버지보다 느이들이 더 좋았어... 어린것들이 얼마나 순하고 이쁜지... 남부럽지 않게 잘 길러야지...
근데, 고생만 더 시키고...
경주 : (붙잡고 울고) 엄마아... 안 그래에?
경주모 : (치맛자락으로 눈물을 닦고, 코 풀고) 난, 너한테 미안해서, 미안해서 이대로는 절대 못 보낸다. 그런 줄 알어.
(일어서고)
경주 : ...
S#50. J 기획 사무실
태만, 유지 바둑을 접고.
난영과 경철도 책상 정리 끝낸다.
난영 : 사장님은 하루종일 연락도 없으시네요.
태만 : 싸우나 갔나부지. 자 퇴근하자.
나가며 두런두런 하는.
경철 : 유지, 오늘은 얼마나 땄니?
유지 : 일당은 했시유.
태만 : 깍쟁이 자식... 어떻게 한판도 안 내주냐?
난영, 둘러보고 불을 끄고, 밖에서 문 잠그고.
그 어두운 사장실의 정환.
그때까지 미동도 않고 앉아있다가 스탠드 불을 켜고
정환 : (휴대폰 누른다) ... 나예요.
S#51. 경주네 거실 (동 밤)
경주모와 경주, 옷들을 다시 개고 있다.
경주 : (전화기 들고) ...
정환 : (F) 할 말이 있습니다.
경주 : ...
S#52. 공원 (동 밤)
벤치에 앉아 있는 정환. 경주, 그 뚝 떨어진 끝에 앉는다.
정환은 한결같이 진지하게. 경주는 처음에는 냉소적으로.
정환 : ... 나는 이미 결혼한 사람입니다.
경주 : (보다가) 어머, 그러세요? (다시 앞으로)
정환 : 나는 남자고 경주씨는 여자고.
경주 : (보다가) 아까 그 이태리어 보다는 쉬운 말이네요.
정환 : 우리 사이에 남자 여자 말고는 다른 관계가 없나요?
경주 : (보다가) 관계? 뭐 친인척이나 스승 제자할 때 그런 관계요?
(냉소하고) 안됐습니다. 댁은 우리 삼촌도 아니고, 오빠도 아니고, 선생님도 아니네요.
정환 : 어머니 말고... 경주씨만큼 날 좋아해준 여자, 없었어요.
경주 : (쿵하는 느낌으로)
정환 : 잠 잘때 가방으로 해 가려주는 사람도 없었고, 내 대신 약국까지 달려가서 심부름 해준 사람도 이제껏 못 만나봤어요.
그런데, 나는 해드린 게 하나도 없네요... 식사대접도 변변히 못하고, 선물도...
구두표는 돈으로 돌려 받았고, 옷도 경비 처리하고... (자조의 웃음) 사람들한테 선물 잘하는 게 내 특긴데...
그저, 칠년 전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상처만 줬습니다.
경주 : ...
정환 : 이태리 못 가게 잡을 수만 있다면 어떤 핑계라도 대겠습니다. 날 뭐라고 욕해도 좋아요. 비겁한 거 알아요.
사기꾼 도둑놈이라고 그래도 좋아요... 앞으로도 별로 해드릴 건 없어요. 그저 같이 일하면서, 서로 돕고...
점심도 같이 먹고... 가끔씩 한의원에 침 맞으러도 같이 다니고...
경주 : (보는 위로)
정환 : 나, 경주씨한테 미안해서, 미안해서 도저히 이대로는 못 보냅니다.
경주, 정환을 돌아보다가 후후 허탈하게 웃고.
경주 : ... 어떻게 그렇게 우리 엄마랑 똑같은 말을 하세요?
정환 : (보면)
경주 : 엄마랑 똑같은 말을 하니까 꼭 사장님이 우리 삼촌이라도 된 거 같네요. 뭐라고 불러드릴까요? ... 우리, 무슨 관계죠?
정환 : ...
경주 : ...
그렇게 뚝 떨어져 앉은 두 사람의 거리만큼 아득한 느낌으로 어두워지고.
S#53. J 기획 빌딩 전경 (아침)
S#54. J기획 사무실
흑백으로 찍힌 난영의 사진을 보는 태만.
태만 : 이게 정말 너니? 야아... 쓸만한데?
난영 : 그래요? 저 정말 모델해도 될까요?
경철, 난영과 유지가 인상쓰고 찍은 사진을 보다 하하 웃고.
정환 : (들어오며) 일들은 안하고, 맨날 뭐가 그렇게 좋아?
태만 : 이것 좀 봐라... 얘네 그냥 볼 때는 몰랐는데, 정말 웃기지 않니? (사진 보여주면)
정환 : 그거 생각난다? 뱀, 베라, 베로. (웃으며 들어가고)
하하 웃는 태만을 쳐다보는 경철, 난영, 유지의 뚱한 표정 위로.
태만 : 뱀 베라 베로.. 너희들, 요괴인간 몰라? (손가락 세 개) 빨리 사람이 되고 싶다아아~
경철, 난영, 유지, 웃지도 않고 보며.
S#55. 동 사장실
정환, 옷 벗고. 업무 준비하는데.
태만 : (들어오면서) 요괴인간을 모르네? 나를 아주 할배 취급을 해요, 저것들이. 아아, 옛날이어어.
노크하고 들어오는 경철, 조금 민망해하고.
태만 : 왜 그래? 미스타 뱀?
경철 : 저...
경주모 : (요란하게 차려입고) 아유 안녕하세요? 사장님?
S#56. 유비 디자인실
경주 : (전화를 받고) 뭐? 엄마가 왜 거기를 가? 알았어. (끊고, 앞치마 벗으며) 내가 미쳐 미쳐.
S#57. J 기획 사무실
난영, 유지 경주모가 싸온 김밥(재료를 전부 다져서 볼품없는)을 뜨악하게 본다.
유지 : 무슨 김밥이 이렇게 생겼어?
경철 : 넌 먹지 마. 이거 우리 엄마가 난영이 너 먹으라고 싸온 거야.
난영 : 정말? ... (사장실 안을 기웃 보면)
S#58. 동 사장실
그 안에도 김밥잔치가 벌어졌다.
정환 : (먹고) 네, 맛있네요. 바로 이겁니다.
태만 : 맞다 맞다. 옛날에 너네 집에서 먹던 바로 그맛이다.
경주모 : 아유, 김밥 이렇게 말아먹는 집 잘 없는데, 정말 인연인가봐요.
정환, 태만 : 네?
경주모 : 우리 딸네 회사 먹여 살리는 데가 여기잖아요, 부디 부디 월급 올라서 다른 데 옮긴다는 말 좀 안하게 해주세요, 네?
태만 : 허허, 잘 봐주긴요... 공생공사하는 거죠... 근데 한 사장, 이 김밥 보니까, 옛날에 너네 집 일해주던 누나 생각난다.
(경주모 위로) 그 누나 이름이 뭐였지?
정환 : ... 복희 누나.
태만 : 맞다. (하는데)
경주모, 물 컵을 떨어뜨리고. 정환, 태만 -보면.
경주모 : ... 저기, 저기 그럼 저기 명륜동....
정환 : (그제서야 경주모의 얼굴을 보며) 복희누나?
경주모 : 아이구! 이게 누구야! 환이야아!
정환 : (단순한 반가움이 아니라 경주 생각이 먼저 나서) ...
그때,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경주.
경주 : 엄마...
경주모 : 경주야! 얘가 누군지 아니? 환이 오빠야! 너 몰라? (정환을 잡고) 경주 몰라? 우리 울보 따알?
경주와 정환 마주 보는 위로.
경주모 : (소리) 하니야!
S#59. 명륜동 고가 (회상)
흑백톤의 영상에 붉은 울타리 장미는 선명한.
젊은 날의 경주모 어린 경철을 안고, 환이야 부르며 들어온다.
중학교 교복을 입은 15세 정환이 누나아 하며 마당으로 나오다가. 10세의 경주와 만난다.
S#60. J기획 복도
사무실에서 나란히 나오는 경주와 정환
서로의 얼굴을 보고는 피식 웃으며.
S#61. 명륜동 고가 (회상)
어린정환 : 너! ... 인제 오빠라구 불러!
어린경주 : 싫어. (돌아서는데)
어린 정환이 경주의 뒤통수를 빡 친다.
어린경주 : (째려보며) 왜 때려! 아빠도 없는 게.
어린정환 : 뭐! 엄마두 없는 게 씨..
어린 경주,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면.
어린 정환, 당황하다가 울타리의 장미를 꺽고.
경주에게 장미 몇 송이를 내미는데 그 손에 피가 흐른다.
경주, 정환의 손을 잡아서 수건으로 피를 닦아주고 호호 불어주다가 얼굴 드는데, 눈물 흐른 눈에 함박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마주 서서 장미를 주는 어린 정환과
그 꽃을 받아드는 어린 경주.
S#62. J 기획 복도
정환과 경주, 서로의 얼굴을 보는데 피식 웃음이 배나온다.
정환 : 내가 처음부터 그랬죠? 어디서 많이 봤다고, 명륜동 안 살았냐고... 20년이 넘었네...
경주 : 네... 그랬네요... 그만 들어가세요. (돌아서서 가는데)
그 뒤에서 그런 경주의 뒷모습을 보던 정환.
이윽고, 손바닥을 싹싹 다듬으며 표정 지으며 다가가서는 정환, 경주의 뒤통수를 딱 후려친다.
경주 : 아! (돌아보면)
정환 : 너... 인제 오빠라구 불러! 알았어?
경주, 정환을 바라본다. 얄밉지만, 한편으로는 고맙고, 이별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눈물이 또 그렁그렁해지면서.
경주 : (어린 시절처럼) 싫어!
그런 경주를 바라보는 정환에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