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가을날의 단상(斷想)
서시천변 언덕 베기에 줄지어 서있는 벚나무며 개나리가 이른 봄부터 시샘하며 꽃의 향연을 벌이더니만 그 화려 했던 꽃이며 푸른 나뭇잎 들은 다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언젠가부터 천변에 하얀 갈대가 겨울을 재촉하는 바람결에도 저 홀로 신이나 나풀거리며 사람들의 눈길을 멈추게 한다.
난 언젠가부터 서시천공원 산책길을 자주 들려 천변의 나뭇잎들이며 동서로 이어진 징검다리 위 잔잔한 물위에 한가로이 파닥이는 물새들을 바라보며 대자연의 순리에 따라 저절로 변해가는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면서 사색에 잠기며 한가로이 산책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제 가을이 깊어간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 엊그제이니 가을도 어지간히 깊어 가는가 보다. 가을은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서시천변 가까이 내가 살고 있는 광평 마을이나 이웃한 냉천마을 앞 들녘에는 황금벌판이 아니라 수확기가 지나가는데도 주인 잃은 잿빛 벼들만이 청초로 서 있다.
아예 수확을 포기해야 하는 논들이 많다. 내가 경작을 하고 있는 벼논에도 여지없이 물이 침수되는 바람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패농을 해야만 했다. 난 작년에 농사를 버려서 농사 지은 사람이 쌀을 사서 먹었는데 내년에도 또 쌀을 사서 먹을 수밖에 없다 생각하면 쓴맛이 저절로 난다. 농사꾼이 무슨 죄인가?. 나뿐만이 아니라 인자 기후가 맞지 않아 농사도 못 짓겠다고 한숨들이다.
언젠가부터 북극 추운 지방인 시베리아 지역이 영하권에 있어야할곳이 영상 34도라는 엄청난 기온의 급속도로 상승으로 꽁꽁 얼어붙은 빙산들이 수없이 녹아내린 모습을 티브이 영상에서 보게 되었다. 지구환경의 급속한 변화로 대자연의 질서마저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니 불안이 앞선다.
난 올해는 농사가 좀 낫겠지 하며 연초에 기대를 걸고 힘겹게도 애써 지은 농사였는데 지난여름 50여일이나 되는 긴 장마에다 3일간의 집중 폭우와 갑자기 불어난 주암댐의 물 방류로 서시천둑이 범람 둑이 터지면서 사상 처음으로 구례읍 시내가 물에 잠겨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수많은 이재민을 낳았다.
또 섬진강 하류지역인 구례와 화개마을이 온통 물바다가 되었고 덩달아서 물이 범람하여 이제 막 벼 알들이 수잉되거나 수 발화 되려는 시기에 무려 3일간이나 물속에 잠겨 벼들은 모두가 황금이 아니라 잿빛으로 변해버린 채 지금껏 추수도 포기하며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서 지난 연초에 불어 닥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도시 농촌 가릴 것 없이 아니 이 지구상 모든 나라들이 날로 확산하는 전염병으로 대 재앙을 만나 난리법석들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은 작은 바이러스가 이토록 인간을 괴롭힐 줄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잇단 자연재해 코로나19로 지난 추석은 농사 망치고 자녀들도 맘대로 못 보는 사상초유의 쓸쓸한 추석을 겪어야 했다. 전염병 예방에 따른 정부의 거리두기 차원에서 그동안 서로 흩어져 살았던 부모와 자식 간 그리고 형제들 대부분이 고향에 내려오지도 못하고 겨우 전화로 안부를 묻곤 했다. 특히 더 안타까운 것은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 입소중인 수많은 환자들은 부모 자식 간 면회마저도 금지되는 바람에 피 눈물을 안고 명절을 보냈으리라 생각하니 맘이 씁쓸하다.
연초부터 전 세계에 몰아닥친 코로나19전염병은 이젠 코로나 블루라는 또다른 신종어가 생겨나 수많은 사람들에게 지독한 정신적인 고통을 주고 있다. 특히 나처럼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 지병이 있는 사람들에겐 더 우울하고 더 불안이 가중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각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앞 다투어 주민 편익증진 차원에서 마을마다 복지시설들이 산재해 있다. 그러나 올해는 그 많은 시설들을 이용도 할수 없게 막아버렸다. 그런 바람에 올해는 사정이 달랐다. 코로나 전염병 확산 방지를 모든 편익시설들을 폐쇄되는 바람에 가뜩이나 공동화 되어가는 농촌 마을은 더없이 적막강산으로 변한지 오래이다.
현대인들에게 고독과 외로움은 암보다 더 무서운 병 이라고 한다. 이 현대적인 질병 에서 그 누구도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코로나 19가 사회적 단절을 강요하면서 이 고독이라는 병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고 한다.
사람은 독불장군이 없다는 말처럼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외로움에도 관심을 기울리는 일이다. 우선 내 이웃들 안부 살피며 또 내 마음에 맞는 친한 친구를 많이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누군가는 말했다. 인생은 시시하게 살기엔 그 생이 너무 짧다고 했다. 인생은 한정된 기름통에 기름을 가득실고 저마다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자동차와 같다고 했다. 그러나 기름통에 기름이 떨어지면 그 누구도 다시 채울 수가 없다는 게 우리네 짧은 인생살이다.
뒤 안 담장은 제철만난 호박꽃들이 줄기마디에서 노란색채를 발산하면서 벌 나비를 유혹 늦여름 호박꽃이 여기저기 듬성듬성 피어나더니만 엊그제 서리가 내려서인지 금새 시들해져 버렸다. 또 참새와 잠자리가 한 가닥 전기 줄 마다 내려앉더니만 소스라치는 가을바람에 저절로 놀라 저만치 달아난다.
지난 6월이었던가 내 어릴 때 가난해서 끼니도 제대로 못 먹던 그 시절 그래도 겨울양식이었던 고구마농사가 언젠가부터 잘 안되어 고구마순에 문제가 있는가 싶어 올핸 저 해남에서 고구마 순을 인터넷으로 주문 뒷밭에 세 두둑 심었는데 엊그제 고구마를 캐 보니 먹기 좋은 고구마들이 제법 많이 나왔다.
참 좋은 세상이다. 그리 힘든 고구마 순을 집에서 애써 기를 필요도 없이 조금만 돈을 들이면 가만히 집에서 받아 옮기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고구마는 우리에게참 좋은 식품임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아내는 고구마를 참 좋아하는데 난 별로 좋아하질 않는다 아마도 아내는 도시의 처녀로 자라 고구마를 그리 먹질 못하면서 자랐고 난 그와 반대로 쌀이 없어 겨울 양식 대용으로 고구마로 거의 기니를 때우고 했던 정 반대되는 삶을 산 이유에선지 모르겠다.
이제 들녘은 좋으나 굳으나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여름 내내 울창했던 만물들을 비워낸다. 이제 모든 것을 또 내년으로 기약하면서 저마다 가을걷이하기에 바쁘다.
참 세월한번 빠르다고 느껴본다. 70km로 지나가는 나의 세월인데,
이제 그 고왔던 아름다운 꽃들도 서서히 사라져 버리고 마당 한켠에선 탐스럽게 활짝 피어오른 두 바구니의 국화꽃봉우리가 날마다 나를 반긴다. 그러고 보면 끛이란사람에게 포근한 희망과 용기 그리고 행복을 주는 고마운 식물이다.
더구나 요즘과 같이 코로나 전염병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가운데 답답하고 우울한 일상을 살아가면서 철마다 아름다운 자연을 그려보며 또 탐스럽게 피어난 꽃들을 눈으로 지그시 바라보면서 저 파란하늘을 바라보면서 위로를 받아보자.
어둠은 뛰지 않는다 모든 만물들은 단 한순간도 생명의 작동을 멈추지 않는다. 움직임이 세상을 발굴한다. 자연의 생태와 순환은 관계가 아니고 우주 끝까지의 연결이다. 이제 머잖아 겨울이 소리 없이 찾아오리라 암만도 이 겨울은 웅크려 있기엔 너무나 시간이 없다. 더 큰 행복을 펼치며 다가오는 내년을 기다려 보자.
2020. 10월 박윤수 글
첫댓글 멋지십니다 가을날에 지나온 뒤를 걸어온갈을 돌아보게합니다
박회장님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자연의 생태와 순환은 우주끝까지의 연결이다. 라는 말씀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세분 시인님 함께 해주심에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