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호 작가의 만화 <인천상륙작전>의 주인공들은 모두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전쟁이라는 비극앞에서 조무래기 악인이든 착한 보통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지옥의 삶이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일제강점기 때는 친일파 앞잡이였고 해방후에는 이승만으로 대표되는 극우세력의 주구로 백색 테러를 일삼았던 개망나니 상배가 인천상륙작전이 있을 거라는 정보를 듣고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피난처 부산에서 인천으로 되돌아 가려고 합니다. 그 때 "거기가 어디라고 가요? 그래도 자유대한이 낫지 않겠소?"라는 상대의 말에 상배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유대한이라고? 똑같은 지옥이면 엄니 품에서 뒤지는게 맞지...." 어머니는 상배가 돌아올까봐 피난도 못가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인천 집에서 어머니와 상배가 만나는 장면에서 눈물이 납니다. '이렇게 못된 놈도 어머니를 걱정하고, 어머니도 이런 망나니를 하염없이 기다리는구나'하는 생각에 책으로 눈을 가리고 큰 소리로 울고 싶었습니다. 만화 <인천상륙작전>은 전쟁이 아닌 정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정치가 잘못되면 민중의 삶이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진다는 것을 생생하게 묘사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