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나선형의 몸체와 4-8개의 긴 편모를 갖고 있어 위내의 점액층에 헤엄을 치듯 운동하며 살고 있는 세균입니다. 이 세균은 정상인의 위에서는 발견되지 않으며 만성 위염, 위 ▷십이지장 궤양, 위암, 위림프종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십이지장궤양 환자의 95%이상과 위궤양 환자의 70%에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환자의 위내에서 검출되고 있고, 최근에는 위암의 원인으로 생각되는 증거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으며 1994년 세계보건기구회의에서는 헬리코박터가 분명한 발암인자로 인정되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전체 성인의 60%이상이 이 균에 감염되어 있고 감염자의 일부에서 위궤양이나 십이지장 궤양, 만성 위염, 위암, 위림프종이 발생하게 됩니다. 20세기 초까지는 위염, 위 ▷십이지장 궤양의 원인으로 음식물, 스트레스를 주원인으로 생각하였으나 그 이후로 위점막의 공격인자와 방어인자 사이의 불균형설이 나온 뒤로는 오랜 기간동안 이 설이 정설로 인정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의 발견과 연구에 의해 위염, 위 ▷십이지장 궤양, 위암 등 상부 소화관질환을 감염성 질환의 일종이라고 보는 학자도 있는 실정입니다.
위염과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감염된 대부분의 환자들에서는 위전정부에 위염이 생기고,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감염을 치료하면 위염이 소실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실험동물에게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을 먹였을때 위염이 발생하는 것이 관찰됩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감염되엇을 때 조직 점막은 급성 위염의 소견을 보이다가 점차 만성위염으로 변화되고 위점막이 위축되는 위축성 위염으로 진행된 후 십수년이 지나면 암의 전구병변인 장상피화생(위점막이 장점막으로 변하는 것)으로 변화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위․십이장 궤양과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여러 가지 독성물질을 분비하고 점막에 장해를 일으켜 위산에 대한 저항력을 약화시킴으로써 위나 십이지장 점막의 손상을 가져와 궤양을 발생시키고 또한 게양이 재발하기 쉬운 환경을 만듭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감염을 치료하면 상당수의 궤양환자에서 재발이 억제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위암과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감염에 의한 점액층의 손상, 각종 염증반응물질들의 분비 등으로 인한 세포증식의 증가로 암의 발생이 일어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또한 위점막의 자극으로 국소적인 면역반응이 일어나서 정상인에는 없는 림프조직이 발생하게 되고 여기에 암이 발생하여 림프종이 생기게 됩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전염되는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주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됩니다. 전염경로는 대변이나 타액, 구토물 등을 통한 분변-경구 감염, 위-경구 감염이 주된 경로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적 접촉에 의한 감염은 없으며 주로 많은 사람이 집단생활을 하거나 사회경제적으로 낙후된 집단일수록 감염율이 높습니다. 또한 가족내에서의 감염이 많으며 특히 어린이의 감염은 주로 이미 감염된 어른에게서 전염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우리나라에는 술잔을 돌리는 습관을 비롯하여 여러명이 수저를 이용하여 한 그릇의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고 어른이 음식을 씹어서 아기의 입에 넣어주는 일도 있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감염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물이나 채소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어 깨끗한 물을 마시고 채소 등을 잘 씻어 먹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감염의 진단방법은?
혈액검사나 내시경검사, 요소호기검사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혈액검사는 비교적 간단하나 치료후 완전히 치료가 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내시경검사는 위까지 내시경을 삽입하여 조직을 채취한 후 신속 요소분해효소 검사(CLO 검사법)를 시행하면 적어도 20분에서 하루정도 경과후 감염여부를 알 수 있어 간편합니다. 또한 최근에는 혈액검사나 내시경검사를 하지 않고, 간단하게 튜브를 통해 숨을 내쉬게하여 내쉰 공기를 모은후 검사하는 방법(요소호기검사)이 개발되었고, 본원소화기병센터에서 이 검사를 시행하고 있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대한 검사가 보다 간편해졌습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감염되어 있으면 꼭 치료를 받아야 하나?
이 세균에 감염된 모든 사람이 치료를 받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감염되어 있으면서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이 있는 경우나 위림프종 환자들은 꼭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또한 심한 위염 환자나 소화불량 환자에서도 담당의사선생님의 판단하에 선별적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특히 궤양환자에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대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서 단순히 위장약만 복용하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죽지 않아 궤양이 치료되어도 자주 재발하게 됩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감염의 치료방법은?
치료는 궤양을 치료하는 약제 한가지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를 죽이는 항생제 2가지를 섞어서 1주 또는 2주동안 복용하면 대부분에서(약 90-95%)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를 제거할 수 있으며 위궤양이나 십이지장 궤양의 재발율도 뚜렷하게 감소합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치료후에는 어떻게 해야하나?
치료종료 4주후에 세균이 박멸되었는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박멸을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내시경검사를 하여 조직을 채취한 후 신속 요소분해효소 검사(CLO검사법)나 조직배양, 조직검사 등을 하는 것과 내시경검사를 하지 않는 요소호기검사가 있습니다. 위궤양환자는 궤양의 치유정도, 형태변화 등을 관찰하기 위하여 내시경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권장되며 십이지장궤양은 악성의 위험이 없으므로 요소호기검사로도 충분한 검사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치료되지 않는 경우는?
앞에서 지적한 대로 첫 치료에서 90-95%의 환자에서 치료가 됩니다. 치료가 실패하는 원인으로는 감염되어 있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투여한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즉, 과거에 수술을 받거나 항생제 등의 약물을 투여받았던 환자들에서는 일반적으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치료에 사용하는 항생제들에 균이 죽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환자가 성실하게 치료제를 복용하지 않은 경우에도 치료는 실패할 수 있으므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대해 치료받는 환자들은 정해진 방법대로 정확히 약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치료후에도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감염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재발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치료후 3, 6, 9, 12개월 즉, 3개월 간격으로 재검사를 실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