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도시에 사는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총각 혼자 살지만 그래도 직장에 몸 담고 있어서 그런지
이런저런 명절 선물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보관할 냉장고 공간도 부족하고
자기가 요리해 먹을 수도 없으니
고기며 과일이며 한과 같은 것을 좀 가져가라는 것이다
우리도 혹시 모를 태풍피해를 대비하느라
베란다의 화분 치우고 창틀 고정하고
이런저런 일로 바쁜데 가져가라니 거부하기도 그렇고
더구나 오후에는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릴 거라고 하니
가져올 거면 빨리 가서 가져오자고 아내와 함께 가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아들 집을 뒤져서 죄다 차에 싣고
두 말 없이 뒤돌아서서 달리다 생각하니,
도대체 이게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
정작 내 자식하고 얘기 한 마디 나눌 여유도 없이,
목적만 성취하고 단번에 돌아서서 빗속을 질주하는 거,
이게 진짜 사람 사는 건지 모르겠다
오는 도중에 짐 잘 챙기셨느냐는 아들 전화를 받고,
아내는 자꾸 울먹이기만 한다(아들은 직장에 있다)
대화하기가 힘든 세상,
모든 것은 물질로 표현되는 시대,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첫댓글 그래도 아드님 잘 두셔서 좋은 선물들을
가지고 오실 수 있으니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은데
정말 행복하신 것 아닐까요?
읽다 보니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걸요
바쁜 생활에 얼굴 보기가 쉽지 않죠
예향도 아들을 몇달 만에 한 번씩 본답니다
부러운 마음으로 감상합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립니다
태풍에 무탈하시기 기원합니다^^
지기님 안녕하세요?
부럽다 하시니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네요
하지만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 있다는 말처럼,
잘 자라 준 아들을 못 보고 짐만 들고 오는 맘 또한,
무척이나 아쉬운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예쁘게 보아주시니 감사합니다
하루종일 태풍소식 뿐인데,
그렇더라도 행복한 명절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