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네트워크 논평]
휠체어 고속버스 운영중단,
이번에도‘보여주기식’쇼에 불과했나?
- 이용률 저조의 핵심은 원하는 시간에 이용할 수 없고,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의 반복이다.
- ‘도입’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지속화될 수 있도록 ‘질적 개선’도 동시에 이뤄져야
지난 2019년 10월 28일, 고향을 가고 싶어도 고속버스를 탈 수 없는 휠체어 장애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부는 서울을 기준으로 부산, 강릉, 전주, 당진 등 4개의 지역을 연결하는 노선에 전체 대수 중 2대씩 하루 2~3회 배정하는 방식으로 10대가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특히 해당 사업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령 개정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당사자들이 고속버스를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도 마련했는데 이는 당시 김현미 장관이 주도했을 정도였다.
이처럼 장애계의 오랜 숙원이 풀리는 듯하였지만,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해당 사업은 이미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순차적으로 중단되어 6년이 지난 현재 사실상 전면 폐지되었음을 확인했다. 중단의 원인은 이렇다. 대표적으로 당진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고속철도로 이동이 가능하며, 업계에선 장비 관리 문제, 장비 설치비 외 운영 손실 지원이 없다는 등이 거론된다. 이 말인즉슨 장거리 이동은 콜택시 서비스 지역 확대 등의 맞춤형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철도가 장거리 이동에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제시된다. 그러나, 이미 해외에선 장애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구조로 제작된 고속버스들이 다수 운행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효율성을 따지는 것은 곧 수단을 분리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 이용자를 분리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을뿐더러 차별을 더욱 조장하는 처사다.
애초 휠체어 고속버스 사업을 실시할 때 장애인들이 원하는 시간에, 또는 이용하려고 할 때 제대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지와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휠체어 고속버스를 이용하려면 이용날로부터 약 2~3일 전에 사전 예약이 필수인데다가 터미널 담당자에게 관련 문의를 해도 운행일정만 알려줄 뿐 휠체어 고속버스 승차 여부에 대해선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즉, 여기서도 도입에만 급급했을 뿐 실질적으로 ‘질적 개선’을 동시에 진행해야 했음에도 철저히 무시되었다. 여기에 모든 휠체어가 이용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했다. 탑승 대상 휠체어는 국가기술표준원 세부기준(KS P ISO 7176-19)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자격 요건이 갖춰지려면 모두 외국산 고가 모델일 것.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원하는 휠체어 33종 중 34%인 12종에 불과하여 전동 휠체어가 아닌 수동 휠체어는 아예 자격이 안 되는 구조적 문제가 뒤따랐다.
이런 배경을 토대로 오히려 사업 자체가 2년 가까이 유지된 게 신기할 정도인데, 모든 휠체어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없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현장에서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니 과연 사업 자체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당시 국토교통부가 숙원을 이뤄냈다고 자화자찬했던 사업이 이번에도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했음을 드러낸 이상 정부가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더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관련하여 콜택시가 인근 시군 경계까지 확대되었다곤 하나, 중증이 아닌 경증은 이용 자격에 포함될 수도 없고, 시내 깊숙이 접근하려면 다시 호출하고 갈아타야 하는 건 마찬가지인 우리나라 콜택시 제도의 모순적인 상황이 존재하는 이상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면 장애계 차원에서 요구하는 인근 지역을 하나로 통합하여 관리하는 ‘광역이동지원센터’의 구축이 더욱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기에 지금부터라도 후속 조치로 논의와 공론화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동권은 단어 그대로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지만, 장애인들에겐 이동하는 행위 자체가 생존 문제와 직결될 정도로 오랜 시간을 끊임없이 투쟁하고 토론을 이어왔으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신규로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황에 맞게 이용할 수 있게끔 ‘질적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 그런데도 실질적 개선은커녕 보여주기식 땜질 처방만 일삼는 정부. 특히 국토교통부의 이번 결정과 함께 고속버스 업계 역시 관리가 어렵다는 핑계를 언급하면서 마치 장애인 이용을 혐오하는 발언과 행태에 매우 유감이다. 이에 공공교통네트워크는 ‘누구나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교통’을 추구하는 조직으로서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바라보면서 이용률 저하를 의도적으로 연출하고, 앞서서 차별을 조장하는 정부와 국토교통부의 행태를 절대로 좌시할 수 없다. (끝)
2025년 10월 14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