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장마와 태풍 '다나스'가 입성하던 날
시어머님께서 살기 위해 오셨다면서우리 집에 함께 입성하게 되었다.
병진단을 위해 병원에 오가시며 몸살이 난다고 하시면서도
머리가 추하다며 이른 아침부터 점심까지 소파에 누워서라도 파마를 말고 오셨다.
긴병으로 거동도 힘드시면서 꼭 머리를 멋내고 싶어 하신다.
또 목욕하실땐 아들은 근처도 못오게 하시고 며느리인 나만 담당하게 하신다.
저리도 아프고 힘드시면서도 여자인 것과 부끄러움이 남아 있는 것을 보니
아직은 덜 답답하신가보다.
여러가지로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나름 챙겨드렸더니
지금껏 억눌렀던 것이 하나씩 나오시는지
아침에 남편에게 엊그제 삶았던 소면을 찬물에 씻어서 카레를 올려 주고
어머니와 아들에게는 밥을 차려 주었더니 그게 못마땅하셨던지
아들이 퍼진 국수를 먹고 배가 고플테니 나중에 빵도 주고 배고프지 않게 하라고 하신다.
카레국수를 먹은 본인은 정작 맛있게 잘 먹어서 기분이 좋은데 ㅎ
집에서 약국으로 오르내리면서 어머니 보살피랴 약국보랴 식사나르랴
몸도 맘도 지쳐서 힘들다고 했더니 "날씬해지고 좋지 뭘 그래" 라고 하신다.
순간 그동안 지극정성으로 병원으로 끌고 다니랴 밥상 차리랴 목욕시키랴
힘들어서 심하게 토하고 드러 누웠다가도 벌떡 일어나 시중을 드니까
뚱뚱한 며느리 몸은 지치지도 않는 쇳덩어리로 아는가 보다
아들은 현관문을 나서는 뒷모습만 바라보시고도 많이 말랐다고 한걱정을 하시더니만
아무리 아파서 기운이 빠져도 시어머니는 시어머니고 나는 며느리일 뿐이다.
순간 신혼 때부터 나에게 섭섭하게 하셨던 것들이 다 생각이 나면서 어머니가
미워지고 모시고 싶지가 않다.
점심을 챙겨드리고 또 교회로 가면서 남편한테 마구 투덜거리며 화풀이를 했다.
남편은 지혜롭게도 내편을 들어주면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선 참아야 된다고 다독여 주었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 혼자서 이불을 감고 움추려 누워 있는 모습을 보니
안스러움이 밀려와 과일이랑 과자를 머리 맡에 놓아 드리고 내려왔다.
습하고 무더운 이 더운 날 거동도 제대로 못하시면서
긴 낮을 지루하게 보내실 것을 생각하니 가여워져서
저녁식사 땐 좀 더 다정하게 모셔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무엇보다 이런 시어머니와 며느리이지만
우리 집안에 긴 기도의 제목이 이루어져가고 있다.
어머니께서 아들의 식사기도에 아멘도 하시고 예수님을 영접하셨다.
계속 주의 이름을 의지하고 부를 수 있도록
나는 참고 또 참고 어머니의 천국 인도자가 되기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는 이러한 가운데서도 성경을 일독 하면서 무더운 여름 날
이런 기적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첫댓글 참 귀합니다.
존경합니다. 사모님^^~♡
은혜와 평안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