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文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입장 번복했다” 발언은 ‘절반의 사실’
[팩트요약]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단계적 정상가동을 할 수 있도록 점검해 달라”고 덧붙였다.
임기 동안 탈원전 정책을 지속적으로 밀어 왔던 문 대통령이 원전에 대해 이전과는 기류가 바뀐 듯한 언급을 하면서, 정부가 탈원전 기조를 철회하고 정책 변화를 예고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야당에서는 정부의 태도 변화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년간의 탈원전 정책을 뒤집고 ‘향후 60년간 원전을 주력’이라며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정권의 잘못된 판단으로 허송세월을 보냈다. 무리한 탈원전 추진으로 인해 세계 최고의 우리 원전 기술은 황폐화됐다”고 꼬집었다.
야당의 ‘탈원전 뒤집기’ 주장에 대해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 에너지 믹스 정책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지난 2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주력 기저 전원이라는 것은 ‘전력 수요가 가장 낮은 시간 때에 발전되는 가동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말이다. 불시 사고나 계획, 예방, 정비가 없는 경우 24시간 가동되는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현재의 개통 운영상의 석탄에 앞서서 가장 먼저 가동되는 발전원 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원론적이고 기본적인 이야기”라고 했다. 이어 논란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기저 전원’이라는 말보다 ‘주력’이라는 말에 주목돼서 오해가 생긴 것이라며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또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도 “오해는 문재인 정부가 이념적으로 원전을 선과 악에서 악으로 보고 이것을 갑자기 없애려고 한다는 프레임이 있는 것”이라며 “전혀 그런 것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전을) 급격하게 없애는 것이 아니라 탄소 중립과정에서도 원전은 일정한 역할을 중요하게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야당 간 논박으로 이어진,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정책 뒤집기· 입장 바꾸기라 지적한 윤석열 후보의 주장을 본지가 검증해 봤다.
[검증내용]
문제가 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의 문 대통령 발언 브리핑 자료를 찾아보면, 문 대통령은 원전과 에너지 정책 기조에 대해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이 지닌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 밀집도가 세계 최고이고, 특정 지역에 밀집되어 있어 사고가 나면 그 피해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에너지믹스 전환은 불가피하다. 우리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신규 원전 건설 중단, 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금지 등을 2084년까지 장기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문제가 된 ‘원전 주력’ 발언을 하면서 안전성 확보를 강조했다. 그는 “원전에 있어 세계적인 선도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원전해체 기술, SMR 연구, 핵융합 연구도 속도를 내는 한편,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침도 조기에 검토하여 결론을 내 달라”고 했다.
회의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보면, 정부의 탈원전 기조는 바뀐 것이 없는 셈이다. 정책 변화 계획도 전혀 드러나 있지 않다. 탈원전 정책 자체가 뒤집힌 것은 아니다.
다만 문 대통령의 발언에는 모순점이 존재한다. 기저 전원이라는 단어에 굳이 ‘주력’이라는 용어를 붙여 강조한 것은 발언의 의도를 의심하게 할 만한 대목이다.
또 문재인 정부가 세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 전체 어네지 소비량 중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6~7%대로 줄게 된다. 이 계획대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한다면, 2084년까지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으로 활용할 수는 없다. ‘향후 60여 년 동안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한다’는 말 자체가 정부의 계획과 배치되는 것으로, 성립이 불가능한 모순인 셈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취임 초기의 발언과 비교해도 차이가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인 지난 2017년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기념행사’에 참석해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며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했다. 또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이 안전하지도 않고, 저렴하지도 않으며,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고도 했다.
원전을 적대시한 것이 아니라는 청와대 측 반박이 설득력이 떨어질 정도로 원전의 단점만을 부각시킨 발언으로, 원전 전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최근의 발언과는 명백한 차이가 드러난다. 정책 변화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이전의 강경 기조와는 다른 태도를 보인 것으로, 탈원전 관련 입장을 바꿨다는 주장은 사실에 가까운 셈이다.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의 가동을 촉구한 것도 과거 정부의 행보와는 다른 모습이다. 특히 신고리 5·6호기는 공사가 진행되는 중임에도 정부가 백지화 대상에 올려 건설 중단을 검토했던 원전이다. 당시 공론화위원회에서 건설 재개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공사가 재개됐으나, 이 과정에서 시간을 소비하면서 공기가 29개월 늘어나게 됐다. 건설 중인 원전의 공사를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지연시킨 점에서, 빠른 가동을 주문한 최근의 움직임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검증자료]
-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 관련 청와대 서면브리핑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당선인) 페이스북 글
- 탄소중립위원회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보도자료
- YTN라디오 보도
- 중앙일보 보도 참조
[검증결과]
문 대통령의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 전체 발언을 보면, 대통령은 정책 기조 유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정책 변화를 예고하는 내용은 없다. “향후 60여 년 동안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에너지 전환 계획과 맞지 않는 모순이 존재하나, 정책을 번복했다는 주장의 근거로 보기에는 불충분하다. 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을 뒤집었다는 윤 후보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반면, 정부의 탈원전 관련 입장은 취임 초와 최근의 기류가 다르다. 과거 문 대통령이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원전의 단점을 강조하는 발언들을 반복했던 반면, 최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는 원전 전력의 활용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과거 진행 중인 공사를 중단시켜 가면서까지 멈춰세웠던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해당 회의에서는 빠르게 마무리하도록 촉구한 점도 정부의 입장 변화를 보여준다. 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는 윤 후보의 주장은 사실이라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후보의 발언 중 문 대통령의 ‘정책 뒤집기’를 주장한 부분은 거짓, ‘입장 바꾸기’를 주장한 부분은 사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윤 후보의 “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입장을 번복했다”는 발언은 절반의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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