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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멍’ 때리고, ‘에덴 낙원’ 거닐며 위로를 받았다
아는 도시 뜻밖의 재미-이천으로 떠난 가을 소풍
달항아리 126개로 완성한 신철 작가의 '흙으로 빚은 달' 입구 조형물.
이천도자예술마을인 '예스파크'의 포토존 중 하나가 됐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가을은 비엔날레의 계절. 마침 서울에서 1시간 남짓 거리인 경기도 이천과 광주, 여주 일대에선 1일부터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다시_쓰다 RE:Start’전(~11월 28일)이 시작됐다. 주 전시장은 이천 ‘경기도자미술관’.
도자비엔날레뿐 아니다. 천고마비의 계절에 쫀득한 햅쌀밥을 맛볼 수 있고,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한 정원도
거닐 수 있다. 반나절이면 즐길 수 있는 이천 일대 힐링 코스를 따라갔다.
이달 1일부터 시작한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한국·아시아관.
전통 방식의 도자 기법을 변형한 파격적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불행수집가’ 만나는 세계도자비엔날레
‘안녕하세요. 저는 불행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불행을 흙으로 빚어 주세요.’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주 전시장인 경기도자미술관(이천시 관고동) 2층 한국 아시아관 한쪽에 있는 작품 ‘불행수집가’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오묘한 표정의 흉상 앞 책상 위엔 찰흙과 물레가 놓여 있다. 관람객이 직접 자신의 불행을 작품으로
표현한 다음 이를 저울에 올려 불행(작품)의 무게를 재본 뒤 전시관에 두고 가는 비대면 체험 공간. 박민혜(34) 큐레이터는
“관람객이 찰흙으로 자신의 ‘불행’을 빚어보고 빚은 불행의 무게를 달아본 뒤 두고 가는 일련의 ‘의식’을 통해 내재돼 있던
불행을 자연스럽게 객관화하고 떨쳐낼 수 있도록 유도한 체험”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로 11회를 맞이하는 2021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에선 불행수집가를 비롯해 27국 69명의 작가가 빚은 76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모든 전시 관람은 무료. 다만 코로나19 대응 상황에 따라 관람 시간과 인원이 제한돼 온라인 플랫폼(www.kicb.or.kr)을 통해 예약 신청 후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경기도자미술관의 야외 작품 '소리나무'.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풍경 수백개가 청아한 소리를 낸다.
◇설봉호 둘레길 숨은 명소들
비엔날레가 열리는 경기도자미술관은 이천 9경 중 하나인 관고동 설봉호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설봉호는 1970년 완공된 인공 저수지로 ‘설봉저수지’ ‘관고저수지’라고도 불린다. 시원하게 물줄기를 쏘아 올리는
고사분수를 감상하며 사시사철 1.05km의 호수 둘레길을 걷는 이들이 많다. 호수 주변으론 즐길 거리가 모여있다.
지난 8월엔 설봉폭포가 새롭게 추가됐다. 설봉공원 내 기존 암절개면의 자연석을 이용한 높이 10m, 너비 30m의 인공폭포.
웅장한 폭포 소리에 귀가 멍해질 정도다. 과장을 보태 ‘이천의 이구아수 폭포’란 애칭도 얻었다.
3∼11월 하루 3회(오전 7~9시, 오전 10시~오후 3시, 오후 6~9시) 폭포수 보며 ‘물멍(물 보며 ‘멍’하게 있는 것)’ 하기 좋다.
지난 8월 설봉공원 초입에 들어선 '설봉폭포'는 '이천의 이구아수 폭포'라는 애칭이 생겼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경기도자미술관 부근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은 지나치면 아쉬울 곳이다.
국회의사당 ‘백두산 천지도’와 아산 현충사 충무공 영정 등을 그렸던 한국화 거장 월전 장우성 (1912~2005년)선생
기념관이자 이천시립 미술관이다. 2007년 재단법인 월전미술문화재단과 유족이 월전의 유작과 월전미술관 소장품
1532점을 이천시에 기증하면서 완성됐다. “예술은 손끝의 재주가 아닌 정신의 소산이어야 한다”고 강조한 월전이
과거 지식인의 그림인 문인화를 현대적으로 변화시킨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12월 19일까지 ‘철필휘지(鐵筆揮之)
철농 이기우의 글씨와 새김’전도 열린다. 이승만과 윤보선,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의 인장을 만든 바 있는 당대 최고의
전각가이자 서예가인 철농 이기우의 전각 등 작품 100여 점이 전시된다. 관람료 2000원.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호젓한 숲길 산책을 하고 싶다면 설봉서원으로 향한다. 300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반긴다.
계곡 물소리 들으며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사색에 잠기기 좋다. 설봉서원은 1564년 명종 19년에 이천부사 정현이 안흥지
주변에 창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1871년 고종 때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문 닫았다가 2007년 이전·복원됐다.
서원은 현재 코로나로 ‘공식적’으로는 휴관 중이다. 설봉서원 위쪽엔 유서 깊은 사찰인 영월암이 있다. 보물 제822호인
마애여래입상과 수령 640년의 은행나무가 남아 있다. 고려 때 나옹선사가 이곳에 꽂은 지팡이가 자라서 은행나무가
됐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예스파크에선 항아리부터 욕실 도기까지 도자기에 관한 모든 것을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12만3000여 평의 도자 테마 단지인 '예스파크'는 4개의 마을로 나뉜다.
그릇을 비롯해 각종 공예품을 구경하다보면 하루가 부족할 정도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국내 최대 도자기 테마 마을 ‘예스파크’
파주에 출판도시가 있다면 이천 신둔면에는 예스파크가 있다.
예스파크(藝's Park)는 2010년 유네스코 창의도시 ‘공예와 민속 예술’ 분야에 선정된 바 있는 이천시가 조성한
도자예술특화단지다. 사음동 ‘사기막골 도예촌’이 전통 도예촌이라면 예스파크는 현대적 감각을 입은 도예 테마 예술촌.
40만6600㎡(약 12만3000평)에 달하는 단지엔 가마마을, 회랑마을, 별마을, 사부작마을 등 4개의 테마 마을과 카페거리,
야외 대공연장 등이 자리 잡았다. 도자뿐 아니라 유리·섬유·목공예 등 다양한 공예 작가들이 함께하는 200여 곳의 공방을
다 둘러보려면 하루가 모자란다.
예스파크에선 '로원요' 권태영<사진> 작가 등 도예 명장과 함께 물레 체험, 가마 체험 등을 해볼 수 있다.
광활한 단지를 걷기가 부담된다면 관광안내소 부근 ‘이색 자전거 체험장’에서 자전거를 대여하거나 카페거리 쪽
전동킥보드 대여소에서 자전거, 전동킥보드, 전동오토바이 등 자신에게 맞는 이동 수단을 대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구석구석 볼거리도 많다. 신철 작가의 작업실인 ‘흙으로 빚은 달’ 입구 거대한 달항아리 탑이나 통기타 모양의 ‘세라
기타 문화관’ 등은 인증샷 명소. ‘로원요’ ‘남양도예’ 등에선 이천 도예 명장과 함께 물레체험이나 전통 가마 체험을
해볼 수 있다. 도예 체험만 있는 게 아니다. ‘세라 기타 문화관’에선 우쿨렐레를 직접 만들고 체험할 수 있다.
고아한 기품의 ‘달항아리 멍’을 즐길 수 있는 공방도 많으니 걸음을 늦출 것. 예스파크는 그릇 수집가들에게 ‘개미지옥’
이라고 소문난 곳이기도 하다. ‘세일(sale)’이란 꼬리표를 달고 진열대에 나온 몸값 낮춘 그릇, 찻잔, 화분 등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두 손이 무거워진다.
마장면 '에덴파라다이스 호텔' 안의 홍차 전문점 '티하우스 에덴' 앞으로 펼쳐진 3500여 평 규모 '에덴 낙원'.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 최시영 소장이 설계했다. 호텔에선 코로나 대응 상황에 따라 정원 투어 프로그램인
'에덴 프롬나드'도 운영한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유럽 정원을 닮은 자연 친화 카페들
이천은 대형 카페들이 운집한 도시이기도 하다.
설성면 노성산 ‘산 속 카페’ 인더마운틴을 비롯해 시몬스 침대의 복합 문화 공간인 시몬스테라스의 경우 이천시에서 다소
떨어진 남이천에 있는데도 개관 후 3년 만인 지난 9월까지 40만 명이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캐러반에 수영장을 갖춘
율현동 글램핑 테마 카페 인디어라운드에 이어 마장면 티하우스에덴은 ‘낙원’을 연상케 하는 정원 ‘에덴 낙원’이 유명하다.
‘에덴파라다이스 호텔’ 단지 내에 있어 호텔의 주 정원인 에덴 낙원을 공유한다.
에덴파라다이스 호텔은 부활교회 곽요셉 목사가 ‘웰 다잉(Well-Dying)’ 테마 공간으로 기획한 곳이다. 전체 설계는 건축
디자이너 최시영이 맡아 자연 친화적인 공간으로 꾸몄다. 종교 색과 상관없이 바늘꽃, 붓들레아, 목수국, 펜스테몬, 플록스,
노루오줌 등을 수놓은 1만2000㎡(약 3500평)의 에덴 낙원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40여 종의 차를 갖춘 티하우스
안팎에서 향긋한 홍차를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어수선했던 마음이 한결 차분해진다.
홍차 전문점 '티하우스에덴' 내부에선 '에덴 낙원'을 내다보며 차 한잔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이탈리안 레스토랑 ‘세상의 모든 아침’, ‘알렉스 더 커피’ 이천점 등도 정원을 중심으로 주변에 들어서 있다.
십자형 분수가 있는 호텔 앞 ‘루프 가든’, 유리 온실이 들어선 ‘글라스 하우스’, 허브와 채소를 기르는 ‘키친&셰프 가든’,
벤치에 앉아 ‘물멍’ 할 수 있는 ‘에덴힐 폰드’ 등 테마 정원은 사시사철 이국적인 풍경을 선물한다. 이성진 총지배인은
“코로나로 잠시 중단됐지만 도슨트와 함께하는 정원 투어 프로그램인 ‘에덴 프롬나드’가 인기”라고 했다. ‘프롬나드’란
프랑스어로 ‘여유로운 산책’이란 뜻. 덕평IC, 서이천IC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어 평일에도 드라이브 겸 나들이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조각 공원 같은 마장면 '이진상회'의 후원. 각종 소품이 볼거리다. / 박근희 기자
마장면 이진상회는 이천의 또 다른 ‘핫플’로 꼽힌다. 식물이 어우러진 1만6500㎡(약 4500평) 부지 위에 베이커리 카페인
‘메종드쁘띠푸르 베이커리’, 자연주의 맛집인 ‘강민주의 들밥’, 공예 소품숍인 ‘더 이진’ 등이 모여 있다.
건물 뒤편 각종 공예품, 빈티지 수입 소품들이 장식된 정원은 이진상회의 숨구멍과 같은 곳. 마치 작은 조각 공원 같아서
잠시 쉬어가기 좋다. 예스파크가 차로 5분 거리 이내에 있다.
[ ‘옹기 티라미수’ ‘이천 쌀밥 빙수’··· 이색 디저트도 가득! ]이천 색깔 담은 맛집
'카페 웰콤'의 대표 디저트인 '옹기 티라미수'<뒤>와 '달항아리 케이크'.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이천에선 디저트 하나도 도자기에 담아 낸다.
신둔면 ‘예스파크’ 카페거리 카페 웰콤의 ‘옹기 티라미수’(7500원)는 앙증맞게 생긴 미니 옹기에 담은 티라미수다.
나무 숟가락으로 옹기 안 티라미수를 떠먹는데 색감도, 모양도 티라미수보다는 장을 뜨는 기분이 들어 재미있다.
‘이천 쌀밥 빙수’(1만6000원)는 쇠솥에 수북하게 눈꽃 얼음을 쌓아준다. 반찬 용기에는 인절미, 팥, 쌀 튀밥을 곁들여낸다.
나름 먹는 방법이 있다. 빙수 그릇인 솥 바닥에 누룽지처럼 견과류가 깔려 있기 때문에 골고루 잘 저어 먹어야 한다.
마장면 이진상회 내 베이커리 카페 메종드쁘띠푸르의 ‘순쌀 밥 한 공기’는 밥공기 모양 도자기에 담아낸 순쌀 카스텔라.
카스텔라 위에 바닐라 크림과 쌀 튀밥을 얹어내 모양도 맛도 독특하다.
뚝배기 모양 도자기에 담아내는 ‘순쌀 꽃단지’(6000원)는 부드러운 크림 치즈가 들어 있어 목 넘김이 좋다.
쌀밥의 고장에서 쌀밥을 지나칠 수 없다면 이천 토박이들이 즐겨 찾는 식당에 가자.
이천 출신인 박민혜 경기도자미술관 큐레이터는 “이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쌀밥에 플러스 α(알파) 메뉴가 맛있는
식당을 찾아다닌다”고 귀띔했다. 신둔면 호운은 이천 쌀밥에 생선구이와 제육볶음이 생각날 때 가볼 만한 곳이다.
생선구이 정식(1만3000원)은 고등어·삼치·임연수어 중에서 고를 수 있다. 2인이 ‘생선구이(3종 중 택1)와 제육볶음
세트’(2인 2만5000원)를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반찬도 비교적 정갈하게 나온다. 정원이 있는 카페를 3년 전 식당으로
용도 변경한 곳. 식사 후 ‘논 뷰’를 감상하며 쉬어가기 좋다. 사음동 관촌순두부는 솥밥에 이천 토종 콩으로 만든
순두부로 유명하다. 순두부뿐 아니라 비지 정식, 두부보쌈, 이천쌀로 만든 농주 등으로 현지 단골이 많은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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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떠나고 싶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