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실, 지극히 사적인 경험담----
1.
절에서 물었다.
교토에서였다.
"トイレはどこですか”
절 관계자로 보이는 보살님이 강조하듯 또박또박 되묻고는, 저쪽이라고 알려준다.
“あ、 おてあらいですか。 おてあらいは......“
"오테아라이"? 손씻는 곳?
아, 가보니 실제로 오테아라이( 'お手洗い' '御手洗') 팻말이 붙어 있다.
공항 등에서는 보통 토이레('トイレ)라고 말은 하지만 팻말은 남녀 그림표지나' 영어('Toilet')로 써 있는데...
아... 절에서는 토일레가 아니라, 오테아라이라고 말해야 한다는 뜻인가?
뭔가 찜찜한 뒷맛...
'토이레'라는 대소변을 보는 생리현상을 직설적 표현보다는 '오테아라이'라는 말이 좀 더 품위있는, 교양있는 언어(上品な言葉使い)느낌?
아무튼 예절교육을 단단히 받은 것 같기도 하고.. 일본어 어법을 지적 받은 것 같기도 하고...
2.
어느 절 화장실 갔다가 놀라운 걸 발견했다.
여러 해 전, 교토 토가노오(栂尾)의 코잔지(高山寺)에서, 또 나라 토다이지(東大寺) 근처 암자였다.
'便所'를 보았다.
변소... 대소변의 便(변) + 장소 所(소)..... 어렸을 때 고향에서 쓰던 말이다.
원래 용도에 가장 적확한 이 말, 용변 보는 곳, '변소'라는 말을 생활에서 쓰지도 듣지도 못 하고 살다가... '변소' 팻말을 보고 반가웠다. 아련한 추억과 함께 언제쯤부터 이 '변소' 대신 '화장실(化粧室)'이란 말을 쓰게 되었을까, 생각해 봐도 모르겠다. 언젠가부터였다.
물론 화장하러 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볼일 보고 손을 씻기는 하지만 화장(化粧/けしょう)하는 것을 주용무로 화장실 이용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 그러고보니 옛날에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 '化粧室' 팻말을 한글 없이 漢字로 달아둔 방이 있어서 들어갔더니 세상에 그곳은 말 그대로 화장하는 곳이었다. toilet이 아니고, 화장 고치고 옷 갈아입는 그런 방이었다. 지금도 그 방이 존치하는지, 어떤지... 요즘 안 가봐서 모르겠다.
3.
일본에서 화장실(toilet)을 나타내는 말이 몇 가지나 쓰고 있나 찾아봤다.
* トイレ(イレット) : toilet. 이 단어 볼 때마다 외래어 좋아하는 일본사람들의 습성을 확인한다.
* おてあらい(お手洗い/御手洗) : 하긴 화장실 가서 볼일 보고 난 뒤 손을 씻으니 틀린 말도 아니라고 봐야 하나...
( 화장실을 영어로 'WC.(Water Closet)'로 쓰는데 이 말과 비슷한 맥락인지 아닌지...)
* 便所(べんじょ) : 이 말이 가장 정직한, 용도에 충실한 직설적인 표현일 텐데 이 말을 피하기 위해 위의 손씻는다는 말로 은근하게 돌려 말하게 된 모양이다.
* 厠(かわや) : 우리 문학작품 등에서 익숙한 말이다. 한자로 뒷간 厠(측). 사전 찾아 보니 옥외에 떨어져 있는 변소를 가리킨다.
우리도 엣날에 이 말을 썼는데...'칙간','측간'...뒷간이라 썼는데...
이 말을 일본어로 '가와야かわや'라고 읽는 것은 무척 재밌다. 개울, 물(가와/川) 위에 나무나 판자 등을 걸쳐 용변이 흘러, 떠내려가도록 만든 곳(屋)이라는 말 아니겠는가. 거의 움막처럼 남의 이목과 비바람 가리개 될 만한 그런 형태였기에 '작은 집(小屋、こうや)'어원설까지 있다.
일본 고어에서는 か와 こ가 음운교체한다.
본채와 뒷간이 떨어져 있어야 할 이유는 많다.
냄새와 파리, 구더기 등...
인도에서는 이런 더러운 것을 집안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관념 때문에 집에 뒷간 설치 안 하고 들판에 가서 해결했다는데 "모디총리가 집집마다 화장실 설치하라고 융자, 보조 등 하는 정책 펼쳐서 ...그래서 요즘은 집집마다 화장실 많이 만들었어요."라던 현지 가이드의 말도 떠오른다. 그는 모니가 재집권할 것을 장담했는데...그의 말대로 압승은 못 했지만 모디수상의 연임은 가능한 듯...
厠(かわや) ... 한 글자만 쓰기도 하고
厠所(ししょ), 厠間(読み方를 못 알아냈다)로도 쓴다.
1945년 이전까지만 해도 보편적으로 쓰이던 말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공중화장실에 아직 이 말을 쓴다고 하는데... 중국 안 가봐서 모르겠다.
옛날 로마제국의 공중화장실을 디지털복원한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아래로 하수구처럼 물이 흘러가고 그 위에 옆으로 수십 명이 걸터 앉아 이용할 있도록 만든 시설이었다. 그 장면이 연상되었다.
4.
아무래도 통상 ’トイレ’를 많이 쓰는 것 같다.
화장실용 휴지는 'トイレットペーパー'다. 'お手洗いペーパー'라고 하지는 않는다.
----2. 절과 신사의 お手洗い/御手洗/오테아라이/Otearai -----
원래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일본 절(寺)이나 신사(神社) 입구에 있는 이 '오테아라이'를 쓰기 위해서였다.
이 경우는 말 그대로, 명실상부하게 손을 씻고, 입을 헹구는 용도로 쓰는 물, 물이 있는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 お手洗い/御手洗(おてあらい): 手洗い(손을 씻는다)는 말에 접두어 お(御)를 붙인 말이다.
첫댓글 덕분에 오랜 만에 변소, 측간, 뒷간, 똥솟간...등등 옛날에 듣거나 쓰던 말이 연상이 되었습니다. 厠(かわや)의 유래에 대해서는 川屋 외에 高野(コウヤ)와 관련시키는 설도 있더군요. 御厠人みかわやびと라는 말이 궁중에 쓰였다고 하니 厠이 예전에는 일반적이었나봅니다. 덕분에 오테아라이お手洗い라는 말을 배웁니다. 꾸준히 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선생님 반갑습니다.
高野山과 연관설 저도 읽었습니다.
://www.y-morimoto.com/haisetsu/kawaya.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