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내가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나는
그의 집에 들어가 그와함께 먹고 그 사람도
나와함께 먹을 것이다.
(묵시3,20)
(명동 성당 2017/03/27저녁)
거듭 말하거니와,부활하기 위해서는 먼저 죽어야 한다.예수는
그것을 몸소 보여주었다.내 몸이 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부끄럽고 탐욕적이며 사악한 나,실천하지 못하고 공
염불만 되뇌는 내가 죽어야 한다.그래야만 참된 부활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고 그믿음으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죽는
것은 참 어렵다.나와 너무 오랫동안 함께 있어서 그런지 쉬이
내놓지도 못하고 죽이지도 못하는 것이 나 자신이다.머리로는
마음으로는 죽여야지 하면서도 막상 실천에 옮기려면 망설이고
뒤돌아보는 것이 또한 나임을 깨닫게된다.욕망과 공포가 나를
묶고 있기 때문이다.이렇게 나를 죽이지 못하면서 어찌 내가
부활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일단 그부활을 목격하고 조금이나마 경험한 이상 더 이상
내묵은 찌꺼기를 붙들고 살 수는 없다.버려야 한다.한꺼번에 버려
야 하겠지만 정 안되면 몇 번으로 나눠서라도 버려야 한다.주일마다
교회에서 그렇게 조금씩이라도 죽여야 한다.굳이 교회에서만 죽을
일도 아니다.성서를 읽는 것은 지식을 위해서가 아니다.성서를 달달
외운다고, 그구절을 많이 안다고 하느님나라에 가는 것도 아니다.
성서를 읽는 것 또한 그순간만큼 나자신을 죽이는 시간이어야 한다.
벽에 걸려 있는 십자고상은 예수가 매달린 십자가가 아니라 내가
올라가서 스스로의 몸을 매달아야 하는 십자가이다.머뭇거리는 내게
예수는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그의 손을 잡고 올라가야 한다.그래서
새로은 나,복음을 따르고 실천하는 그의 제자로 되살아야 한다.내게
부활은 그렇게 다가온다.나날이 새로워지는 나.'Iam not what I used
to be(옛날의 내가 아니야)'할 수 있는 내가 되어야 한다.
(눈먼 종교를 위한 종교학/김경집 295~296쪽에서 발췌)
*이책은 서울대교구 사목국 이영제 신부께서 사순특강(3/20)시 추천하신 책입니다.
'주님,자비를 베푸소서,
주님,자비를 베푸소서,
주님,자비를 베푸소서."
그것은 끊임없이 우리 존재의 깊은 데서 솟아오르면서 냉소의 벽들을 뚫고
나오는 기도이다.그렇다,우리는 죄인이다.희망이 없는 죄인이다.우리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우리가 품었던 희망과꿈 가운데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그런데도,한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내 은총은 너에게 넉넉하다!"
우리는 다시 우리 냉소적인 마음의 치유를 구하여 부르짖고 있으며,우리의 슬픈
울음 한복판에서 과연 감사드릴 선물을 발견할 수 있다고 감히 믿고 있다.
이 발견의 길을 위해서는 특별한 길동무가 필요하다!
(본문 34쪽에서 발췌)
(청계천 광통교 2017/03/28오후)
*태종 이방원과 신덕왕후(태조 이성계의 왕비)의 미움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광통교
지나가는 사람은 꽃한송이가
행운의 대가임을 모를거다
지나가는 사람은 우리안에
생명이 숨어있음을 모를거다
지나가는 사람은 거대한 공간이
내일의 우리집인줄 모를거다
지나가는 사람은 피가
존재의 유일한 여권임을 모를거다
지나가는 사람은
다른 영혼을 사랑하기전에는
그 누구도 살아가는 힘이 될 수 없음을 모를거다
지나가는 사람은 사랑의 빛이
절대 재가 될 수 없음을 모를거다
지나가는 사람은
우리가 영원한 존재란걸 모를거다
우리가 바로
신비로운 영혼임을
(지나가는 사람은/
다비드 에스코바르 갈린도(에살바도르))
(북한산 향로봉 아래 2017/04/01오전)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박노해)
(북한산 2017/04/01오전)
횡단보도 신호등이 파란 불로 바뀔 동안
도둑고양이 한 마리 어슬렁어슬렁 도로를 질러갈 동안
나 잠시 한눈팔 동안,
꽃 먼저 피고 말았다
쥐똥나무 울타리에는 개나리꽃이
탱자나무에는 살구꽃이
민들레 톱니 진 잎겨드랑이에는 오랑캐꽃이
하얗게 붉게 샛노랗게, 뒤죽박죽 앞뒤 없이 꽃피고 말았다
이 환한 봄날
세상천지 난만하게
꽃들이 먼저 와서, 피고 말았다
(꽃들이 먼저와서/류인서)
(북한산 2017/04/01오전)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 사람 앞에는
제비꽃 한포기를 피워두고 가거든
참 이상하지?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두고 가거든
(제비꽃에 대하여/안도현)
""섬진강에 가서
지는 매화꽃을 보지 않고
섣불리
인생을 사랑했다고 말하지 마라"
(낙화/정호승)
행복한 주말되세요!
첫댓글 김경집이란 분이 어떤 분인가요?
이 사람이 하는 말들은 다른 사람이 몰라서 안하는 게 아니고
자기 자신이 그렇게 살지 못하기 때문에 침묵하고 있을 경우가 대부분이고,
자신이 그런 말을 감히 할 위치에 있지 못할 경우일 겁니다.
이 분을 찾아보니 인문학자더군요.
열심한 신앙생활을 하는것 같지도 않고
수도생활을 했다는 기록은 더더욱 없습니다.
아마 학문적 호기심으로 여러 책을 읽다 이런 글을 쓰게 까지 된것 같습니다.
이런 신앙에 관한 글은 자기 자신보다 훨씬더(비교가 불가능 할 정도로 ) 참된 신앙생활을 하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많다는 것을 망각하고 주제넘게 나선것 같습니다.
저도 한때는 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딴 책
에서 옮겨서라도 쓰는게 좋은일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깨달은 것은
내가 실행을 못하면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절대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