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유신체제, ‘경제성장’ 명분 성(性)까지 팔아
역사학 관련 4개 단체, 14~15일 연합학술대회 개최
10월유신 선포 40년을 맞아 민족문제연구소, 역사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 한국역사연구회 등은 '역사가, '유신시대'를 평하다'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들 학술단체들은 14일 오전10시 서울 종로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502호, 503호에서 '유신체제와 식민지 유산'을 주제로 기생관광의 식민지적 기원, 친일세력과 박정희 정권 등을 내용으로 한 학술대회 1부를 진행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14~15일 이틀간 5부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다.
학술대회 1부에는 연구원, 교수, 학생 등 50여명이 참석했으며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실장, 박수현 책임연구원, 김영미 국민대 교수, 이준식 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 등이 발제를 맡았다. 또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이용기 한국교원대 교수, 장신 역사문제 연구소 연구원등이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박근혜가 안철수 룸살롱 출입 논란에 시비 걸어?
ⓒ이승빈 기자
유신선포 40주년을 맞아 '역사가, 유신시대를 평하다'라는 주제의 연합학술대회가 13일 덕성여대 평생교육원에서 열렸다.
이준식 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는 '박정희정권과 국책으로서의 성의 도구화'를 주제로 발제했다. 이 교수는 박정희 정권이 1970년대 성행했던 기생관광을 소재로 해 국책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여성의 성을 도구화하려고 했는지, 성의 도구화가 식민통치의 잔재와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발제에 앞서 "7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여성편력은 이미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서 많이 알려진 얘기인데 아버지의 그늘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는 박근혜씨가 안철수씨의 룸살롱 출입 논란을 가지고 시비를 거는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전했다.
그는 "박정희 정권은 경제성장에 필요한 외화획득을 위해서라면 기생관광도 애국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여성의 성을 도구화 했다"며 "기생관광은 박정희 정권에 의해 적극 장려된 일본인관광객 전용의 의사(疑似)공창제이자 국가매매춘"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국가가 성매매를 장려하는 발상은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의 식민지 공창제 및 일본군위안부와 이어진다"며 밝혔다. 이어 "박정희 정권기 집권층 대부분이 일제의 황민화 교육을 충실하게 받은 세대"라며 "이것이 단순히 친일행적의 문제가 아니라 사익보다는 공익, 개인보다는 국가를 앞세우는 세계관을 내면화하게 된 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제 강점기 체득한 군국주의 파시즘이 그대로 '유신체제'로..
ⓒ양지웅 기자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유신체제와 일제말 파시즘체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박 실장은 "유신이라는 용어 자체가 일본의 메이지유신, 쇼와유신에서 따온 것이며 유신체제를 뒷받침하는 정신적 구조와 통치제제의 근본원리, 수많은 정책들이 일본 파시즘의 그것에 역사적 뿌리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박정희 정권이 유신체제를 도입한데에는 그의 사고와 통치 방식에서 일제 강점기 학생이나 교사, 제국군인으로 체득한 일본군국주의 파시즘의 논리와 행동법칙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실장은 "유신체제는 반공에 입각한 통일을 내세우고 총력안보와 국민총화를 강조하면서 고도국방체제를 표방한 일제말 전시총동원체제와 유사한 경향으로 나아갔다"며 몇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새마을운동이 일제의 농촌진흥운동이나 농촌중견인물양성을 모범으로 삼아 농촌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쓰인 점 일제의 교육칙어를 본 뜬 국민교육헌장의 제정 등 몇까지 정책을 꼽아 유신체제와 일제강점기 파시즘 체제를 짚어봤다.
친일세력을 기반으로 독재체제 유지..유신체제까지 이어져
ⓒ이승빈 기자
유신선포 40주년을 맞아 '역사가, 유신시대를 평하다'라는 주제의 연합학술대회가 13일 덕성여대 평생교육원에서 열렸다.
박수현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박정희 정권과 관련해 친일세력의 전반적인 추세와 지배층 분포, 그 특징 등을 설명했다. 그는 "1963년 야권에서 선거직전에 박정희의 남로당 경력과 일본군 장교 출신이라는 점을 폭로해 박정희의 친일 경력이 공론화 됐다"며 말을 이었다.
박 연구원은 "경제성장의 효과를 바탕으로 박정희의 독재체제가 강화됐고 독재체제가 강화됨에 따라 친일세력의 지배구조 또한 안정화됐다"며 "결국 유신체제는 친일세력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켰다"고 밝혔다.
또 그는 친일인명사전을 통해 박정희 정권하에 유력한 친일파 230명을 꼽아 분야별로 나눠 설명하면서 박정희 정권이 친일세력을 근간으로 설립했고 친일세력을 기반으로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강화해 유신체제까지 이르게 됐다는 점을 알렸다.
"참다운 민주주의는 어디가고 부정투표의 현황이다"
ⓒ양지웅 기자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민족문제연구소가 연 '유신 40년 특별전 식민의 유산, 유신의 추억'에서 박정희에 대한 내용이 전시되어 있다.
김영미 국민대 교수는 경기문화재단에서 간행한 '평택 대곡일기'를 바탕으로 농민이 바라본 유신체제를 설명했다. 유신시대를 겪은 한 농민은 1959년부터 1979년(66,69,70년 누락)일상을 상세하게 기록했으며 1972년 10월 17일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이 발포되자 "아주 의외의 발표"라고 한 뒤 다음날 일기에 "어딘지 불안하다 평화시에 계엄령이란 참 어려운 일이다"라고 적어뒀다.
또 1975년 2월 12일 유신체제하 국민투표에서는 "대통령의 연임을 묻는 국민투표일에 공명선거는 말살하고 대리투표가 전반이며 현 정부의 홍보활동으로 개표는 하나마나다. 참다운 민주주의는 어디가고 부정투표의 현황이다"라며 기록했다. 김 교수는 "농민들의 동의의 대명사가 되고있는 농촌사회의 높은 투표율과 득표율의 이면에는 조직적인 선거부정이 뒷받침되어 있었다"며 설명했다.
한편 이들 학술단체들은 1부 행사를 마친뒤 오후 2시부터 2, 3부 학술대회를 이어서 개최했다. 2부는 '유신체제기 규율권력과 저항'을 주제로 유신체제를 지탱한 규율권력의 메카니즘을 해명하고 저항운동의 성격 등을 분석했으며, 3부는 '개발과 문화를 통해 본 유신정치'를 주제로 마산수출자유지역과 강남개발의 사례연구를 통해 개발독재의 실상을 조명했다.
15일 열리는 4부(10:00~13:00)는 '유신체제 형성과정의 재조명'을 주제로 한미관계, 남북관계의 전개와 경제적 사전 조치를 중심으로 유신으로 이행해가는 기반구축 과정을 분석한다. 이어 5부(14:00~18:00)에서는 '유신시대의 역사적 평가와 성찰'을 두고 유신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를 정치, 경제, 법 제도, 문화 등 각 분야의 시각에서 입체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민중의 소리 / 전지혜 기자 2012. 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