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경 도약대
35℃를 오르내리는 8월 어느 토요일 오후. ‘연경 도약대’에는 50여명의 클라이머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쉼 없이 바위를 오르고 있다. 비록 암장에 햇살이 닿지는 않으나 올라갔다오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사우나탕에 갔다 온 것과 같이 온몸이 땀으로 흥건하다. 하지만 아무도 불평불만 없이 아니 자기 스스로 원해서 오르고 또 오르고 있다. 이런 폭염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클라이머들을 끌어 모으는 ‘연경 도약대’ 그 곳은 도대체 어떤 곳인가 ?
대구 북구 연경동 동화천변에 위치한 ‘연경 도약대’는 1990년대 초반 대구지역에 자유등반 붐이 일면서 암장이 정리되고 루트 개척이 시작되어, 1990년대 중반까지 총 50여개의 루트가 개척된 암장이다. 암석은 퇴적암의 한 종류인 역암(礫岩)으로 되어 있으며, 암장의 크기는 안쪽 바위가 높이 10여m, 폭 10여m, 경사 100° 정도 이며, 바깥쪽 바위는 높이 15여m, 폭 30여m, 경사 85° 정도이다. 현재는 20개 정도의 루트에서만 주로 등반을 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등용문’을 비롯한 10개 루트가 가장 인기 있는 루트이다(표 1 참조).
‘연경 도약대’의 가장 큰 매력은 편리한 접근성과 적당한 난이도이다. 대구 시내 어디서든 승용차로 30분 전후이면 들어 갈 수 있고, 차에서 내려 50m만 가면 암장이다. 클라이머들은 주말과 주중 구분 없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짧은 시간으로 암벽등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루트의 난이도가 5.10 ~ 5.11 이 대부분이라 암벽등반의 맛을 느끼기 시작한 초급자부터 그레이드 업 시키려는 중상급자까지 두루 즐기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암장이기도 하다.
‘연경 도약대’에서 가장 대표적인 루트이자 가장 인기 있는 루트는 ‘등용문’(5.10c) 이다. 이 루트에서 수많은 대구 클라이머들이 울고 웃고 했다. 높이 11m 경사 100° 무브수 25-30개 페이스 등반이 주이며 힘과 발란스가 동시에 요구되는 루트로 핑거 그립 사이드 언더 그리고 포켓홀드까지 다양한 손잡이와 왼발과 오른발 아웃자세 그리고 레이백 등반법도 필요한 정말 별의별 등반 표정이 다 들어 있는 루트이다. 외지에서 온 클라이머라면 5.12급이 되지 않으면 결코 온사이트가 쉽지 않다. 5.11급 클라이머들도 바른 등반자세와 숨어 있는 홀드를 못 찾아 애를 써다가 결국은 완등 1m 남겨둔 마지막 크럭스에서 대부분 텐션을 하고 만다.
1970~80년대 같으면 5.10c 난이도 같으면 결코 만만치 않은 그레이드인데, 스포츠클라이밍이 대중화 단계에 접어든 요즘은 이 정도는 해야 바위에 입문한다는 얘기가 돌아 대구 지역 암벽 초급자들은‘등용문’을 반드시 통과해야할 하나의 의례로 생각하고 밤낮없이 매달리면서 완등의 성취감을 맛보기도 하고 실패에 따른 좌절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등용문’이 아직 안 되는 사람들은 먼저 ‘민들레’(5.10b)를 목표로 한다. 초반부 포켓과 핀치홀드 그리고 작은 홀드와 스탠스가 계속 이어져 쉽지는 않지만 경사가 90°가 조금 안되어 발란스 유지와 발만 잘 믿는다면 무리 없이 등반할 수 있다. 파워 보다는 발란스가 더 요구되는 등반이기에 여자 클라이머들이 하기에 좋고 또한 즐겨 오르고 있다.
‘등용문’을 오르면 이제 5.11의 가능성이 열리는데, 그 시험대가 바로 ‘탈춤’(5.11a) 이다. 5.10 루트와는 달리 작은 손가락 홀드가 이어지는 크럭스가 있고 흐르는 홀드에 체중을 싣고 중심 이동 시켜야하며 카운트발란스로 다음 동작을 이어나가야 하는 루트이다. 어렵게 ‘등용문’을 통과한 사람도 ‘탈춤’에 와서는 많은 훈련과 시간을 보내야 하며 그것을 극복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5.11 클라이머가 되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연경 도약대’는 대구지역 암벽등반 붐과 그레이드를 높이는데 가장 큰 공헌자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바위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 오랫동안 바위를 했던 사람 암벽등반 초급자 암벽등반 최상급자 그 모든 클라이머들이 함께 모여 즐기며 등반하는 곳 그 곳이 바로 ‘연경 도약대’이다. 내 집처럼 언제나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연경 도약대’ 그 곳이 있어 대구 클라이머들은 참으로 행복하다.
● 찾아오는 길
대중교통을 이용해 암장을 찾아오기는 쉽지 않다. 시내에서 유일한 버스인‘북구 2번’을 타고 연경동 마을 종점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으면 암장에 도착할 수 있다. 승용차를 이용해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은 길을 물을 때 암장이 있는 연경동을 묻기 보다는 서변동과 동변동을 물어봐야 대구 사람들이 더 잘 안다. 일단 서변동에 오면 그 곳에서 팔공산 방향으로 5분만 가면 암장이다. 고속도로를 통해서 온다면 경부고속도로 북대구IC 로 나와서 서변동을 거쳐 암장까지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 등반 여건
▷‘연경 도약대’는 연중무휴에 야간이 없다고 얘기한다. 추운 겨울 두 달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등반자가 있으며, 5월부터 9월까지는 일주일에 2~3번 발전기로 불을 밝히며 야간등반도 한다. 일주일 중에는 토요일 오후에 등반자가 가장 많으며, 하루 중에는 암장에 해가 들지 않는 오후 2시 이후에 더 많은 등반자가 있다.
▷ 루트별 볼트와 완등 지점 확보물이 잘 정비되어 있어 개인장비와 자일(40m 이상) 그리고 퀵드로 5~10개 정도 있으면 등반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루트 아래에 루트명과 난이도가 적혀 있고 대부분 코스가 길지 않고 직선 코스라 루트 파인딩도 쉽다. 많은 코스가 난이도 5.10~5.11로 초중급자에게 적당하며, 5.12 루트 몇 개 와 5.13 루트 1개도 있다. 암벽등반 최상급자라 할 수 있는 5.13 클라이머에게는 약한 암장이라 할 수 있다.
▷ 암장이 있는 곳이 팔공산 자락인 대구 외곽지이나 시내에서 그리 멀지는 않다. 암장 앞은 팔공산에서 내려오는 작은 하천인 동화천이며 주변에서 야영도 가능하다. 넓은 주차장이 있고 주변에 식당도 있으며 승용차로 5분 거리에 아파트 단지도 있다. 암장 근처에서 필요 물품을 구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필요하면 중국집에 음식 배달도 가능하다.
● 암석의 종류 : 퇴적암 - 역암
<2007>
<연경 도약대 위치>
<연경 도약대 바깥쪽 바위 전경>
<연경 도약대 안쪽 바위 전경 - 루트 표시>
<표 1. 연경 도약대 인기 루트 10개>
<등용문(5.10c) 루트 크럭스 지점에서 레이백 자세로 오르고 있다>
<탈춤(5.11a) 크럭스 지점에서 개구리 모양 자세를 취하며 오르고 있다>
<날개(5.11c) 루트 크럭스인 천정을 넘어서고 있는 모습>
<바깥쪽 바위 등반 모습 - (왼->오)여탕, 때방2, 민들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