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야, 너 지금 뭐 그려?"
선생님이 자신에게 관심을 갖자 놈은 황급히 그림을 지워 나간다.
"뚱.뚱.보.코.끼.리.김.재.우!"
선생님이 또박또박 읽는다.
친구를 풍자하는 놈의 비리를 현장에서 잡은 셈이었다.
놈이 자신의 친구를 그리는 중이었나보다. 그림은 곧 지워졌다.
"진수야. 그림을 보여주세요?"
"그림? 어떤 그림이요?"
"네가 잘 그리는 거 그려봐.."
"없는데..."
"없어요?"
놈은 싱글싱글 웃으며 선생님의 질문을 피해 나간다.
"진수야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거 있어요?"
"으음."
놈이 잠시 생각하더니 도리도리 고개를 흔든다.
"선생님한테 할말은 없어요?"
싱글싱글 웃으며 여전히 고개를 젓는다.
선생님은 여늬 애들과의 인터뷰처럼
문답놀이를 포기하고
평상시 놈이 잘 흉내내던 스크림의 한장면
그 눈과 얼굴이 찌그러지고 입이 위 아래로 길게 벌어진
하얀 가면에 칼을 높이 든 그 장면을 요구한다.
놈의 장기 중 하나였다.
"진수 스크림을 보여주세요? 스크림?"
놈은 지체없이
얼굴을 흡사 스크림의 그 살인자의 가면으로
자신의 얼굴을 변모시켜 손을 높이 들고
화면을 쳐다본다.
으허허허허허..
선생님의 포복졸도하는 웃음소리가 쩌렁저렁 울린다.
선생님은 또 따른거....하며...으허허허...웃음을 여전히 참지 못한다.
"진수야, 그만해. 그만 그만 그그만...으허허허."
녀석이 다시 평상시의 얼굴로 돌아온다.
"또 다른건 없어요...?"
녀석이 고개를 젓는다.
"조금 귀여운 표정? 귀여운 표정을 지어봐요."
"네?"
"예쁜 표정이요. 예쁜 표정을 지어봐요?"
녀석이 자신의 표정은 마치 '스크림' 뿐이라는 듯 웃기만 한다.
그리고 고개를 젓는다.
"할말은 없어요? 정말 없어요?"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노래는요?"
"몰라요?
싱글싱글 웃으며 거부를 한다.
그렇게 녀석의 유치원 졸업 인터뷰는 허무하게 끝났다.
다른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선생님에게 마치 어른처럼
또박또박 이야기들도 잘하드만..
녀석은 자신의 장기 '스크림' 한번 보여 주는걸로
모든 걸 끝냈다.
녀석의 애비로 섭섭한 감이 없진 않다.
그러나 어쩌랴.
말하기 싫다는걸.
녀석의 그 유치원 졸업 인터뷰 동영상을 올리려
여러번 시도 했으나 실패했다.
태그를 써서 Windows Media Player를 돌아가게 올리는 방법이
분명 있는데
책보거나 찾는걸 무진장 싫어하는 카츄는
여기저기 쪽으로 그 방법을 알아 보았으나
모두들 모른다는 대답 뿐.
누구 동영상 올리는 방법 알우?
내컴에 있는 Windows Media Player의 울 막내 넘 '스크림'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 말유?
알면 누구든 연락해 주슈...
녀석은 유치원을 졸업 한 후 그 스크림을 두번 다시 보여주지 않는다.
그건 녀석의 마지막 '스크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