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010. 연중 제27주간 금요일. 김찬선 레오나르도 신부님.
- '비채'와 '쫓차
제가 만들어낸 말이 있습니다.
‘비채’입니다.
몇 년 전 포르치운쿨라 행진을 하고 있는데
강원도 시골의 카페 이름이 ‘비움과 채움’이었습니다.
카페 들어가는 것을 그리 기꺼워하지 않는 저지만
그 아름다움과 의미 때문에 그곳만은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고,
그래서 그 의미를 간직하기 위해 두 음을 따 ‘비채’라는 말을 만들어냈습니다.
우리에게는 늘 비움과 채움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욕망은 비우고 사랑은 채우는.
미움은 비우고 사랑은 채우는.
그런데 비우는 것보다 더 센 표현이 있습니다.
몰아내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는 ‘악습을 몰아내는 덕’을 이렇게 노래했지요.
사랑과 지혜가 있는 곳에 두려움도 무지도 없습니다.
인내와 겸손이 있는 곳에 분노도 동요도 없습니다.
기쁨과 더불어 가난이 있는 곳에 탐욕도 인색도 없습니다.\
고요와 묵상이 있는 곳에 걱정도 방황도 없습니다.
자기 집을 지킴에 주님의 두려움이 있는 곳에 원수가 들어갈 곳이 없습니다.
자비와 신중함이 있는 곳에 지나침도 완고함도 없습니다.
비슷한 표현이 있습니다.
쫓아내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이 표현을 많이 쓰십니다.
마귀와 같은 존재는 강력하게 쫓아내야 하는 것이지요.
악령이나 더러운 영은 물처럼 비우면 비어지는 것이 아니고
비우려고 할수록 더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악령 추방은 강력한 의지가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쫓아내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빈집처럼 우리 존재가 비어있는 채 있으니
다시 말해서 성령으로 가득 차 있지 않으니 더 많은 악령이 들어차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악령을 쫓아내려는 강한 의지도 있어야겠지만
성령을 모셔 들이려는 강한 정신도 있어야 하는 것이고,
우리는 그런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그래서 말 하나를 또 만들어내겠습니다.
‘쫓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