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년 전 제가 한국으로 되돌아온 후 제일 많이 한 일은 책을 읽은 것입니다. 몇 년 간은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지요. 한 해에 100~120권 정도 읽었던 것 같아요. 할 일도 없고, 돈도 없어서 도서관에 처박혀 있었다고 했지만 말이 그렇지 정말 그 이유뿐이었을까요.
그때 읽은 책들은 주로 동서양의 고전과 심리학 계통이었는데, 좀 건방지게 말해도 된다면 심리학 쪽으로는 면허 없는 상담사가 이미 된 것 같고, 고전은 옛날 철학과 다닐 때 이렇게 공부했더라면 그 길로 박사도 됐겠다 싶을 정도로 읽어나갔습니다.
그러니까 뒤늦게 철학 공부를 혼자한 것이지요. 철학을 왜 합니까. '생각'하기 위해서지요. 생각하는 능력과 방법을 배우고 키우기 위해서지요.
사람은 누구나 생각하지 않냐고요? 생각을 따로 배워야 하냐고요? 오늘 점심 뭐 먹을까 하는 생각,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까 하는 생각, 올여름엔 어디로 놀러가지 하는 생각, 은퇴 후엔 뭘 먹고 살지 하는 생각, 애들은 언제 결혼시키지 하는 생각 등등등...눈 뜨면 자동으로 드는 게 생각이고 잘 때 꿈도 대부분 낮의 생각의 반영 아니냐고요?
네, 맞는데요. 그런데 제가 말하는 생각은 그런 생각이 아니라 '사람 되는' 생각입니다. 사람답게 살고, 정직하게 직면하며 나 자신 이상이 되고, 더 큰 나가 되기 위한 생각을 의미하는 거지요. '나 자신 이상'이 된다고 하니 '지금의 나'는 도대체 어떤 모습, 어떤 수준일까요.
'지금의 나'는 초라하고 병들고 망가진 상태입니다. 돈 없고, 혼자 살고, 나이 많고, 무명 작가고 하는 세상적 기준을 두고 하는 말만은 아닙니다. 솔직히 저는 세상 평가에 저를 맞추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어차피 지금 처지에서 못 벗어날 것 같으니까 해두는 소리도 아닙니다. 물론 저도 세상에서 살아내기 위해 애를 쓰지만 궁극의 제 목표는 죽을 때까지 '온전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사람됨을 기준으로 할 때 저는 병들고 망가져 있습니다. 기준에서 많이 비껴나 있습니다. 죄가 무엇이라고 했습니까. 과녁을 벗어난 상태라고 했지요. 그 과녁은 곧 진리의 과녁이지요. 그러니까 진리에서 멀어져 있는 것이 죄인데요, 진리에서 멀어져 있으면 있을수록 더더더 죄인인 것이죠.
철학은 진리를 찾아가는 공부입니다. 과녁의 중앙을 향해 끊임없이 조율해 가는 여정입니다. 철학의 길, 지성의 최고봉에 도(道)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노자의 도와 동행했고, 지금은 장자의 도를 만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내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란 분이 나타나셨습니다. 동서양 철학자들이, 그 심오한 '생각쟁이'들이 무수히 던져놓은 질문에 답을 가진 분이 제 앞에 나타나신 겁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진리를 찾아, 삶의 답을 찾아 예수와 동행하는 일기를 쓰려고 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가자고는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예수와의 동행은 다른 철학자들과의 동행과는 사뭇 다를 수 있으니까요. 크리스천이 아닌 독자들로서는 거북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미안하지만 제 일기장을 공개하는 것만 허락해 주십시오.
그렇게 알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jontyson, 출처 Unsplash
[출처] [신아연의 영혼의 혼밥 766] 예수동행일기(1) 제 일기, 공개해도 될까요?|작성자 자생한방병원
첫댓글 궁금하네요
기다리겠습니다
네, 곧 공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