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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있음에
조윤옥
1.
근래 돌아가는 집안 분위기가 험악하다. 형제가 한바탕 컴퓨터 점령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온라인 판싸움 강자의 원리가 작용한다. 유일하게 있는 한 대의 컴퓨터. 전에는 우선 수위가 대학 이학년 큰 아들 은호였는데 이제는 동생에게 밀린다. 요즘 들어 세태는 나이 수만으로는 감당을 못한다. 동생은 잔인한 서든 어택을 넘어 인터넷 폭력게임에 몰두되어 손가락 하나로 마구 두드리고 총을 난사하고 칼을 휘둘러 댄다. 종종형제의 주먹다짐이 현실로 나타나 살기가 등등하여 난장판이 된다. 전쟁이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곤욕을 치르고 형이 두 손 들고 슬그머니 물러나면 은호가 다시 주 타수 빠르게 자판을 두드린다. 밀려난 형은 후유증이 없게 어수선해진 집안을 정리한다. 뒷수습은 형이 차지다. 점심에 라면 먹은 그릇 등을 설거지를 한다. 뻘건 국물도 제대로 닦이지 않게 되는 등 마는 등 했다. 동생에게 밀려 시군 퉁 해졌다. 은호는 점점 더 잔혹한 게임에 빠져들며 게임에 독점 친구를 선 제압을 하기 위해 저녁도 걸렀다. 후각도 떨어져 밥도 뒷전이다. 신경은 무디어지고 시각적 자극에 엉덩이가 땀이 차고 식은땀이 밴 때 까지 밤낮 없이 한다. 대학졸업 후 진로를 고심하며 공부하여야 할 형도 동생이 은근히 불안하다. 엄마가 직장을 나가 동생을 돌봐야 하는 터에 심각성을 그대로 말을 할 수도 없었다. 하루하루가 상쾌하지 않을 뿐더러 죽을 맛이다. 취직시험 대비를 하는 형이다. 토익을 집중력 있게 파고들어도 혈연과 확연으로 밀리는 판국인 대한민국의 제도도 문제이나 관리해야할 동생의 게임에 중독된 뇌는 증폭되어 가고 있었다. 동생이 인간쓰레기 잉여인간이 될까 걱정이다. 거의 학업은 포기했다. 자율학습도 안하고 오로지 PC 방이 아니면 집이다. 형은 PC방은 공기도 나쁘고 게임 친구를 잘못 사귈까 걱정이 되어 집으로 곧장 오게 하였다. 은호는 익숙한 공포분위기와 공격성 오락에 빠져 있다. 집에 몰아넣고 보아도 편치가 않다. 꼼짝 않고 있다는 자체에 속이 탄다. 타일러본다. 소용없다. 가쁘게 숨을 쉬며 살해대상자를 찾는 두리번거리는 인호의 눈빛이 둘이 있으면 무섭기도 하다.
할머니는 힘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 유난히 할머니는 적과의 전쟁을 선포하듯 야단치고 욕하고 나섰다. 인호를 윽박지른다. 귀찮아 하면서도 봐주던 인호가 드디어 가공 폭력에 익숙한 공격용게임을 할머니에게도 적용시켰다.
" 탕 탕 탕 손 들어 활망구! 꺼져! "활을 쏘고 총을 쏘는 흉내를 내며 불을 뿜어대었다. 할머니가 뒷걸음 후퇴를 한다. 겁에 질린 포정이다. 어굴이 일그러져 졌다. 방구석으로 숨는다.
'손 들어 손 ! 안 들으면 죽인다. "
"인호야 인호야 할머니셔. 그만해."
" 먼저 덤비면 적이야 적. 손들어 ! 할 수없이 형이 백기를 들었다. 인호는 숨을 가다듬는다.
할머니가 그 틈을 타 얼른 방문을 안에서 꽉 잡고 있었다. 공격개시와 함께 십분도 안가서 집안을 점령하는 쪽은 인호다. 할머니는 항복이나 만세도 부르지 못하고 공포에 떨고 있었다.
인호는 학교를 등 안 시 오로지 친숙한 것은 가상의 사람과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 있었다. 학교 친구는 다 끊기고 게임에만 몰두해 엉덩이는 의자에 붙어 미각은 후퇴 밥을 거르기 일 수로 예민해지고 공격적이었다. 바깥세상을 회피하며 전쟁케임 채팅이 일이다. 손놀림도 좋고 디자인을 좋아해 옷에 흥미가 있어 돈을 헤프게 썼는데 그것도 잊고 스타트그래프에 접속해 게임에 승수만을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초반 방어를 잘해야 전략에 이기는 게임이라 접속하자마자 긴장이다. 학교 외에는 일주일에 한 번도 나기지 않는 날도 있다. 갑자기 담배가 떨어져 담배와 초콜릿을 사러 나가는 것이 유일한 외출이다. 배가 고프면 우유와 초콜릿으로 버티었다. 햇빛을 보는 것이 눈이 따가울 정도다. 앞이 희뿌옇게 보였다. 멀리 물체가 잡히지 않을 정도로 나빠졌다. 머릿속에는 게임 상황에 대한 작전 대응책 밖에는 없다. 다른 생각이 들어오면 무섭고 자신이 없다. 언어는 단순해지고 폭력적이 되었다. 게임에서의 서열은 상위권으로 알만한 아이들은 다 알 정도가 되었다. 면도도 하기 싫어 마지못해 주에 한번정도 한다. 평상시는 늘 거친 수염이 더부룩하다. 창밖이 훤해지는 것이 싫다. 병력은 줄이고 일꾼은 늘리고 있다. 적의 치사함은 더해 가도 은호는 돈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었다.
가공의 돈이지만 아이템은 돈 같은 위력이 있다. 실재로 아이템을 개발하여 팔기도 하고 무기를 거래하며 팔았다. 인호는 돈이 들어와도 나가기 싫어 쓰지 못한다. 개인정보를 훔쳐 파는 것도 인호의 손재주로는 쉬웠다. 앉아서도 전쟁과 공작정치가 가능한 공간이다. 때로는 세상 것을 향해 쓴 소리로 쏘아댈 수가 있었다. 점점 불법의 온상인 범죄 유혹에 과격해지고 비패해가는 것이 문제다.
게임중독으로 인한 위협적인 행동이 성혜정에게 발각 되어 혼이 나 주춤했다. 그러나 며칠이 못 간다. 되돌아서기에 자신이 없다. 주도적 의지가 약하다. 변화가 두렵다. 다시 익숙해진 칼을 뽑고 무기를 들 수 있는 자리로 들어선다. 컴 에는 동지와 추종자가 있다. 중독은 지지층이 많음에 더 위태롭다. 통산 전적이 많아 우상으로 추대되기도 한다. 밤하늘은 깜깜해도 빛이 있는 화면. 노랑 붉은 전투 빛들. 화려한 전환. 반항자의 죽음. 제패로 오는 뇌가 충동하는 쾌감이 좋다. 산재된 게임유혹이 달콤하다. 적이, 약자가 자기 앞에 무릎을 꿇는 모습이 통쾌하다.
아버지가 집을 나간 공백의 배신감. 핵가족화된 현실로의 도피. 이유는 많다. 공부가 지독히 하기 싫다. 할머니가 싫다. 엄마한테 무시당하고 욕설을 듣고도 하루 종일 외출을 모르는 할머니가 싫었다. 짐이 되는 무능한 할머니. 은호는 차라리 할머니란 존재가 안 계시면 엄마 성혜림 여사의 부화를 갈아 앉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면 오히려 자기도 안정을 찾아 집안이 조용할 것 같았다. 할머니가 손자에게 하는 하소연도 싫다. 한탄의 노여움과 훈계도 위협적이지 않았다. 근래에는 인호와 며느리에게 밀려 노인은 아주 힘이 없었다. 가끔 목맨 잔소리가 나오면 인호는 게임의 공격처럼 즉시 반격을 시작하였다.
막내 인호가 상헤림의 공격에는 더 강하게 어필을 하였다. 아버지가 행방불명이 되기 전에는 자기가 이 땅에 태어난 것은 자신들이 사랑으로 다 태운 찌꺼기의 정체를, 잉여 쓰레기의 존재가 나오는 순간을 분신이라는 이름으로 마치 위대한 탄생을 만들었다고 주입시켜왔다는 둥 중얼거렸다. 다음은 존재적 형체는 인간의 자유의사가 아니었다고 들이대던 인호다. 그리고 강하게 아비들은 자식이 마음이 안 들어 쓰레기 취급하며 화풀이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는가. 가족의 일원이 된 인호는 미래가 불투명한 아버지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자식이 감자나 북은 아니다. 마땅히 이 땅에 태어났으면 귀에 딱지 않을 정도로 들은 각자의 삶과 개성이 따로 있다.
당연히 밥을 먹이고 공부를 시키고 재우는 것이 부모의 책임인데 보상을 요구하며 대리만족에 신물이 나게 채찍을 하더니 아버지는 어느 날 나가버렸다.
인호는 요상하게 식구를 닭으로 비유한다. 아버지는 수탉이었다. 수탉은 날갯짓을 못하고 푸드덕 거리기만 했었다. 암탉들의 싸움에 수탉이 말릴 수 있는 능력부족으로 울타리를 박차고 나갔다고 생각한다. 수탉의 심정으로 오죽하면 연락을 안할까하고 개탄해본다.
지신도 지금 지독한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곳을 빠져 나가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싶었다.
큰 장 닭이 나간 것처럼 울타리를 나가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삶의 길로 나가는 거다.
개떡 같은 집안 환경이 싫고 공부가 싫어 컴퓨터를 즐길 뿐. 언젠가는 일어서 자신의 길을 향해 가리라 믿는다. 단순히 믿는 불안 자체가 젊음이다. 지금은 열여덟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고 보는 시점이라는 막연한 불안을 공격으로 표현할 뿐이다. 공격의 정당성은 나의 인생은 나의 인생 부모의 덤터기 인생은 결코 아니다. 또한 할머니와 엄마의 북 장난에 소리나치는 바보가 아니라 나름대로 개체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헤정은 사정없이 자식의 인격을 무시한다. 인호를 못난이 취급을 한다. 부모를 무시하고 깔아 뭉기려 드니 심한 벽이 생겼다. 불량하다느니 하는 문제로 만 보고 지시적 해결을 보려든다. 지시적 방법은 더 큰 문제를 만든다.
인호는 말을 한다. 장래를 생각 안하는 것은 아니다. 수수깡 울타리를 벗어나 학교로 나가본다. 시들하다. 아이들이 너무 어리다는 생각이 든다. 수준이 안 맞는다. 공부는 한국말이라도 이해가 안 된다. 머리가 사정없이 아프다. 졸음이 온다. 당연한 상황을 적응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폭력적인 잡담에서 살다가 또래가 공부하는 것을 보면 어리고 한심하게 보였다. 한 가지만 잘하면 될 것을 수없이 많은 과목을 머리에 넣겠다는 놈들이 한심하다. 자신은 한 가지만 찾아 즉시 달려가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자신이 없다. 성혜림이 욕심내는 공부는 싫다. 본인의 대리만족을 위하여 많은 시간을 희생하라고 한다. 아니다. 모두 아니다. 그렇다면 일찍이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보자.'
인호는 출발을 위해 학교를 고만둘 작정으로 백지 시험지를 전 과목을 냈다. 개교 이례 없는 전 과목 빵점은 처음이란다. 엄마나 선생님이 올해 졸업을 시키려 해도 학업일자가 터무니없이 모자란다. 인호 엄마가 학교에 불려갔다. 화가 잔뜩 났다.
"애비가 없어도 자식 만 믿고 살았는데 " 화는 났지만 퇴학이 될까 조마조마했다. 별도리 없이 결국 아들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 휴학을 하기로 결론을 지었다.
" 남편 복 이 없는 년은 자식 복 시어미 복도 없다니깐. 뭐를 믿고 살아왔는지 내가 한심하다" 어머니의 넋두리에 처음으로 인호는 대꾸를 하지 않았다. 속이 타기는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공부에 취미가 없었으나 백지사건은 객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C 방을 돌았다. 머리에 변화를 주었다. 양 옆으로 골을 판 붉은 사자 머리를 했다. 외곬을 파고 나니 바람도 탄다. 거리에서 안 들어오는 날도 생겼다.
소영은 아들의 부제에 담담한 척을 한다. 소통의 부제에도 부모와 아이들을 두고 혼자만 나간 남편보다 은호가 안 들어오는 것은 걱정이 덜 된다는 사실이다. 가끔은 컴퓨터에 버티고 앉아있던 육중한 무게가 없어 편했다
천덕꾸러기 할머니는 달랐다. 욕을 해도 막내 손자는 가슴에 깊이 달려있던 의안의 실체가 되었었다.
인호가 나간다.
' 인호야 돌아와. 인호야. 니 애비가 나뻐 같이 가면 안 돼. 인호'
" 인호. 아가. 나빠 이뻐..... "
뇌의 충격을 받아 하루 종일 같은 말을 반복을 하고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밥을 해주던 할머니가 그릇을 잡았다 하면 놓쳐 깨고는 하였다. 알츠하이머가 진행되어 급속하게 변하고 있었다. 아니 인호를 윽박지르며 전쟁을 치르고 숨어있을 때도 이미 병은 진행이 되고 있었다. 공포에 떨며 문고리를 잡고 있을 때도 그랬다. 관심이 인호에게 쏠렸다 할머니 방향으로 옮겨왔을 뿐이다. 대부분 외식으로 꾸려 주방원이 없어 늦게 감지가 되었다. 흔들린다. 파편과 같은 귀둥이의 몰락이다. 울림은 컸다. 순식간에 온 가정이 망가지고 있었다. 혼돈의 어둠이 드리우고 있었다. 인호가 안 들어오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던 성혜정은 병원에서 확정된 알츠하이머라는 시어머니의 병명에는 더없이 무섭고 절망적이었다. 시어머니는 아들의 행방불명에 손자의 가출이 병의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이 미쳤다. 며느리의 무시도 한 몫을 했다고 여겼다.
남편이 미워서 그를 낳은 탓으로 분풀이를 했는데 그만 혼 줄을 놓았다. 남편이 자식이라는 사실이 미워 함부로 대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이제 누구에게도 악다구니를 피울 수가 없는 지신의 처지가 불쌍하였다.
'인호 아가야 이리와 놀자 "
"어머니 인호 올 꺼 예요. 은호 잠깐 나갔어요. 잠깐 "
심한 시어머니의 외침에 눈물이 났다. 서글프다. 남편에 자식까지 뛰쳐나갔다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진다. 집안일도 가부하가 걸렸다. 자기가 서둘지 않으면 밥도 못 먹는다. 어머니의 빈자리가 표시가 났다.
" 인호 너 이놈 니 어미 속을 썩여!"
마치 앞에 손자가 당신 앞에 무릎을 꿇은 것처럼 다부지게 야단을 친다. 전혀 치매가 아닌 것처럼 위엄도 있었다. 깐깐하시던 때의 모습이다.
심각한 수준에 오는 반짝하는 전초전이었다. 부분을 기억 하는 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다 기억을 잊고 자식이 나갔는지 손자가 나갔는지를 잊었다. 심지어 집에 있는 사람에게도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틈만 생기면 그저 밖으로 나가고 싶어 몸부림을 쳤다. 어느새 인호도 잊었다. 손자도 부르지 않았다. 슬그머니 나가면 지구대에 신고하여 찾아오고는 했다. 지구대가 마지막 코스다. 어린 아이와 치매 어른은 뒤돌아 오는 방향을 잘 모른다. 직선으로 만 간다. 아는 길을 가듯이 쭉 걸어 나간다. 걸어서도 많이 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동선이 직선으로 갔다 좌우로 꺾이며 많이도 갔다.
인호는 할머니의 저금통을 들고 집을 나가 저녁에는 찜질방에 들어가 온탕과 PC방을 드나들었다. 살상무기로 눈 찌르고 머리 자르고 죽이는 것에 흥분되고 피가 터질수록 고삐를 늦추지 못하던 인호가 낮과 밤을 분간 못하는 시간이 흐르면서 지칠 대로 지쳤다. 밥도 거르는 날도 있었다.
이곳에서 젊은 주인을 만났다.
" 인생은 공부가 전부는 아니란다. 그리고 단시일에 끝나는 것이 아니거든 짧ㅅ으면 한없이 짧고 길면 한없이 긴 코스지 " 군대를 갔다 와서 그런지 목욕탕 집형은 어른스러웠다. 공부는 하기 싫어 안했다면서 인호가 듣기 힘들게 인생이 어쩌고 저쩌고 해댄다. 잘나가는 집의 자식 짜증난다. 움직여지지 않았다. 해가 뜨면 나타나는 잘난 놈이 귀찮다. 누구에게도 간섭받기 싫어 가출을 했는데 풍뎅이가 날아와 붕붕댄다. 어느 날 탕에서 플라스틱 물바가지를 들어 물을 퍼질렀다.
"하하하 물싸움 좋지 덤벼 꼴통아" 밤이 깊어 남탕에 아무도 없었다.
" 뭐 꼴통 " 새끼가 엄마나 하던 소리를 하고 있어 부아가 치민다. 샤워기를 들어 총포를 쏘는 시늉을 강하게 어필한다. 욕탕의 것이 전부 무기가 되었다. 약자인 인호는 강자의 논리를 알아 날을 갈지 않고 건드리기만 한다. 잘난 놈도 욕탕의 식구를 들어오지 말라고 하고 물게임과 전쟁을 즐기고 있었다.
" 꼴통은 죽지도 않네. . 게임의 주인공처럼 되살아나는군. "
" 죽일 수도 있어. 형"
"세상을 향해 죽을힘을 다해보라고 친구야 " 잘난 놈이 친구라 하는데 왠지 정겨웠다. 인호는 정에 약하다. 물 전쟁을 멈추었다. 막힌 가슴도 조금은 후련해졌다.
사우나 집 아들과 대화를 텄다. 인호는 조금씩 문을 연다. 잠겼던 빗장이 열리면서 인호는 자기 스스로 인터넷 게임의 착한 캐릭터로 만들어 가려고 몸부림을 쳤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알면서도 못 끊는 것이 게임중독이라는 사실을 모처럼 깨닫는다. 너무 깊숙이 적진에 들어와 버렸다. 형도래 주인 아들이 운동을 권했다. 시작을 했다. 한 건물에 있는 탁구장을 이용했다. 운동을 하고 남자 사우나탕에서 땀을 뺐다.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돈을 벌 대책이 당장 필요하다. 형은 목욕탕 청소를 제안한다. 주급을 주겠다는 제안이다. 사람이 다 빠질 밤 시간대에 청소를 하였다. 잔 심부름도 시켰다. 주인은 대가를 지불하였다. 성실하게 일을 하면서 형액순환도 되고 머리가 맑아졌다. 게임의 주인공들이 피가 분수처럼 쏟는 일도 없어졌다. 코앞에 적과 마주치는 일도 삼갔다. 인터넷 중독 활동인 들과의 아침인사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게임보다 젊은 주인과의 이야기 하는 것을 즐겼다. 그는 어려도 성숙하게 남의 말을 들어주었다. 인호는 자기 집안의 가족사를 들려줬다. 형을 기대고 싶었다. 한 살 위 누나도 사림집에서 내려와 은호와 말을 나누었다. 욕탕집 식구들을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것을 좋아했다. 인호도 가슴을 환하게 열어 보여 주었다.
인호는 탁구를 하면서 삶의 진리를 터득한다. 작은 무게의 공이 까다롭고 어렵다. 세상은 작은 것에도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못하면 수없이 반복하면 된다는 경험도 한다. 공의 형태는 똑같지만 다루는 주인에 의해 단단하거나 말랑말랑해진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에 거재되는 것이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이 깨달음에서 오는 질량은 컸다. 공부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터득하는 코스였다.
지루하고 싫어도 수없이 반복하여 얻은 결실은 쭉쟁이가 아니다. 이 반복적인 의미를 어디다 쏟느냐에 따라 만족도는 천차만별이다. 게임을 반복하면 패 인되고 일을 반복하면 직업이 되고 천직이 될 것을 알아간다. 탁구도 기본기를 익히고 나니 기술을 익히듯이 기초가 잘되어야 한다. 목욕탕 집형과 누나가 멘토가 되었다.
인호는 청소대행에서 때밀이로 직업을 바꿔보기로 했다. 젊어서는 다양한 경험도 좋다고 여겼다.
때밀이 형님들이 하는 것을 전수하기로 하였다. 운동에서 힘을 길러 체력이 좋았다. 남의 몸을 씻기는 일도 상당히 까다롭다. 신체도 다 똑같은 것이 아니지만 피부도 제각각이라 남자라고 함부로 다룰 수가 없었다. 꽤 성질머리가 더러운 사람도 있었다. 물대포를 쏘고 싶을 때도 많았다. 참아간다는 것도 삶의 부분이라는 것도 알아간다.
어느 날 청랼리 전철에서 내렸다. 목욕탕집 누나와 롯데백화점에 나가 쇼핑도하고 데이트도 하는 날이었다. 떨리는 첫만남을 갖기위해 가다가 우연히 벽의 전단지를 보았다. 할머니와 자기를 찾는 전단지였다. 인호는 약속을 뒤로 한채 곧바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 집이 텅 비어 있었다. 아무도 없었다. 헤림이 일하는 찻집으로 갔다. 전에는 심부름을 시켜도 안가는 장소였다.
성혜정은 일 년이 너무 길었다. 딴사람이 되어 있었다. 몰골이 초췌하다. 큰 아들이 대학을 들어가 놀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아들의 아르바이트로는 자기 용돈에 불과했다. 몰골이 상해 주방일을 하고 있었다. 몸에 비치는 일에,가족을 찾다가 일을 하다가를 반복하고 있어도 그 동안 아무도 찾지를 못했다. 쉬는 날 하는 일이 전단지 붙이는 일 외에는 지구대 등에서 오는 소식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인호는 성혜정과 화해를 하였다. 야윈 모친과 아들이 감싸 안고 포옹하는 것으로 삶은 고달퍼도 이별의 아픔의 공간은 조금 채워 혈연을 이어가고 다시 가족을 찾는 일이 두 사람의 몫이다.
인호가 쉬는 날에 성혜림을 대신하여 아버지와 할머니를 찾는 전단지를 붙이고 다닌다.
풀꽃 아내
조윤옥
경춘고속도로를 타고 서종면으로 들아 북한강과 남한강을 끼고 돌아 좌편으로 황순원 문학관이 나온다. 그 곳에서 더 가다 정백리 반대편 종점 마을. 뜸뜸이 민가가 있다. 작은 마을에는 실개천 사이 언덕에 육십년의 세월을 짊어진 개신교도 있다. 교회는 십여년 전에 붉은 벽돌로 아담한 이층으로 신축되었다. 앞 천 앞에 분교가 있는데 학생이 없어 패교가 돠어 지금은 캠프장으로 변했다.
최동석 노인이 이 곳에 정착한 때는 버스도 하루에 몇 번 안 다니는 산골이었다. 산새가 깊고 경작 할 만한 농토가 많지 않아 산나물을 뜯어다 팔아 생계를 유지한 가구도 있었다. 서울이 가까워 세상 돌아가는 소식이 빨라 아이들의 교육문제와 돈벌이를 위해 강건너 도시로 나갔다. 반대로 최노인은 인사동에서 낙원상가의 악기상회를 다니다 그만두고 들어왔다. 부인하고 이혼하고 곧바로 들어와 악기 만드는 것을 시작했다. 입문단계로 형편은 어려웠다.
세월은 동네뿐 만이 아니라 엄숙하기 짝이 없는 최영감에게도 무수한 변화의 무게와 빛을 입혔다.
스텐드 불빛 밑에 있는 영감은 커다란 눈운 쳐져 내려왔고 머리칼은 반백을 넘겼고 얼굴은 주름이 졌다. 사십년이 넘도록 한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작업을 하여 거구의 몸이 하체는 약하고 등은 굽어 있었다. 그 뿐 만이 아니라 거북이 등처럼 넓적한 손은 우악스럽게 틀려 있었다.
끓인 밥을 들고 출입문으로 간다. 늦 겨울이라 밖의 날씨는 차다. 그래도 두터운 외투를 입고 방문을 나왔다. 마당에 수돗가가 있다. 세면통에 담겨진 수돗물이 꽝꽝 열었다. 봉구의 목욕탕이다. 계량기를 열어 새물을 받는다. 하얀 삽살개 봉구가 반가워 펄쩍펄쩍 뛴다. 받쳐진 물을 봉구의 물그릇에 준다. 들고 나온 밥도 준다. 영감의 일이 줄었다. 추워서 봉구를 씻길 일이 줄었다. 최영감은 어처구니 없게 자기가 첫아들을 낳으면 봉구로 짓겠다는 생각을 늦게야 삽살개한테 붙여줬다. 벌써 3대가 지났는대도 똑같이 불렀다. 음식도 자기와 비슷하게 먹인다. 다르다면 본인은 마른밥을 먹고 봉고는 대부분 끓여준다. 오늘은 자기가 먹고 남긴 조기 토막에 끓여서 갖고 나왔다. 봉고가 어지간히 먹을 때까지 기다린다. 봉구를 ?쓰다듬어 준다. 커다란 몸에 찬기가 돌어도 그냥은 들어가지 않는다. 먹던 자리를 치우고 자식처럼 보살피고야 들어간다. 봉구가 유일한 식솔이기 때문이다.
허리를 펴고 일어나니 운무가 운길산 무릎까지 쳐올라 산을 휘감고 있다. 예봉산에서 부터 시작한 햇빛이 들기 시작하면 운무가 스멀스멀 날아가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외로움을 묻고 살았다.
딱딱한 책상에 앉았다. 영감의 마른 기침 소리가 잦다. 짱짱하던 골격도 빠지고 흐물거린다. 코에 걸친 도수 높은 돋보기 너머로 처져내린 눈주름이 유난히 자글거린다. 옹고집스러움은 예나 같다. 손에는 깍인 통나무가 들려 있었다. 바이올린을 만드는 중이다. 오래 건조된 통나무로 악기를 만든다. 앞 판은 유일하게 가문비나무를 사용하고 옆면과 뒷면은 단풍나무를 사용 한다. 굵은 대패에서 시작하여 손가락보다 장난감과 흡사한 작은 대패를 사용한다. 음악성과 조각조각 무한한 기술을 요하는 도제를 독학으로 시작했다.
책상 위 벽면을 향해 선반을 여러 개 올려놓고 칸칸에는 현악기를 만드는 도구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도제에 사용되는 도구 종류는 가지런히 놓여있다. 많이 손이 가는 편한 순서로 진열이 되어 있다. 장난감 램프도 있고, 아주 오래된 호롱불도 보인다. 잘 쓰지 않는 먼지가 소복이 않은 두지와 잡동사니 가제도 있다. 대패며 실톱 자주 사용하는 끌과 칼이 꼿혀 있다. 투박한 대패와 샌날이 좋은 공구들. 사십년의 무게가 쌓인 동서양 옛 것이 잘 조화된 공방의 모습이다.
중앙에 화목보일러가 타고 있었다. 보일러 뚜껑 위 물냄비 안에 아교와 물을 넣고 중탕으로 끓고 있었다. 나무 선반에는 생산 년도가 적힌 마른 나무 조각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외부 벽에는 빨래 줄 모양의 줄에 연갈색의 바니시 칠이 되어가는 과정의 악기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한 달 이상 공을 들여 열 번 이상을 반복하여 칠을 입힌다. 영감은 해바리기 오일에 노랑과 코발트색을 섞어 은은한 배색으로 고급스럽게 한다. 완성 단계의 칠만큼은 혼합하는 것과 입히는 여러 단계를 자기만의 노하우로 삼아 아무에게도 가르쳐 주지를 않는다. 도제 책을 보아도 마찬가지로 기본만을 써 놓았다. 옹고집 영감도 마찬가지 칠은 본인의 몫이다.
린시드에 색조를 배합해 칠을 입히고 계속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천천히 말려야 좋다.
노인은 작업실에 앉아 콰다니니나 스트라디 모델를 시용한다. 지금은 스트라디 모텔이다. 여섯 기둥을 새운 틀에서 앞 뒤 판 두 쪽 두쪽 내쪽을 꺼냈다. 꺼낸 단풍나무 뒤판 한쪽 면을 먼저 만지작만지작하면서 적당한 크기의 대패로 밀기 시작한다. 청색 작업복을 입은 무릎 밑으로 대패 밥이 도르르 말려 떨어진다. 수없이 밀어야 하는 작업은 한 두달이 갈 때가 많다. 앞 뒤판 부분 부분이 두께가 다르기 때문이다. 중심으로 모일 수록 두께가 얇아진다.
그 해 가을에 식구가 늘었다. 삼십대의 풀잎 아내가 들어왔다. 먼저 아내의 머리를 빗기고 밥을 준 후에 봉구를 챙긴다. 둘 다 영감의 손이 가야한다. 사람이 우선 순위로 삼았다. 봉구도 처음에는 인정할 수없다는 듯이 껑껑대더니 꼬리를 흔든다. 최가 보다 따뜻한 날에는 풀잎을 더 많이 본다. 음식을 만들 때와 섬세한 부분 도제로 날카로운 칼을 많이 사용 할 때 풀꽃을 의자에 안전벨트를 묶어 봉구 앞에 앉혀 놓아 놀게 한다. 풀꽃은 노기는 커녕 봉고가 뛰어도 금새 잠이 들고는 한다.
풀꽃을 들어 작업실에 옮겨 놓았다. 간이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이내 작업을 한다. 눈의 초점을 바이올린에 맞추다 간혹 아내를 쳐다본다. 노인이 씻기고 아침밥을 먹인지 세시간이 지났다. 최노인은 여자가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태반이다. 그래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밥을 먹이고 봉구와 놀게 한 후 식곤증과 무료함에 잠이 들면 방으로 들여와 자기 옆에 재운다. 대부분 두 시간 싫컨자면 일어난다. 노인은 여인이 일어나면 자기 일을 못한다. 도제는 아내도 삼라만상도 잠이들은 밤에 많이 한다.
" 착하네 두 시간이 훨씬 넘었는 걸 " 들었는지 말았는지 움직인다. 몸이 자유롭지 못하다. 가볍지 않다는 표현이 옳다. 상대가 방금 무엇을 원하는지를 동석은 찾아내야 한다. 똥 싸고 싶은 강아지 같다. 엉덩이를 뺀다. 풀잎이 걸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를 한다.
" 풀꽃? 화장실? " 아무 말이 없는 여인이 쭈빗쭈빗 공방 안을 서성거린다. 아침밥을 먹고 잠이 들어 배가 고플리는 없고 시간적으로 생리적인 현상같아 보인다. 화장실로 데리고 간다. 아랫도리를 벗기고 변기에 앉친다. 얼굴이 빨게진다. 쉽지 않은 것을 보니 큰일을 볼 낌새다. 겨울철 운동량이 적어 여자는 변비가 있었다. 찡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다 그대로 혼자 두고 방으로 갔다. 약통에서 변비약을 꺼낸다. 파란 프라스틱 병에 담긴 좌약이다.
여인이 있는 화장실로 돌아와 욕실 바닥에 늬릿느릿 큰 타올을 깐다. 풀잎을 변기에서 일으켜 타올로 놓는다. 아랫도리는 그대로 벗겨 있다. 무릎 까지 내의가 내려왔다. 엉덩이를 들어 좌약을 넣어준다. 액이 들어가고 움푹 들어간 빈껍질이 손에 남는다. 휴지통에 넣는다. 오른 손으로 잠시 똥구를 막아준다. 큰 일을 보았다. 다시 변기에 올려준다. 뒷처리를 늘 해주었는데 요즘은 임대 수세식 변기가 세척까지 해주고 말려줘 버튼만 눌러 주면 되었다.
봉구와 풀잎을 보호하는 입장인 노인이 힘이 들고 번거로워도 풀잎의 가족이 나타나 찾아가지는 안을런지 걱정이다. 아내와의 다시 헤어짐이 싫다. 누구를 위해 살아가야 할 목적이 생겼다.
풀잎 과의 인연.
어느 해 가을에 송판을 자른 기계톱을 사러 청계천을 나갔다가 공구상회를 빙빙 돌다 여인을 만났다.
삼십 대 중반인 여자가 초라하게 길에 철퍼덕 앉아 있었다. 최동석은 그냥 지나갔다. 두 시간 이상을 다니다 최노인이 그 자리에 왔을 때 '아빠 ' 하며 바지를 잡는다. 놀라 행색을 쳐다봤다.
"아빠! 아빠! " 주위를 동석 노인이 둘러 보았다. 순간 귀찮은 생각이 들었지만 자기를 호칭하는 소리 같았다.
"나? " 자기를 보고하는 말이라도 낯가림이 심한 노인은 자리를 뜨려고했다. 여자라 더욱 그랬다. 영감이 발을 움직이며 손을 뿌리친다. 다시 꽉 잡는다. 움직여 본다. 힘이 센 느낌이 들었다. 다시 뿌리쳤다.
영감이 그녀를 무시하고 청계천 골목 만물시장을 도는 데 발이 느린 노인을 쫓는다. 빈디지 길이라 볼거리도 많다. 영감은 가끔시골을 나와 구경 하는 곳은 청계천 고물상과 동대문 편화시장 정도이다. 작업복을 사고 부속과 공구를 사기위해 나왔다.여인을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아빠와 밥을 외치며 추근대었다. 밥소리에 측은한 생각이 든다. 어려서 배를 곯아 지금도 죽이나 밀가루가 싫은 영감이다. 밀가루는 속에서 받지를 않는 그다. 배고픈 설움이 제일 크다고 여기는 영감이다.
“ 밥. 밥” 여인은 말은 아빠 .밥 . 정도 만 하고 있었다. 구걸은 모르고 거리를 떠돌아 배가 고팠다. 동석은 그녀를 데리고국밥 집으로 들어갔다.
해장 국밥 두 그릇 줘요. 맵지 않게. " 매운 것을 먹는지 안 먹을 지 몰라 맑은 장국을 시켰다.
젊은이 식구를 잃어벼렸나?
" ........밥 " 앗차 이 여자가 뇌장애가 심하구나는 생각이 미쳤다. 누가 버렸다는 생각이 순간에 들었다. 찬찬히 행색을 흝어본다. 입 맛을 다시고 주위를 횡하니 보아도 대답이 없다. 국밥을 시켜놓고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다. 행색은 밤색바지에 상위는 빨간 가디간을 입혀 남루하지 않았다. 가족이 잘 틔게 상의를 빨간색을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길을 잃었거나, 여자를 유기원으로 분류해도 거리를 떠도는 시점이 오래되지 않아 보인다.
"밥 " 소리가 무섭게 국밥이 두그릇 나왔다. 입 맛을 다시며 수저를 든다. 뜨거워 흘리고 수저를 놓혔다. 밥도 먹을 줄 모르는 모양이다. 국밥에서 뿜는 김을 겁을 내었다. 중증 장애를 앓고 있었다. 영감은 거두기가 어려워 버린 사람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 아주머니 빈 그릇 하나만 주세요" 빈그릇을 받아 국밥을 식혀서 놓았다. 여인은 수저를 들지않고 손이 그대로 온다. 배가 고팠다. 먹여주어야 할 상태다. 밥이 걸쳐있던 손을 휴지로 딱여주었다. 표정이 어둡다. 희쭉하고는 급방 무표정이다. 수저로 떠 먹였다. 한 술 두술. 배가 많이 고픈지 들어가면 넘긴다. 먹이고 휴지로 입을 닦아주었다. 다 먹이고 노인도 먹은 후 다시 공구상회를 돌았다. 중고품이 신품같이 반짝였다. 마땅한 기계를 보았다. 날이 좋아 보인다. 독일 날이다. 값도 괜찮다. 주문을 한다. 배달을 부탁하고 집에 오려는 데 줄곧 쫓아다니던 여자가 함께 길을 나선다.
“ 아빠! 아빠! ” 가자는 소리 같았다. 버려질 당시에 아버지의 손을 놓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영감의 윗상의 끝을 잡고 놓지 않아 할 수 없이 여인을 데리고 경찰서에 데리고 갔다. 맡기고 갈 생각이다. 불안한 기색이 있었다. 길을 잃은 공포심인지 노인은 잘 모르겠다. 공무원이 신상을 물어도 아무 대답을 못한다.
"아빠 "
"아버지 아니세요?" 공무원이 의심되는 표정으로 되묻는다.
" 아니요. 따라다녀 밥을 먹였는데 놓아주지를 않는군요." 의심을 풀고 불신물을 표시하 듯 간단하게 적기 시작한다.
"버려진 사람 같습니다. 신고 들어온 것도 없으니......,'
그런 어떻게 되는 겁니까"
'보호소로 넘겨야 지요."
경찰서에는 여인을 찾기 위해 가출 신고를 한 사람은 없었다. 경찰서에 홀가분하게 맡기고 나오려는 데 여인이 소리를 친다.
“ 아빠 ”
“ 난 아가씨의 아버지가 아닙니다.” 뒤돌아 경찰서 문을 나가려한다. 발이 떨어진다.
“아빠 ” 섬광처럼 비치는 애절함이 갑자기 풀꽃이 생각났다. 자기가 보아주지 않으면 그냥 밟혀 없어질 들판에 핀 풀꽃을 떠 올렸다. 버려진 여인. 보호소로 갈 수 밖에 없는 여자. 뒤돌아 다시 그녀 곁으로 갔다.
" 아빠 아빠 “ 의미 모를 눈물을 흘린다. 처음은 그냥 버려지고 이제는 두려움이 서린 헤어짐을 아는 것 같았다.
"우리 집에 갈까 ?”
“아빠” 눈물을 그치고 그대로 쳐다본다. 뜻이 통했을까. 노인도 가만히 쳐다본다.
짧은 인연으로 만나 경찰서에서 수속을 밟아 노인의 집으로 왔다. 서에서 사진을 찍었다. 둘이서도 찍었다. 사진과 주소를 남겨놓고 그 날로 같이 왔다. 신고나 제보를 기다렸다. 오랜 시간이 걸려 신원이 밝혀졌다. 석 달 반이 지나서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언니라는 여인이 찾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동네에 풀꽃이 들어오는 날 부터 이상한 소문이 번지기 시작하였다.
" 최노인이 바보여인을 데리고 왔는데 사왔다나 봐 "
" 남자는 검불 하나만 들 힘이 있어도 여자가 그립다잖아? "
" 정말 할 수 있을까? "
" 만졌다 놓는 성 노리개 감 아니야? "
"바보잖아.할 수 있어?"
" 남자야 뭐 들어가니 꽂으면 되고 나오면 배설하면 되는 것 아니야?"
"그럼 학대야 " 동네 사람이 모이면 여러가지 확대해석으로 분분하다.
노인은 우무래도 좋다. 그러나 경찰서에서 전화가 오자 안절부절을 못했다. 밤새 잠을 못잤다. 풀꽃이 자는 모습만 바라보고 꼬박 있었다. 악기가 다 만들어 놓고 부셔야 하는 순간보다 더 복잡했다. 성이 안차면 부서버렸는데 그럴수도 없다. 잛은 시간에 정이 들었다. 목욕을 시키고 머리를 빗기고 밥을 먹이고 새 옷을 입혔다. 딸을 시집 보내는 아비의 마음이 이럴까하는 생각에 논물이 흘렀다. 어떻게 보낸단 말인가. 살 수만 있다면 사자고 했지 않는가. 때묻은 나무 괘짝에서 돈 뭉치를 꺼내 윗 주머니에 넣었다. 이내 불안하여 다시 괘짝을 열어 본다. 나머지 돈을 묶는다. 풀꽃과 시장을 갈 때 매는 배낭에 돈을 넣고 입구를 묶었다. 최노인은 수염을 말끔히 깍았다. 의복도 정장을 하였다.
말끔하게 차려입고 넥타이도 매었다. 근엄한 장인이나 예술가의 품위가 베어 나오기를 바랬다. 인력시장에 나가는 주인으로 너그러움이 있기를 바라며 거울을 보고 부드럽게 웃어 본다.
그것이 아니면 풀꽃을 팔라고 읍조려보는 연습으로 고개를 숙이고 절을 해 본다.
신원은 석달 만에 밝혀졌다. 경찰서 안이다.
" 난숙아 " 풀꽃을 붙잡고 울음을 터트린다.
" 응 " 친 언니 미숙의 손을 잡더니 얼른 놓고 최동석의 손을 재빨리 잡는다.
" 나 미숙 언니야. 미숙이" 아무리 설득해도 모르는 척한다.
'아빠" 가자는 소리다. 간절함이 서려있었다.
어니의 하소연으로는 가족이 돌보기를 포기한 상태다. 딸과 살다 아비가 소천 하여 형제들이 함깨 살기가 어려운 상태였다. 막내 오빠가 청계천에 소풍 데리고 나와 놓고 갔다. 형편은 제일 좋아도 마음이 좁다. 그 날 하루를 길에서 지냈다. 유연히 자기 아버지와 체구가 비슷한 동석을 만나자 아버지로 착각하고 따라 다녔다. 버린 것을 알은 손 위 언니가 가출 신고를 했다. 어니는 마음은 넉넉해도 형편이 어렵고 자식들이 원하지 않아 같이 살 수가 없다. 살아있다는 것만이라도 알고 보호시설로 보내지기를 원했다. 최동석은 뜬 눈으로 밤을 보내고 떨며 왔으나 쉽게 해결을 봤다. 바이올린 한대 값의 돈으로 끝났다. 동석은 값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받는 사람도 당황을 하여 가방에 세지 않고 뭉치돈을 넣었다. 그것이 상대방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하였다. 합의는 정확했다. 서류로 만들어 주었다.
최동석은 사는 동안 평생 양육조건을 걸고 집으로 데리고 왔다. 항시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하는 사람이다. 두 살도 안 되는 지능을 지닌 장애우다. 똥오줌 목욕 전부 해줘야 한다. 서른여덟 차이다. 딸이라면 좋은 성싶은 숫자다. 그러나 정상인과 정애자를 보는 시각 차. 동네가 시끄러운 연령의 차이. 그 장벽을 넘어 남녀가 한 집에 산다는 색안경에, 장애여성을 성노리개로 삼고 있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었다.
최동석 노인이 들꽃과 함께 할려면 부부가 제일 합당하다. 며칠을 사려깊게 깊게 생각해서 부부로 올렸다. 혼인신고를 할 때 김 난숙을 김 풀잎이라 개명을 해서 올렸다.
노인은 김제 고향 사람을 우연히 만났다. 아내의 소식도 들었다. 자식이 있는 상처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여 자기 몸에서 아들 둘을 낳았단다. 최동석은 그만큼 들은 것으로 족하다. 동석은 젊었을 때에도 잘 사정이 되지 않았다. 아내가 밥을 핑계 삼았어도 이혼의 결정적 사유는 펄펄 끓던 여인의 굶주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내를 자유의 여신으로 보내고 난후 도제를 시작했다. 재사용은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었다. 풀잎을 마음 속으로 쉽게 받아드린 이유가 이혼 사유에도 있었다.아내에게 표현 못한 마음의 빚을 갚자는 계산도 일부있었다. 장애우의 짐을 나눠서 지고 싶었다. 아빠라고 믿고 따르는 여인을 그대로 의식되도록 살아 주고 싶었다. 전처는 아들을 낳았다 하지 않았는가. 죄의 짐은 조금 벗었다. 아내가 떠나고 사십년이 넘었다. 육체를 섞어야 한다면 자신이 없다. 나이 들입에 풀칠하는 것이 편하자고 들일 수는 없다. 조금만 꿈적거리면 되는 일로 여자를 들이고 싶지 않았다.
명장이란 관록이 붙어 음악잡지며 메스컴도 타 간혹 팔리는 악기로 정도에 맞게 살고 있었다. 지금의 집도 마련했다. 허름한 농가를 개조한 벽돌집이다. 땅 임자는 따로 있고 건물 지분 만 있는 집이다. 자기 당대까지 살다 땅 주인에게 주는 매매 계약서를 작성했다. 몬제는 있어도 누가 들어가라 나가라 할 수 있는 땅은 아니다. 당당히 지상권이 인정되는 건물주의 주인이다. 최동석 이란 문패도 달았다. 3대를 잇는 봉구도 있다.
약간의 채소밭도 있어 푸성귀는 심어 먹고 과실 나무도 몇 개 있다. 최영감은 잘 익은 살구를 좋아한다. 텃밭은 야산과 붙어 열흘 만 손을 대지 않아도 살모사가 다닌다.
동산과 개울이 붙어있어 굵은 뱀도 가끔 본다. 예방을 위해 풀을 잘 뽑아줘야 했다. 아교와 린스가 독해 손긑이 갈라지는데 무농약 야채를 먹자고 밭일을 하니 더 험해졌다. 오른 쪽은 문진이 없다. 해외로 활털을 사러 나가면서 여권을 만드는되 애를 먹었다.
풀꽃여인을 안방마님으로 올리는 절차는 자기 혼자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면 돼 결정이 빨랐다. 개와 같이 살다가 몇 번 보냈다. 봉구도 보내야 한다. 개의 수명은 최고 15년이지만 풀꽃은 잘 거두기만 하면 자기 생전에 이별하는 일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풀잎이 잠시라도 안 보이면 살 수가 없다. 중얼중얼 말이 많아 졌다. 풀곷을 찾는 신고가 들어와도 줄 수가 없다. 풀잎은 가족이 찾는다면 돈을 줘서라도 사야한다. 보낼 수가 없는 이유는 버려져 수개월 방치했었다는 상황보다 자신의 외로움 때문이다. 젊어서는 만드는 일로 밤을 꼬박 새웠다. 돈이 없다고, 밥이 없다고, 사랑을 채워 달라고 볶아대는 아내도 없어 오히려 좋았다. 오랜 세월 낯가림이 심해 이웃과도 말을 나누지 않고 혼자 살아 외로움이 익숙해졌다. 사람의 근접은 집에는 우체부가 배달 올 때나 이장이 올라 올 때 뿐이다. 가끔 읍사무실에서 노인 혼자 살아 직원이 들른다. 반찬도 보낼때가 있다. 그렇다고 외로움이 희석되지는 않았다. 세상과 거리가 있는 노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는 것은 그럭저럭 그만하니 족하다.
고향도 아닌 한 터에서 사십년이 흘렀다. 드문드문 만나는 이웃이 있어도 말을 섞지 않았기에 말 상대가 없어 입에서는 군내가 난다. 입을 벌리면 구린내도 나기 시작했다. 깨끗한 척을 해도 영감땡이 야릇한 격한 냄새가 난다. 그저 도움이 되게 반향제를 뿌려 놓는다. 산골짝 밤은 깊다. 아침에 산자락에 운무처럼 고독이 뒤덮는다.
나이가 들었다. 그런데 일상이 바빠졌다. 생활이 달라졌다. 아름다워지기 위한 없던 활기와 의욕을 보인다.
“ 풀잎 마님 이 거 잠깐 만 하고 놀아줄 게” 피씩 웃는다. 웃던 울던 사람이라 반응한다는 작은 몸짓이 좋았다.
“ 이 바이올린은 특별한 주문 제작이야. 돈을 많이 받을 수 있어 ”
“ 밥.” 풀곷이 민감하게 반응할 때가 세상을 지탱하는 돈의 단위를 말할 때가 아니라 우리 속에 가볍게 있는 육식의 밥이다.
“ 그래 밥 많이. 많이 사줄께”
“아빠 하 ” 무엇을 생각하는지 하 하더니 좋은 내색이 감돈다. 금방 사라지고 침울하다.영감은 그래도 풀잎이 이쁘다.
“ 큰 시장가서 예쁜 옷 사줄게 ”
노인은 말을 마치고 손놀림을 빠르게 한다. 풀꽃이 옆에 있어 도제를 하는 데 작은 활력이 된다. 소통이 원활 하지 않다. 통하지 않는다. 본인이 말을 하면 들어 줄 상대가 있어 좋았다. 또한 풀잎은 이산한 눈치나 반박을 할 줄 모른다. 작은 소통이 이루어진다고 생각일 뿐이다. 백치처럼 웃는 모습이 이쁘다. 현악기를 만드는 최고의 조건은 좋은 음색을 내는거다. 만들려면 연주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영감은 현악기를 키는 것도 좋아한다. 들어 줄 아내가 늘 앉아 있다. 만든 후에 처음으로 키는 독주. 설렘과 흥분은 말할 수 없다. 그 기쁨을 들어 줄 한 사람의 청중이 아내라는 사실이 기쁘다.
" 전 작품보다 좋지? 그렇지? 아냐? 좋다고 하는 군 . 고마워"
영감은 아내가 듣는다고 생각한다. 공감하고 깊숙이 빨아드리기에 즉시는 말을 못할 뿐이라 여긴다. 노이은 내일을 믿기 시작한다.
잠 잘 때 성욕이 불끈 일어나지 않는 노인. 아내를 목욕시키고 따뜻한 체온으로 휘감을 수 있다는 잠자리가 행복했다. 풀꽃을 따지 않아도 보채지 않는다. 오히려 풀잎이 느끼면서도 표현을 못하는 것 같아 부드럽게 음부를 만져준다. 오르가즘일거라는 생각과 좋다는 표시는 가벼운 스킨십으로 해결이 된다. 동석은 젊은 여인의 기를 받는다. 느끼고 자기가 받는다고 여기면 받는 거다.
이렇게 까지 함께 하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든든한 아빠라는 믿음과 신뢰를 준다. 많이 사랑한다는 표시를 풀꽃을쓰다듬으며 수시로 해줘야 한다. 들판에 나가 우리 집 근처라는 감각을 익혀주고 남을 따라가면 안 된다는 것도 일깨워 줘야 했다. 황순원 문학관에 가서는 낭송을 하고 소낙비 이야기를 들려준다.
때르는 느릿느릿 방마다 숨어 숨바꼭질도 한다. 호랑이 놀이 토끼놀이. 무연 영화도 일인극으로 한다. 늙으면 애로 들어간다고 하지 않는가. 어린아이의 대장이 되는 것이 즐겁다. 노인은 어려서 대장을 한 번도 해 적이 없었다.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말을 안해 얻어 맞고는 다음 날은 생각을 바꿔 보았었다. 힘을 기르자고 말이다. 그 때 속으로 하고 싶었던 대장 짓을 풀잎과 하고 있다.
아 하 하는 풀잎의 단음이 들린다. 수없는 시도에 단 한 번의 단음이 노인을 춤추게 한다.
옛 어린 추억을 떠 올리며 물에 발을 담구고 풀잎과 나란히 앉아 냇가의 물소리도 새소리도 듣는다. 송사리도 어렵사리 잡아 비닐봉지에 잡아 넣는다. 송사리 봉지를 들고와 깻잎 몇 장과 물고기 몇 마리 밀가루 반죽 서너 개 넣고 수제비를 만들어 오롯이 먹는다. 어떤 것을 이해를 안 하고 하고는 상관이 없다. 그녀와 함께 어려서부터 소극적인 성격으로 인한 혼란스러웠던 정체성을 털어내는 것이 좋았다.
동석은 풀잎과 함깨 함으로 늙음의 터 위에 넉넉함이 자리를 잡았다.
뒤판 두 쪽을 다듬고 안쪽을 날카로운 칼로 판다. 힘을 줘서 버려야 할 두께를 밀어낸다. 풀잎을 햇빝이 드는 마당에 봉고와 함께 놓았다. 습관이 되어 아내는 칼을 들었을 때 곁에 놓지 않는다. 자기가 힘이 들어가는 표정이 싫은 것인지 아니면 칼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는 것은 아닌지 봉구와 있는 것이 좋은 모양이다. 어느 날 시도할 때 찡그리는 모습을 보고 아예 풀꽃이 없을 때 속 다듬기를 한다.
배려하고, 빛을 풍요로 보고, 태양을 가득 찬 생명으로 볼 수 있는 힘은 전 날의 아픔에서 이겨 새로운 눈을 틔웠을 때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녀와 더불어 자연에 대한 감사와 친화력이 생겼다. 혀를 날름거리는 뱀도 잡아 던질 수도 있다. 풀꽃이 제일 싫어하는 동물이 뱀이기 때문이다.
오전 전 후로 두 번 산책을 나선다. 풀꽃이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다. 밖을 향하면 봉구를 따라 앞 서 곧장 나간다. 풀밭에 앉으면 몇 시간이고 좋다. 봉구가 펄쩍 뛰는 모습도 본다. 산의 푸르름이 이들을 기쁘게 맞이하며 옷을 입힌다.
노인은 아스라히 생각을 더듬는다. 풀꽃 아내를 호적에 올려주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풀을 쥐어 뜯는다. 자르는 수준이 아니다. 힘을 줘 뜯는다. 풀이면 아무거나 쥔다. 손에 잡히는 것을 한 웅큼 주면 노인은 골라 바구니에 담는다. 잡히는 것을 쥐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다.
봄볕에 연한 싹은 독이 없으면 다 먹는다고 들에 나가 딴 푸른 잎을 삶는다. 비타민C가 풍부하다 생각하고 삶아 무쳐 상에 놓는다. 먹는 시범 뒤에 아내가 먹는다. 봄내 먹었다. 시골장에서 사는 것은 말려 푸성귀가 귀할 때 먹고 들에서 따 온 것을 먹었다. 풀꽃 아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노동의 가치를 소홀히 할 수가 없다. 젓가락도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에 둘둘 말아 먹는다. 깨소금만 조금 넣었는데 담백하고 맛나다. 봄내가 뜸뿍 들어있다. 아내도 손으로 듬뿍 집는다. 하 하는 풀잎의 소리가 최영감의 가슴 속에 튕기는 반응은 바이올린 소리의 공명보다 더 크게 울린다.
아내를 입히고 먹이고 닦이는 수고로움 보다 소통과 공유의 시간이 고맙고 감사하다.
내 여인이 따온 연한 풀잎을 먹고 생기를 얻었노라고 동네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유일한 그녀의 일. 천기가 누설되면 그 기를 빼앗아가면 안 될 것 같아 풀꽃당신에게 만 말한다.
“여기 생기뎐 이야기 들어보소. 우리 내외 봄내 풀 잎 먹고 살아요 ”연산홍이 차고 올라오는 들판에서 크게 소리를 쳐본다. 산이 소리를 먹는다.
“아빠 아빠! ” 덩달아 풀꽃은 웃기도 하고 때로는 박수를 치기도 한다. 그녀가 하는 몸짓은 모두가 사랑 받고 있다는 행위예술이다. 노인은 꽃망울 틔우는 매화의 감동을 풀꽃 아내의 날개를 편 환한 미소에서 더 느낀다.
소꿉친구가 된 아내와 동네 어귀를 나섰다. 노인은 바이올린을 완성한 대가의 묵직한 잔금을 받아들고 시장에 나가는 중이다.
“ 앞에 가는 노인과 바보 여자. 저 두 사람 관계 뭐야 딸이야. 부인이야? ”
“ 딸 같기도 하고, 첩은 아니겠지? 원 ”
“탐탁치는 않아. 이해도 안되고, 원. 이장의 말로는 호적에는 정식 부인이래.”
"바보 각시와 잠자리는 하나?"
" 밤이 있고 낮이 있으니 누가 알아. 한다고 봐야지." 낮일과 밤일. 이불 속의 일을 섞고 까불러 본다.
노인은 누가 뭐라 하건 무슨 사이라 해도 관계가 없다. 호적에는 부인이나 부녀 사이라 해도 괜찮다. 둘 다 좋은 관계를 엮고 있으니 말이다.
시장 통이 북적거린다. 풀꽃을 끈으로 묶어 영감은 본인 손 반대편에 끈을 묶었다. 사람을 잃어버릴 까 신경이 쓰인다.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사뿐거리는 풀꽃의 설래 이는 몸짓에서 얽히고설킨 수고를 노인도 가볍게 푼다.
마른 생선을 산다. 소고기도 산다. 배낭을 매도 양을 많이 살 수 없다. 아내와의 동행에는 변수가 있다. 약속대로 고운 옷을 사서 입혔다. 풀꽃은 걸음이 앞으로 자빠지며 오리궁둥이를 내밀고 갈자를 그리며 빠르게 걷는다. 신이 난 모양이다. 영감도 보조를 맞춘다. 시장에서 부딪치는 마안함과 피로에도 한 줄로 묶여진 동행이 버겁지가 않았다.
깨 복장이 촌놈들이 동대문 시장에 올라와 잃어버릴 까 새끼줄로 묶고 다니던 기억도 아련히 떠오른다. 신기하다. 동석은 풀꽃아내와 다니면 옛 생각이 저절로 난다. 왕사탕 파는 장사도 보였다. 왕사탕을 사주자 금방 어린아이가 된다. 새 옷에 설탕물을 질질 흘리며 빨아 먹는다. 감각을 못 느껴 닦을 줄도 모른다.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영감에게도 주지 않는다. 먹는 것에 대한 욕심도 어릴 적 노인을 닮았다. 하나 둘 여러가지 시장 소꿉놀이는 피로가 왔다. 스쳐가는 시선도 노인은 점점 의식을 한다. 국밥집을 들어갔다. 저녁을 먹고 갈 생각이다.
해 넘기 전에 들어가자 마음을 먹는다. 아내가 잠잘 시간이다. 느린 것을 보니 본인의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뒤틀린 오리궁둥이 뒤에서 보는 데 안쓰럽다. 이 번 나들이를 계기로 자가용을 사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 아빠 아빠!” 졸리고 힘이 든다는 소리다. 아빠라는 단어에 많은 표현이 포함되어 있다. 웬만 하면 척척 통한다. 하품을 연실한다. 노인도 하품이 나온다.
" 업어줄 게. 자 “ 언덕길이라 노인은 앞으로 가 등을 보이고 앉는다. 풀잎이 업혔다. 풀잎이 작아 없어도 큰 무리는 받지 않는다. 시장을 돌아다녀 피곤하기에 발은 무겁다.
“ 잘 자라. 아가야. 잘 자라. 우리 아기” 아내는 잠이 들고 노인은 응얼거리며 마을입구를 걸어 들어온다. 붉은 해가 서산을 넘고 있었다.
천천히 걸어오면서 비겨가는 해와 오르는 달을 행해 말을 한다
" 내가 아내를 위해 오래 살아야 한다고,
그리고 풀꽃도 동석을 위해 오래 함께 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