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찾아와 내 심한 그리움 알아주셨네(子來知我苦相思)
서석 김만기 선생과 백함 홍만용 선생이 한강변 교하(交河)에서 우거하던 서하 이민서 선생을 찾아와 우정을 나누었다. 먼저 서석 김만기 선생이 시(詩)를 지으니 이에 서하 이민서 선생이 시를 지어 답하였다.
이중(서하 이민서)의 강가 우거를 방문하여(訪彝仲江上僑居)
······································································ 서석 김만기 선생
강가로 벗과의 약속에 달려와(江天來赴故人期)
시원한 누각에서 흉금 터놓으매 그리운 마음 달래지네.(快閣披襟愜所思.)
병 때문에 한가함 얻었어도 그리 나쁘지 않고(因病得閒殊不惡)
세 얻은 집에서 강물을 보는 것도 특별하다오.(僦居觀水也能奇.)
바람은 살랑살랑 고깃배에 불고,(長風嫋嫋吹漁艇)
먼 산은 희미하게 술잔에 비치누나.(遠岫依依映酒巵.)
인생 백년에 어찌 이런 일 있으랴.(塵世百年寧有此.)
날 저물어 이별할 제 더욱 지체하누나.(日斜分袂更遲遲.)
<출처 : 서석집(瑞石集)>
현강에서 우거할 때 서석이 찾아와 건네준 시에 차운하여 함께 온 백함에게 아울러 감사하다(玄江寓居次瑞石枉過見示之韻 竝謝金華洪伯涵聯轡)
·········································································· 서하 이민서 선생
강각(江閣)에서 손님 맞을 기약 없더니(江閣邀賓未有期)
그대 찾아와 내 심한 그리움 알아주셨네.(子來知我苦相思.)
우거하는 집에서 책상 쓸어 세 사람 웃고(僑居掃榻仍三笑)
포구로 옮겨 배 구경한 것도 하나의 볼거리였지.(運浦觀船亦一奇.)
마음 권태로워 고요한 방이 편하고(心爲厭煩便靜室)
눈은 병 많아 많은 술 겁낸다오.(眼因多病㥘深巵.)
아름다운 객 때로 찾아와 주어 사랑스러운데(尙憐佳客時經過)
조각배 바다에 더디 내어 부끄럽구려.(堪愧扁舟出海遲.)
[주-1] 서석(瑞石) : 서석은 김만기(金萬基, 1633~1687)의 호이다. 본관은 광산(光山), 자는 영숙(永淑)이다. 김장생(金長生)의 증손이며, 김익겸(金益兼)의 아들이다. 숙종의 장인으로 광성부원군(光城府院君)에 봉해졌으며, 아들 김진규(金鎭圭), 손자 김양택(金陽澤)까지 3대가 대제학을 지냈다.
[주-2] 백함(伯涵) : 백함(伯涵)은 홍만용(洪萬容, 1631~1692)의 자이다. 본관은 풍산(豐山)으로, 부친은 영안위(永安尉) 홍주원(洪柱元)이며, 모친은 정명공주(貞明公主)이다.
[주-3] 우거하는 …… 웃고 : 세 사람이 웃는 것은 마음이 통하는 절친한 사이를 말한다.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에 기거하던 진(晉)나라 고승 혜원(慧遠)이 손님을 전송할 때에도 앞 시내인 호계(虎溪)를 건너지 않았는데, 도잠(陶潛)과 육수정(陸修靜)을 배웅할 적에는 자신도 모르게 호계를 건넜으므로, 세 사람이 크게 웃으며 헤어졌다는 ‘호계삼소(虎溪三笑)’의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蓮社高賢傳 百二十三人傳》
<출처 : 서하집(西河集)>
첫댓글 운명은 하늘에 달려있다
『오늘날 맹동야(孟東野), 이고(李翶), 장적(張籍) 이 세 사람의 문장은 진실로 훌륭하지만 하늘은 그들에게 더 좋은 소리를 내도록 하기 위해 고난을 주었다. 이 세 사람의 운명은 하늘에 달려 있으니, 윗자리에 있다고 해서 어찌 기뻐하겠으며, 아랫자리에 있다고 해서 어찌 슬퍼하겠는가?[三子者之命, 則懸乎天矣. 其在上也, 奚以喜. 其在下也, 奚以悲.]』
<한유(韓愈, 韓退之), ‘송맹동야서(送孟東野序)’에서>
운명은 하늘에 달려 있으니, 윗자리에 있다고 해서 어찌 기뻐하겠으며, 아랫자리에 있다고 해서 어찌 슬퍼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