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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04
1. 옥상 / 낮
날아드는 그래의 주먹질에 나가 떨어지는 석율.
그래 : (주먹 쥐고, 분노로) 말조심하랬지. 니가 내 상사에 대해 뭘 알아?
석율 : (입 닦고) 아 씨, 피...! (한 대 날리며) 너나 나나 인턴이야 새끼야!
그래 : (맞고 휘청 e) 아씨...
석율 : 뭐가 상사야? 취직이라도 했어?
그래 : (치며) 말 놓지 마!!
석율 : (치며) 말 까지마! 임마!
계속 치고 받던 두 사람, 잠시 쉬는데 문자 오는 소리, 그래에게도 문자 오는 소리.
석율, 씨~ 하는 얼굴로 문자 확인한다. 노려 보던 그래도 문자 확인한다.
석율 : 아~~씨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그래를 확 본다)
굳은 얼굴로 문자를 보고 있는 그래,
< 2차 개인 pt 과제 - 팀별 과제 파트너에게 물건을 판다면 어떤 물품이고 그 이 유는 무엇인가? / 원 인터내셔널 인력관리팀>
그래, 석율을 본다. 일그러진 얼굴로 문자를 보고 있는 석율.
그래(e) : 세상에서 제일 팔기 싫은 놈한테
2. 원인터 앞 / 밤
로비 밖에 서 있는 상식. 말할 수 없이 무거운 얼굴이다.
그때 지하 주차장에서 전무의 차가 나와 쳐다 보는 상식의 앞으로 지나간다.
검게 선탠 된 차 뒷 자리에 앉아 있는 전무의 실루엣. 그런 전무를 쳐다보는 상식 위로.
그래(e) : 팔라고?
가던 전무의 차가 멈춰 선다.
상식 : !!!
그대로 가만히 서 있는 전무의 차...
굳은 얼굴로 전무의 차를 쳐다 보는 상식.. 잠시 후 발길을 옮겨 전무의 차 쪽으로 간다.
그때 외근 나갔다 들어오던 동식이 상식을 봤다.
동식 : !......
상식, 전무의 차로 가서 뒷자리에 선다.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굳은 얼굴로 보는 동식...
3. 전무의 차 앞 / 밤
선팅한 차의 창문을 보고 있는 상식.
창문이 내려진다. 긴장하는 상식.
반쯤 열린 창문 안에서 전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본다.
다시 인사하는 상식.
전무 : 응. 날 찾았다던데 무슨, 할 말이 있는 건가?
상식 : .....
전무 : (기다린다)
상식 : 영업3팀 일로 부탁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전무 : (옅게 웃음이 지나간다) 부탁? 무슨 부탁?
상식 : (굳은 얼굴로 보다가) 영업3팀 김동식 대리 징계위원회 소집 건에 대해서 재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전무 : (본다)
상식 : (숙이며) 부탁..드리겠습니다.
4. 동식 쪽 / 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상식을 보는 동식.. 완전히 굳은 얼굴이다. 고개를 떨구는 동식...
석율(e) : 기가 막히는 구만.
5. 옥상 / 밤
긴장과 적의를 갖고 서로를 쳐다 보고 있는 그래와 석율.
석율 : 기가 막혀.
그래(e) : 개인피티는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이거나 남을 통해 내가 드러나는 게임이다.
상대의 제안에 깊게 고무되면 상대가 빛나고, 어설프게 거절하면 내 좀스러움만 돋보인다. 그러나...
석율 : 장그래씨, 알지? 나한테 뭘 팔든 난 안 살 거거든? 안 사. 무조건 안사.
그래(e) : 좀스러움 따위야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이.자.식.....
흥! 하고 가버리는 석율, 그런 석율을 돌아보는 그래.
그래(e) : 어떻게 할 것인가...?
타이틀 <미생 4화>
6. 몽타쥬 / 밤
#6-1. 컴퓨터에 앉아 주간보고서를 작성하고, 프린트를 걸어 뽑고, 스템플러로 찍어서 상식 책상 위에 두고,
다시 앉아서 회의록 정리 하는 등 부산한 그래.
그래(e) : 2차 피티 과제를 받고 모두들 회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6-2. 역시 전화 통화하며 메모하며 팀 일을 하고 있는 백기.
#6-3. 역시 일에 열중인 영이.
#6-4. 정원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얘기 중인 인턴들.
그래(e) : 회사에 가장 많은 자료가 있을뿐더러 상대의 준비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6-5. 자료실에서 제품 카달로그들을 뒤지고 있는 석호와 인턴들.
그래(e) : 몇몇은 이미 자료실을 차지하고 앉아 상상력을 자극할 제품 카달로그를 살펴보고 있다.
#6-6. 울상으로 인터넷을 뒤지고 있는 종민.
종민 : (서핑하며 중얼중얼) 부디 제게 초딩의 힘을 보여주시옵고...
그래(e) : 또는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지 인터넷을 휩쓸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
#6-7. 선배한테 전화하는 인턴2.
인턴2 : 아, 형, 형 회사에 제 피티 파트너랑 같은 동아리였다는 사람 있었죠?
그래(e) : 인맥을 활용해 노하우를 얻으려는 사람들도 있다.
7. 영업3팀 / 낮
그래, 사내 포털시스템에서 한석율의 직원 정보를 보고 있다. 취미, 특기, 좌우명 등 요란한 중에 자신만만한 한석율의 증명사진.
쳐다 보며 생각하고 있는 그래.
석율 : 전 현장 모르는 사람 상사로 안칩니다.
그래(e) : 그 인간은 현장을 중시하는 걸까 사무직을 싫어하는 걸까? 현장의 일도 결국 사무실에서 완성되는 거 아닌가...?
사무실 안을 돌아 본다. 펜, 메모지, 복사기, 펙시밀리, 수많은 서류와 파일들...등 사무실 안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 온다.
그래 : ......
8. 통로 / 밤
퇴근하는 영이, 캠코더를 들이대고 따라가는 상현.
상현 : 영이씨, 자, 입맛, 취미, 특기, 취향 아무거라도 말 좀 해봐요.
영이 : 그만 좀 하시죠.
상현 : 저도 자료 조사를 해야 2차 피티를 준비하죠.
영이, 한숨 쉬고 가려다가 영업3팀에 혼자 앉아 있는 그래를 본다.
상현, 영이의 시선 따라 카메라 돌리는데 그래를 보는 줄 모르고 앵글 왔다 갔다. 그 속에 그래 피사체 왔다 갔다 한다.
그때 일어서서 돌아서던 그래와 영이, 눈이 마주 친다. 서로 목례하는 두 사람.
영이, 가고 상현이 호들갑 떨며 따라가고. 쳐다보는 그래..
9. 곱창 집 / 밤
소주잔에 술이 따라지고 있다. 상식의 잔에 술을 붓고 있는 동식, 제 잔에도 붓는다. 말없이 둘이 들이킨다.
다시 따르는 동식, 제 잔에도 따르고.
동식 : 그냥 두시지 그러셨어요. 그깟 몇 개월 감봉.
상식 : (술을 마신다)
동식 : 짤리는 것도 아니고.
상식 : (안주를 먹는다)
동식 : 고과야 뭐, 그깟 승진 좀 늦으면 어때요.
상식 : 아~ 자식. 그냥 죄송하다 고맙다 해.
동식 : ..... 전무님한테 아쉬운 소리 하시는 거, 얼마나 싫어하시는지 아니까 그렇죠.
상식 : (술을 마신다)
동식 : (괴로운) 그때 왜 구두 조건을 한번 더 체크 안했는지.. 알면서 한 실수라 더 미치겠는거죠.
상식 : 알면서 하니까 실수인 거야. (보며) 같은 실수 두 번하면 실력인 거고.
동식 : 네. 알죠.. (보며) 고맙습니다 과장님. 그리고.. 죄송해요.
그때, 문 열리며 들어오는 고과장과 황대리와 석호. 서로, '어?' 하며 아는 척한다.
석호 인사한다. 석호를 보는 상식.
고과장 : 인사과 조과장 전화 왔더라. 해결 잘 될 꺼라며?
상식 : (안주 집어 먹으며) 응.
고과장, 동식을 한번 봤다가 자리 잡아 앉는다.
황대리 앉으며.
황대리 : 오늘은 많이 안 하실 거죠?
고과장 : 말이라고 하냐. (석호에게) 그동안 고생했어. 딱 석잔만 마시고 가서 푹 자. 자야 시험도 잘 보지.
석호 : 감사합니다 과장님.
그런 고과장네와 석호를 보는 동식.
동식 : (보면서) 장그래는 뭘 어쩌고 있으려나..
상식, 곱창을 집어 먹고 젓가락으로 동식 앞의 철판을 톡톡 두드린다.
동식 보면 젓가락을 휘휘 저으며 곱창이나 먹으라는 시늉을 한다.
10. 영업3팀 / 밤
일을 마무리하던 그래. 빈 보고서들을 정리하다가 보고서 표지 상단에 책임자들의 사인 칸이 눈에 보인다.
쳐다 보던 그래 책상 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펜을 잡고 보는 그래... 가다듬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 : 현장의 일은 사무실에서 완성 됩니다. 당신의 제품에 대한 정보는 (기안문 들고) 이 문서에 담깁니다.
(기안문의 사인칸 보이며) 문서에는 당신의 사인이 있어야 하구요. 당신의 사인이 담긴 서류는
(상무, 팀장 사인란 보이고) 최종 결정권자의 사인과 함께 완성됩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사인을 할 수 있는 이 펜을 팔겠습니다. ..... 부족해..
상식(off) : 그래, 부족해.
깜짝 놀라서 돌아 보는 그래.
그래 : 과장님.
상식 : (책상으로 가면서) 무조건 중요하다며 들이대는 것 같잖아. 설득력이 떨어져.
그래 : 퇴근하신 줄 알았어요.
상식, 의자 위에 있던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 놓고 이런 저런 서류들을 집어 넣는다.
말 없이 쳐다 보고 있던 그래.
그래 : 과장님. 현장만큼 사무직도 중요한 거 아닌가요?
상식 : 그걸 말이라고 해?
그래 : 그렇죠. 근데 현장 중심적인 주장에 대꾸할 말이 안 떠올라서요.
상식 : (가방을 닫으며) 현장만 중요하다면 이 큰 건물이 무슨 필요가 있어?
현장에서 만들어진 모든 것은 사무실에서 완성되는 거야.
그래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상식 : (가방 들고 나오면서) 우리 일이란 게 현장, 사무실 구분 없어. 무역영업이란 게 서류로만 되는 것도,
현장 업무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니까. 현장에 있을 땐 발에 불나게 뛰는 거고, 사무실에 있을 땐 발에 땀나게 일하는 거고..
그래 : (약간 묘한 표정으로 가만히 상식을 본다)
상식 : (흘깃 보고) 왜?
그래 : 아닙니다. (마치 숨을 참고 있는 사람처럼 상식을 본다)
상식 : (의아한 듯 보고 간다)
그래 : 안녕히 가십시오. (꾸벅하고 본다)
상식이 15층 문 밖으로 사라지자마자 갑자기 숨이 터져 나오는 사람처럼 상식의 책상으로 가서 의자를 빼고 아래를 본다.
다시 동식의 책상으로 가서 같은 행동을 한다.
나와서 사무실 여기 저기를 다니면서 책상 아래를 보는 그래.
그래 : 찾았다..
11. 15층 엘리베이터 앞 + 영업3팀 안 / 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상식. 15층 쪽을 돌아 본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오고 타는 상식, 엘리베이터 문 닫히면
비상구 문을 열고 나오는 석율, 목을 빼고 15층 안 쪽을 슥슥 염탐하다가 헉! 한다.
석율 : 뭐 하는 거야? 저 인간?
안을 보면 여기 저기 다니면서 의자를 빼고 책상 아래를 쳐다 보고 있는 그래.
석율 : 아놔~ 저 미친놈. 뭐하고 있는 거야?
온 사무실을 그러고 다니는 그래. F.O / F.I
12. 그래의 집 마당 / 아침
긴 빨래 줄에 찜질방 옷들이 널려 있고, 마당 한쪽 수돗가 큰 고무통 안 비눗물 속에 빨다만 환자복이 잔뜩 담겨 있다.
13. 그래 방 / 아침
말 없이 밥을 먹고 있는 그래와 그래모.
그래모 : 몇 시에 끝나냐?
그래 : 네?
그래모 : 시험을 얼마나 보냔 말이야.
그래 : 오후 넘어서 까진 볼 꺼 같아요.
그래모 : 응. (먹기만 하는)
그래 : (먹기만 하는)
14. 그래 집 마당 / 낮
가방을 들고 나오는 그래. 마당의 빨래감을 보고.
그래 : 뭘 저렇게 많이 받아 왔어요? 허리도 아프다면서.
그래모 : 내가 하냐? 니가 하지. 너 내일부터 백수잖아.
그래 : (대문 쪽으로 가며) 붙으란 거야? 말란 거야?
그래모 : (빨래 걷으며) 붙으면 좋고, 떨어져도 좋고.
그래 : (돌아보며) 떨어져도 좋아요?
그래모 : 니가 붙으면 내가 공공근로를 못 하더라. 자격이 안된다네?
그래 : ....
그래모 : (계속 빨래 걷으며) 내 입장도 그래에~ 붙길 바래야 되냐? 떨어지길 바래야 되냐?
그래 : (꾸벅) 다녀오겠습니다. (간다)
그래모 : 다녀 와라~
그래가 나가고 대문이 닫히자 쳐다보는 그래모.
15. 원인터 외경 / 아침
16. 영업 3팀 / 아침
3팀으로 들어오는 그래. 깨끗하게 정리된 자기 책상 위에 가방을 올려 둔다.
그리고 3팀을 돌아본다. 오과장과 동식의 자리를 한참 본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이 드문드문한 15층 전체도 둘러 본다.
그래 : .......
17. 대회의실 밖 / 낮
긴장한 얼굴로 작은 상자를 들고 서 있는 그래.
다른 인턴들이 상자를 들고 온다. 그래를 흘깃 보거나 눈인사 하거나 삼삼오오 자기들끼리 서서 웅성거린다.
석호 : (다가오며) 장그래씨.
그래 : (눈인사 한다)
석호 : 긴장돼 죽겠어요.
상자를 든 영이도 온다. 그래, 영이와 눈인사 하는데.
백기 : 안영이씨.
영이, 돌아보면 백기, 싱긋 웃으며 빠른 걸음으로 영이 쪽으로 온다.
백기 : 원인터 와서 제일 힘든 하루가 되겠네요.
영이 : (의례적인 미소)
그래 : ...
석율(off) : 잘해봅시다. 장그래씨.
그래, 돌아보면 꽤 큰 상자 들고 서 있는 석율.
석율 : (적대) 아니, 잘해주세요. 장그래씨.
그래 : (받는) 한석율씨도요.
석율 : 내 걱정은 마시고. (그래의 상자를 흘깃 본다)
진행자 : (다가오며) 자, 발표 순서대로 서 주시구요. 같이 들어 갈 겁니다. 정렬해주세요.
인턴들, 주섬주섬 줄 서고 서로 호의적이지 않은 분위기로 쳐다보는 석율과 그래.
18. 대회의실 안 / 낮
드디어 문이 열리고 긴장된 표정으로 입장하는 인턴들, 자리에 앉으면
전무, 임원들과 파트별 부장과 선차장을 비롯한 차장 몇 그리고 상식과 고과장과 정과장 등 과장들이 들어와 앉는다.
상식, 전무를 쳐다보면서 들어와 앉는다.
그래, 긴장한 얼굴로 심사위원들 보면 무표정하거나 단호한 얼굴들이다.
상식, 긴장해 있는 그래를 본다.
선차장 : (인턴석을 둘러 보며) 우리 피티 면접 때 생각나네요. (영이가 보인다) 저 친구가 안영이씨죠? 탐내는 팀 많던데?
상식 : 우리 팀으로 올 껍니다~
선차장 : 네??
상식 : 아~ (선차장 보며) 쟤 내 마성을 알아챘거든. (홱 돌려 영이를 본다)
영이, 상식과 눈 마주친다. 가볍게 인사하는 영이. 상식도 씩 웃고 받는다.
선차장, 어이 없다..
진행자 : 팀별 PT는 공통적으로 10분 발표, 5분 질의 응답으로 진행하며,
미리 제출하신 파일 외 어떤 추가파일도 사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당황한 듯 갑자기 얕은 신음소리를 뱉는 석율.
석율 : 아...!!
그래 : (쳐다 보면)
석율 : (당황한 얼굴로 주머니를 더듬는다)
19. 석율의 책상 위 / 낮
진동으로 해둔 석율의 핸드폰이 “지잉~ 지잉~” 울린다.
20. 대회의실 / 낮
석율, 당황한 얼굴로 주머니를 뒤지더니 문 쪽을 보고 안절부절한다.
그래 : 왜 그래요? 무슨 문제 있어요?
석율 : (당황한 채 문 쪽을 보며 일어나려는데)
진행자 : 시간 엄격하게 적용하니 엄수해주시기 바라고, 전무님 인사 말씀으로 PT 면접을 시작하겠습니다.
석율, 다시 털썩 앉는다. 불안한 얼굴로 보는 석율을 보는 그래.
상식은 굳은 얼굴로 최전무를 보고 있다.
석율, 침을 꿀꺽 삼키면서 손을 심장 부분에 올리고 꾹 누른다.
그래 : (의아하게 보며) 왜 그래요?
석율 : (불안하게) 안 갖고 왔어요.
그래 : 뭘,
최전무 : (앉은 채) 반갑습니다. 여러분. 낯이 익은 분도 있고 처음 본 분도 있는데
계속 보게 될지 이 인연으로 우리가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지요.
그래 : (전무를 쳐다 본다)....
전무 : 우리 상사맨은 보다 진취적이고 좌절 안에 희망을 찾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여러분을 통해 우리 회사의 미래를 그려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시길 바랍니다.
박수치는 사람들. 더더욱 긴장한 인턴들.
당황한 석율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가고 있다.
그래, 불안해지는 마음으로 그런 석율을 본다.
진행자 : 그럼 첫번째 팀, 장기석 구현우 조 나와주세요.
인턴석에서 오리발에 우주복 차림의 인턴2와 3이 벌떡 일어나 나와 다리를 쩍 벌리고 선다.
인턴2/3 :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세계무대에 우리 발자국을 남기겠다는 각오로 원인터내셔널에 지원한,
인턴2 : 장기석!!
인턴3 : 구현우!!
인턴2/3 : (손바닥을 착 내밀며) 장구팀 입니다!
인턴들 : (긴장 풀려 와하하 웃는다)
이상현 : (영이에게 궁시렁) 우리도 저렇게 아이디어로 승부를 냈어야 했다구.
최전무 : (차갑게) 다음 사람.
일동 : !!!
인턴2/3 : !!!
최전무 : (차갑게) MT 온 건가? 옷 제대로 갖춰 입고 다시 하도록.
심사위원들 제외한 모두가 당황한 얼굴이다. //
# 다시 나온 인턴1과 인턴2 팀, 회사 로고를 띄워놓고 엉성한 만담을 하는데.
심사위원1 : 자네들 로고 어디에서 갖다 쓴건가?
인턴2 : 그게.. 캡처프로그램으로....
인턴3(o.l) : 작은 이미지라 괜찮을 거라고 구현우씨가....
인턴2(o.l) : 장기석씨가 먼저 담당자분 퇴근했다면서 캡처 하자고...
최전무 : 다음 사람!
망연자실 흑빛이 된 인턴2,3을 보며 바짝 긴장해서 무겁게 가라앉은 인턴석.
얼어 있는 석율과 긴장한 그래.
인턴4 : 죄..송합니다. 까먹었습니다. 다시 하겠습니다. //
심사위원1 : 지금 크라이시스와 리스크를 혼재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건 아나?
인턴5 : (버벅대며) 리,, 리스크란 손해를 입을 위험.. 크라이시스는 위험, 고비.. //
최전무 : 자넨 광고회사가 더 어울리겠는데?
인턴6 : 네! 저 역시 (헙! 입을 다문다) //
점점 더 가라 앉고 있는 인턴석 분위기.
심사위원 : 좋군. (인턴 8의 서류를 보며) 헌데.. 이전 인턴한 회사에도 상사가 있는데 왜 우리 회사에 또 지원하게 됐지?
인턴7 : 그...저...전... 무역...업무를 하고... 싶었습니다.
전무 : 거기도 상사 있는데?
인턴7 : (땀 흘리며 당황) 지방대... 출신이고... 여러 가지... 경쟁에서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최전무 : 뭐야? 우리 회사에서는 이 학벌로 괜찮을 거라 본 건가?
인턴7 : (땀을 흘리며 아무 말도 못하는)
최전무 : 지방대라고는 하지만 학점 좋고 어학능력 있고 인턴 경험까지 좋은 사람이 그렇게 자신감이 없어서야...
우리더러 자네를 받으라는 건가 말라는 건가.
인턴7 : 죄송합니다.
전무 : 뭐가 죄송하냐구, 이 친구야. 답답하네.
인턴7 : 시정하겠습니다. 이 회사를 무시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상식 : (보며) 전무한테 말렸구만.
선차장 : 네?
상식 : 솔직한 게 진실된 거라 생각하는 착각. 변명이나 핑계를 위해 사람들은 얼마든지 솔직할 수 있어. 진실과 별개로.
선차장 : (숙이고 있는 인턴7을 보며) ....
그래(e) : 턱 없는 부분에서 당황하다니...
석율 : (그래를 휙 보며) 어이없죠? (인턴7을 보며) 십중팔구 저쪽 인턴하다 안 좋게 끝난 거야.
그게 갑자기 뜨끔해서 당황한 거네. (끄덕끄덕) 응.
그래 : (석율을 본다)
# 버벅거리고 있는 팀
# 애꿎게 자료만 앞으로 넘겼다 뒤로 넘겼다 뒤적이고 있는 팀
# 와중에도 차분하게 발표를 하는 석호
# 긴장하고 좌절한 분위기의 인턴석들
그래, 발표를 보다가 석율을 보면 여전히 가슴에 손을 얹은 채 호흡을 고르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게 보인다.
작은 소리로 묻는 그래.
그래 : 한석율씨, 어디 아픈 겁니까?
석율 : (신경질적으로) 말 시키지 말아요!!
그래 : 대체 무슨 문제냐구요! 발표하기 힘들겠어요? 그럼 대책을,
석율(o.l) : (확 노려 보며) 누가 힘들대?!
그래 : (받으며 보는)
21. 석율의 팀 자리 / 낮
석율의 책상 위, 또 지잉~ 지잉~ 울리는 석율의 전화.
22. 대회의실 / 낮
진행자 : 다음, 안영이 이상현씨 팀 나와 주세요.
# 차분한 얼굴로 일어나는 영이와 긴장한 몸짓으로 이것저것 챙겨서 일어나는 상현.
단상으로 가는 영이를 보는 그래.. 차분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영이와 긴장한 상현.
사람들이 쳐다보면 영이, 차분하게 말을 시작한다.
영이 : 저희가 준비한 주제는 미래의 자원입니다.
# 영이의 말에 따라 등 뒤로 펼쳐지는 PPT의 화면이 유기적으로 바뀐다.
# 안영이에게 집중되는 사람들
# 기록하거나 질문하는 심사단
# 영이를 쳐다보는 그래.
석호 : (감탄하듯 보며) 아... 안영이씨는 정말 잘하네요.
백기 : (영이를 본다)
선차장 : 심사단하고 에너지 싸움에서도 전혀 안 밀려요. 아주 단호하면서도 풍부하게 자기 의견을 피력하고 있어요.
배짱이 대단하군요.
상식 : 저 친구는 좀 수상해.
선차장 : 네?
상식 :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영이를 보며) 수상해. 아주.
# 영이, 상현에게 안배하는 듯 기회를 주지만 버벅거리는 상현.
석호 : 이상현씨는.. 영이씨 페이스에 확실히 말렸네요.
백기 : (영이를 보는)
# 상현의 실수를 수습하는 영이와 포기한 채 반가사유상 미소를 짓고 있는 상현.
선차장 : (웃으며) 상대 친구는 차라리 포기한 게 마음 편해 보이네요.
# 백기 팀의 피티. 백기가 발표를 하고 김종민이 화면을 넘긴다.
# 지켜보는 사람들
# 백기를 보고 있는 그래.
선차장 : 저 친군 완전히 pt의 정석이네요. 한마디 한마디가 머리 속에 쏙쏙 들어 와요. 아주 논리적인데요?
상식 : (끄덕이며) 잘하긴 하는데 머리만 치고 있어. 가슴을 쳐야 물건을 팔지.
차분하게 또박또박 발표하는 백기.
잠시 후 피티를 끝낸 백기와 종민 인사를 한다.
긴장한 얼굴의 그래. 넥타이 매듭을 살짝 조인다.
23. 그래의 집 마당 / 낮
빨래를 탁탁 털어 널고 있는 그래모, 문득 생각 난 듯.
그래모 : 시험은 잘 치고 있는 거야? 어쩐 거야?
마루 쪽으로 가서 벽시계를 본다. 00시.
'에구' 하고 무릎을 만지며 마루 끝에 걸터 앉는다. 어깨를 주무르며.
그래모 : 떨지는 않을 꺼고.. 대국에서 피 말릴 때가 한 두 번이었게. 그깟 꺼 쯤이야..
다시 시계를 돌아 본다.
진행자(e) : 다음, 장그래 한석율 조 발표하세요.
24. 대회의실 / 낮
차분한 얼굴의 그래와 뻣뻣하게 긴장한 얼굴의 석율, 일어난다.
그래를 보는 상식과 영이와 백기.
선차장 : 장그래씨, 과장님 팀이죠?
상식 : (그래 보며) 네.
그래, 앞으로 나서려는데 석율, 침만 꿀꺽 꿀꺽 삼키며 서 있다.
석율을 툭 치는 그래.
석율 : (날 선) 건드리지 마요. (심호흡 하고 나간다)
그래, 불안하게 본다.
두 사람 인사하는데 여전히 숨을 몰아 쉬며 불안한 석율.
그래 : (나즉이) 한석율씨..
석율 : (숨이 가쁜 채 터지듯) 저희, 한석율 장그래 팀이 발표할 PT주제는, 문화에 갇힌, 이들에게 제안, 하기 입니다.
그래 : (파워포인트 화면을 작동한다. 그러나 여전히 석율이 미덥지 못한 표정)
석율 : (숙인 채) 문화란, 자연현상에서 벗어난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고. 후우.. 후우.. 후우..
그래 : (불안하게 석율을 본다 e) 뭐하는 거야?
상식 : (의아하게 본다) 왜 저래?
선차장 : 긴장 많이 했나봐요.
석율 : 그러니까 저희의 출발은.. 후우 후우.
그 위로 유선 전화 소리 울리고.
25. 석율의 팀 / 낮
사원1 : 한석율씨요? 자리에 없습니다. 인턴 피티 시험 보고 있을 겁니다.
옆 자리에서 울리는 전화.
사원1 : (받으며) 예, 원인터내셔널입니다. (찡그리며) 한석율씨 자리에 없습니다. 네.
(전화 끊으며) 뭐야.. 이 친구 찾는 전화가 왜 이렇게 많이 와?
지잉~지잉~ 울리는 석율 책상 위의 핸드폰.
26. 대 회의실 + 석율의 책상 위 / 낮
대 회의실. 후우후우~ 숨을 고르는 석율.
석율의 책상 위 씬과 화면 분할되며 한쪽에선 석율의 후우후우~ 한쪽에선 책상 위 핸드폰의 지잉~지잉.
그러다가 핸드폰이 조용해지면서 메시지가 뜬다. 엄마다. <청심환 먹었니?>
책상 한 쪽에 얌전하게 놓여 있는 청심환병.
분할 화면엔 여전히 후우후우~ 벅차게 숨을 쉬는 석율.
화면 분할에서 빠져 나와 대회의실 단독이 된다. 석율, 후우후우~ 땀을 삐질삐질, 손은 만지작만지작.
석율 : (열린 동공e) 깜박했어. (on) 후우후우~ (e) 청심환 먹는 걸 까먹었어..
그래 : (초조한 e) 뭐하는 거야? 한석율!
석율 : (다다다 읽듯이) 문화란 어찌할 수 없는 자연환경이란 한계 안에서 형성된 것이라 봤을 때
우리에게 있어 그 문화란 인정의 대상이 아닌
그래(e) : (당황해서 본다) 숨을 쉬라구, 바빠 보여. 고개도 들고, 읽듯이 하지 말라고!! 다 망칠 셈이야?!!
석율 : (다다다) 부인의 대상, 즉 과연 그럴까? 라는 문제의식이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지점에서 저희 주제가 출발했습니다.
심사위원1 : 숨 좀 고르지 그래? 누가 쫓아와?
석율 : 네!! 후우.... 저...저!!! 죄송하지만..! (꿀꺽) 잠시 시간을 주시면 청심환 좀 먹고 오겠습니다!
그래 : !!
일동 : (황당~ 웃는 사람들도 있다)
석율 : (땀 삐질삐질, 숙이며 절박하게) 부탁 드립니다.
최전무 : 먹고 오는 건 상관없지만 시간을 더 줄 순 없네. 다른 지원자들이 원치 않을 꺼야.
그래/석율, 인턴석을 본다. 외면, 딴짓, 굳은, 찡그림 등의 인턴들.
그래/석율 : .... / (당혹)
진행자 : 7분 남았습니다.
석율 : 아무리 빨리 갔다 와도 3분은 걸려. 그..그냥 하겠,
그래(o.l) : 제가 하겠습니다!
석율 : (확 본다. 꿀꺽)
상식 : (보며) 저 녀석...
영이/백기 : (본다)
그래 : (중앙으로 걸어가서) 제가 대신 발표하겠습니다..
긴장한 얼굴로 꿀꺽 삼키고 좌중을 보는 그래... 그 위로.
사범(e) : 설명해봐.
27. 기원 / 낮 / f.c / 회상
바둑을 두며 어린 그래와 마주 앉아 있는 사범.
사범 : 왜 그 수를 거기에 뒀는지 설명해봐.
어린 그래 : 그.. 그냥.
사범 : 바둑에 그냥이란 건 없어. 어떤 수를 두고자 할 때는 그 수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계획이 있어야 해.
그걸 "의도"라고 하지.
어린 그래 : (본다)
사범 : (바둑 보며) 우상귀가 막혔어. 자, 위기야. 어떻게 할 꺼야?
어린 그래 : 불필요한 수를 버려야 합니다.
28. 대회의실 / 낮
좌중을 쳐다보고 있는 그래 위로.
사범(e) : 뭘 버릴 꺼야?
그래(e) : 화려한 수사와 언변.. 내가 한석율을 택한 이유를 버린다...
그래 : (꿀꺽 삼키고) 문화에 갇혔다는 것은 관습이나... 그... 사는 지역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상식 : 왜 저렇게 버벅거려?
영이/백기 : ..... / (피식)
그래 : (점점 버벅대며) 음... 환경의 제약 안에서 만들어진 문화란,,,, 음.. 많은, 아니 제약 안에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제약이...
(멈추고 꿀꺽 침을 삼킨다)
상식(e) : 넘어가!
선차장 : 힘들겠는데요....
석율 : (고개 숙인 채) 젠장...
영이/백기 : .... / (차갑게 보는)
그래(e) : 아직... 역시 무리다. 의욕만으로 되는 게 아냐.
석율 : (그래를 보며 입을 앙다문다)
29. 놀이터 일각 / 낮 / f.c (회상)
어린 석율 : (팔 벌리고 다가가며) 아빠!
석율부 : 어이구~ 우리 석율이~~
어린 석율 : 아빠, 지금 공장 가?
석율부 : 그래, 오늘부턴 야근조니까.
어린 석율 : 아빠 손 까매.
석율부 : 기름때가 찌들어서 안 지워져. 왜, 창피해?
어린 석율 : 난 아빠 안 창피해.
30. 석율의 집 / 밤
석율부 : (통화) 아직 협상 날 모르지?
남자1(e) : 협상은... 파업 참가자 전부 해고한다는데...
31. 공장 일각 / 낮
노조복을 입고 고개를 떨구고 앉아 있는 석율부.
32. 어린 석율의 동네 일각 / 낮
아이 : 우리 아빠는 회사 갔다~ 너네 공돌이 아빠 집에서 놀지~? 아~ 창피하겠다.
어린 석율 : (처키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우리 아빠 안 창피해!!!
33. 대회의장 / 낮
그래, 버벅거리며 계속 하고 있다.
그래 :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만이 아닌...
석율 : (땀을 흘리며 떨구고) 젠장.. 젠장.. 젠장.. 젠장...
34. 울산 공장 일각 / 낮 / 4분할
화면에 각각 통화하고 있는 인물들 생성.
석율부 : 석율이 면접 들어갔나봐! 전화 안 받네?
외삼촌 : 매형, 아마 들어갔을 겁니다. 저도 전화했는데 못 바꾼대요.
삼촌 : 형수, 석율이 면접 몇시에 끝나요? 삽겹살이나 사주게.
엄마(e) : 전화 안 받네.
큰아버지 : 우리 석율이가 드디어 책상일 하게 됐나 봅니다. 하하하!
석율이는 현장 벗어나게 해줘야지요. 근데 걔 울렁증 심하잖아요. 아, 약 가져갔구나.
35. 대회의실 / 낮
참담한 얼굴로 노트북의 키를 탁! 눌러 ppt를 넘기는 석율.
심사위원1 : 잠깐, 좋은 이야긴데 너무 듣기 힘들구만. 용어 사용에 사적 용어가 너무 많고 공정한 용어가 적어.
발표에 부적절한 거 아닌가?
석율 : (원망하듯 확 본다)
그래 :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
심사위원2 : 현장에 한번이라도 가봤나? 각 제품에 대한 창의적인 발언이 함께 있어줘야지. 현장 안 가봤지?
그래 : 네...
석율 : (표정....)
심사위원1 : 요즘 인턴들은 현장을 너무 몰라.
석율 : (표정....)
심사위원2 : 견학 신청도 안해. 상사가 지시 안하면 자기도 안 해.
심사위원들, 수긍하듯 끄덕끄덕 웅성웅성하다가 단상 쪽을 보고 응? 하는.
상식도 의아하게 보고, 영이와 백기도 마찬가지다.
땀을 흘리던 그래가 석율 쪽을 보면 눈을 감고 뭔가 에네르기 발사 직전의 오묘한 표정으로 서 있는 석율.
모두 의아해서 보면.
석율 : (천천히 눈을 뜨며) 역시... 현장이지 말입니다. (뚜벅뚜벅 걸어 그래 옆을 지나면서) 장그래씨 고생했어요,
그래 : ..... (석율을 돌아보면)
석율 : (중앙에 서서) 번잡스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이어서 하겠습니다.
그래 : .... (노트북 쪽으로 가서 조작한다)
눈을 치켜 뜨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좌중을 쳐다 보고 있는 석율.
석율(e) : 아버지, 전 당신이, 현장이, 부끄럽지 않아요!
석율 : FCL 카고가 안될 경우의 수도 봐야합니다. 포워딩 업체와 어떻게 조건을 맞추느냐가 관건이 되겠습니다. dis.
(웃음, 진지, 열정으로 완급을 조절하며 자신 있게 발표하는 석율. dis. )
(웃음을 머금고 집중해서 듣고 있는 심사위원들 dis.)
그래(e) : 한석율의 시간이었다. 현장의 언어를 실은 그의 발표는 막힘이 없었다.
임원들, 특히 현장출신이 분명해 보이는 임원은 웃음을 보이기까지 했다.
임원 : 허허허, 옛날 생각이 다 나는데?
석율 : (심사위원들에게) 그렇다면 올 상반기 순이익률은 어떻게 될까요?
심사위원들 : 응?
그래(e) : 흘려버려 부족한 시간까지 계산해 순발력 있게 내용을 빼가면서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웠다.
쥐락펴락. 전체를 장악하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고개 떨군다) 장악..말이다...
그래, 다시 고개를 들면 자신만만한 석율의 모습.
그래(e) : 3분이 거의 지날 즈음 한석율은.. 여자 안영이로 변신해 있었다.
짜잔! 영이처럼 보이는 석율. 번쩍번쩍 자신만만 한석율!
그래(e) : (씁쓸하게) 3분이면 사기꾼이 성자로 바뀌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36. 대회의실 밖 / 낮
진행자(e) : 20분간 휴식 후 개별 PT 주제를 이 자리에서 발표합니다.
각각의 표정으로 우르르 나오는 인턴들..
인턴2 : (걸어 나오며) 무슨 로고까지 지적을 해? 후들거려 죽는 줄 알았네.
인턴3 : (소리 죽여) 전무님 포스에 눌려서 입도 뻥긋 못한 사람 많죠?
상현 : 그 와중에 우리 영이씨, 대단하지 않아요? (앞서가는 영이 급히 따라가며) 영이씨~ 커피 마시고 싶지? 영이씨이~?
일동 : (벙쪄서 본다)
종민 : (보며 풀 죽어서) 팔아야 되니까요... (앞서 가는 백기를 본다)
모두, 한숨 푹~ 쉬면서 자기 파트너를 본다. 경계와 동정심 호소의 눈빛들을 하며 우르르 빠지면
뒤이어 심사위원들도 나오면서 얘기 나눈다.
정과장 : 역시 장백기가 잘 하네.
고과장 : 난 안영이 그 친구, 역시 대단하단 생각이 드네.
마부장 : (마뜩찮은) 그래 봤자 여자야. S그룹 비서실에선 좋아하겠네.
김부장 : 난 한석율 그 친구가 배포 있어 보이는 게 맘에 들던데..?
뒤따라 나오며 듣는 그래와 석율.. 각각 표정으로..
37. 대회의실 안 / 낮
정리하면서 상식과 선차장.
선차장 : 장그래씨 페이퍼와 pt 내용 다 좋은데.. 아쉬워요. 아까 기회 좋았는데..
상식 : 딱 거기까지인 거지. 이 만큼 온 것도 기적이에요. 다행히 주제를 알아 헛물켜지 않는 거 하난 맘에 들었었는데..
선차장 : (본다)
상식 : (정리하다가 선차장 말이 없자 쳐다본다)
선차장 : 일부러 그러시는 거죠?
상식 : (당황해서 보면)
선차장 : (정리하며) 그러지 마세요. 상대도 상대지만 본인이 다쳐요.
상식 : 무슨 실없는 소릴 자꾸 하는 거야?
선차장 : 과거가 내 발목을 붙잡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알고 보면 내가 과거를 붙들고 있을 때도 많거든요.
과장님 보면 쫌 그래요.
상식 : ..... (확 보며 어이없는 듯) 이 사람 큰일 날 사람이네. 유부남을 왜 봐? 유부녀가.
나보다 승진 빠르다고 뭐, 날 막막 쉽게 보는 거야?
선차장 : 참 도끼병은 여전하시네요. (휙 나간다)
그때 전화 온다. 보고.
상식 : 응.
38. 영업3팀 안 / 낮
동식 : (가방을 챙기면서) 장그래씨, 잘했어요?
39. 대회의실 + 밖 / 낮
상식 : (나오면서) 잘하긴 무슨, 맹진사댁 맹서방네 맹돌이 같더라.
동식(e) : 네?
상식 : 역시 안영이가 물건이야.
동식(e) : 네? 보이지도 않았어요?
상식 : 왜 안보여? 군계일학이더만.
동식(e) : 아~ 과장니~임. 됐구요. 저 00 다녀올께요.
상식 : 그래.
끊으며 화장실로 들어가는 상식.
40. 화장실 안 / 낮
들어서던 상식, 멈칫한다.
손 씻고 있는 그래. 상식 보고 인사하면.
상식 : (약간 머쓱한) 어..
변기 앞으로 가서 자세 취하고, 그래 흘깃 본다.
그래, 꾸벅하고 가는데.
상식 : 안되면 발이라도 걸어.
그래 : (?) 네?
상식 : 자빠지는 거 보는 통쾌함이라도 있으니까.
그래 : 네?? (보는)
41. 대회의실 밖 / 낮
진행자(e) : 2차 피티면접을 시작하겠습니다.
42. 대회의실 / 낮
2차 피티가 진행되고 있다.
선차장, 굳은 얼굴로 앉아 있는 인턴들 보며.
선차장 : 1차 피티 같이 준비하는 동안 보나마나 갈등들 좀 있었을텐테요.
상식 : (그냥 보고만...)
선차장 : 서로 간에 팔고 싶지 않은 사람들한테 파는 게 쉽지 않겠어요.
상식 : (울컥) 내 얘기 하는 거야?
선차장 : 네?
상식 : 지금 자존심 파는 얘기 하는 거 아냐?
선차장 : 네?
상식 : (손 설래설래) 아냐 아냐. (하면서 전무를 본다. 또다시 굳어지는 얼굴)
그래, 석율을 본다. 자신만만한 얼굴로 그래를 보는 석율.
석율 : 오늘 2차 피티, 재밌겠네. 그쵸? 장그래씨?
그래 : (대꾸 없이 다시 무대 쪽의 피티를 본다)
인턴2 : 제가 홍콩 여행 가서 600불에 사온 지갑입니다. 350불에 팔겠습니다.
인턴3 : (얼른) 사지 않겠습니다.
석율 : (사뭇 놀란 듯) 무작정? 아~ 저럼 안되지~
인턴3 : (벨트를 쭉 뽑아) 이 벨트로 말할 것 같으면 명품을 제대로 카피한//
인턴2 : (당황) 명품 필요하시잖아요. 지갑부터 사야겠다고..//
인턴3 : (정색) 우리나라 기업 품질이 더 좋습니다. 명품은 주영호씨가 좋아하죠.
지난번 명품 중고샵에서 구두 싸게 샀다고 몇 번이나 자랑하지 않았습니까.
석율 : (절래절래) 쪼잔하게 말싸움이냐.
인턴2 : (울컥) 중고를 살리면 그것도 자원 재발견입니다.
석율 : 풋!!
심사단 : (어이 없어 피식 피식 웃는)
wipe. 잔뜩 호전적인 자세로 쳐다 보고 있는 종민. 그런 종민 앞에 상자를 열어 거울을 꺼내드는 백기.
백기 : 김종민씨는 성실하고 실력 있지만 자신감이 부족합니다. 그건 본인의 오리지널이 확보되지 않아 발생하는 불안감입니다.
김종민씨 자신이 브랜드입니다. 이제는 남 따라 하지 말고 본인을 따라하게 하는,
본인의 오리지날리티를 구축해가겠다는 의미에서 이 거울을 사십시오.
종민 : (울컥!) 남 따라 하다니요!! (울먹) 정말 끝까지 이러깁니까?!
석율 : (절래절래)
wipe.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 영이 앞에서 TV 리모컨을 들고 있는 상현,
석율 : (호기심 가득해서 앞으로 쑥 내밀고) 뭘 팔려는 거야?
상현 : 제가 안영이씨에게 팔고자하는 물건은 돈으로 가치를 환산할 수 없습니다. 얼마를 주든 안영이씨 마음입니다!
자! 오직 안영이를 위한, 안영이에 의한 안영이의 추억을 안영이씨에게 팔겠습니다!!
영이 : !!! (다급, 말리려고) 이,
상현 : 원인터내셔널 인턴 직원, 안영이의 하루입니다!
영이 : 이상현씨!
상현, 리모콘을 꾹 누른다. 감동적인 BGM과 함께 펼쳐지는 영이의 하루 직장 생활 영상, 사랑의 눈길이 가득 담은 뮤직 비디오다.
얼굴이 하얗게 되어 입을 다물지 못하는 영이.
황당해 하는 사람들, 박장대소하는 사람들, 장내는 웃느라고 뒤집어지고 석율은 웃느라고 아예 의자에서 떨어질 지경이다.
뿌듯한 상현과 얼음이 되어 버린 영이.
43. 대회의실 외경 / 낮
진행자(e) : 다음은 장그래, 한석율 조 준비해주십시오.
44. 대회의실 무대 / 낮
각각 상자를 옆에 두고 무대에 서 있는 석율과 그래.
두 사람, 긴장감이 흐른다.
각각의 표정으로 그래를 보는 상식, 영이, 백기.
진행자 : 발표해 주세요. 한석율씨 먼저 시작합니다.
석율 : (심호흡하고 상자 뚜껑을 연다) 제가 장그래씨에게 팔 물건은 이것입니다.
그래, 긴장해서 보면 석율의 상자에서 딸려나오는 각양각색의 천들.
석율 : 울산 공장에서 만들고 있는 우리 계열사의 대표 섬유들입니다.
심사위원들 : (집중하는) 오호~
석율 : 나일론, 폴리에스테르아크릴, 폴리우레탄, 폴리비닐알코올, 폴리염화비닐, 폴리염화비닐리덴, 폴리프로필렌입니다.
우리 회사 주력 섬유 중 합성섬유로, (그래를 본다)
그래 : ....
석율 : 21세기 섬유산업의 고부가가치를 대표하는 섬유들이죠. 그리고 하나 더,
(품 안에서 수첩을 꺼내 들고) 각 생산라인에 투입된 인력들의 업무환경과, 잘못 내려진 오더로 인한 손실액과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에 대해 분석한 자료가 든 수첩입니다. 이 현장의 발언을, 장그래씨에게 팔겠습니다!
그래 : (긴장)
진행자 : 장그래씨 결정하세요.
일동 : (그래를 본다)
그래 : (석율을 똑바로 쳐다 본다)..
석율 : (자신만만한 미소로 보는데)
그래 : (다가가서 천을 만져 보고) 이 천은 문제가 없겠죠?
석율 : 물론입니다.
그래 : 그렇다면,
석율 : (보는)
그래 : 전 이 노트만 사겠습니다. 천은 사지 않겠습니다.
석율 : !!! (당황)
일동 : (흥미롭게 보는)
석율 : 왜..왜요?!
그래 : 노트는 현장에 있던 한석율씨의 분석이 들어간 거라 제 시간을 줄여주는 가치가 있지만
천은 누구나 언제든지 구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굳이 한석율씨가 내민 걸 살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석율 : (인상 확 쓰고)
일동 : (웅성웅성)
상식 : (본다)
선차장 : 제법이잖아요.
영이/백기 : .......
석율 : 그건 장그래씨가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여기 있는 이 모든 천은 제가 직접 보고 만지고 사용해 보면서
장단점, 효용성, 가치를 분석해 전문가에 버금가는 데이터를 구축했습니다.
(잠깐 노려 보며) 개벽이 소리 들어 가며, 변태 성추행범 소리 들어가면서 말이죠.
그래 : !!!
상현 : 개벽이? (동의 구하듯 주변 인턴들 보며) 저 친구, 알고 있었네?
그래 : 그렇다해도 허락없이 여자 엉덩이를 만지는 건 범죄행위입니다.
석율 : (당황)
일동 : (웃음 터진다)
영이/상식 : (피식 웃음)
석율 : (당황) 여..여자 엉덩이를 만진 게 아니라 천을 만진 거라고 얘기하잖아요! 응?!
내가 만져 보고 싶은 천이 딱 그 부분에 있었다구!!
그래 : (차분히) 천을 만지기 위해선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엉덩이를 만졌다는 건 인정하는 거네요.
석율 : 장그래씨!
일동 : (웃음)
영이 : (풋! 웃는다)
백기 : (영이를 본다)
선차장 : (그래를 보고 웃으며) 재밌는 친구네요.
상식 : (어이없는 얼굴로 그래를 본다)
석율 : (억울해서 목소리에 삑사리까지 내며) 내...내가 만지고 싶었던 천이 하필 엉덩이 부분에 있었다고!! 다..당신도 봤잖아!
그래 : 봤죠. 여자 엉덩이를 만지더군요.
석율 : 이~~이~~
0부장 : (웃으며) 자자, 두 사람. 진정들하고, 자, 장그래씨. 어떻게 할 겁니까? 살 껍니까? 안 살 껍니까?
일동 : (본다)
그래 : ...
일동 : (보면)
그래 : 천을 팔기 위해 만일 한석율씨가 판 발품만큼의 품을 들여 공부해야 한다면, 그렇다면,
석율 : (보면)
그래 : (심드렁) 그냥 한석율씨와 함께 팔겠습니다. 합격해서 둘 다 이곳에 다시 온다면 말이죠.
어떻게, 같이 팔아 주시겠습니까?
석율/일동 : !!!!
영이 : (웃음을 참고 있다)
선차장 : 와우!
상식 : (어이 없으면서도 그래를 다시 보는 듯한 눈빛으로 본다)
0부장 : (웃으며) 어떻게 할 건가? 한석율씨, 함께 팔아 볼 마음이 있는가?
석율 : (당황) 그..그건 (냅다) 장그래씨가 팔 물건을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e) 이 얍삽한 자식...
0부장 : 하하하. 그래, 재밌네. 장그래씨 바로 시작하지.
그래 : (상자를 개봉한다)
석율(e) : (노려 보며) 그래, 꺼내 봐라 니가 뭘 팔든 (멈칫!!!)
일동 : (의아한 웅성웅성)
백기/영이 : (의아한)
상식 : (찌푸리고 보며) 뭘 들고 있는 거야? 저 놈.
석율 : 뭐.. 뭡니까? 그게.. (멍~)
동식(e) : 슬리퍼 어디 갔지?
45. 15층 사무실 / 낮
외근 다녀 온 동식이 책상 아래를 멀뚱 보고 있다.
동식 : 슬..리퍼...
고과장(e) : 내 슬리퍼 누가 치웠어!
동식, 보면 고과장도 슬리퍼를 찾고 있다. 여기 저기 외근 다녀 온 사람 몇이 슬리퍼를 찾으며 긁적이고 있다.
그래(e) : (다부지게) 한석율씨에게 이 실내화를 팔겠습니다!
46. 대회의실 무대 / 낮
낡은 슬리퍼가 잔뜩 든 상자를 석율 앞에 확 내미는 그래.
석율 : (깜짝 놀라 물러서며) 뭐?!!
영이/상식 : (본다)
일동 : (웅성웅성)
그래, 상자를 내려 두고 맨 위에 있는 낡은 지압바닥 슬리퍼를 꺼내든다.
그래 : (상식의 슬리퍼 들고) 이건 우리 회사 모과장님의 실내화입니다.
상식 : (갑자기 몸을 숙 앞으로 내밀며) 저거 내꺼 아냐?!!
일동 : (상식을 휙 본다)
상식 : (얼른) 아니네.
그래 : 그 분의 구두를 봐 주십시오. (하며 상식을 휙 본다)
상식 : (당황) 저.. 저 자식...
일동 : (상식의 구두를 보려고 움직움직하고)
그래 : 깨끗합니다. 사무직은 외근이 상대적으로 적고 격식을 차려야 할 자리도 있으니 정갈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무는 사무실에서 하죠.
일동 : (호기심으로 듣고 있는)
그래 : (손바닥으로 감싸 잡고 잘 보이게 탁! 들고) 다시 모 과장님의 이 실내화를 봐주십시오.
상식 : (뒷목 잡기 일보직전) 저 놈 저거, 나 놀리는 거지?
선차장 : (웃는)
그래 : 많이 닳아 있죠? 지압용 돌출이 발의 모양 따라 닳아질 정돕니다. (바닥에 냄새를 맡으며) 땀 냄새도 배어 있습니다.
일동 : (으~ 하며 웃고)
상식 : (쪽 팔린) 저 새끼, 저거 더러운 줄도 모르고.
그래 : 땀 냄새.. 사무실도 현장이란 뜻입니다. 그 현장의 전투화.. 당신에게 사무 현장의 전투화를 팔겠습니다!
상식 : !!
선차장 : 두 번째 와우!
영이 : ....
백기 : (굳은)
일동 : (아~... 하는 듯 보는)
석율 : (멍~하다가 울컥해서 흥분) 안 사겠습니다!! 사무실이 현장이라니! 말장난이 지나치군요!
현장이 뭔 줄이나 아십니까? 사무실의 끄적임 몇 번으로 쉽게 쉽게 잘려 나가는..
구조조정의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현장 노동자라고 하는 겁니다! 그들의 전투화를 소개해 드릴까요?
그래 : (보는)
석율 : 워커 신고 일합니다. 무거운 공구가 떨어지면 발등 아작나니까! 전투화란 그런 겁니다!
전, 당신의 제품을 사지 않겠습니다!
그래 : (본다)
석율 : (본다)
장내 : (긴장)
그래 : ....(차분하게) 한석율씨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현장을 강조했습니다. 아니, 현장만을 강조했죠.
석율 : ......
그래 : 한석율씨가 생각하는 현장의 치열함은.. 기계가 바쁘게 돌아가고, 힘을 들여 제품을 만들고 옮기는 것인가 봅니다.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수많은 공모전에서 입상한 자신의 기계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보여지는 곳을 현장이라고 생각 했겠죠.
면접관1 : 공모전 입상? 어디?
면접관2 : 입상했었어?
석율 : (뜨끔, 당황) 자...작은 공모전에...
그래 : 하지만
석율 : (보면)
그래 : 하지만 매일 지옥철을 겪으며 출근하고.
47. 몽타주 / 직장인들의 삶
#47-1. 모니터 상에 시시각각 변하는 환율과 원자재 가격들. 리포트 체크하는 모습.
#47-2. 상사에게 깨지고 스트레스 받는 직장인 모습
#47-3. 치열한 회의 모습
#47-4. 창밖에 어둠. 새벽 3시 가리키는 시계. 외국과 통화하고 안도하는 모습.
시계보고 부랴부랴 상의 걸쳐들고 퇴근하는 회사원.
그래(e) : 제품 수익률을 위해 환율과 국제 통상 가격을 매순간 체크하고 숫자 하나 때문에 수많은 절차를 두어 실수를 방지하고,
문장 하나 때문에 법적 해석을 검토하고 결과를 집행합니다. 서류만 넘기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밀고 당기는 많은 대화가 있고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죠.
OK전화 한통을 받기 위해 해당국 업무 시간까지 밤을 새워 대기하기도 합니다.
48. 대회의실 무대 / 낮
울컥한 얼굴의 면접관들과 당황해서 그래를 보고 있는 석율..
그래 : 한석율 씨가 말하는 현장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은 왜 만들어져야 하는지의 과정을 거친 이후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석율 : (그래를 보는) ...
그래 : 그 물건들은, 사무실을 거치지 않고선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호흡을 가다듬는다)
/사범의 앞에 앉아 바둑판을 들여다보고 있는 어린 그래.
사범 : 바둑판 위에 의미 없는 돌이란 없어.
그래 :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 중에 이유 없이 존재하는 제품은 없죠.
사범(e) : 돌이 외로워지거나 곤마에 빠진다는 건 근거가 부족하거나 수읽기에 실패 했을 때지.
그래 : 제품이 실패하거나 부진을 겪는다는 건, 그 만큼의 예측결정이 실패했거나, 기획, 판단이 실패했다는 걸 겁니다.
사범(e) : 곤마가 된 돌은 그대로 죽게 두는 거야. 단 그들을 활용하면서 내 이익을 도모해야지.
그래 : 실패한 제품은 실패로 끝나게 둡니다. 단, 그 실패를 바탕으로 더 좋은 제품을 기획해야겠죠.
/제 18기 국기전 도전5번기 제3국 : 백 유창혁 육단(도전자), 흑 이창호 칠단(국기)
사범(e) : 전체를 보는 거야.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작은 패배를 견뎌낼 수 있어.
그래 : 공장과 사무는 크게 보아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 사이 공장이나 사무에서 실수와 실패가 있을 수 있죠.
하지만 큰 그림으로 본다면 우린 모두 이로움을 추구하는 점에서 같습니다.
석율 : ......
경도 되어 있는 듯한 장내 일동.
상식, 영이, 선차장 각각의 표정. 백기만이 굳어 있다.
그래 : 제가 생각한 현장은, (석율을 보며) 한석율씨가 생각하는 현장과 결코 다르지 않다고 확신합니다.
숨소리조차 죽인 조용한 장내...
선차장 : (조용히 중얼거린다) 박수.
상식, 영이, 각각의 표정으로 그래를 본다. 백기, 차가와진 표정으로 그래를 본다.
장그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석율... 마침내 그래에게 한 발짝 다가선다.
석율 : 장그래씨.
그래, 석율을 쳐다 보면, 비웃음인 듯 아닌 듯 피식 웃음을 짓는 석율.
긴장한 얼굴로 그래를 보는 상식,
석율과 그래 서로 쳐다 보고 있는 두 사람....
49. 도시의 밤 전경 / 밤
도시의 화려하고 어지러운 밤 풍경들.
50. 이면 도로 / 밤
부아아앙~ 달려가는 통닭집 오토바이. 헬멧 쓴 통닭 배달원 그래.
51. 빌라 계단 / 밤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그래. 5층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누른다.
그래 : 통닭 배달 왔습니다.
잠시 후 문 빼꼼 열리고 돈이 숙 나온다. 통닭 건네주고 꾸벅하고 돌아서려는데.
집주인(off) : 잠시만요!
그래 : 네.
집주인 : (꽉 찬 쓰레기 봉지를 주며) 가다가 이것 좀 버려 줘요.
그래 : (받으며) 네. (꾸벅하면 눈 앞에서 닫히는 문. 손에 든 쓰레기 봉투를 씁쓸하게 본다)
52. 몽타쥬 / 밤
# 쓰레기장에 쓰레기를 툭 버리는 그래.
# 통닭집에서 고되게 서빙하는 그래.
53. 그래의 집 앞 / 새벽
희부연 새벽... 버스 정거장 앞을 지나오는 그래 어깨가 아픈 듯 두드리면서 돌리면서 오는데
맞은 편에서 정장 입은 남녀들이 우르르 온다.
그들을 보며 걸어가는 그래.. 출근하는 사람들과 엇갈려 걸어가는 퇴근하는 그래.
54. 그래의 집 마루 / 낮
마루 끝에 햇빛이 걸려 있다. 밖에서는 철퍼덕 철퍼덕 빨래 치대는 소리가 들린다.
마루에서 이불을 덮고 자고 있는 그래,
철퍼덕 철퍼덕 빨래 치대고 이어서 쏴아아~ 수돗물 트는 소리.
정신없이 자고 있는 그래...
잠시 후 마른 찜질방 빨래들을 들고 들어 와 툭 던져 놓고 마루 끝에 앉는 그래모,
그래를 흘끔 보고 앉아서 빨래를 갠다. 척척척 전문가의 솜씨다.
그래모 : 되레 밤 낮이 바뀌어서 어떡하냐...일어나라 밥 때 됐으니까.
그래 : (꿈틀거리는 얼굴이다가 눈을 뜬다. 일어나 앉는다. 부스스한 모습)
그래모 : 마당에 줄을 하나 더 달아야 쓰겄다. 여름 볕엔 금방 마르더만 요즘 볕은 영 매가리가 없네.
그래 : (꾸물꾸물 가서 빨래를 같이 갠다)
그래모 : (말없이 개다가 무심하게) 어째, 소식은 없는 거냐?
그래 : ... 뭐...
그래모 : (궁시렁) 일주일이믄 된다더니...
그래 : (말 없이 개기만)
55. 영업3팀 / 낮
인상 잔뜩 쓴 상식, 서류를 넘기고 있는데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동식은 한 손으론 필요한 서류 찾고 한 손은 바쁘게 통화 중이다.
동식 : (통화) 과장님, 저번에 요청드렸던 p-bond건 말입니다. 네.
상식 : (서류를 넘기며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다) 애슐리 박 이 인간...
동식 : 네, 목요일까지는 해주셔야 합니다.
상식 : (서류를 탁! 덮고 머리를 감싸 쥔다) 아... 난 진짜 못하겠다. 이거 어째야 하냐..
동식 : (난감한) 아.. 그럼 금요일까지 미뤄볼테니 그때까진 꼭 부탁드립니다. 네.
(전화 끊고 서류 옆으로 주며) 장그래씨, 이거 3부씩만 복사해와.
상식 : (고개 들어 본다)
동식 : 아..! (머쓱해서 상식 보며) 거 참... 습관이 이렇게 무섭네요.
상식 : 습관은 무슨. 언제부터 니 밑에 사람 있었다고. (그래의 빈자리를 본다)...
동식 : (그래 빈자리 보며) 좀 무심했어요. 술이라도 한 잔 하고 헤어지는 건데.
동식, 상식이 대답 없자 본다. 그래의 자리를 쳐다보고 있는 상식....
동식 : 과장님도 맘이 좀 그러시죠?
상식 : 저 자리에 안영이씨가 오면 말야, 책상 위치를 좀 배려해줘야겠어.
동식 : (기가 막혀 보며) 예?
상식 : (서류 들고 일어나 나가며) 발표는 언제 나는 거야? 이번에도 충원 안 해주면 진짜, 가만 안 있어!!
56. 00회사 로비 / 낮
서류 들고 서 있는 여자에게 다가가는 퀵 서비스 그래. 여자의 사원증 목줄과 사원증 본다...
그래 : 퀵 부르셨죠? (받으며) 여기 싸인하시면 됩니다.
여자 : (싸인하며) 로비 안내 데스크에 맡겨 주시면 되요.
57. 몽타쥬 / 낮
#57-1. 퀵 서비스 오토바이 달리는 그래. 담담한 그래의 얼굴.
#57-2. 영이의 집. 조촐한 찬에 혼자 밥을 먹고 있는 영이, 핸드폰 진동 울린다. 확인하는 영이.
#57-3. 헬스장. 땀을 흘리며 러닝머신 뛰고 있던 백기, 문자 본다.
#57-4. 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 강의실 문 밖. 석율, 휴대폰을 신주단지 모시듯 양손으로 들고 나온다.
도착해 있는 문자 한 개. 열어보지도 못하고 침 꼴깍 삼킨다. 겨우 문자 터치하면, 타자음과 함께 새겨지는 문자.
<인턴 한석율. 원인터내셔널 신입사원 최종 합격>
석율 : 예~~~~~~쓰!! (펄쩍펄쩍 뛰다가 멈춘다) 근데 이 인간은 어떻게 됐어...?
(전화를 보다가 전화번호를 찾는다. 그래의 번호에서 보다가...) 아씨....
58. 00회사 로비 / 낮
안내 데스크에 서류를 주고 꾸벅하고 돌아서는 그래... 몇 발자국 걸어가다 멈춘다.
회사를 돌아보는 그래... 전화기를 꺼내 전화를 건다. 신호가 가고.
그래모(e) : 여보셔.
그래 : 저예요.
그래모(e) : 응.
그래 : (담담한) 저 취직했어요. 합격....인 것 같아요....
그래모(e) : ..... 그래. 잘 됐다.
전화를 내리고 걸어 나오는 그래 위로.
그래(e) : 인턴 장그래 2년 계약직 사원 최종 합격.
59. 그래의 집 외경 / 아침
60. 그래의 방 / 낮
옷을 입는 그래. 지퍼 넥타이를 잡는데 문이 드륵 열린다. 손에 넥타이 든 엄마.
그래모 : 이걸로 해라. 드라이클리닝 해 뒀다.
그래 : 어...
그래모 : 넥타이 매는 법 아직도 못 배웠니?
그래 : (머쓱) 네..
그래모 : 흠,, (매어 주면서) 남자가 넥타이는 맬 줄 알아야지. 어른이 되는 건 지 입으로 '나 어른이오~'라고
떠든다고 되는 게 아냐. 꼭 할 줄 알아야 하는 건 꼭 할 수 있어야지.
넥타이, 검소하지만 항상 깨끗한 구두, 구멍 늘어나지 않은 벨트, 니 아버지 철칙이셨다.
그래 : 엄마...
그래모 : 응..
그래 : 맬 줄 모르죠?
보면 엉망으로 둘둘 말아져 있는 넥타이.
그래모 : 큼. 오늘은 그냥 하던 거 해라. 다 까먹어버렸네. (휙 나간다)
그래 : (둘둘 말린 넥타이를 보는)
61. 몽타쥬 / 낮
#61-1. 동네를 걸어 내려가는 그래
#61-2. 세탁소 앞. 멀리 세탁소 앞에 서 있는 그래, 세탁소 안에서 세탁소 아저씨의 양 팔만 나와 그래의 넥타이를 매주는 풍경.
다리를 구부려 키를 낮춰 주기도. 꾸벅하고 가는 그래.
#61-3. 나래이션에 맞는 양복 상의 어깨, 바짓단, 주머니 등.
#61-4. 출근하는 사람들 속에 섞여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는 그래 넥타이맨들을 보는 담담한 얼굴.
자신의 넥타이를 다시 매만지며 걸어간다.
그래(e) : 넥타이를 매고 양복을 입고 구두를 신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적당히 목을 죈 긴장감, 허리를 곧추 세우고 어깨를 열게 만드는 양복 상의의 짱짱함.
얇은 안감 덕에 무릎에 붙지 않고 미끄러지듯 출렁이는 바지통과 바짓단 그리고... 어머니가 챙겨주신 손수건.
그래모 : (손수건을 주며) 손가락으로 코 풀거나 손으로 땀 닦지 마라. 아무데나 턱 앉지 말고 닦고 앉거나 깔고 앉거라.
말하지 않아도 행동이 보여지면 그게 말인 거여. 어른 흉내 내지 말고 어른답게 행동해라.
출근길의 도로 옆을 걸어 가는 그래.
62. 원인터 외경 / 아침
63. 로비 / 아침
말끔한 모습으로 들어오던 백기, 멈춰 선다. 누군가를 보고 활짝 웃는다. 다시 성큼성큼 걸어가며.
백기 : 안영이씨!
영이 : (돌아본다. 눈으로 인사하며) 장백기씨.
백기 : (웃으며) 역시.
석율(off) : 이야~ 역시 될 만한 사람들이 되는 군요.
영이, 백기 돌아보면 석율이 씩씩하게 다가오고 있다.
영이, 인사하면.
백기 : 축하합니다. 한석율씨.
석율 : 장백기씨도요. (약간의 아쉬움으로 주변을 둘러 본다)
백기 : 우리 셋이 단가 보네요. 작년엔 둘 뽑았다더니 올핸 좀 더 썼군요.
웃으며 영이를 보는데, 출입문 쪽을 보는 영이의 표정이 멈칫하는 걸 본다.
동시에 석율의 휘파람 소리.
석율 : 예쓰!
백기 : (석율을 봤다가 시선을 따라 출입문 쪽을 본다) !!!
차분한 얼굴로 세 사람을 향해 걸어 오는 그래.
백기, 당황한 얼굴이 된다.
다가온 그래, 설핏 영이를 본다. 세 사람에게 인사한다.
그래 : 안녕하세요.
석율 : (좋아 웃으며) 제법인데?
영이 : .....
백기 : (당황함을 애써 감추고) 장그래씨, 다시 보네요.
그래 : 네. (영이 보고) 안영이씨.
영이 : (본다)
그래 : 미안합니다.
영이 : (미소로 받으며) 축하해요.
그래 : 고맙습니다.
백기 : (영이와 그래를 본다)
총무팀대리 : (다가오며) 아! 다 오셨네요? 축하드립니다. 총무팀 이수동 대립니다.
일동 : (인사)
총무팀대리 : 김석호씨도 합격하셨어요. 본사 발령이라 그 쪽으로 출근했습니다.
그래 : (미소)
총무팀대리 : 간단하게 서류 작성하고 전무님 면답하겠습니다.
일동 : ....
64. 전무실 / 낮
다소 긴장한 얼굴로 전무 앞에 앉아 있는 네 사람.
전무 : (웃으며) 반갑습니다. (네 사람을 하나하나 보다가 영이에서 잠깐 머문다.
알듯 말듯 살짝 갸웃한 표정으로 인사 서류를 보면서 얼굴을 봤다가)
영이 : ....
전무 : 안영이씨, 우리 아는 사인가?
영이 : .. 아닙니다.
전무 : (갸웃) 그래?
그래 : (자기 부르는 줄 알고 멈칫하고)
전무 : 인턴 열흘만에 템퍼로 10억 수주 했다고. 그것도 2년이나 묵히던 아이템으로.
영이 : (고개를 살짝 숙인다)
전무 : 앞으로도 그렇게 잘해주리라 믿습니다. (석율 보며) 한석율씨... (서류 보고 웃으며) 현장이 중요하다는 건
아버님의 가르침이신가?
석율 : 네, 그렇습니다! 저희 집안은 대대로! 아니 대대로는 아니고, 친인척 대부분이 블루 컬러 근로자로,
노동의 신성함과 땀의 정직함 그리고 현장의 가치에 대해 대단한 자긍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 : (석율을 본다)
전무 : (웃으며) 그래.
그래 : (또 자기 부르는 줄 알고 멈칫 보고)
전무 : 훌륭한 자세네. (백기 보며) 장백기씨, pt때 차분하고 기본에 충실한 자세가 마음에 들었었네.
백기 : 감사합니다.
전무 : (서류 보며) 희망 부서가 자원팀이군? 인턴 근무했던 팀이라선가?
백기 : 아닙니다. 앞으로 상사의 미래는 자원에 있다는 걸, 자원팀에 근무하면서 더욱 확실히 깨달아섭니다.
전무 : (끄덕이며) 그래서 자원팀에 인재가 필요한 거네. 기대가 되는군.
백기 : (보일듯 말듯 미소가 스친다)
전무 : (그래를 본다) 음... (인사서류를 본다. 그래의 이력) 자네가 장그래구만.
그래 : 네.
전무 : (서류를 보고 음.... 끄덕이며) 좋아. 열심히 하게. (서류를 덮는다)
석율 : (약간 멈칫하는 눈치로 그래와 전무를 본다)
그래 : ... 네.
백기 : (보일 듯 말 듯 웃음이 스친다)
영이 : .....
그래 : .....
65. 인사팀 / 낮
총무팀장 : 이제 인사팀으로 가서 입사 계약서를 작성하시면 됩니다. 인트라넷 접속 방법은 다 알테고,
아이디와 비번은 재설정하시면 됩니다. 여기 (각각 봉투를 주며) 업무 매뉴얼과 부서 연락 수첩입니다.
일동 : (받으며 각각의 표정)
총무팀장 : 그리고 여기 사원증. 배정된 부서들 보십시오. (아래 순서대로 나눠준다)
석율 : (받아 보고) 섬유팀, 아싸!
영이 : (본다. 머뭇하고 백기를 본다)
백기 : (본다. 멈칫... 굳은)
석율 : (영이 꺼 보며) 어디에요? 어? 자원팀이네? 그럼 장백기씨는?
백기 :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철강팀이네요.
석율 : 철강? (그래를 홱 보며) 장그래씬?
그래 : (사원증 보며..작게 미소)
66. 영업3팀 / 낮
그래를 쳐다보고 서 있는 동식.
그래 : (꾸벅) 안녕하십니까? 신입사원 장그랩니다.
팔짱 끼고 기대 앉아 못마땅하게 보고 있는 상식.
그래 : 과장님, 저 왔습니다.
상식 : 그러니까.. 왜 또 너냐구...
동식 : 축하해 장그래씨.
그래 : 감사합니다. 그럼 업무 보겠습니다.
익숙하게 자리로 가서 짐을 놓고 윗옷을 벗는 그래를 보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는 상식.
상식 : 인사팀 이 나쁜 놈의 시키들!! (동식에게) 안영이는 어디로 간 거야?
그래 : (일어나 돌아서서) 안영이씨는 자원팀으로 갔습니다.
상식/동식 : (어이 없이 보면)
그래 : (아무렇지 않은 듯) 한석율씨는 섬유팀, 장백기씨는 철강팀으로 갔습니다. 김석호씨는 본사로 갔다고 합니다.
상식 : (대실망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영업2팀 쪽 고과장을 흘깃 봤다가 그래를 보고 어이없이) 근데, 넌 왜 우리 팀이야?
그래 : 과장님이 부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상식 : 뭐, 뭐?? (동식을 본다) 내..내가? 내가 언제? 니가 불렀어?
동식 : 아, 아니요.
상식 : (그래 보며) 야! 나 안 불렀어!
그래 : (씩 웃으며 다시 자리에 앉아 짐을 정돈한다)
상식 : 야! 나, 나 안 불렀다니까!
그래 : (씩 웃는다)
상식 : 야! 임마! 너 지금 쪼개지?! 웃지마! 나 안 불렀다고오!!
꿋꿋이 앉아 빙그레 웃는 그래, 웃는 동식에게 '내가 부른 거 아니라고 말 좀 해달라'며 수선을 피우는데
15층 사람들 일어나며 분주한 몸짓들..
상식 보면 저 쪽에서 오고 있는 전무.
15층 사람들 각 잡아 인사하고.. 전무, 영업3팀 쪽으로 다가온다.
동식, 그래 일어나 인사하고 상식도 일어나 목례.
전무 : 즐거워 보이는구만.
상식 : ....
전무 : (팀원들을 슥~ 보며) 오상식이 안 하던 짓 한 보람이 있네, 이렇게나 팀이 화기애애한 걸 보니.
상식 : (굳는 얼굴)
전무 : 나도 (동식과 상식 보며) 두 사람 얼굴에 웃음 찾아 준 보람이 있고. (웃는다)
동식, 상식 굳어진 얼굴로.. 그래 동식과 상식 보며 의아한...
67. 옥상 / 낮
옥상 문이 끼익 열린다. 들어서는 구둣발. 그래다.
68. 영업3팀 / 낮
굳은 얼굴로 앉아 있는 상식...
/전무 : (팀원들을 슥~ 보며) 오상식이 안 하던 짓 한 보람이 있네, 이렇게나 팀이 화기애애한 걸 보니.
상식 : (더더욱 굳으며 미간이 경직된다)... (일어나 나간다)
동식 : (보는)...
69. 옥상 / 낮
옥상을 둘러보는 그래. 1화에서 동식과 만났던 자리 즈음에 마른 담배가 떨어져 밟혀 있다.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래. 주워 들어 휴지통에 넣는다.
동식(e) : 이름이...장..
< 원인터 옥상 / 낮 / f.c / 1화 17씬>
그래 : 그래입니다.
동식 : 몇 살이라고?
그래 : 스물 여섯..
동식 : 고졸 검정고시가 끝이라고?
그래 : 네.
동식 : (알겠다는 듯 한숨 쉬고) 직장생활 경험은?
그래 : ....
동식 : (한숨~) 그럼, 영어나 뭐.. 제2외국어 좀 할 줄 아는 거 있나?
그래 : ...없습니다. (얼른) 컴활 2급 자격증 있습니다.
동식 : (답답~) 컴활 2급.... 또?
그래 : .....
동식 : (담배를 쪽 빨고는 후~ 하며 픽 던지고 발로 눌러 끄는 시늉까지 한다) 내려와요.
(문 쪽으로 가면서 중얼) 스물 여섯 개나 될 동안 뭘 했길래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대? 거 참 요즘 보기 드문 젊은일세.
짓이겨진 담배를 내려다보다가 주워 휴지통에 넣고 옥상 너머를 멀리 본다.
빽빽한 빌딩 숲이 펼쳐져 있다. 빈 표정으로 그 풍경들을 쳐다보는 그래..
그래 : (중얼거리듯) 스물 여섯 살이 될 동안 뭘 했을까요? 난..?
그때처럼 멀리 빽빽한 빌딩 숲을 바라보고 있는 그래.
그래 : ......
그때 옥상 또 끼익 열리는 소리. 돌아보고 놀라는 그래.
그래 : 과장님!
상식 : (놀라 멈칫, 찡그리며) 뭐야? 첫 날부터 농땡이야?!!
그래 : (당황) 아닙니다.
상식 : (흠... 한숨 내 쉬고 뚜벅뚜벅 다가오며) 뭐, 난 솔직히 너 돌아온 거 반갑지 않아.
너도 알다시피 우리 팀은 일당 백이 필요하다구.
그래 : 알고 있습니다.
상식 : 안영이가 왔어야 했는데. 쯧!
그래 : ....
상식 : (멀리 보며) 이왕 들어 왔으니까 어떻게든 버텨 봐라. 여긴, 버티는 게 이기는 데야.
그래 : (상식을 본다)
상식 :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아간다는 거니까.
그래 : 완생이요?
상식 : 넌 모르겠지만 바둑에 이런 말이 있어. 미생, 완생.
그래 : ...
상식 : (그래 보며 툭) 우린 아직 다 미생이야. (다시 먼 시선)
상식을 보는 그래... 상식처럼 먼 시선으로 빌딩 숲을 본다.
멀리 보는 두 사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