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까지는 한 장에 550원, 3층 옥상까지는 560원...
허리가 기역자로 용접된 것처럼 보이는 한 할머니가 10원 차이로
머리에 앉아 땀과 함께 데모하는 눈(雪)의 귀싸대기를 가끔 후려치며
연탄 200장을 이른 아침부터 한 장씩 열흘째 나르고 있다
젊었을 적엔 제법 멋진 하이힐을 신고 다녔을 법한 할머니의 발이건만
닳아빠진 신발조차 할머닌 싫다는 듯 할머니의 발에서 자주 벗겨진다
순간, 꿰맨 양말 뒤꿈치가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른다
명문고 나와 한때 공직생활도 했다는 할머니는
봉지와 폐지를 팔아 옥탑방에서 그날그날 살아가신다.
조반은 10시 반쯤 들고, 점심은 거르고, 석식은 4시쯤 국수와 연애다
수년 전 고물상에서 샀다는 유모차는
당신 걸음을 돕기도 하지만, 봉지나 폐지를 실어 나르는 수레로도 쓴다
할머니만큼이나 수한이 다된 유모차는 갇혀 있는 게 답답한지
뒤뚱거리면서도 신이나 늘 할머니보다 앞장서 간다
여기저기 얻어터진 상처로 족보도 없을 것 같지만,
할머닌 이래봬도 꽤 유명 메이커라며, 새것 사길 완강히 거부한다
할머니는 부엌에 수북이 쌓여있는 폐지와 연탄을 보며
이젠 밥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 하시더니만, 이내 코 골며 주무신다
그 소리에 부엌의 폐지와 연탄들, 철없는 아이들처럼 껄껄대며
자기들 키만큼이나 웃음을 쌓고 있다
신문지로 도배한 옥탑방 벽엔
박근혜 대통령이 있고, 오바마와 우리 대한의 유엔사무총장이 있다
할멈 부부가 젊었을 적 아들딸 안고 찍은 사진도 있다.
2015. 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