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대한 세대에게 바치는 헌사]
오정환
봉건체제 6·25 겪은 1930년대생
무한 헌신으로 선진국 기반 닦아
태국 정부가 1965년 남부지방의 한 고속도로 공사를 발주했다. 수십 개 외국업체들이 응찰하는데 한국의 현대건설도 참여했다. 태국 사람들은 기가 막혔다. 그들에게 한국은 10여 년 전 참전했을 때 봤던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였다. 어딜 가나 구걸하는 아이들이 따라다니던 기억이 생생한데, 그 나라에서 자기들 고속도로를 깔겠다며 온 것이다.
현대건설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서구업체의 반값에 도로를 만들고, 하자가 있으면 공사비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태국 정부는 미친 소리라 생각하면서 한번 해보라고 발주했다.
현대건설에게는 비장의 전략이 있었다. 그들은 횃불을 들었다. 한정된 장비를 24시간 가동해 공사단가를 낮춘 것이다. 근로자들은 낮에 40도 더위 속에서 일하고 밤에도 구름처럼 몰려드는 모기떼와 싸우며 또 삽을 들었다. 그렇게 만든 도로를 지금도 현지인들은 ‘따논 까올리(한국 도로)’라고 부른다. 한국인 근로자들의 근면성이 너무 인상적이었던 것이다.
그때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열심히 일을 했을까? 아마 ‘민족중흥’이나 ‘위대한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강요했다면, 폭동이 났거나 병이 나 쓰러졌을 것이다. 그때 우리 아버지들은 어떻게든 돈을 벌어 작은 집 하나 마련하고 내 새끼 원 없이 공부시켜 성공시키는 게 꿈이었다. 다들 그렇게 하니 나도 안 하면 이상한 시대였다.
한국인이 본래 그랬던 것은 아니다. 구한말에 온 서양 여행가들은 “남자들이 일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기록을 남겼다. (헤세 바르텍) “필요 이상 소유하면 탐욕적이고 타락한 관리에게 노출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사벨라 비숍)
그러다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체제가 되고 이승만 대통령의 토지개혁으로 소작제가 혁파되면서 신분 상승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 여기에 전통적인 가족 관념이 결부돼, 아버지들은 비록 나는 못 배우고 가난하지만 내 아이들 또는 손주들을 잘 가르쳐 출세시키면 그게 나의 성공이라고 믿었다.
한민족의 가장 위대한 세대는 1930년대생이라고 한다. 그들은 봉건체제의 소멸, 6.25, 경제성장, 민주화까지 격동해온 역사의 주역이었다. 그들 덕분에 우리는 처음으로 자유와 번영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휴대폰 벨소리 다운이나 식당 키오스크 주문에 서툴다고 그들의 헌신이 빛바랠 수는 없다.
이제 서서히 역사에서 퇴장하고 있는 우리의 위대한 세대에게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정말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