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해가 중천이다. 갈곳이 없고 보면 시장이라도 한바퀴 돌아보고 와야 할 모양이다. 이층계단을 내려오다가 달려오는 구두 닦기 소년과 몸이 부디 쳤다. .
“신발이나 좀 닦아라.”
“따라오세요”
놈이 모퉁이로 돌아가더니 느티나무 아래에 앉으라고 했다. 뿌리에 엉덩이를 걸치고 발을 내밀었다. 구두 통을 내려놓은 녀석이 침을 퉤퉤 밭으면서 열심히 광을 내고 있었다.
“얼마냐?”
“에이, 그만 두세요.”
“임마, 왜 돈을 받지 않겠다는 거냐?”
“에이, 왜 그래요.”
“뭘?”
“다른 아저씨들도 모두 서비스하거든요.”
“공짜야? 그럼 너는 뭘 먹고 사냐?”
“형사 아저씨, 다 알면서 왜 그래요?”
녀석에게는 입도 벙긋 하지 않았다. 아니 오늘 처음 만난 녀석이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서슴없이 형사라고 하는 것이다. 왜들 그럴까? 또 쿡쿡 웃음이 나왔다.
“임마, 알긴 뭘 알아? 그리고 나는 형사가 아니다. ”
“에이, 그러지 마세요. 우린 척 보면 알걸랑요.”
“이 자식이.”
“아저씨 휘파리 단속 나왔죠.”
“새끼, 아니라니까 그러네.”
“비밀 지킬게요. ”
“알았어, 임마.”
기특한 녀석이다. 머리를 쓱 한번 만져주고는 휘적휘적 걸어서 시장 쪽 골목으로 들어섰다. 방금 녀석이 말한 휘파리 골목이다. 기차역 근처라면 당연히 있는 여인숙이 늘어선 곳이다. 더 확실하게 말하자면 창녀촌이다. 갑자기 골목 안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손님을 호객 하던 휘파리들이 몸을 숨기기 시작한 것이다.
“짜부다. ”
대두를 형사로 오인한 것이다. 갑자기 골목 안이 어수선해졌다. 단속을 나온 줄 알고 놀라서 피하는 중이다. 등이 스멀스멀 간질거리는 것이 이건 아니다 싶으면서도 기분은 괜찮다. 천천히 걸었다. 갑자기 공복 감이 밀려오고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성미옥으로 들어섰다. 엊그제 몇 번 와 본집이다.
“어서 오시우.”
충청도 주인 여자가 반색을 하며 말꼬리를 늘린다.
“국밥 한 그릇 주쇼.”
“먼저 소주한잔 하시우.”
생각지도 않게 주인여자가 소주 한 병에 돼지 대가리 고기 몇 점을 들고 나왔다.
“이게 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