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혼수모어(混水摸魚))-3
피가 강을 이루고 비명소리가 끊이진 않는 전투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던 도치와 악무룡의 얼굴이 굳어졌다. 십이살(十二殺)의 죽음을 막지 못한 풍운이 분노(忿怒)가 아직 가라앉지 않아 숨쉬기도 거북한 정도의 엄청난 살기(殺氣)를 뿌리고 있다. 극마지경에 이르기 전에 수라기(修羅氣)의 마기(魔氣)가 폭발한 경우를 빼고, 풍운이 이렇게 살기(殺氣)를 뿜어내는 경우는 처음 본다. 이막수와 마수일행은 분위기가 이상하자 주위를 살펴보며 한숨을 쉬었다. 4구의 시체와 배화교와 자기들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나머지 십이살(十二殺)을 보고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일사(一死)님!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도치가 눈치도 없이 풍운에게 질문하자 어느새 다가온 냉하상이 옆구리를 찌르며 고개를 흔들었고, 도치도 분위기가 이상한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검치독인을 비롯한 배화교일행도 장내에 펼쳐진 상황을 보고 일이 어떻게 된 건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일마(一魔)!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보는 대로야. 저기 나하고 똑같이 생긴 놈이 일사(一死)야. 다른 놈들이 우릴 끌어낸 틈에 일사(一死) 놈이 나로 역용해서 십이살(十二殺)을 빼돌리려고 했어.”
“어쩐지. 자네들이 가만있을 사람들이 아닌데 왜 안 오나 했네. 그런데 이마(二魔)는 어떻게 된 거야. 벌써 다 나은 거야.”
“증폭마환단을 먹었네.”
“뭐! 증폭마환단? 미쳐군. 그게 어떤 약인 줄 알고 먹어?”
“킥킥킥~ 내가 살아야 얼마나 더 살겠나. 무사로써 싸우다 죽는다면 그것도 멋진 삶이 아니가?”
이마(二魔)가 애써 웃으며 이야기하자 검치독인는 소매로 눈을 훔쳤다.
“빌어먹을 자식. 그래! 십대마왕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멋지게 싸워보자.”
“일마(一魔)! 시간이 없네. 내가 의식이 있을 때 끝내야 해.”
“시작해야지. 삼마(三魔)! 부탁하네. 우리가 일사(一死)놈을 죽일 때까지 나머지 놈들이 방해하지 못하게 막아주게.”
“알았네. 나한테 맡겨. 다른 놈들은 내가 붙잡고 있겠네.”
쌍마(雙魔)는 검치독인에게 뒷일을 부탁하고 풍운을 향해 다가왔다.
“일사(一死)! 나와라! 대빵들끼리 끝장을 보자.”
풍운은 지금까지 이막수일행을 보고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끌어 오르는 분노(忿怒)를 삭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쌍마(雙魔)가 부른다. 풍운은 하늘을 보고 길게 숨을 몰아쉬고 이막수를 불렸다.
“이막수님. 저놈들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나머지 분들과 뒷일을 부탁합니다.”
“저희들도 돕겠습니다. 상대는 십대마왕입니다. 아무리 일사(一死)님이라도 혼자서는 무리에요.”
“아닙니다. 다른 놈들은 몰라도 저놈만은 반드시 제 손으로 죽입니다. 이막수님께서는 살아남은 십이살(十二殺)을 구해주세요. 절대 죽게 내버려 두면 안 됩니다.”
풍운의 결언한 말에 이막수는 할 수 없다는 듯이 물려났다. 풍운이 하겠다는데 누가 말린단 말인가? 풍운이 앞으로 나서니 쌍마(雙魔)와 풍운 사이에 살아남은 십이살(十二殺)이 끼어있는 형국이 되었다. 십이살(十二殺)은 지금도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하고 멍한 눈빛으로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
“시작하기 전에 부탁이 있다.”
“싸가지 없는 새끼? 너는 어미, 아비도 없냐? 나이도 어린 새끼가 얻다대고 반말이야.”
풍운의 얼굴이 꿈틀거린다. 하지만 일마(一魔)의 욕지거리에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할 말만 했다.
“십이살(十二殺)을 싸움에 끌어들이지 마라. 이번 싸움은 너희들과 나의 싸움이다.”
“싫다면 어떻게 할 건데?”
“우리 쪽에서도 숫자를 맞혀야겠지. 6대 1로 싸우면 너무 불공평하지 않느냐?”
일마(一魔)와 이마(二魔)는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살아남은 십이살(十二殺) 중에서 두 명은 부상이 심하고 두 명은 싸움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십살(十殺)과 십일살(十一殺)이다. 일사(一死)는 2대 1로 싸우겠다고 했다. 자신들이 원하는 일이며, 약속만 지킨다면 속해볼 것 없는 장사다.
“좋다. 네놈 혼자 싸우겠다면 우리도 십이살(十二殺)을 끌어들이지 않겠다.”
“방금한 약속 반드시 지키길 바란다.”
“이제 다 떠들었냐? 끝났으면 시작하자.”
쌍마(雙魔) 혈륜(血輪)을 잡고 자세를 잡았다. 바로 시작하자는 뜻이다.
“먼저 십이살(十二殺)들 보고 물려나라고 해.”
“십이살(十二殺)! 물러나라!”
풍운의 말에 일마(一魔)가 명령하니 살아남은 십이살(十二殺)이 한쪽으로 물려났다.
“이제 됐지? 시작하자.”
쌍마(雙魔)가 다시 자세를 잡는다. 이막수일행은 마른침을 삼키며 풍운과 쌍마(雙魔)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 검치독인이나 시안 놈들도 움직일 기미가 없으니 자기들이 먼저 나서기도 껄끄러운 상황이다. 검치독인은 쌍마(雙魔)와 풍운을 보는 것이 아니라 냉하상에게 잡혀 있는 마위를 보고 있었다. 마위는 벌레처럼 바닥에서 꿈틀거리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자기를 바라보고 있다. 어깨와 다리에서 계속 피가 나는 것으로 보아 부상이 심한 모양이다.
풍운이 순간적으로 붉게 변했다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분노(忿怒)가 폭발하며 자기도 모르게 끌어 오른 마기(魔氣)와 사기(邪氣)를 가라앉히고 수라기(修羅氣) 끌어 올렸다. 선천강기(先天剛氣)나 두 가지 기운을 한 번에 사용하면 몸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아 선천강기 다음으로 강력한 수라기를 끌어올린 것이다. 바람도 없는데 풍운과 쌍마(雙魔) 주위에 흙과 돌들이 날아오른다. 3명이 뿜어내는 기(氣)와 내공에 의해 공기가 요동치면 나타나는 현상이다. 풍운은 양쪽 발만 벌린 상태에서 팔을 늘어트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싸울 의사가 없는 놈처럼 보인다. 하지만 쌍마(雙魔)는 검산계곡의 전투를 통해 풍운이 얼마나 무서운 놈인지 알기에 방심하지 않고 신중하기만 하다. 겉으로 보기에 허점투성이지만 전투가 시작되면 무섭게 돌변할 것이다.
“일마(一魔). 우리가 먼저 공격하자. 시간이 없어.”
이마(二魔)는 급했다. 증폭마환단의 마기(魔氣)가 언제 폭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마(二魔)의 말에 일마(一魔)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풍운의 뒤로 돌아간다.
“차압~ 혈륜파망(血輪波望)”
일마(一魔)의 혈륜(血輪)이 무섭게 회전하며 강기(剛氣)를 뿌리고 그와 때를 같이하여 이마(二魔)의 혈륜(血輪)도 날아올라 강기(剛氣)를 뿌린다. 풍운은 물결처럼 밀려오는 강기(剛氣)를 보고 양팔에 수라기(修羅氣)를 불어넣어 주먹을 날렸다.
“콰아아앙~”
혈륜(血輪)이 만들어낸 강기(剛氣)그물이 찍어지며 일마(一魔) 백회혈(머리)을 향해 주먹이 날아간다. 일마(一魔)는 날아오는 주먹을 피해 풍운의 주위를 돌기 시작하니 이마(二魔)도 일마(一魔)와 같은 방향으로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쌍륜합격진(雙輪合格陳)은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가운데 있는 목표물을 내공의 힘으로 압박하여 혈륜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요체다. 일마(一魔)와 이마(二魔)가 손을 휘두르자 공중을 선회하던 혈륜(血輪)들이 풍운의 가슴과 등을 향해 파고든다. 풍운은 주먹을 피고 원을 그리니 무수한 그림자들이 피어나 주위를 감싸준다.
“쾅~ 쾅~ 쾅~ 쾅~”
4개의 륜이 그림자들을 뚫지 못하고 튕겨나간다. 일마(一魔)와 이마(二魔)는 날아오는 륜을 잡고 공중으로 솟구쳤다.
“수령혈륜(收靈血輪)”
일마(一魔)의 혈륜(血輪)이 풍운의 머리와 가슴을 향해 날아가고, 이마(二魔)의 혈륜(血輪)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리와 배를 향해 날아간다. 처음에는 몰랐다. 시간이 흐르며 온몸을 짓누르는 압박감에 손가락하나 움직이기 힘들다. 아무리 풍운이라도 쌍마(雙魔)의 내공을 감당하긴 힘든 모양이다. 4개의 륜이 날아온다. 이대로는 안 된다. 풍운은 품속에서 막사검을 껴내 좌우로 베니 무음(無音), 무형(無形)의 검기(劍氣)가 혈륜(血輪)들을 베어갔다.
“깡~ 깡~ 깡~ 깡~”
혈륜(血輪)들이 막사검에 막혀 공중으로 튕겨나간다. 쌍마(雙魔)는 더욱 빠르게 회전하며 공중으로 튀어 오른 혈륜(血輪)을 후려치니 혈륜(血輪)들이 더욱 빠르게 회전하며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풍운의 목과 가슴을 향해 파고든다. 음양권이나 음양장도 통하지 않고 막사검의 날카로움을 이용한 공격도 혈륜(血輪)들이 강기(剛氣)에 쌓여 있어 통하지 않는다. 풍운은 칠성둔형으로 앞에서 날아오는 혈륜(血輪)들을 피했지만 뒤에서 날아오는 또 다른 혈륜(血輪)들을 피하긴 늦었다. 급한 대로 막사검으로 톱니바퀴처럼 회전하는 혈륜(血輪)들을 베려니 맞물려 돌아가던 혈륜(血輪)들이 막사검 앞에서 갈라지며 풍운의 어깨와 옆구리를 베고 지나간다.
“윽~”
어깨와 옆구리에서 피가 튀며 풍운이 비틀거린다. 수라기의 방탄강기나 금강불괴의 몸도 반박귀진의 경지에 오른 쌍마(雙魔)의 내공이 실린 혈륜(血輪)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이막수일행과 검치독인일행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대치만 하고 있었다. 모두들 쌍마(雙魔)와 풍운의 대결에 정신이 팔려 있기 때문이다. 왕천유의 얼굴이 꿈틀거리며 활에 화살을 메긴다. 풍운이 불안하다. 역시 혼자서 쌍마(雙魔)를 상대하긴 무리였던 모양이다. 도치의 도끼나 사우의 도(刀)가 붉게 물들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태세다.
모든 사람들이 잃어버리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일마(一魔)의 명령에 한쪽으로 물려났던 이살(二殺)일행도 풍운과 일마(一魔)를 보고 있었다. 누가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 모두 아무런 명령이 없다. 십이살(十二殺)은 풍운과 쌍마(雙魔)의 대결에는 관심이 없다. 이살(二殺)이 명령을 기다리기 따분한지 고개를 돌려 장내를 살펴보다가 이막수일행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풍운과 쌍마(雙魔)에게 정신이 팔려 있다가 이제야 발견한 것이다.
“죽여라. 죽여야 한다.”
이막수일행을 발견한 이살(二殺)이 멍한 눈빛으로 중얼거리다 도치를 향해 돌격하고 육살(六殺)도 이살(二殺)의 뒤를 따라간다. 십이살(十二殺)에게 십이사(十二死)를 죽이라는 명령은 절대적이기 때문에 별도의 명령은 필요 없다.
도치는 반사적으로 목을 향해 날아오는 비검(飛劍)을 쳐냈다. 어느새 이살(二殺)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도치는 도끼를 빙글 돌려 혈망(血罔)으로 몸을 보호하며 뒤로 물려났다.
“깡~ 깡~ 깡~”
이살(二殺)의 비검(飛劍)이 도끼가 만들어낸 그물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가지만 이살(二殺)은 포기하지 않고 도치의 가슴으로 파고든다.
“빌어먹을 이놈들이~”
“죽이면 안돼요.”
도치가 참지 못하고 도끼로 이살(二殺)의 백회혈(머리)을 내리치자 옆에 있던 냉하상의 일점홍이 도끼를 쳐내며 이살(二殺)의 어깨를 관통했다. 하지만 이살(二殺)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기에 어깨를 관통한 일점홍을 잡고 반대편 손에 들린 단검(短劍)으로 냉하상의 가슴을 찔려왔다. 냉하상은 상식 밖의 공격을 당황하여 손으로 단검(短劍)을 잡으려 했다. 일점홍을 버리고 도망치면 되지만 목숨 같은 무기를 버릴 수 없지 않는가?
“퍽~”
“퍼어어엉~”
냉하상의 얼굴에 더운피가 튀며 이살(二殺)이 공처럼 튕겨나간다. 도치가 냉하상 대신 맨손으로 단검(短劍)을 잡고 발로 이살(二殺)의 가슴을 걷어찬 것이다.
“이런~ 괜찮아요.”
“다치지 않았지. 다행이다. 내 이놈을 죽어버린다.”
도치는 쥐고 있던 단검(短劍)을 던지고 이살(二殺)에게 돌격하려했다. 하마터면 냉하상이 죽을 뻔했다. 감히 사랑하는 냉하상을 죽이려 했던 이살(二殺)을 용서할 수 없다. 냉하상이 얼른 도치의 손을 잡더니 광풍혈도(狂風血刀)를 건네준다.
“도끼는 너무 패도적이라 이살(二殺)이 버티지 못해요. 도(刀)를 사용하세요.”
도치는 코끝을 찡그리고 도끼를 거두었다. 풍운의 부탁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참 죽이면 안 되지. 광풍혈도는 잘 쓰게 돌려줄게.”
도치는 광풍혈도를 들고 이살(二殺)에게 돌격했다. 육살(六殺)은 악무룡과 대결하고 있었다. 육살(六殺)의 빙백장이 악무룡의 기해, 음교(아랫배)를 향해 날아온다. 악무룡은 뼈가 시리는 냉기(冷氣)에 맞서 화령화무장으로 육살(六殺)의 장(掌)을 상대했다.
“파파파~팍~”
“아아악~”
풍운을 공격하다가 한쪽 손이 뭉개지고 극심한 내상을 입은 육살(六殺)은 악무룡의 화기(火氣)를 당하지 못하고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역시나 고통을 모르는 육살(六殺)의 손가락이 악무룡의 독비(무릎아래)혈을 향해 날아왔고, 악무룡은 살짝 뛰어올라 공격을 피한다음 한 바퀴 회전하며 발끝으로 육살(六殺)의 강기(목 아래)혈과 천기(가슴)혈을 걷어 차버리니 육살(六殺)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다. 악무룡의 옆에 있던 곽지향은 힘없이 떨어지는 육살(六殺)의 아문(귀 밑)혈을 때려 입이 벌어지자 약간의 가루를 입속에 집어넣고 가슴을 때렸다. 부상이 심한 육살(六殺)이 더 이상 싸우지 못하게 약을 먹어 재우려는 모양이다.
십살(十殺)과 십일살(十一殺)은 이막수와 사우가 상대하고 있었다. 십살(十殺)과 십이살(十二殺)의 공격은 삼류무사 축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 단순하고 투박하다. 문제는 엄청나게 높은 내공 때문에 간단한 공격도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풍운의 명령 때문에 죽이지 않고 제압하려니 공격에 제약이 많아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보다 못한 유미림의 체직이 십살(十殺)의 목을 향해 날아가지면 체직은 방탕강기에 튕겨져 나온다. 무공은 모르겠지만 내공만큼은 십이살(十二殺) 중 최강인 모양이다.
검치독인도 눈을 돌려 이막수일행과 이살(二殺)일행이 싸움을 보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살(二殺)일행을 공격하는 십이사(十二死)의 공격이 무디다. 자기를 상대할 때의 날카로움이나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이 기회다. 쌍마(雙魔)가 일사(一死)을 붙잡고 있고, 아직 십이살(十二殺)이 남아 있을 때 놈들을 공격해야 승산이 있다.
“돌격........십이사(十二死)를 죽어라.”
검치독인의 명령에 시안무사들이 돌격하니 싸움은 이제 피아(彼我)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럽게 엉켜버렸다. 검치독인은 어지럽게 엉켜있는 무사들 틈으로 들어가 냉하상에게 잡혀 있던 마수에게 접근했다.
“쉬이이익~”
빛처럼 빠른 검(劍)이 냉하상의 옥당(가슴)혈을 향해 날아온다. 도치와 이살(二殺)의 싸움에 정신이 팔려 있던 냉하상은 날카로운 파공음에 반사적으로 물려났고, 검치독인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위를 잡고 재빨리 물려났다.
“어때! 혼자 걷을 수 있겠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위는 품속에서 약을 꺼내 먹더니 후들거리는 다리로 힘들게 일어났다. 고통을 덜어주는 약이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이제 괜찮아요.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싸우세요.”
“조심해. 다시 잡히지 말게.”
검치독인은 마위를 구해주고 이막수와 사우를 향해 달려갔다. 취기가 남아있던 조금 전과는 다르다. 지금은 자길 도와주는 십살(十殺)과 십이살(十二殺)도 있지 않는가? 빛처럼 빠른 검이 이막수의 가슴을 향해 날아온다. 이막수도 검치독인을 발견하고 용천검으로 상대했다.
“깡~”
검(劍)과 검(劍)이 충돌하며 불꽃이 튄다. 검치독인의 검(劍)이 교모하게 휘어지며 빛을 뿌리고 이막수의 용천검도 빛을 뿌린다. 하지만 시간이 가며 이막수가 밀리기 시작했다. 검치독인이 무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좌수쾌검을 구사하는지라 상대에 익숙하지 않은 이막수가 고전하는 것이다. 물론 익숙하다고 해도 이막수가 승리하긴 힘들 것이다. 아무리 이막수가 전투경험이 풍부한 절정고수라 해도 반박귀진의 단계에 들어서 검치독인의 상대는 아니었다. 그나마 이막수가 버티고 있는 것은 용천검의 날카로움 때문에 검치독인이 조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문에 진을 설치한 무경은 풍운일행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시간이 가도 일행이 나타날 기미가 없고 싸우는 소리는 더욱 가까워졌다. 무경은 끝내 기다리지 못하고 진을 빠져나와 담벼락으로 올라가보니 한쪽에서는 풍운과 쌍마(雙魔)가 싸우고 있고, 나머지 일행은 어지럽게 엉켜 있었다. 일이 잘못된 모양이다. 무경은 곧바로 풍운을 향해 날아갔다.
풍운이 비틀거리는 틈을 쌍마(雙魔)는 놓치지 않았다. 쌍마(雙魔)는 날아오는 혈륜(血輪)들을 회수하는 것과 동시에 내공을 불어넣어 다시 던지니 4개의 륜(輪) 두 개씩 짝을 이루어 풍운의 앞과 뒤를 향해 날아간다.
“혈륜파천(血輪破天)”
풍운은 어깨와 옆구리에서 전해지는 고통을 참고 막사검에 수라기(修羅氣)를 불어넣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압박은 점점 더 심해지고 륜(輪)의 공격은 날카로워진다. 더구나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던 양쪽진행이 십이살(十二殺)로 인해 무너지며 피아(彼我)를 식별하기 어려운 난전(亂戰)이 펼쳐지고 있다.
“음양검법 지의천검류, 음양권법 음양삼권~”
막사검이 답답할 정도로 느리게 앞으로 날아오는 쌍륜(雙輪)을 향해 날아가고, 뒤를 향해 날아오는 쌍륜를 향해 주먹이 날아간다.
“콰아아아앙~”
“쾅~ 쾅~ 콰아아앙~”
한 번의 폭발음과 함께 자욱한 흙먼지가 피어나며 혈륜(血輪)이 튕겨나가고, 세 번의 폭발음과 함께 하나의 륜(輪)이 튕겨나간다. 하지만 마지막 하나의 륜(輪)은 주먹들 사이를 파고들어 풍운의 다리를 베고 지나간다.
“크윽~”
허벅지에서 피가 튀며 풍운이 비틀거린다. 이대로 시간을 두고 밀어붙이며 필승(必勝)이다. 무슨 일이지 모르겠지만 검산계곡에서 보여준 극강(極剛)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서서히 숨통을 조이면 승리하는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문제는 증폭마환단을 먹은 이마(二魔)가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증폭마환단은 잠재능력을 단시간에 끌어내는 효과도 있지만 절정에 있으면 피아(彼我)를 구별하지 못하는 악마(惡魔)가 된다는 단점도 있다. 의식이 흐려진다. 증폭마환단의 마기(魔氣)가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왔다. 빨리 끝내야 한다.
“일마(一魔)~ 끝내자. 더 이상은 무리다.”
일마(一魔)도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마(二魔)의 의식이 남아있을 때, 일사(一死)를 끝장내야 한다. 쌍륜(雙輪)이 돌아왔다. 일마(一魔)가 왼쪽으로 돌던 방향을 순간적으로 바꿔 이마(二魔)를 향해 달려가더니 두 사람이 하나가 되었다.
“폭자혈륜망(爆紫血輪網)”
4개의 혈륜(血輪)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비틀거리는 풍운을 향해 날아온다. 고통 때문에 비틀거리는 것이 아니다. 일마(一魔)가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꾸며 일정한 방향으로 압박하던 기(氣)의 흐름이 바꿔 중심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무경은 달려가는 와중에 풍운과 쌍마(雙魔)의 대결을 살피고 있었다. 풍운이 무리하게 쌍마(雙魔)와 싸우고 있다. 평소라면 걱정하지 않겠지만 일살(一殺)과 삼살(三殺)을 치료하며 약해진 몸으로 쌍마(雙魔)와 싸우는 것은 무리다. 피에 젖은 풍운이 비틀거린다. 무리하게 압박(壓迫)에 맞서려다가 순간적으로 변한 기(氣)의 흐름에 잃지 못했기 때문이다.
“운랑~ 흐름에 몸을 맞기고 혈륜(血輪)에만 신경 쓰세요.”
무경의 간절한 고함소리가 풍운에게 들린 것일까? 풍운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흙먼지가 피어난다. 밑으로 압박하며 회오리치는 기(氣)에 순응하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쌍마(雙魔)가 사력(死力)을 다한 혈륜(血輪)들이 폭풍 같은 강기(剛氣)를 뿌리며 풍운을 향해 날아온다. 풍운은 빙글빙글 돌며 막사검에 마지막 한 방울의 수라기까지 불어넣어 혈륜(血輪)들을 베었다.
“천의천검류”
막사검에서 빛의 기둥 같은 검기(劍氣)가 피어나 혈륜(血輪)들을 향해 날아간다. 쌍마(雙魔)가 자랑하는 쌍륜합격진(雙輪合格陳)의 최후초식과 음양검법 전삼초의 최후초식이 정면충돌하는 것이다.
“콰아아아아앙~”
쌍마(雙魔)와 십이살(十二殺)이 있던 건물이 기(氣)의 폭풍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고 주위에 있던 정원수와 화단을 장식하던 돌들이 사방으로 날아간다. 무경은 몸을 앞으로 숙여 기(氣)의 폭풍에 저항하며 풍운을 보고 있었다.
자욱한 흙먼지 사이, 하나로 합쳐져 날아오던 륜(輪)들이 빛의 기둥과 충돌하며 3개가 가루가 되어 날아갔다. 하지만 끝나 하나의 륜(輪)은 빛의 기둥을 뚫고 풍운의 가슴을 향해 날아왔고 사력(死力)을 다해 천의천검류를 펼쳤던 풍운은 날아오는 혈륜(血輪)을 보고 반사적으로 막사검으로 베었다. 하지만 그건 풍운의 불행이었다. 빛의 기둥을 뚫고 날아온 혈륜(血輪)이 막사검의 날카로움을 버티지 못하고 반으로 갈라졌지만 날아오던 힘을 잃지 않고 양쪽어깨에 깊숙이 박힌 것이다. 쌍마(雙魔)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혈륜(血輪)들과 충돌하며 약해진 빛의 기둥이 마지막 초식을 펼치고 결과를 지켜보고 있던 쌍마(雙魔)를 덮친 것이다. 쌍마(雙魔) 또한 풍운과 마찬가지로 반사적으로 장(掌)과 권(拳)으로 몸을 보호했지만 빛의 기둥을 모두 막지 못하고 하늘 높이 튕겨나갔다.
폭풍의 여파는 건물이나 나무들에게만 미친 것이 아니다. 이살(二殺)과 싸우고 있던 도치는 폭풍이 몰려오자 몸을 보호하며 폭풍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지능(知能)이 낮은 이살(二殺)은 도치가 도망치는 것으로 착각하고 도치의 양쪽어깨를 베어왔고 도치는 피하는 와중에도 도(刀)를 돌려 단검(短劍)을 막으려는 순간 폭풍에 휘말린 이살(二殺)이 바닥을 구렸다. 도치는 도(刀)의 방향을 틀어 바닥을 구르는 이살(二殺)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그나마 도치가 힘을 조절했기 때문에 머리가 날아가진 않았지만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며 그대로 늘어져 버린다.
부상이 심했던 육살(六殺)은 악무룡의 상대가 아니었다. 악무룡은 육살(六殺)의 빙백장을 무력화시키고 어떻게 제압할까를 궁리하고 있었다. 그때 폭풍이 밀려오며 육살(六殺)이 비틀거린다. 악무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육살의 마혈을 점혈하는데 성공했다.
검치독인은 자기 성질을 이기지 못해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이상한 체직을 쓰는 년과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르는 화살만 아니었다면 벌써 이막수를 죽이고 갖고 싶은 검(劍)을 손에 넣었을 것이다. 그런데 결정적인 기회가 생길 때마다 화살이나 체직이 방해한다. 짜증나는 것은 그거뿐이 아니다. 자길 도와주어야 할 십살(十殺)과 십이살(十二殺)은 요상한 체직을 쓰는 년과 부채를 쓰는 놈에게 잡혀 있고 시안무사 놈들이 도(刀)를 쓰는 놈과 독(毒)을 쓰는 년에게 막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물론 가끔 어디서 날아오는 모르는 화살과 요상한 검(劍)을 쓰는 년도 그들을 돕고 있다고 하지만 단 3명에게 그 많은 시안 놈들이 묶여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빌어먹을.........죽어~ 죽으란 말이야.”
검치독인의 검(劍)이 수없이 늘어나며 이막수를 향해 날아간다. 이막수는 절정검법으로 검치독인의 검(劍)을 막았지만 하나의 검영(劍影)이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깡~”
검치독인의 검(劍)이 화살에 막혀 튕겨 나온다. 역시나 화살이 문제다.
“으아아악~! 짜증나~ 대체 어디서 쏘는 거야.”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검치독인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담벼락위에 있는 왕천유를 발견했다. 이막수보다 저년을 먼저 죽어야 한다. 검치독인은 이막수를 두고 왕천유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런데 그때 엄청난 폭음소리와 함께 기(氣)의 폭풍이 몰려온다.
“이게 뭐야. 모두 후퇴........후퇴하라.”
검치독인의 고함소리에 시안무사들이 사방으로 돌아친다. 그런데 눈치도 없는 십이사(十二殺)은 피할 생각도 안한다. 육살(六殺)과 이살(二殺)을 구하긴 늦었다. 검치독인은 재빨리 십살(十殺)과 십일살(十一殺)의 뒷덜미를 잡고 한쪽으로 몰려났다.
자욱한 흙먼지가 가라앉으며 풍운의 모습이 드려났다. 풍운은 무릎을 꿇고 더운 피를 토하고 있는데 그의 양쪽 어깨에는 토막 난 혈륜(血輪)이 박혀 있었다. 쌍마(雙魔)의 모습도 보인다. 쌍마(雙魔)는 풍운과 마찬가지로 피를 토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마(二魔)의 심줄들이 요동치며 바지와 상의가 찢어진다. 증폭마황단의 마기(魔氣)가 폭발한 것이다.
“일마(一魔)~ 일사(一死)놈은 죽었어?”
이마(二魔)가 가슴을 붙잡고 힘들게 물어본다. 일마(一魔)는 이마(二魔)를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이제 이마(二魔)는 적(敵)과 아군(我軍)을 구별하지 못하는 악마(惡魔)로 변할 것이다.
“아직 살아있어.”
“폭자혈륜망(爆紫血輪網)에도 안 죽었단 말인가? 잘됐군. 잘됐어. 일마(一魔) 모두 이끌고 도망치게. 나는 일사(一死)놈을 죽이겠네.”
“이 친구.........자네 두고 어딘 간단 말인가?”
“빨리 가? 내가 의식이 남았을 때, 도망치란 말이야.”
이마(二魔)는 붉게 물든 얼굴로 풍운을 향해 날아갔다. 풍운의 옆에는 어느새 달려온 무경이 있었다.
“누구?”
“저에요. 이게 어떻게 된 거에요.”
“미안해. 무경의 작전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어.”
“지금 그게 문제에요. 몸은 괜찮은 거죠. 어디 일어나 보세요.”
무경이 힘을 주자 풍운이 힘들게 일어났다. 약해진 몸으로 무리하게 수라기(修羅氣)를 사용하므로 기(氣)가 역유해 피를 토했지만 내상을 입은 것은 아니다. 다만 어깨와 다리의 외상이 심하다. 그때 괴물처럼 변한 이마(二魔)가 날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무경은 풍운을 부축해서 재빨리 이막수일행을 향해 날아갔다. 사우와 도치도 풍운과 무경을 발견했다. 사우와 도치의 도(刀)가 빛을 뿌리자 하얀 도기(刀氣)와 붉은 도기(刀氣)가 이마(二魔)를 향해 날아간다.
“크아아악~!”
“콰콰콰쾅~!”
도기(刀氣)가 상체를 베고, 어깨를 베지만 이마(二魔)는 잠시 비틀거리기만 할뿐 괴성을 지르며 사우와 도치를 향해 돌격한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도치님. 물려나세요. 놈은 증폭마환단을 먹은 겁니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마수가 이마(二魔)에게 돌격하려는 도치에게 고함을 지른다. 도치와 사우도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수의 고함소리를 듣고 빠르게 후퇴하며 다시 한 번 이마(二魔)를 향해 도(刀)를 뿌렸다.
“일사(一死)님 괜찮으세요.”
마수가 무경과 함께 풍운을 부축하며 걱정스러운 듯이 물어본다.
“괜찮아요. 그런데 방금 이마(二魔)가 증폭마환단을 먹었다고 했나요.”
“예! 확실합니다.”
“운랑! 후퇴해요. 이마(二魔)는 우리와 함께 자폭할 생각이에요. 잘못하면 크게 당해요.”
풍운은 괴물처럼 변한 이마(二魔)와 힘들게 이마(二魔)를 막고 있는 도치와 사우 그리고 이막수를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살아남은 8명의 십이살(十二殺) 중에서 4명은 자신과 일마(一魔)의 실수로 죽었고, 두 명은 생포한 모양이다. 할 수만 있다면 나머지 2명도 구하고 싶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욕심일 것이다. 잘못하면 이마(二魔)를 상대하고 있는 도치일행까지 다칠 수 있다.
“후퇴합시다. 무경, 마수님 후퇴하라고 하세요.”
“잘 생각하셨어요. 무경님 일사(一死)님을 모시고 후퇴하세요. 저는 나머지 분들과 함께 가겠습니다.”
“뒷일을 부탁해요. 운랑! 가요.”
무경은 풍운을 부축해서 담을 뛰어넘어 장원을 빠져나갔다. 마수는 무경이 빠져나가자 곽지향과 유미림을 불렸다.
“두 분은 저기 두 명을 데리고 가세요. 어서요.”
유미림과 곽지향은 도치와 악무룡에게 제압된 이살(二殺)과 육살(六殺)을 옆구리에 끼어 무경을 따라갔다. 마수가 이번에는 악무룡을 부른다.
“악무룡님...........이마(二魔)을 벽력탄으로 날려버리세요.”
“알았어. 도치, 사우 물러나! 벽력탄이다.”
악무룡이 고함을 지르며 벽력탄을 던지자 이마(二魔)을 막고 있던 도치와 이막수 등이 마지막 공격을 퍼붓고 마수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냉하상님과 왕천유님도 피하세요. 모두 후퇴! 장원을 빠져나가요!”
마수의 고함소리를 들고 이막수일행이 마수를 지나 담을 넘었고, 냉하상과 왕천유도 담을 넘어갔다. 마수는 사람들이 모두 피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벽력탄이 이마(二魔) 겉에 떨어지는 순간 몸을 날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앙~”
“크아아아악~”
자욱한 흙먼지와 함께 불기둥이 솟구치며 겉에 있던 모든 것을 날려버린다. 벽력탄의 폭발로 시작된 난주전투는 이렇게 마무리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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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잘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