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방영되었던 MBC 단막극의 제목이다. 드라마는 아파트 “햇빛 노인정” 사람들이 친구의 폐암 소식을 듣고 수술비를 마련하려 애를 쓰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다들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아 사는 노인들이라 거두어진 돈은 몇 만원에 불과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절친 “김구봉”(백일섭 분)은 가짜 장례식을 제안한다. 하지만 그 계획은 순조롭지 않았다. 송 영감의 가짜 장례식장은 조문객이 오지 않아 파리만 날리는 상황에서 장의사인 김구봉의 아들인 “김해식”(박혁권 분)이 “사업 홍보를 위해 장례를 무료로 맡겠다.”고 숟가락을 얹으려 달려들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그때부터 시체를 연기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노인들의 각종 해프닝이 벌어진다. 생전 연락도 없던 조카가 찾아와 가짜 장례식은 들통 날 위기에 처한다. 그 와중에 김구봉은 짝사랑하는 박여사(안해숙 분)와 연적 최용식(이호재 분) 사이를 감시하느라 신경을 곤두세웠고 어느 날 밤 최용식을 미행해 그가 사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한다. 과부 며느리와 살고 있는 최용식은 며느리의 새 출발을 위해 노년의 독립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용식의 불안한 심정을 헤아린 김구봉은 이어 최용식을 향한 박여사의 마음까지 알아차리고는 두 사람을 위해 멋지게 물러나고 만다.
우여곡절 끝에 가짜 장례식이 마무리 되려던 찰나, 송 영감은 수술도 받기 전에 숨을 거두게 되고 그와 함께 모든 사실이 들통 나버리고 만다. 장의사인 아들 김해식은 곤란한 처지가 되고 김구봉은 “친구 살리려 거짓말을 했다. 애비가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지만 “‘장의사란 놈이 산 사람으로 염을 했다.’는 소문이 퍼졌다.”며 아버지에게 성을 낸다. 그때 쌓였던 감정이 폭발하며 아버지 김구봉은 “내가 산 사람 맞냐? 그런데 왜 내게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냐? 그깟 소문이 네게 문제인데 왜 내 친구 없어지는 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냐? 왜 내 친구, 내 돈, 내 욕심은 송장 취급하냐? 나도 너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다. 나 죽지 못해 사는 것 아니다.”라며 쌓였던 울분을 토해낸다.
드라마지만 너무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사안이 많아 몰입할 수밖에 없는 수작(秀作)이었다. 노년의 병과 죽음, 사랑과 일 등 다양한 소재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었다. 죽음을 눈앞에 둔 노인들의 삶을 코믹하게 터치했고, 무겁지 않은 울림으로 풀어내 감동을 선사했다. 우리사회의 노인 문제를 꼬집으며 사회적 함의를 담아내 눈길을 끌었다. 젊은 날 숨 가쁘게 달려온 모든 것의 따뜻한 보상이 따라야하고 그래서 이제는 정말 좋은 것을 누리며 살아야할 분들이 노인들이다. 그분들의 시각은 편협하지 않다. 가장 객관적인 사고로 모든 면에 중심을 잡아줄 분들이 그분들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노인들의 삶을 진심으로 이해하며 다가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알아야 한다. 노인들에게도 꿈이 있고 젊은이 못지않은 낭만이 있다는 것을.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아련한 추억들이 가슴에 가득 담겨있는 그분들이다. 사랑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설레이기도하고 아름다움, 소박함, 절제된 감정을 그 누구보다 조절하며 사는 분들이다. 그런데 세태의 흐름 속에 소외되어 외롭게 살아가는 분들이 너무도 많다.
아침이면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날씨를 묻는다. 온도계가 없어서가 아니다. 사람의 음성을 듣고 싶어서이다. 마트에 들러 쇼핑을 하고 싶지만 발(교통편)이 없다. 대단한 음식솜씨를 가지고 있건만 이제는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아이들의 행복이 내 행복이려니’하며 아이들 뒷바라지에 온 정성을 쏟았건만 타주에 사는 자식에게서는 전화 한 통화 없다. 들어보면 사회적으로도 꽤나 성공을 했다고 하던데 말이다. 그래서 “이젠 그만 살고 갔으면 좋겠다.”고 넋두리를 하지만 저 심연 깊은 곳에서는 더 살고 싶다는 욕망이 얄밉게 비집고 나온다.
결국 내 삶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 땅에 어르신들이여! 다시 한번 일어나자! 나이에 눌려 쪼그라 들기보다 아직 남아있는 열정을 가지고 멋지게 기지개를 켜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