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예술제 창시한 파성 설창수(55)
'70년대 초반 경상대 재학생 문청들인 우재욱, 최인호, 구자운, 길영수 등은 진주농전의 학보사 편집장 김재열과 동행하는 때가 많았다. 우재욱은 1974년 '현대시학' 시 추천으로 시단에 데뷔하여 훨씬 뒤인 1990년에 세계일보 신춘문예 수필부에 당선되기도 하고 1991년 문화일보에 동화가 당선되기도 했다.
우재욱은 대학 졸업후 포항제철 홍보실에 입사하여 홍보 책임자에 올랐는데 그 무렵부터 필자에게 '포스코신문'을 계속 보내주었다. 그가 서울지사로 옮겨 있다가 퇴임을 했는데 그 신문은 그가 퇴임한 뒤에도 지금까지 용케도 발송되어 오고 있다.
우재욱이 포항제철의 기업이념 선포식때 축시를 읽어줄 시인으로 파성을 점 찍어 올렸는데 다른 부서에서는 박두진, 구 상 시인을 추천해 올렸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파성이 낙점되었다. 당시 포항제철 박태준 회장은 최종 결재때 추천된 세 사람 중에서 '광복회 부회장'이라는 이력을 보고 쉽게 파성을 선택하더라는 것이다.
포철 기업이념 선포식에서 파성은 한복 두루마기를 입고 축시를 낭송했는데 파성 특유의 빛깔 있는 낭송으로 식장을 숙연케 했다. 그날 만찬장에서 밖에 비가 내리는 것을 알고 포철 임원들은 파성에게 하룻밤 유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고 청했으나 파성은 내일 스케쥴이 있다고 말하고 굳이 사앙했다. 이때 포철에서는 파성을 접대용 차량에다 기사를 딸려 진주까지 모시게 했다. 출발하기 직전 파성은 포철의 정명식 사장에게 "저의 제자 우재욱군이 여러가지로 모자라니 앞으로 잘 데리고 있어 주십시오." 하고 우재욱에 대한 선처를 당부했다.그때 정사장은 "아이고. 선생님 무슨 말씀입니까. 우재욱씨는 아주 잘 근무하고 있는 모범사원입니다." 하고 대답을 주었다.
시인들은 제자나 후배의 근무처에 강연을 가면 대체로 기관장에게 제자 후배들에게 배려를 잘해 달라고 하는 것이 미덕처럼 되어 있었다. 경상대학교에 강연을 왔던 서정주는 신현천 총장을 방문했을 때 '강희근 교수를 잘 부탁합니다."라 말했는데 신총장은 "예, 강희근 교수는 곧 승진합니다."라 받았다. 그 뒤 조병화 시인이 경희대 부총장 시절 경상대 강연을 왔는데 신총장에게 "강희근 교수는 문단에서 촉망받는 시인입니다. 잘 부탁합니다."라 하면서 의례적 부탁을 했다. 그때 신총장은 "강교수는 제가 챙기는 사람입니다."하고 답했다.
우재욱은 고향이 남해인데 진주에 들를 때마다 파성을 방문했다. 그런 때 파성은 붓글씨 한 점씩 정성스레 써서 우재욱에게 주었다. 우재욱이 그렇게 하여 파성 글씨를 4,50점 정도 갖게 되었다 하여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우재욱의 시집으로 '칼을 버리면 갑옷도 벗으마' 등이 있다.
최인호는 경상대 농학과를 나와 동국대 대학원 국문과를 수료했다. 1973년 월간 시 잡지 '풀과 별'에서 추천을 받았으나 다음 해 다시 '시문학'지에서 문덕수의 천을 받아 시인이 되었다. 시집으로 89년에 낸 '가슴 작은 이를 위하여'가 있다. 최인호는 대학원을 마치고 산청 송계고등학교에 잠시 근무했는데 곧바로 서울에 있는 한글학회 본부의 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거기서 다시 한겨레신문 창간 기자로 발탁되고 교열부장, 말글연구소장을 거쳐 현재는 심의실장으로 있다.
필자에게는 한겨레신문 인사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역이다. 고향은 3시군 경계인 하동땅 두방리이다. 그 곁에 진주시 수곡면이 있고 산청땅 단성면이 접하여 있다.
구자운은 임학과를 졸업하고 임업관련 공무원으로 줄곧 근무하면서 최근에는 남부 임업시험장 소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여타의 사람들과는 달리 문단의 추천제도에 대해 극히 부정적이어서 추천이나 당선을 거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지인들과 교류하면서 활발히 시를 썼다. 시집으로 '목원시집' 1,2,3,4,5 5권을 내었다.
길영수는 좀 늦게 시단에 추천 절차를 밟았다. 2005년 계간 '문학예술'에 신인 당선이 되어 문단에 얼굴을 내밀고 현재 산청문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축산과를 졸업하고 '78년부터 축산농협에 근무했다가 최근 산청축협 전무로 퇴임했다.
농전출신 김재열은 대구매일 기자로 근무하다가 최근 물러났는데 작년에 시집 '그리운 날의 시 또는 일기'를 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