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COVID 19) 사태로 한러 양국간에 하늘길이 끊긴 지 6개월여 만에 다시 러시아로 향하는 발길이 이어지게 됐지만, 앞으로의 교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올해 양국간의 최대 이벤트였던 한러수교30주년 기념 사업이 거의 모두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변경됐고, 항공사의 운항 스케줄도 조만간 '하계시즌'에서 '동계 시즌'으로 넘어간다. 통상적인 기본 교류 수요마저 줄어든다는 뜻이다.
지금이라도 러시아를 방문하려는 우리에게는 악재가 하나 더 있다.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 감염 상황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 하루 신규 확진자가 25일 지난 6월 말 이후 처음으로 7천명을 넘어섰다. 모스크바에서만 1천560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우리 교민들이 현지에서 최대한 버티다가 포기하고, 막바지 귀국행 임시항공편에 몸을 싣던 그 즈음의 상태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모스크바, 엄격한 코로나 대응 방법 논의/얀덱스 캡처
모스크바 신종 코로나 입원환자 1주일새 30% 증가/얀덱스 캡처
물론 막연히 공포감을 느끼던 그 때 상황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러시아에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계절성 독감까지 겹쳐 확진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최대 불안 요소다.
모스크바 시당국은 이미 코로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고령자들에게 다시 외출 금지를 권고하고, 관내 기업들에게는 일정 비율 이상의 '자택 근무'를 주문했다. 신종 코로나 확산 초기, 러시아 전역에 도입됐던 '전국민 임시휴무및 자가 격리'라는 '특별 조치'가 또다시 내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크렘린이 적극적으로 그 가능성을 부인하고 나서는 것 자체가 불안요인다. 그만큼 여름 휴가철을 보낸 뒤 러시아내 코로나 확산 속도가 가파르다. 5월 초순 한때 1만1천명을 넘었던 러시아의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8월 중순 한동안 4천명대에 머물렀으나, 9월부터 5천명대, 6천명대로 빠르게 늘어나더니 급기야는 7천명대에 진입했다.
모스크바의 입원 환자, 즉 중증환자도 최근 1주일 새 30%나 증가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사진출처:공항 SNS
러시아 방문자든, 장기 체류자든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가면, 스스로 알아서 마스크와 장갑(우리나라와 달리 장갑을 꼭 껴야 한다)을 끼는 등 개인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모스크바행 비행기 탑승시, 품질 좋은 마스크와 장갑은 겨우내 필요한 만큼 챙겨가는 게 좋다.
또 국내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하고 떠나기를 권한다. 올해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독감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전망을 바탕으로 발표되는 만큼, 국내나 러시아나 크게 다를 바 없다.
러시아에 도착하면 약국에서 신종 코로나 경증환자를 위한 치료제를 '비상약'으로 미리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현지 약국에서는 '파비피라비르' 성분의 '아레플리비르' Арепливир (프로모 제약 Промомед)와 '아비파비르' Авифавир (크로미스 제약 Кромис), '코로나비르' Коронавир(알 팜 Р-Фарм 사) 등 3종의 치료제를 팔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약국에서 판매하는 신종 코로나 치료제 아레플리비르(위)와 이비파비르
현지에서 한국인을 위한 '가이드 업무'에 종사한다면, 이 약을 미리 준비해놓는 것도 센스있는 서비스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구입이 불가능하다.
현지에 장기 체류하는 교민이라면, 아예 러시아의 첫 백신 '스푸트니크V'의 임상에 참여하는 것도 고려해 보자. 러시아어로 어느 정도 의사 소통이 가능하고, 스스로 건강하다고 자신하는 교민에 한해서다. 임상 3상을 거치지 않은 백신이라고 서방세계에서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신종 백신이라는 게 원래 그런 법이다.
WHO의 기준에 따르더라도, 신종 코로나 백신의 효능이 50% 이상이면 '괜찮은 편'에 속한다.
지난 1일 신종 코로나 백신의 최소 효과 기준에 대해 말하는 WH) 수석연구원 수무아 스와미나탄
WHO, 신종 코로나 백신 효과 기준 공개/얀덱스 캡처
WHO이 수무아 스와미나탄 수석연구원은 지난 1일 "새로 개발된 신종 코로나 백신이 백신으로 인정받으려면 효능이 50%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30% 이하로 떨어지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러시아 첫 백신 '스푸트니크V'가 아직 확실하게 믿을 것이 못되지만, 의료진들이 착용하는 것보다는 기능이 떨어지는 '방호복' 하나쯤 걸치고 다닌다고 생각하면 마음 가짐이 훨씬 편안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다. 최고의 백신은 마스크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래도 만의 하나, "걸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복용할 수 있는 '비상상비약'을 준비하고 겨울을 맞이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실내 생활이 거의 전부인 겨울철, 모스크바 한인사회에 확진자가 나오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러시아 신종 코로나 백신 접종 병원 모습/모스크바 시 mos.ru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