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이락크의 쿠웨이트 침공처럼 아직도 세상에서 벌어지는 몇 안 되는 국제적 전면전이
구식의 물질적 재화가 부의 척도인 지역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쿠웨이트의 왕족들은 해외로 달아날 수 있지만, 유전은 그대로 남아 점령되었다.
전쟁의 이익이 전만 못해진 데 비해, 평화는 과거 어느때보다도 수익성이 좋아졌다.
전통 농업 경제체제에서 장거리 교역과 해외 투자는 부차적인 일이었다.
따라서 전쟁 비용을 피하는 것을 차치하면, 평화는 그다지 수익을 낳지 못했다.
만일 1400년 프랑스와 영국이 평화 관계였다면,
프랑스인들은 무거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영국 침략군의 파괴에 고통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제외하면
평화가 딱히 프랑스인들의 지갑을 불려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대외 교역과 투자는 매우 중요해졌다.
그러므로 평화는 훌륭한 배당이익을 낳는다.
중국과 미국이 평화를 유지하는 한, 중국인들은 미국에 제품을 팔고 월스트리틍서 거래하며
미국의 투자를 받아서 번영할 수 있다.
마지막 요인은 세계 정치 문화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역사상 많은 엘리트들은 (예컨대 훈 족장, 바이킹 귀족, 아즈텍 사제)전쟁을 긍정적인 선으로 보았다.
한편 다른 사람들은 악으로 보기는 했지만 필요악으로 여겼으므로,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바꾸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우리 시대는 평화를 사랑하는 엘리트가 세계를 지배하는 역사상 최초의 시대다.
정치인, 사업가, 지식인, 예술가들은 진심으로 전쟁을 막을수 있는 악이라고 본다.
(과거에도 초기 기독교도와 같은 평화주의자가 있기는 했지만, 이들도 드물게 권력을 잡은 경우
"너의 왼뺨을 내밀어라"는 주문을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었다.).
세 요인 사이에는 양의 되먹임 고리가 존재한다.
핵무기에 의한 대량학살 위협은 평화주의를 육성한다.
평화주의가 퍼지면 전쟁이 물러가고 무역이 번창한다.
무역은 평화의 수익과 전쟁의 비용을 모두 늘린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 되억임 고리는 전쟁에 또 다른 장애물을 만들어내는데,
궁극적으로는 이것이 모든 장애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판명될지도 모른다.
점점 치밀해지는 국젝적 연결망은 국가들의 독립성을 서서히 약화시켜,
어느 한 나라가 일방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줄인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더 이상 전면전을 벌이지 않는 이유는 단지 그들이 이제 독립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록 이스라엘, 이탈리아, 맥시코, 타이 국민들이 독립적이 라는 환상을 품고 있을지라도,
사실 그들의 정부는 독립적인 경제, 외교 정책을 수행할 수 없으며
혼자 힘으로는 전면전을 벌이고 수행할 능력이 없는 것도 확실하다.
3장 <제국의 비전>에서 설명했듯, 우리는 지구 제국의 형성을 목격하고 있는 중이다.
이전의 제국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제국 역시 그 국경 내에서 평화를 강제한다.
그리고 그 국경이 지구 전체를 아우르기 때문에, 세계 제국은 세계 평화를 효과적으로 강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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