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4주일(다해) 강론
신용거래(크레디트 세일)
버남꾸바에서 성당을 짓는데 필요한 자재를 거의 리케이라고 하는 자재가게에서 구입하고 있습니다. 두꺼운 아이언 빔 철재 13 미터 짜리 단가가 16,350콰차(한화 1,144,500원)정도 하는데 성당 건축에 81개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 신용카드 한도액이 월 4천 만원으로 되어 있어 도저히 구입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행 중 다행으로 Re Kay가게에서 Credit Sale(신용구매)을 허락하여 11월에 구매한 것을 12월에 갚을 수 잇도록 했습니다. 또 나머지 아이언 빔도 12월에 구입, 내년 1월에 갚도록 했습니다. 참으로 감사할 일이지요. 저희가 단골로 그 가게에서 많이 자재를 구입하니까 가톨릭교회의 신용을 감안, 이렇게 해준 겁니다. 상거래에서 믿는 다는 것은 여간해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믿음으로 이루어진 관계는 상호간의 신뢰를 쌓고 돈독하게 합니다.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오늘은 대림 제 4주일로 주님의 거룩한 성탄이 바로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오늘 성경 말씀은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한 사실을 전하고 있습니다. 엘리사벳은 마리아께서 가브리엘 천사가 전한 모든 사실을 믿은 마리아가 모든 여인들 중에 복되다고 하면서 태중에 있는 아기 예수님도 복되다고 칭송합니다. 즉 하느님의 약속을 믿은 마리아야말로 복되다고 하신 것입니다.
마리아는 동정녀로서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 마을에서 예수를 잉태한 다음(루카 1,34-35) 서둘러 유다 산골 동네에 사는 엘리사벳을 찾아 인사를 했습니다. 엘리사벳이 살았던 마을은 나자렛에서 150km 이상, 그리고 예루살렘에서 서쪽으로 8km 떨어진 곳인 엔 케렘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엘리사벳은 임신한 지 여섯 달된 몸이었는데(루카 1,26) 마리아의 인사를 받고 성령으로 가득 차서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2-45)라고 화답했습니다. 그러자 마리아는 감격에 차서 하느님의 구원을 기리는 노래, 곧 마리아의 노래(Magnificat)를 읊었던 것입니다(루카 1,46-55).
마리아가 동정으로서 예수님을 잉태했다는 이야기는 신약성경을 통틀어 오직 루가복음 1장 34-35절과 마태오복음 1장 18-25절에만 나옵니다. 동정녀 잉태 이야기는 예수님은 메시아이시고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말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 메시아로서 성령으로 말미암아 동정녀에게서 태어나셨습니다. 이사악의 어머니 사라와, 야곱과 에사오의 어머니 라헬은 석녀인데다 나이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섭리로 이스라엘의 위인들을 잉태 출산했던 것입니다. 이제 예수님은 하느님의 특별 섭리로 성령으로 말미암아 동정녀에게서 태어나십니다. 따라서 예수님만이 메시아이시며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복음사가는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깊이 묵상해야 할 점은 마리아께서 하느님의 약속을 믿음으로써 이 모든 구원의 역사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하느님의 약속은 결코 시대나 장소에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변하는 것이 아니라 불변하는 확고한 것으로 하느님의 거룩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이 약속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하느님 일방적인 약속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약속을 믿고 받아들이는 인간의 믿음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삼국유사에 보면 환웅천왕이 곰과 호랑이에게 한 약속이 나옵니다. 옛날에 하느님의 아들인 환웅이 인간 세상에 살기를 원하여 천 부인 세 개와 무리 3천을 거느리고 태백산 봉우리에 내려와 나라를 세우고 다스렸습니다. 그때 한 마리의 곰과 또 한 마리의 호랑이가 같은 굴에 살면서 환웅천왕께 빌어 사람이 되기를 기원하였습니다.
이에 환웅이 신령스러운 쑥 한 줌과 마늘 스무 개를 주면서 “너희가 이것을 먹으며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되리라." 고 했는데 곰은 그 약속을 믿고 지켰기에 사람이 되어 단군 임금의 어머니가 되었으나, 호랑이는 믿지 않고 지키지 않았기에, 사람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내용이 우리의 성서 내용과도 일치합니다.
모든 것이 약속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복음을 통하여 마리아가 사촌 엘리사벳을 통해 왜 놀라운 칭송을 받았는지를 깨달아야 합니다. 그것은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낳게 된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을 때 처음에는 매우 당황하였지만 성령으로 잉태하게 된다는 말씀을 듣고 “이 몸운 주님의 종입니다.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게 하소서.”라고 믿음의 순종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이 믿음은 크고 화려한 것을 선택하시는 하느님이 아니라 작고 가난한 것, 어찌 보면 미천한 곳에서 당신의 뜻을 이루시는 하느님의 놀라운 신비를 받아들이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에브라다 지방, 베틀레헴아, 너는 비록 유다 부족들 가운데서 보잘 것 없으나 나 대신 너를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 너에게서 나온다.”(미카 5,1)라는 오늘의 제 1독서 미카서에서 보듯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진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을 선택하셔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낸다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하느님의 이 깊은 뜻을 이스라엘 사람들은 감히 헤아릴 수 없었던 것입니다.
성모님을 모든 인류가 기리는 어머니가 되게 하신 하느님께서는 오늘의 제 2독서 히브리서의 말씀 중 “하느님,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려 왔습니다.”(히브 10,7)라는 말씀에서 드러나듯 가난하고 비천한 자를 드높이시고 교만한 자를 내치시는 분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서 마리아처럼 믿음으로 충만한 여인을 선택하시여 죄악과 권세를 쳐부수고 하느님께 바쳐진 참된 믿음만이 하느님 안에 복된 자리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승리를 가져오시는 분임을 알게 됩니다.
예수님 성탄이 우리 안에서도 기쁨으로 큰 선물이 되고 우리 안에 성모님처럼 예수님을 낳기 위해서는 성모님의 굳센 믿음과 완전한 순종이 요구됨을 깨닫고 사랑의 나눔으로 어둡고 슬픔에 가득 찬 이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꾸미어 가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