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제프 주 안녕컴퍼니 네버엔딩플레이의 김한길 작 변영진 각색 연출의 임대아파트
대학로 공간 아울에서 제프 주 안녕컴퍼니 네버엔딩플레이의 김한길 작 변영진 각색 연출의 임대아파트를 관람했다.
연출가 변영진은 서울예술대학 연기과 출신이다. 국문학예술지 신인상 - 늪에서, 대한민국브릿지페스티벌 연출상 - 버디무비, 2016 경기문화재단 우수작품 선정 - 꽃불, 2017 경기문화재단 우수작품 선정 - 꽃불을 수상한 발전적인 앞날이 기대되는 연극인이다.
영화감독을 준비하는 재생은 친구 정호의 여동생 정현과 오랜 연인 사이다. 재생이 돈벌이가 되지 않는 글을 쓰는 동안 정현은 재생의 뒷바라지를 하며 하루하루 지쳐가고 있었다. 재생은 정현의 오빠이자 절친인 정호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시나리오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꿈을 꾸는 두 사람을 지켜보는 정현은 답답하기만 하다. 어느 날 기적처럼 영화사 관계자와 만나게 된 재생과 정호는 영화 계약서에 도장 찍을 일만 남았다는 기쁨에 술로 밤을 지새운다.
정호는 대학시절 만난 첫사랑 그녀를 잊지 못하는 무명 배우다. 친구 재생의 시나리오가 영화화되면 자신이 주연을 맡을 거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정현의 남동생 정수는 일본 배낭여행에서 만난 일본인 유카와 현해탄을 넘어 열애 중이다. 이들은 모두 임대 아파트에 산다. 전기세를 내지 못해 전기가 끊어지고 가스비를 못 내서 가스가 끊기기도 한다. 물론 끊어진 전기나 가스 따위가 이들의 꿈까지 끊지는 못한다. 꼬여만 가는 현실 속에서 이들에게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초자연적인 일’들이 벌어진다.
세상은 언제나 불공평하며 성공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더 실현 가능성이 없다. 그것을 알면서도 이 임대 아파트 청춘들은 다시 꿈을 꾼다. 재생과 정현은 인생의 고비를 함께 겪으며 쌓은 내공으로 다시 시작을 선택한다. 잊는 대신 기억하는 것으로 첫사랑을 보내는 정호는 더 이상 아프지 않다. 결혼을 발표하는 정수와 유카는 사랑만으로 현실을 이겨내겠다는 용기를 낸다.
세상을 향해 저항한다고 해도 그 필연성에 손뼉 쳐 줄 각오를 하고 있었다. 좌절하고 절망한대도 그 인과관계에 깊은 호응을 해줄 수 있었다. 하지만 연극 <임대 아파트>는 다시 일어서기를 선택한다. 삶을 소유하지 못하고 임대하여 사는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 ‘다시 일어서기’라는 것은 코끝이 찡해지는 일이다. 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사는 청년 관객에게 이 연극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위로가 아니었을까 싶다.
왜 임대 아파트는 고단한 삶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왜 임대 아파트 청년들은 더 많이 좌절하고 실패를 겪으며 살까? 그런 질문들은 이 연극이 아닌 세상에 해보는 질문이다. 이 작품은 넘치는 은유와 서사, 연극적 장치가 가득한 연극이기보다 일일드라마를 옮겨 놓은 것 같은 생활밀착형 연극이다. 지나친 신파나, 지나친 애드리브, 또는 지나친 웃음 코드가 없이 안정적이다. 정말 딱 적당한 눈물과 웃음, 애드리브를 담았다. 작품은 엄마 손맛인데 속을 들여다보니 계량컵을 쓴 느낌이랄까. 연극 <임대 아파트>는 그렇게 속은 듯한데도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은 무해한 이야기다.
출연:이정연, 조승희, 장서원, 안도진, 박지예, 이수연 등이 출연해 성격창출과 감정설정은 물론 호연과 열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원작:김한길 각색,연출:변영진 무대디자인:김종훤 조명디자인:곽두성 의상:송주옥 소품:박서연 포스터디자인:김도유 at (주)앤다 일러스트레이션:민지홍 포토:장기돈, 김기덕 at 식스플로어 웹디자인:이지현 등 스텝진의 기량도 드러나 제프 주 안녕컴퍼니 네버엔딩플레이의 김한길 작 변영진 각색 연출의 임대아파트를 관객의 기억에 남을 성공작으로 탄생시켰다.
박정기